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쉬(대시 dash, 짧은 이음줄)와 세미 콜론, 아포스트로피에 관한 대목을 읽었다. 식탁의 포크, 혹은 꼬챙이, 때론 곡괭이에 비유되는 이 도구들은 감정 혹은 뉘앙스를 표현하며 많은 작가와 교열자들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특히 시를 교열할 땐 조심해야 한다. 온점도 없는 시의 끝은 끝이 아니기 때문. 정해진 법칙에서 이리저리 벗어난 부호들은 어쩌면 옛날식 이모티콘일 거라고 저자는 생각해본다. 그렇겠네요! '!' 느낌표 역시 그냥 찍는 게 아니었다. 독일어의 명령문은 항상 느낌표를 달아서 윽박지르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영어를 읽다가 만나는 세미콜론은 뒤에 부연설명을 달고 나오지만 지저분하거나 미진해 보이지 않고 순딩순딩한 느낌이 들었다. 예쁘고 우아해 보이는 건 나의 느낌적 느낌. 하지만 번역된 우리글에서는 세미콜론을 쓰지 않는다. 우리말로 옮길 땐 그저 온점으로 끊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나 '하지만'도 매번 번역해서 넣으면 뻑뻑해지기 때문에 빼고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알잖아요, 여기서 '그리고' 라는 거, 라고 빈 칸 공간 하나에 숨 내쉬면서). 대쉬 역시 괄호로 (의미상 맞을 때는) 묶거나 쉼표로 앞뒤를 떼어 놓아 세부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 원문에 대쉬가 많은 문장 혹은 단락을 볼 땐, 얼른 세서 얘들이 짝을 잘 이루는지 훑어보는데 이상한 경우엔 대쉬만 거푸 나오다가 문장 마무리를 못짓는 경우도 있었다. 번역문에서는 많은 문장부호들이 사라지거나 모습을 바꿀 수 밖에 없다. 다른 언어, 다른 도구. 아포스트로피는 '의'로 표시 되거나 없어진다. 우리말에서 '의'도 얼마나 애매하고 미묘한지. 발음부터 '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지방마다 마음과 눈으로는 '의'로 읽지만 소리는 '으'로 내기도 한다. 그럼 '나의 살던 고향'을 왜 '나에 살던 고향'으로 노래 부르는 건가. (네, 검색하고 공부해 보겠습니다) 생각난 김에 하나 더. 가끔 '저가 지금 바빠서요'라고 말하는 걸 듣는데 '제가 지금 바빠서요'라고 이해는 했지만 '제가'를 '저가'로 쓰지는 않고 말하는 건 어떤 기준일까. (검색하겠습니다) 이렇게 말과 글이 오묘하고 절묘하고 재미가 있습니다! (대학에서 C 학점 두 개 였는데 하나는 생활체육, 하나는 교양 국어 였습죠. 교양 없는 사람. 하하하.)

 

아포스트로피 협회, 라는 것이 진짜로 있고 미국 지명에서 아포스트로피를 빼고 더하는 문제는 꽤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것도 흥미롭게 읽었다. 영어 문장부호 이야기지만 우리말 이야기와 동떨어져 읽히지 않고 재미!!! 가 있다. (그런데 나는 왜 대학에서 국어를 그 성적을 받았습니까?) 이어지는 장은 F와 Sh으로 시작하는 욕설 부분. 이건 큰 아이 면회 다녀와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응?) 읽어야겠다. 왜 군인들은 햄버거를 사오라는 건지 모르겠지 말입니다. 열시 반이 넘어야 상하이 버거를 살 수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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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8-04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TEAS시험을 봤을 때 4과목을 보는데 영어에서 주로 이 저자가 얘기하는 시험이 나와요. 그 시험은 원어민도 점수가 잘 안나와요. 오리려 저희같은 외국인이 많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 듯. 이 책에서 처음 나오는 r로 시작하는 단어에 ie 가 아닌 ei로 쓰는 거 예부터 시작해서 문장부호등등 아주 골치아팠는데 이 책을 시험보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책 좋아요. 덕분에 좋은 책 읽게 되었어요. ^^ (이 책과 비슷한 책 재밌게 읽었던 게 몇 권 있는데 추천하고 싶네요)

유부만두 2018-08-04 22:41   좋아요 0 | URL
기대이상으로 재미있고 유익했어요. 특히 연필 이야기!!!! 영어로 읽었으면 더 즐거웠을텐데요 . 영어공부 더 꼼꼼하게 하고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