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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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윌리엄 트레버의 팬임을 자임해 신간이 나왔다는 알림이 뜨자마자 구입했다가 책읽기 일정에 따라 이제 마지막 장을 덮고 독후감을 쓰려 PC를 열었다. 그러나 난감하다. <펠리시아……>의 독후감 쓰기가 만만하지 않을 거 같다. 트레버의 책들이 이렇지 않았는데 이번엔 매우 복잡하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펠리시아의 시선을 따라 갔다가, 이어서 등장하는 힐디치 씨의 입장으로 독후감을 써도 좋겠다는 마음도 생겼다. 그러나 이어서 곧바로 머릿속이 헝클어지기도 한다. 1916년 4월, 부활절 주간에 있었던 패트릭 피어스의 독립을 위한 무장봉기. 아일랜드인의 대규모 영국 유입과 차별. 1980년대 대처-레이거노믹스 시대의 개막에 따른 신자유주의와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대규모 실직. 비정규직 시대의 도래, 아일랜드의 낙태 금지법,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밝힐 수 없는 영국에서 있었던 엽기적 사건 같은 것들이 작품 속에 다 들어있다. 여기에 윌리엄 트레버만이 쓸 수 있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상실’까지 어김없이 전편에 깔려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54년 전에 ‘조지프 앰브로즈’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힐디치 씨. 12년이 넘게 124 킬로그램의 몸무게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남자로, 양복차림에 줄무늬 넥타이를 반듯하게 메고 매일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읽은 후에 작은 자동차를 손수 몰아 서행운전을 준수하며 출퇴근하는 15년차 회사 구내식당의 매니저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사무실에서 송장invoice을 작성하는 업무를 하다가 맛있는 음식에 관심이 많아 자리가 비자마자 회사에서 권유를 했고, 이를 받아들여 오늘에 이르렀다. 그대로 사무실에서 있었다면 벌써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라 이것도 나름대로 운이 좋은 경우였으며 심지어 취향에 맞는 일이니 가히 행운이랄 밖에. 듀크 오브 웰링턴 로드 3번지, 관목 숲에 둘러싸인 단독주택에 사는 독신으로 동료들에겐 미소 가득한 외향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내면 깊이 존재하는 어두운 면이 있어 때때로 우울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인물.
  힐디치 씨는 사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 웰링턴 로드 3번지에서 태어나 여태 살고 있으나 친척이라고는 1차 세계대전 후에 아일랜드로 파병되어 무장봉기를 진압한 전력이 있는 윌프 삼촌 한 명. 삼촌을 따라 군인이 되는 꿈을 꾸었으나 시력과 평발 때문에 입대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게 힐디치 씨의 나머지 삶 동안 나름대로 큰 콤플렉스로 작용하게 될 줄은 본인도 몰랐을 듯. 12년 전에 88세의 나이로 눈을 감은 윌프 삼촌이 사실은 1979년에 사망한 엄마의 애인이었다는 걸 몰랐던 것과 마찬가지로.
  하여튼 이 친절한 매니저이자 반듯한 직장인인 50대 중반의 힐리치 씨가 어느 아침에 직장인 구내식당에서 나와 사무실로 작은 승용차를 몰고 가는 길에 척 봐도 아일랜드에서 무작정 영국으로 건너온 것이 분명한 10대 소녀 펠리시아가 눈에 들어온다.

 

  펠리시아는 나름대로 자부심이 충만한 집안의 딸이다. 75년 전, 증조할아버지는 결혼하고 한 달밖에 안됐을 때 두 동지와 함께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패트릭 피어스가 지휘하는 보런드 제분소 본부에 가담해 목숨을 바쳤고, 이후 증조할머니는 재혼하지 않고 남은 세월 내내 대저택과 사무실의 바닥을 닦아 번 돈으로 살아야 했는데, 가족 구성원은 이걸 오랜 대의이자 고귀한 일, 가족의 진실로 숭상해왔다. 이런 분위기는 세기말인 1991년에 와서도 가정을 상당히 완고한 규범으로 묶어놓는 데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펠리시아는 육가공 공장에 다니다 작업 중 직원 브래넌 부인이 칼로 손을 벤 일을 보고하지 않은 사이에 패혈증이 발생한데 이어 공장에서 출고한 소고기 통조림을 먹은 소비자가 식중독에 걸렸을 때 하필이면 광우병이 영국을 휩쓸어 공장을 결국 폐쇄하고 말았다. 실업자가 된 펠리시아에게는 채석장에 다니는 쌍둥이 오빠와 바로 위에 에이든 오빠가 있었다. 에이든이 펠리시아의 친구 코니 조와 결혼을 하던 날, 신부 들러리 옷을 입은 펠리시아가 연회까지 마치고 호텔 앞에 나갔을 때 딱 그 앞을 지나던 조니 라이서트와 눈을 마주친다. 조니는 어머니가 건강에 문제가 있어 가끔 집에 들르는데 지금 영국 버밍엄의 잔디깎이 기계를 만드는 공장에 창고 관리자로 근무한다고 거짓말을 했으나 아일랜드 촌 아가씨 펠리시아는 그걸 굳게 믿고 허튼 사랑의 맹세에 넘어가고 만다. 조니가 알아서 다 할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곧이들어 그가 다시 영국으로 갈 때까지 날마다 숲 속에서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임신해버리고 만다. 조니가 다니는 회사 주소도 모르는데.
  집안 식구라야 망백望百의 증조할머니, 홀아비 아버지, 쌍둥이 오빠. 어떻게 임신사실을 눈치 챈 보수, 폐쇄적인 아버지는 딸에게 창녀 같다는 말의 비수를 꽂아버렸고, 아이는 집안의 돈을 훔쳐 더블린을 거쳐 영국으로, 버밍엄의 잔디깍이 공장을 찾아 무작정 가출해버린 터.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이 만난다. 두 외로운 사람이.
  트레버의 소설을 특징지을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떠남과 기다림이다. 상실과 고독. 이제 두 사람이 만남으로 해서 트레버가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떠남 이후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물론 이건 독자가 일방적으로 그러려니 하고 기대하는 것이다. 이전의 트레버라면 비록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겠지만 떠난 사람은 적어도 돌아와야 하니까. 남은 건 이제 치유의 과정과 시간이리라.
  실제로 건실한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힐디치 씨는 그동안 자신의 동네나 직장 등 주변 사람들 모르게 자신의 현금을 써가며 돌봐준 여러 아가씨들이 있었다. 유톡시티에서 온 엘시 커빙턴, 울버햄프턴의 베시, 마켓드레이턴의 게이, 윅스턴 출신 새론, 월손의 재키 등등. 힐디치 씨는 몇 아가씨들의 상당한 빚을 대신 갚아주기도 하고, 아픈 몸을 치료해주기도 하고, 그러고도 작지 않은 현금을 주고, 떠나보냈다. 책의 내용으로 봐서 아가씨들의 성적性的 보답 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으면서. 그런 것이 있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힐디치 씨는 펠리시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펠리시아가 지갑 대신 쇼핑백에 숨겨놓은 현금뭉치를 훔치기는 했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자신이 아일랜드 소녀를 자기 집에서 계속 보살필 수 있게, 사이비 종교단체 같은 무리들에게 의탁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조치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 수 있다. 심지어 보호자의 자격으로 아일랜드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낙태수술을 먼 도시까지 가서 시행해준다. 이게 문제였다. 천생 아일랜드의 완고한 가정 출신의 펠리시아는 태아를 죽였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한밤을 타 힐디치로부터 도망하기에 이른다.
  이리하여 얻은 것이 윌리엄 트레버 특유의 치유와 동시에 상실일까.
  여기까지 읽는 일은, 다른 트레버의 작품과 별로 다르지 않는 주제, 다만 떠남 이후의 과정을 그렸을 뿐, 분명히 뛰어나지만 기대에 조금 미치지 못할 정도의 ‘트레버스러움’으로 인상깊지 못했다. 그러나 내 평점은 별 다섯.

 

  왜 독후감 쓰기가 이렇게 불편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다섯 개의 평점을 주지 않을 수 없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심지어 사랑의 말을 하는 사람도 저 먼 기억 속의 상처는 어쩔 수 없었나보다. 이게 내가 얘기 할 수 있는 가장 큰 스포일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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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8-05 08: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토리 요약이 탁월하세요!
천사의 말과 사랑의 말을 하는 사람도 사람에 대한 이해와 자비가 없으면 소용이 없죠. 울리는 꽹과리일 뿐.

Falstaff 2021-08-05 08:56   좋아요 3 | URL
크.... 고맙습니다. 아, 전 누가 칭찬해주시면 곧바로 약해져요. ㅋㅋㅋㅋ

blanca 2021-08-05 08: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별 기대 없이 읽었다 거장이란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트레버는 뭔가 어떤 차원을 넘어간 작가 같아요. 잘 읽고 갑니다.

Falstaff 2021-08-05 08:57   좋아요 3 | URL
예. 어느 책을 읽어도 실망시키지 않는 몇 안 되는 작가로 꼽겠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붕붕툐툐 2021-08-05 1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트레버 장인의 눈에는 이 책이 그닥이군용~ 다른 장편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용~~
헤어지고 싶지 않은 힐디치씨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Falstaff 2021-08-05 10:11   좋아요 2 | URL
오, 마지막에 나오는 기막힌 반전이 띵! 하잖아요. 도무지 별 다섯을 주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ㅋㅋㅋㅋㅋ

ㅋㅋㅋ 장인은 딸의 남편이 저한테 부르는 호칭입니다만, 아쉽게도 전 딸이 읎어요.
그닥...은 아니고요, 워낙 좋은 책들이 많아서 트레버 가운데서는 별 거 아니네, 했다가 마지막에 꼴까닥 넘어가는 작품이었습니다. ㅎㅎㅎㅎ 역시 트레버예요!!!

페넬로페 2021-08-05 1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떠남과 기다림, 상실과 고독‘이라는 단어가 이 소설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아요. 힐디치에 대해 여러 각도로 생각할 수 있는것도 트레버의 탁월한 능력같더라고요~~
트레버스러움에 대해 계속 알고 싶어집니다^^

Falstaff 2021-08-05 10:56   좋아요 1 | URL
말씀하신 ˝떠남과 기다림, 상실과 고독˝ 이게 트레버 아닌가 합니다.
그것들을 얼마나 쓸쓸하게 써놓았는지 아휴.... 트레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권만 읽은 사람은 없을 거 같아요. 윽. 너무 유행하는 말인가요? ㅋㅋㅋ

독서괭 2021-08-05 1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윌리엄트레버 책을 이걸로 처음 읽었는데 폴님 글 보니 다른 책들도 더 읽고 싶어집니다. 잠자냥님 이 쓰신 페이퍼 보고 이미 잔뜩 담아두긴 했습니다만.. 역시 조만간 읽어야겠는데.. 음.. 아휴ㅋㅋ

Falstaff 2021-08-05 10:57   좋아요 1 | URL
트레버를 한 번 파 보세요. 야, 이게 웬 떡이냐,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ㅎㅎㅎㅎ

초란공 2021-08-05 1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한번 더 읽은 것 같아요~^^ 트레버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제가 큰 실수를 했네요. ‘송장‘처리를 담당했던 힐디치의 과거를 아무런 의심 없이 ‘장의사‘ 관련 일을 했다고 생각해버렸어요~ 작품이 주는 분위기가 있다보니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송장‘을 오해하다니요...ㅋㅋㅋ 부끄럽사옵니다 헤헤 ㅋ

Falstaff 2021-08-05 13:18   좋아요 3 | URL
다른 트레버도 놓치지 마세요. 만족하실 겁니다.
ㅎㅎㅎㅎ 송장. 발음이 다릅니다. invoice는 송짱. 시체는 송장. 저도 송장 일을 해봐서 단번에 접수를 한 거 같네요. ㅋㅋㅋㅋ 부끄럽긴요.

Azalea 2022-06-25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힐디치씨는 여자들을 그냥 떠나보낸게 아니지 않나요? 여자들을 다 죽였다는 암시가 책 후반부에 여럿 나오던데요.

Falstaff 2022-06-26 09:09   좋아요 0 | URL
책을 읽은 모든 독자는 내용을 알고 있지만, 리뷰를 쓰신 분들은 그걸 밝히지 않습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분이 혹시 중요한 내용을 미리 알게될까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저도 마찬가지고요.
스포일러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못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만.
 
카트린 M의 성생활 - 개정판
카트린 밀레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오호.... 이거 참. 익히 명성은 알고 있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노골. 햐, 그래서 좋은디? 상세한 건 며칠 후 쓰겠지만 아우, 무조건 35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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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8-04 08: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 저 이 책 읽는데! 스무살인 저는 서른다섯 될 때까지 기다렸다 읽을게요! 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8-04 08:30   좋아요 4 | URL
넵. 스물한 살은 안 되요! ㅋㅋㅋㅋ 스물한 살이면서 스무 살이라 우기는 잠자냥님.

다락방 2021-08-05 07:43   좋아요 1 | URL
아.. 저 지난번에 몇살이었죠? 저 스물하나 였나요 다섯이었나요? 아 몰라. 그냥 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8-05 08:02   좋아요 1 | URL
다락방 님은 작년에 스물네 살. 올해 스물다섯입니다. 크... 사반세기를 사셨네요!!

유부만두 2021-08-04 08: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서른다섯… 아 젊고 좋은 나이죠. (먼산)

Falstaff 2021-08-04 08:43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자신은 정작 그런 줄도 모르면서 후딱 힘겹게 지나가는 인생의 황금기아니겠습니까.

새파랑 2021-08-04 09: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필독서인가요? 전 읽어도 되는 나이군요 ^^

Falstaff 2021-08-04 09:26   좋아요 3 | URL
여성분들은 모르겠고, 남성들에겐 교양도서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자세한 건 독후감에서.....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8-04 1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상세한 거 쓰신다니 기다리겠습니다..

Falstaff 2021-08-04 12:1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별 기대하지 마세요.
서재에 야하게 쓰면 글 삭제 되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8-05 11:46   좋아요 0 | URL
폴스타프 님/ 아 진짜요?? 언제 그런 글을 쓰셨대요? 앞으로 그런 글 쓰시면 제가 사전에 좀 봐드릴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8-05 15:14   좋아요 0 | URL
더 야하게 써주세요 폴스타프님 그럼 삭제 못하지 않을까요 좋아요 60개 받으시면 ~

stella.K 2021-08-04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35금! ㅎㅎㅎㅎ
전 폴님의 며칠 후의 리뷰나 읽겠습니다.
그쪽은 제 전공이 아니라...ㅋㅋ

Falstaff 2021-08-05 07:5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읽으실 필요 없을 겁니다.
출판사도 알아서 품절시켰잖아요. ^^

syo 2021-08-05 1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안녕하세요 검열단입니다. 안 야하게 쓰실까봐 사전 단속 나왔습니다.

잠자냥 2021-08-05 11:45   좋아요 0 | URL
올레!!!

Falstaff 2021-08-05 12:15   좋아요 0 | URL
크.... 이거 참. 아 글쎄 안 그래도 더워 죽겄는데 왜들 이러십니까. ㅎㅎㅎㅎ

수이 2021-08-05 15:14   좋아요 0 | URL
안 야하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8-05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후감 기다릴게요 복숭아 먹으면서 폴스타프님 🥰

Falstaff 2021-08-05 16:3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오늘 화이자 맞고 오니까 글쎄 집구석에 복숭아 한 박스 있네요! 와우.......
 

 

알라디너는 책 실물 사진 보는 걸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 아이고, 날은 덥고 습기까지 푹푹 찌는데 쐬주도 한 병 까 땀을 줄줄 흘리며 책장 다 뒤집어 찾아 사진 한 방 찍은 거 까지는 좋았습니다만, 취한 눈에 앵글이고 조명이고 뭐고 걍 막 찍어대서 그림이 엉망진창입니다.

그림이 뭐 이러냐 싶어서 이번엔 옆으로 뉘어 또 한 방 찍었더니

 

 

으윽. 횡으로 쓴 제목이 갸꾸로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래 이걸 180도 회전시켰거든요.

 

 

음.... 이래놓고 보니까 하늘에서 책이 떨어지는 거 같습니다.

다 술과 더위와 습기가 문젭니다. 저는 아니고요. 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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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8-04 08: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보(들)의 사진 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8-04 08:29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 또 졌다. 2:0

잠자냥 2021-08-04 08: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식 전쟁술 저는 없는데, 실물 아름답네요!

Falstaff 2021-08-04 08:30   좋아요 4 | URL
매력적인 책입니다!

단발머리 2021-08-04 08: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 읽고 사진만 봐도 배부르네요! 👍🏼👍🏼👍🏼

Falstaff 2021-08-04 08:51   좋아요 3 | URL
ㅋㅋㅋ 좋은 책들입니다.

청아 2021-08-04 08: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오👍 요 책들은 전부 폴스타프님이 읽어보신, 별점 높은 책들인가요?
<저항의 멜랑콜리>,<사탄탱고>,<프랑스식 전쟁술>끌리네요!ㅎㅎ(침)

Falstaff 2021-08-04 09:12   좋아요 4 | URL
ㅋㅋㅋ 며칠 전에 ˝내가 고른 모던 클래식 - 장편소설˝이란 제목으로 페이퍼 써서 올린 것들이랍니다. 하나 같이 ˝클래식˝이란 이름을 붙여도 좋다, 라는 취지로..

청아 2021-08-04 09:14   좋아요 3 | URL
지금 찾아서 읽고 있어요ㅎㅎ

coolcat329 2021-08-04 09: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사탄탱고 블랙이 있군요. 저는 정열의 레드로 갖고있어요~

Falstaff 2021-08-04 09:13   좋아요 5 | URL
<사탄탱고> 사는 거의 모든 분들이 정열의 레드를 원할 겁니다만, 그 가운데 딱 절반은 저처럼 거무튀튀를 받았습죠. ㅋㅋㅋㅋ 인생은....

잠자냥 2021-08-04 14:53   좋아요 2 | URL
저도 빨간 거 있는데 헤헤헤.

Falstaff 2021-08-04 15:15   좋아요 3 | URL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저처럼 거무튀튀 받으면 빨간 색 나올 때까지 반품/교환하고는 했답니다. ㅋㅋㅋㅋ 진짜예요! 심지어 단순변심-택배비 유료로요.

독서괭 2021-08-04 09: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사탄탱고 예쁘네요~ 안 그래도 폴스타프님 페이퍼 보고 담아둔 책인데..

Falstaff 2021-08-04 09:16   좋아요 4 | URL
빨간 표지가 도착하기를..... 그래야 할 텐데요. ^^

새파랑 2021-08-04 09: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진 멋지네요 ^^ 이런 글 사진 완전 👍

Falstaff 2021-08-04 10:06   좋아요 5 | URL
고맙습니다. 누구는 바보(들)의 사진이라던데, 감격입니다. 흑흑흑....

stella.K 2021-08-04 09: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드라나 강의 다리도 알흠답네요.
저분홍색 책은 뭔지 모르겠습니다요.

Falstaff 2021-08-04 10:06   좋아요 5 | URL
드리나 강의 다리,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ㅋㅋㅋㅋ
분홍색 책은 <주군의 여인> 장황하고 아름답고 장려한 작품이고요!

stella.K 2021-08-04 18:34   좋아요 1 | URL
아, 아까는 스맛폰으로 봐서 글자가 눈에 들어 오지 않았습니다요.
놋북으로 보니 이렇게 잘 보이는 것을.ㅎ
장황한 게 좀 걸리긴 하지만 아름답고 장려하다니
이건 또 저의 전공꽈라 관심이 가는군요. 기억하겠습니다.

근데 저 <허공의 발자국 소리>는 책 디자인이 8, 90년대 식인데
아직도 갖고 계시는군요.^^

Falstaff 2021-08-05 09:19   좋아요 1 | URL
옙. 허공..은 그때 사서 그때 읽은 책입니다.
사람아...가 문젠데요, 그때 사서 여태 읽은 줄 알았다가 꺼내 보니까 읽지 않은 책이더라고요. 그래서 작년인가 재작년에야 읽었답니다.ㅋㅋㅋㅋ 이미 번역한 신영복 선생은 유명을 달리했는데 말입니다. 뭐 다 인생이지요. ^^

scott 2021-08-04 10: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슨 지정 퐐스타프님이 평점💥 4개 이상을 준 책들??

무더위에 이렇게 책들 모아 놓고 사진까지! ㅎㅎㅎ

다이호우잉 구판들 이렇게 보니 완죤 반갑네요 ^ㅅ^


Falstaff 2021-08-04 11:12   좋아요 4 | URL
다섯 개 짜리들입니다. ㅋㅋㅋ
사실은 다섯++
제가 이름 붙이기를 ˝모던 클래식˝이라 했습지요. 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8-04 12: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늘에서 책 떨어진다는 곳이 여기 맞습니까?ㅎㅎㅎ 알흠답습니당~😍

Falstaff 2021-08-04 12:5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툐툐님 재치가 만땅이셔!

mini74 2021-08-04 21: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책들 하늘에서 떨어짐 큰일납니다 ㅎㅎ 왠지 소주냄새 나는 글입니다 폴스타프님 ㅎㅎ

Falstaff 2021-08-05 07:5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제 평생 소원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돈 벼락 한 번 맞아보는 겁니다.
아님 소주 1 갤런에 1 달러 하는 요순시대가 도래하든지요. (김영승의 시에서 꿍쳐온 겁니다)

바람돌이 2021-08-05 0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은 테트리스.... ^^ 지난 번 페이퍼에 올리셨던 책들. 제 보관함에서 숨만 쌕쌕 쉬고 있습니다. ^^

Falstaff 2021-08-05 08:00   좋아요 0 | URL
아하, 테트리스. ㅎㅎㅎ 재미난 아이디어입니다.
난 고백혀, 하고 여인의 주군...은 얼른 읽으셔도 괜찮을 텐데요. 여름에 짜증날 때 몰입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물론 전 제 말에 책임지지 않습니다만. ㅋㅋㅋㅋ

다락방 2021-08-05 0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사진 중의 최고는 책사진 입니다!!

Falstaff 2021-08-05 08:01   좋아요 1 | URL
크.... 고맙습니다!
휴가 댕겨오셨는가 봅니다!!
 
첸치일가 20세기 프랑스 희곡선 7
앙토넹 아르토 지음, 신현숙 옮김 / 연극과인간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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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토냉 아르토

 

 

  앙또냉 아르또. Antoine Marie Joseph Paul Artaud (1896~1948)은 흔히 Antonin Artaud라고 표기한단다. 사실 어떻게 쓰는지 별 관심 없다. 근데 책의 “작가 소개”를 보면 놀랍게도, 20세기 서양 연극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연극인으로 아르또와 함께 브레히트를 들고 있다. 그러니까 브레히트와 거의 동급으로 친다는 얘긴데, 어째 이름이 이렇게 생소할까.
  사람이 너무 다양한 방면으로 재능이 있으면 가끔 이런 일도 생기나 보다. 앙또냉 아르또는 작가, 시인, 극작가, 영상예술가, 에세이스트, 연극영화 배우, 연출가 등, 하도 많은 분야에서 이름을 내, 그냥 퉁 쳐서 20세기 공연예술과 유럽 아방가르드의 권위자로 부른단다. 그의 작품은 대개 가공되지 않아 거칠고, 비현실적이고, 초월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는데, 이제 <첸치 일가> 한 편을 읽었을 뿐인 과문한 입장에서 그저 그런가보다, 할 밖에.
  그러나 재능이 뛰어나다고 늘 성공하는 게 아니라서, 스물일곱 살에 파리로 올라와 자신의 시를 유명 잡지 누벨 르뷔에 기고를 했으나 보기 좋게 거절을 당한다. 편집자인 자크 리비에르로부터 격려를 받긴 한다. 이후 그와 좋은 관계가 이루어지고 공동작업도 하게 되지만, 아뿔싸, 똑똑한 사람들에게 가끔 나타나는 불행이 아르또에게도 닥치니, 바로 조현증, 옛말로 정신분열증 증세. 이 당시의 고통을 스스로는 “끔찍한 화덕”이라고 표현했는데 이게 벤자민 브리튼을 비롯한 몇몇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불타는 화덕>하고 연결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불타는 화덕’을 네이버 검색해보시라. 숯불 갈빗집만 열라 나올 테니.
  그래도 잘 치료를 한 덕분에 불행하게 끝나지는 않았는데 이 와중에 아르또가 집중한 극 형태가 잔혹극. 1935년에 작업을 끝내고 1936년 초연 당시 쓴 실패를 경험한 <첸치 일가>를 대표작으로 꼽는다. 영국의 시인 퍼시 비쉬 셸리가 쓴 <첸치 가 The Cenci>를 파리의 폴리 와그랑 극장에서 공연했을 때 참여한 아르또가 영향을 받았단다. 퍼시 비쉬 셸리 잉글랜드의 낭만파 시인으로 두 번째 아내가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다.

 

  베르톨트 골트슈미트라는 퇴폐음악 작곡가가 있다. 퇴폐음악, 퇴폐미술 등을 총칭하는 퇴폐예술은 독일 제삼제국 시절 나치에 의하여 탄압받던 예술형식이니까 사실은 퇴폐적이지 않은데, 하여튼 오페라 <우아한 한나>와 함께 골트슈미트의 대표작으로 꼽는 작품으로 <베아트리체 첸치>다.

 

로타르 자그로세크,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1994

사이먼 에스테스(프란체스코 첸치), 델라 존스(루크레치아), 로버타 알렉산더(베아트리체)


  첸치 가족 이야기는 16세기 말 이탈리아에 정신이 습관적으로 출장 가는 귀족 프란체스코 첸치가 실제로 있어서 다 성장한 두 아들을 죽이고, 딸 베아트리체를 능욕하고, 감히 교황 성하에게 전쟁을 벌이겠다고 깝치다가, 능욕당한 딸과, 딸의 비천한 신분의 연인과, 재혼한 처 루크레치아, 죽이지 않은 셋째 아들 자코모한테 살해당하고 살인에 가담한 모든 가족들이 사형에 처해진 사건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당연히 당사자 이름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건 물론이다. 이 사건이 제레미 아이언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돈 주고 미풍양속을 해치는 영화를 뭐 하러 보나. 그것도 안 봤다. 근데 퇴폐음악이란 타이틀을 달고 출시된 음반이 눈에 띄는 건 도무지 참지 못해 사서 들었다. 아마 이 판도 알라딘에서 샀을 걸? 아마존이었나? 그래서 이번에 프랑스 희곡을 읽는 김에 딱 이 제목이 눈에 띄어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무조건 사서 읽었다.

 

  하여튼 프란체스코 첸치라는 인물이 서양 역사상 가장 골치 아픈 패륜인물이었던 것은 맞는 거 같다. 그런데 극작가 앙또냉 아르또, 흠, 어감이 좋지 않아 다시 쓰자면, 앙토냉 아르토는 20세기 아방가르드 연극이 출발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던 1930년대에 작품을 썼음에도, 지난주에 읽은 타르디유의 <지하철의 연인들>이나 아폴리네르의 <티레시아스의 유방>, 알프레드 자리의 <위비 왕>, 마테를링크의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같은 전위적 요소가 거의 없다. 당연한 거겠지. 사극으로 아방가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희곡만 가지고는 힘들 거 같다. 애초 앙토냉 아르토가 관심을 가졌던 마임 등 몸짓과 율동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의 극형식을 연출자가 혁신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 터이지, 스토리가 분명해 책에 기록된 사실만으로는 좀 무리가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하여튼 어찌 됐든 덕분에 읽기에는 수월한데, 여태 뇌 활동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복잡하게 헝클어진 희곡들을 읽다가 내용까지 미리 알고 있는 작품을 만나니까 참 나, 쉽기는 하지만 좀 어딘가 모자란 느낌이 드는 건 웬 일?
  어쨌든 그렇다. 뭐 책 읽는 것도 사람 사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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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8-03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폴스타프 님 독서 예정 리스트에서 보고, 관심 가서 훑어봤는데요, 엽기적인(?) 내용인 거 같아서 살포시 내려놨습니다...;

Falstaff 2021-08-03 09:46   좋아요 1 | URL
이 콩가루 집안이 유럽에선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보자마자 선뜻 사버렸습니다.

책은 읽지 않아도 ‘첸치‘ 검색해서 어떤 집구석인지는 알아보라고 권할 만큼 골치 식구들. ㅋㅋㅋㅋ 아마 유명하긴 카틀린 메디치 + 앙리 4세 왕가 만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붕붕툐툐 2021-08-03 1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냐 똘스또이냐의 차이? 근데 앙또냉 아르또는 저도 생전 첨 듣는 이름이네용~ 역시 너무 천재는 삶이 힘든 거 같아요. 프란체스코 첸치 이야기를 듣다보니 진짜 세상에 또라이가 많은 듯합니다!!ㅎㅎ

Falstaff 2021-08-03 12:52   좋아요 1 | URL
재주 많은 것도 쉬운 게 아닌 모양입니다. 거기다 1차 세계대전 끝나서 잘 먹지 못해 그렇지 나름대로 잘 생긴 외모이기도 하잖아요. 좀 어려운 데도 있어야 저 같은 무지렁이가 그나마 위안을 얻습니다. 흑흑흑.....

첸치 이야기 검색해보셨어요? ㅋㅋㅋㅋ 정말 대단한 도라이 가족입니다.

바람돌이 2021-08-03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앙또냉 아르또는 레미제라블에서 막 튀어나온듯한 비쥬얼이네요. ^^
첸치일가가 베아트리체 첸치의 가족을 말하는 거였군요. 자신을 성폭행한 아버지를 죽이는 딸 베아트리체 첸치
나중에 사형당하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많은 예술가들의 소재가 되었지요.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지 초상을 보고 스탕달이 전율을 느껴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말도 생겨났다는....
저도 첸치의 초상화를 실제로 봤는데 저는 전율보다는 좀 슬펐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어린아이의 삶이 왜 그렇게 비참함으로 일관되었어야 했을까 싶어서요.

Falstaff 2021-08-03 16:25   좋아요 0 | URL
옙. 스탕달도 좀 이상한 인간이예요. 하긴 당시 기준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그런 심미안을 가지고 있으니 명작을 쓸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 집구석은 결론이 하납니다. 괴물 아버지를 두었다는 거. 푸른 수염 비슷한 중증 착란증, 편집증 환자였던 것 같아요. 게다가 힘도 좋고 사병들도 막강해서 진짜로 교황의 군대하고 맞짱 뜰려고도 했다니 과대망상까지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얄라알라 2021-08-04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께서 이렇게 수준높은 리뷰를 올려주셧는데, 전 네이버랑 구글에서 ˝불타는 화덕˝ 호기심에 이미지 검색 진짜 해보았어요^^:;;;;말씀 그대로네요...^^:;;;

Falstaff 2021-08-04 13:4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그걸 진짜 검색 해보셨어요? ㅋㅋㅋㅋㅋ
북사랑 님 같은 분이 꼭 계셔서 더 재미납니다. 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1-08-04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우다˝ 문신이었나요? 이어서 이연타로 제가 FM인거 들켰습니다^^

Falstaff 2021-08-04 15:1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착하게 사시는 분이란 뜻입지요. 부럽습니다. ^^
 
호프만의 허기
레온 드 빈터 지음, 지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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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4년 남부 네덜란드의 덴 보슈에서 전통 유대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드 빈터는 덴 보슈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독일 뮌헨의 바바리아 영화 아카데미를 거쳐 암스테르담 영화 아카데미에서 공부한다. 그런데 학교는 드 빈터가 하는 작업마다 타박을 해대는 통에 결국 1978년에 학위 없이 아카데미를 때려치우고 만다. 이후 텔레비전 시리즈물 작업의 일원으로 일을 하면서 1982년까지 잡지에 기고도 하고, 소설도 끄적이다 드디어 1981년 <아일린 W를 찾아서>로 널리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한다. 이어 발표한 작품이 올해 읽어볼 책 목록 가운데 한 권으로 점찍어 둔 <바스티유 광장>. 프랑스 혁명 후 루이 16세가 오스트리아로 탈출에 성공했다고 가정하는 내용이라 한다. 1986년에는 탄생과 사랑, 죽음의 진실에 관한 탐구인 <카플란>을 썼고, 이어서 1991년 그의 대표작, 프라하를 배경으로 하는 스릴러 <호프만의 허기>를 출간하고, 이후 계속 장편 소설을 발표한다.
  드 빈터의 정체성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네덜란드에서 전통 유대인의 혈통으로 태어났다는 점. 자신들은 네덜란드를 조국으로 알고 일해 번 돈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면서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것을 믿었으나, 조국 네덜란드 사람들은 나치에게 그들을 고발하여 가스실을 거쳐 화장장의 분골로 만들었다. 모든 유럽의 유대인들은 그저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었을 뿐이어서, 물론 이 책의 주인공 펠릭스 호프만 한 명의 경우를 단정해 말하기는 무리이지만, 그들의 인식이 유럽 사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매우 신랄하게 나타난다. 또 다른 디아스포라 유대인 외교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알베르 꼬엔의 작품 <주군의 여인>의 주인공 쏠랄과는 묘하게 겹치기도 하고 상반되기도 한다.

 

  일주일 전에 대사관저에 새로 입주한 체코슬로바키아 주재 네덜란드왕국의 신임 대사 펠릭스 호프만. 당년 59세. 이이에 대해 조금의 설명이 필요하다.
  1930년, 네덜란드에서 주로 농부들을 상대로 하는 작은 은행의 행장으로 있는 작은 부자 유대인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유럽의 1930년생 유대인이라면 애초에 좋지 않은 팔자다. 열두 살이 되던 1942년에 아버지는, 지불 능력 범위 이상의 빚을 진 독신 농부에게 빚을 전액 변제해주는 조건으로 펠릭스를 농부의 돼지 목장에 숨겨달라고 그를 보낸다. 아직 철이 들지 않았던 펠릭스는 부모가 자신을 버리는 것으로 알았지만 이런 오해의 바탕은 역시 부모를 향한 진한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캐나다 병사들이 진주하면서 해방이 된 것을 알게 된 펠릭스는 그길로 농부의 돼지 목장에서 무작정 나와 1944년 겨울부터 이듬해 8월까지 나중에 고지식한 공학도가 되는 초등학교 동창생 헤인 다먼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된다. 이후 유대인 고아 수용소에 들어갔다가 탈출해 다시 다먼의 집에 들어가자, 헤인의 부모가 정식으로 법정 후견인이 되어 1950년에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펠릭스는 아버지의 유산으로 그리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돈이 생기기도 해서 크게 부족한 줄 모르고 지낼 뿐 아니라 생활이 어려운 미술학도의 그림을 사주어 그들을 도와주는데, 이때 모은 그림은 나중에 훌륭한 노후생활 자금으로, 죽을 때까지 충분한 복지를 약속할 수 있게 해준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가, 나중에 아내가 될 국문과 마리안 트뤼디를 만난다. 마리안은 국문과 교수 아버지와 같은 전공인 17세기 네덜란드 작가 폰덜을 집중해 공부하고, 이후 수십 년이 흘러 책이 끝날 때까지 계속 연구하지만 결국 폰덜에 관한 논문을 끝마치지는 못한다. 투뤼디 교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한 호프만 부부는 딸 쌍둥이 에스터와 미르얌을 낳고, 세계각지를 다니며 외교관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행복한 결혼생활도 잠시, 에스터가 불치인 백혈병에 걸려 죽고, 이후 에스터의 죽음에 유난히 죄의식을 갖는 미리얌은 점점 외골수가 되어 가고, 아내 마리안과의 성생활이 멈추었으며, 몇 달 후부터 이후 삼십 년간을 괴롭힐 불면증의 손아귀에 사로잡힌다. 에스터의 질병 때문에 자주 상관의 뜻과 어긋난 행동을 해야 했던 펠릭스는 주로 격오지 근무로만 돌아다니는 외톨이 신세가 되고, 그럴수록 이이의 성격은 더욱 공격적으로 변해 나날이 더 많은 적들을 배양하기에 이른다. 그러다가 결국 케냐에서 폭력배와 연계된 매춘부와의 사건이 불거져 크게 곤욕을 치르다가 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은 거의 마지막 보직으로, 유럽이긴 하지만 네덜란드와 거의 교류가 없는 공산국가인 체코슬로바키아의 대사로 남은 임기를 조용히 끝마치기를, 국가도 본인도 바라는 입장이다.
  여기까지 보면 에스터의 죽음으로 호프만 가족의 모든 불행이 시작한 것 같다. 또 사실이 그렇다. 에스터가 죽어 잠과 아내와 딸 마리얌을 사실상 잃은 호프만. 여기에 이제 스무 살이 조금 넘은 마리얌이 펠릭스, 행운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펠릭스에게 치명적 카운터 블로우를 날린다. 미르얌이 암스테르담 바르무스 가의 허름한 여인숙에서 약물과다 복용으로 숨을 거둔 것. 이때를 전후로 펠릭스는 늘 허기에 시달린다. 그래서 늘 마시고, 먹고, 먹고 마신 것을 소화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먹고 마시기 위해 구토를 하고, 당연히 습관적으로 역류하는 위산으로 큰 고통을 받고, 술이 과한 인간들이 늘 그렇듯 크고 작은 실수를 하고, 그 빈도가 잦아지다가 사고도 치고, 다시 술과 음식을 먹고 미사고, 또다시 구토를 해 위장을 비우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런 모습을 보는 아내 마리안의 심정은 어땠을까. 두 딸의 죽음을 그런 방식을 통해 잊으려 하는 것을 넘어, 완만하게 스스로를 살해하는 과정을 목격해야 하는 아내는.
  그러다가 호프만은, 그에게 치명적인 장면, 스포일러가 될 것이 우려해 밝히지 않겠지만, 하나 남았던 딸 미리얌이 죽기 전에 남긴 돌이키기 어려운 모습을 보게 되고, 호프만은 미리얌이 남긴 흉터를 지우기 위해 자신의 노후를 책임질 옛 친구들의 그림 전부와 미리얌의 흉터와 맞교환한다. 이제 그야말로 펠릭스 호프만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상태. 이때 난데없이 주 체코슬로바키아 네덜란드왕국 대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삼십대 초반의 아름다운 신문기자 이레나 노바. 이이를 얻기 위해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자 네덜란드인인 펠릭스 호프만이 선택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렇게 읽는 것이 <호프만의 허기>를 첫 번째 방법이다.

 

  다른 방법은 펠릭스 호프만 이전에 등장하는 뚱보 프래디 맨시니가 프라하에 있는 헝가리 식당에서 타이어처럼 딱딱한 스테이크 4인분을 해치우는 것으로 시작해 풀어나가는 스파이 물을 추리해가는 것이다. 프래디는 책이 시작할 때 350파운드, 159킬로그램이었다가, 책이 끝날 때는 440파운드, 2백 킬로그램으로 마감하는 말 그대로 대식가의 표본이다. 아내 바비와 이제 다 커서 결혼해 따로 분가한 세 자녀를 두었고, 수영장이 딸린 근사한 저택과 크라이슬러, 닷지, 지프 체로키를 지닌 애국자이며 모범 납세자이자 공화당 지지자. 캘리포니아의 태양 아래 크라이슬러 뉴요커를 운전하다가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때부터 폭식이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렀는데 지금은 단체로 유럽 관광을 온 것. 밤에 느끼는 공복. 그는 호텔에 상주한 경찰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공산국가의 가로등 없는 수도의 거리로 나가 식당을 찾다가 택시 운전사와 깡패에게 뒤통수를 맞고 호주머니를 털리고, 거리를 헤매다가 그만 나중에 미국측 정보원으로 밝혀진 관광객이 납치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하여 샌디에이고의 세탁소 재벌 맨시니 선생은 미국과 체코슬로바키아 사이에 벌어진 첩보 전쟁의 목격자가 되고, 불현듯 이 와중에 이중간첩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미국 정보국은 확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그를 다시 돌려보낸 다음 체코 현지의 이중 또는 삼중 간첩을 미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대사 가운데 한 명을 이용해보기로 하는데, 이 작전의 잘 생긴 책임자 존 마크스는 이미 십여 년 전에 네덜란드의 대사 부인 마리안과 결혼하기 위하여 이혼해버린 적이 있었으나, 대사 부인은 남편의 곁을 지키기로 하는 바람에 끝이 난 경험이 있다.
  이렇게 이중, 삼중 간첩의 복귀를 위한 공작과 이들 사이의 관계 등을 추리하는 스파이물로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

 

  세 번째로 펠릭스 호프만이 작품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탐독하고 숙고하는 스피노자와 작품의 스토리를 연결해보는 것. 그리고 마지막 방법은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구조식을 그려보는 것. 내 평가는 첫 번째 읽기로 별 다섯++, 두 번째는 별 셋, 마지막도 별 셋. 그리하여 평균 별 네 개+. 복잡하지만 재미있는 책이다. 무더운 날 에어컨 틀어놓고 시간가는 줄 모른 채 즐길 좋은 책이다.


 

* 스포일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다 속으로 삼켰다. 깊은 슬픔을 안은 한 인간의 피학성 도피와 타인에 대한 공격적 독설이 독자 마저 슬프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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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8-02 09: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작가 이름이 (영어식으로) 드윈터, 라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

Falstaff 2021-08-02 09:43   좋아요 4 | URL
앗, <푸른 수염의 영주>처럼 첫 아내를 죽이고, 둘째 아내도 죽이려고 드디어 맨덜리 장원의 저택에 데려오는 책의 주인공 말입니까? ^^

새파랑 2021-08-02 1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복잡하다니 고민이 되네요. 내용은 완전 흥미진진 한데요 ㅋ 드윈터 하니까 저도 생각나네요 ^^

Falstaff 2021-08-02 10:28   좋아요 3 | URL
앗, 고민하실 필요 없습니다. 재밌습니다. 복잡해지는 거 같으면 살짝 넘어가도 좋습니다. ㅋㅋㅋㅋ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발설하지 않은 게 많다는 거, 감안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ㅎㅎㅎㅎ 아, 먼저 읽으면 언제나 여유롭습니다!!!

coolcat329 2021-08-02 11: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리뷰입니다. 😚

Falstaff 2021-08-02 12:12   좋아요 3 | URL
기꺼이 낚이셔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바람돌이 2021-08-02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여러가지 방법으로 읽을 수 있는 책 정말 좋아요. 오늘도 새로운 작가와 새로운 책을 담아갑니다. ^^

Falstaff 2021-08-02 16:27   좋아요 0 | URL
ㅎㅎㅎ 복잡한 작품은 날 선선해진 담에 읽는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