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상상, 과학과 전설, 돌연변이와 생명을 뒤섞고 만화를 읽는 기분이 들게하는 단편집. 이게 뭐야, 하지만 어느새 설득당하는 칼비노 우주. 유치한데 멋지다면 이런걸까.

 

이제는 멸종되어서 사라진 '공룡들'. 그 중 하나가 숨어서 생명을 부지하다가 긴 부리와 꼬리를 어색하게 휘저으며 지구의 '새 주민'들 무리를 만난다. 새 주민들은 낯선 공룡이 공룡인줄 몰라본다. 그들에겐 공룡에 대한 전설과 증언들 (대부분 틀린것들)만 남아있다. 새 주민들과 다른 외모의 공룡은 '못난이'라 불리며 날품을 팔며 그들 사이에 섞여 산다. 하지만 의사소통의 차이는 '양치류 꽃'이라는 상대와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데 발목을 잡는다. 그의 정체는 의심도 받지만, 그의 강한 신체와 엇박자 나는 몸짓은 의도와는 다른 식으로 받아들여진다. 가끔씩 새 주민들이 말하는 '야 공룡아' 라는 표현에 움찔 놀라는 공룡. 실재가 언어에 먹혀버렸다.

 

공룡이 쳐들어오는 상황도 진짜를 본 적이 없는 새 주민들의 착각이고 공룡의 뼈와 잔재가 발견되어도 그들에겐 별 의미가 없다. 그들이 원하는 공룡은 언어와 이야기, 그리고 상상과 꿈 속에서 강한 침략자 혹은 유혹자, 그도 아니면 덤덤한 배경으로 등장하고 사라졌다. 공룡은 멸종되었구나. 공룡의 흔적을 알아본 진짜 공룡은 떠돌이 무리 속의 공룡과 새 주민의 혼혈 여인과 하룻밤을 보내고 자신의 핏줄을 지상에 남기고 ... 자신은 .... ( 마지막 세 문장은 정말 벙찌는 상황이지만 정답같은 결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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