엄마와 성인이 된 딸이 함께 쓴 어린 시절 읽던 책들의 여자 주인공 '다시' 만나기. 다시 만나 실망 하는 건 첫사랑 아사코 뿐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시절 저자 두 사람의, 그리고 나의 마음을 뛰게 만들었던 그녀들의 힘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엄마 최현미 저자에 비해 딸 노신희 저자의 시각이 많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그만큼 최현미 저자의 시선이 계속 성장해왔기 때문이겠지. 다양하게 볼 줄 알고 여러 각도에서 말할 줄 아는 것. 책 말미의 참고도서 목록으로 더 찾아 읽고 싶은 책들이 늘어났다.

 

슬프게도 내가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빨간머리 앤은 많이 부담스럽다. 어린시절 앤과 나를 동일시 했었는데 다시 읽은 동화 속 앤이나 넷플릭스 시리즈의 앤은 정신 사납고 드센데다 소란스러운 아이이다. 사랑스럽지가 않으니 이를 어쩌면 좋아. 하지만 내 나이를 곱씹어 보자면 .... 마릴린 아줌마의 인내심에 더 마음이 간다. 작품이 쓰인 시대가 시대였다지만 소녀들의 장점과 한계를 조목조목 짚어준 최현미 작가에게 고맙다. 그리고 그 소녀들을 사랑한 어린 나를 긍정할 수 있어서 좋다. 그 소녀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다시 만날 필요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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