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살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사기도 하고 또 읽기 시작해서 재밌어하니 별일이지. 흔히 있는 별일.

 

택시를 자주 타고 좋아한다고 책 소개를 하는 방송을 들었을 때, 남자들은 택시를 편하게 타는구나 싶어서 짜증이 났다. 택시에 올라탈 때마다 기사 눈치를 보고, 난폭 운전이나 시끄러운 라디오 음악, 운전중 전화 통화를 참아야 했는데, 게다가 자꾸 이런 저런 수다를 절반쯤 반말로 던지는 기사는 어떻고. 이런 걱정 없이 오늘도, 랄랄라 나는 택시 타, 라고 일지와 가벼운 생활 엣세이를 써서 노란 표지 책을 엮어 내는 이 천진무구한 작가님이라니.

 

여성 독자들의 뜨악한 얼굴을 상상하지 못할 작가는 아니다. 그는 이미 여성 탑승객의 불편함, 혹은 불리함을 아내의 경험을 통해서 보고 글로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 글이 이 얇은 책 안에 다시 인용되어 있기도 하고.

 

어쟀거나, 이 책을 사지 않으려다 샀고, 어제 온 택배 상자를 아침에 열어서 읽고 있다. 함께 산 '복제인간 윤봉구' 보다 먼저. 노란색이 파란 표지를 이겼다. 어서 씻고 준비한 다음 아들녀석 면회를 가야한다. 군식당엔 순대가 나오지 않는다고, 순대를 사오라고 한다. 당면순대 말고 함경도식 아바이 순대를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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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4 0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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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4 08: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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