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엘 소코로 - 5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역시 커피 맛은 ˝여유˝에 있다. 일요일부터 고소해 맛나게 즐겼다. 오늘은 좀 빨리 출근하느라 밥 먹고 숭늉 삼아 후루룩 쩝쩝, 바쁘게 들이켰더니, 이건 뭐 물 탄 소주 맛이다. 역시 기호품은 여유있게 폼잡고 차근히 즐기는게 제일 맛나게 마시는 방법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olcat329 2021-06-16 17: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편한 마음으로 그 순간을 느껴야 맛이 좋아요. 커피도 급하게 마시면 배아프더라구요.

Falstaff 2021-06-16 19:44   좋아요 1 | URL
그죠, 그죠! ㅋㅋㅋㅋ
 
이해할 차례이다 민음의 시 266
권박 지음 / 민음사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박. 원래 이름은 권민자. 1983년생이 어디 가서 제 이름은 권민자라고 해요, 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2021년에 스무 살 먹은 미국 아가씨가 대고모나 작은 할머니 이름도 아니고 말이지, 어디 가서, I'm Dorothy, 라고 하는 것처럼 심히 쪽팔려, 탁, 창씨創氏와 더불어 개명改名을 하려 했다. 시절이 21세기. 창씨는 1940년대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어서, 21세기에도 주로 여성주의자들이, 환경운동가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 ‘양이원영’ 같은 이가 대표적으로, 아버지 성 바로 뒤에 어머니 성을 합해 창씨를 하곤 했는데, 여성주의에 관심이 많은 권민자도 마찬가지로 엄마의 성씨를 뒤에 이어 만든 '권박'을 앞에 놓고, 이름을 뭘로 할까, 궁리하다가, 그냥 ‘권박’으로만 했단다. 지금은 장가들어 아이 아범이 된 내 큰아이가 고등학교 시절에 중국에서 온 아가씨와 연애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아가씨 아버지가 중국인 등씨고, 어머니가 남쪽 한국인 류씨라서, 아버지가 아이의 이름을 ‘등류’라 지었다고 했다. 그래 나한텐 권박이란 이름이 하나도 낯설지 않게 읽혔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떤 이유로 권박의 시집을 골랐느냐 하면, 요즘 출간되는 시집의 파편화된 단어와 개별성, 낯설고 기괴한 시어가 끔찍할 정도로 피곤하여, 이런 시들을 피할 목적으로 언뜻 떠오른 아이디어가 무엇이었는가 하면, 우리나라 현대 참여시의 대표자 가운데 한 명인 김수영, 이 시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탄 시집, 또는 시인이 낸 것이라면 그래도 조금은 이해할 수준이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김수영 정도면 깊게 공감을 주며,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최고 난도의720도 회전 옆차기 같은 공격을 퍼붓지는 않을 터이니까. 딱 이런 이유 하나로 구입했다. 나도 미쳤지. 그렇게 생각했다면 우선 한 권 사 읽어보고 다음을 기약해야 할 터인데,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는 안태운이란 시인의 시집을 또 한 권 사놓고 다음 주 화요일에 독후감을 올릴 예정이니, 미치진 않았다 해도 제 정신은 아닌 듯싶다.
  하여튼 이런 과정을 거쳐 권박의 《이해할 차례이다》를 읽은 감상은, 오죽했으면 이이의 이름 지은 내력이 낯설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했겠는가를 염두에 두시면 되겠다. 바로 어저께 정유정의 엽기 발랄한 잔혹 무비 <7년의 밤>을 읽고 독후감을 쓴 다음에 또 《이해할 차례이다》를 읽으니 쉬운 얘기로, 돌겠다, 미치겠다, 까무러치겠다, 사까닥질 하겠다. 예를 들어, <안토르포파지 (anthropophagy)>라는 시의 일부를 인용한다. ‘유사有史 및/또는 선사先史’라는 뜻을 갖고 있는 전문용어 anthrophophagy는 ‘안트로포파지’라고 읽어야할 듯한데, 하여튼 시인은 ‘안토르포파지’라고 우리말 제목을 썼다.

 


  설탕으로 만든 해골과 두개골을 갉아먹으며 당신은 내 귀에 대고 속삭였지. 모피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고양이에게 고양이 고기를 준 파리의 어느 모피상 이야기, 들어 본 적 있니?

 

           *

 

  당신은 내 넓적다리와 가슴과 뇌장을 식초에 뿌려 먹을 거라고 한다.
  당신의 사람인 나는 내 눈동자와 혀와 불안과 고루와 절망과 심장을 잠 속에 넣었다.

 

  고양이를 낳는 태몽을 꾼 다음 날의 나는 손톱 같은 시간처럼 녹아내렸다.
  그 시간 안에서 당신은 할퀴고 물어뜯는 소문이고 나는 어찌할 줄 모르는 소문이다.

 

  (중략)

 

  나치의 수용소 안에서 어떤 수감자가 어떤 수감자의 인육을 먹을 때의 표정을 당신과 나의 관계라고 볼 수도 있겠다. 나치의 눈을 피해 어떤 수감자의 뼈와 피부를 파헤치는 어떤 수감자의 피골이 상접한 알몸이 당신과 내가 나눈 사랑의 모습이기도 하다. 가시철조망에 걸려 있는 시체 같은 태몽이 나를 붙였다.  (후략 110~111쪽)

 

 

  당연히 모든 시가 이렇지는 않다. 권박의 트레이드마크는 페미니즘이라고 한다.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직후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당시의 남성과의 대결이나 남성혐오, 과격한 적대적 페미니즘과는 다른 페미니즘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시집을 읽어보면 주로 앞쪽에 배치된 시들을 중심으로 권박 특유의 여성주의적 시가 보인다. 이이는 페미니즘, 주로 빅토리아 시대 이전/이후 소설가, 시인들과 관련된 것들로 시작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자신이 지금 어떤 시대, 대상에 관하여 노래하고 있는지 독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시인이 채택한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길고 긴 주석이다. 이렇게 길고 긴 주석은 평론집에서도 읽은 적이 없을 듯하다. 그래 차마 인용할 수 없어 문명의 이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보여드리고자 하니, 시 한 편을 위한 주석을 구경하며 우리 함께 놀라보자.

 

 

   이렇게 열두 쪽이 시 한 편에 관한 주석이다. 그럼 시는 어떻게 생겼느냐고? ‘기상관측소’, ‘공동체의 (미)완성’, ‘비극 : 형평성의 탄생’, ‘거절 : 세련된 방식의 삿대질’, ‘그러니까, 왜, 나는 없는 이름입니까?’, ‘피의 책’이란 여섯 개의 소단위로 이루어진 일곱 쪽에 이르는 시로 제목을 <마구마구 피뢰침>이라 했다. 이걸 다 인용할 수는 없고 처음 두 단위만 옮겨보기로 하자.

 


  마구마구 피뢰침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고드윈 셸리(들)에게

 

  기상관측소

 


  이번에는 기상관측소입니까?
  기상관측소는 신의 의도를 기록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벼락을 꽉 붙잡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짜깁기한 197개의 심장에, 나의 뇌를 피뢰침 삼아, 다시 벼락을 덧대어, 처음의 흉측함과 만난다면, 흉측함의 흉측함으로써,

 

  묻겠습니다.
  “아직도 공동체의 완성은 보호받는 여자인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동체의 (미)완성

 


  천사는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데
  악마도 입 안에만 있어야 했는데

 

  집 안에 있는 천사는 왜 집 밖으로 나가면 천사가 아니게 되는 겁니까?
  집 안에 있는 악마는 왜 집 밖으로 나가면 더 끔찍한 악마가 되는 겁니까?

 

  형평성이 탄생했습니다.  (후략)


  주석을 읽지 않고도 이 시가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지 감이 잡히시나? 나는 아니었다. 주석을 읽고 나서야 아, 이런 얘기구나, 라고 즉각 알긴 하겠는데, 그러면 뭐 하러 시를 쓰나. 차라리 논문을 쓰지. 라는 생각도 아주 조금은 들었다. 하긴 시도 진화를 한다. 그걸 내가 따라가지 못했을 뿐. 나 같은 둔한 독자를 위해 좀 친절한 시인들도 아직 있기는 하지만 권박은 아닌 거 같다. 김수영 문학상도 마찬가지고. 아이고, 참 시 읽기, 더 솔직하게 말하면, 시 읽어주기 힘들다. 더는 못 읽겠다. 오늘 현재 책꽂이에 꽂혀 내 눈길을 기다리고 있는 시집만 다 읽으면, 나도 내게 맞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시들만 읽겠다.
  시인들이여, 잘났다. 내가 졌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나리자 2021-06-15 1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시 한편에 대한 주석이 산문 수준이네요!!

Falstaff 2021-06-15 10:46   좋아요 6 | URL
19세기 이전의 여성 작가들, 메리 셸리 모녀 부터 브론테 세자매,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및 이후 여성 작가들까지, 당시의 여성 차별, 교육을 당한 것을 망라합니다. 새로운 것을 알 수도 있지만 본문에도 썼다시피 (조금도 비꼬는 말이 아니고요) 차라리 논문, 아니면 적어도 산문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시의 주석 대신에 말입죠.
이러니 시를 잘 모르고 그저 애정으로 시 좀 읽어볼까, 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배겨낼 도리가 있었겠습니까. 흑흑흑.....

새파랑 2021-06-15 11: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라면 뭔가 배경지식이나 해설 없이 읽고 나서 뭔가 느껴지는거라 생각했는데 ㅎㅎ 감정의 압축적 표현? ㅋ 뮌가 다양성 측면에서는 괜찮다고 생각은 듭니다^^ 다만 저에게는 어렵게 보이네요 ㅜㅜ

Falstaff 2021-06-15 11:28   좋아요 5 | URL
ㅋㅋㅋ 바로 위에 ˝기상관측소˝는 메리 셸리가 쓴 <프랑켄슈타인> 분위기가 팍 납니다. 권박은 벼락의 전기자극이 만들어낸 흉측함, 괴물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라 메리 셸리라는 ‘여자‘ 소설가, 모든 것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여자였던 것입지요.
시라는 장르는 급격하게 전문화된 거 같습니다. 에구, 모르겠습니다, 저도요. ㅋㅋㅋ

hnine 2021-06-15 1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골과 두개골은 같은 말 아닌가요?
인용하신 첫 싯구는 광우병을 비유한 것 같아보이네요.
난해하지만 동시에 관심도 가요.

Falstaff 2021-06-15 20:26   좋아요 2 | URL
뭐 해골하고 두개골.... 복수형 아니겠습니까. 설탕으로 만든 바가지 두 개 말입지요.
시가 길어서 전문을 인용하지 못했는데, 광우병은 아닌 걸로 읽었습니다. 광우병, 구제역, 조류독감, 이 비슷한 동네는 원로 김혜순이 이미 꽉 잡고 있어서 감히 새까만 후배가 숟가락 올리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비겁하다! 모르겠다고 얘기한다....고 짱돌 던지셔도 뭐 어떻하겠습니까. 맞아야지요. ㅎㅎㅎ)
아, 전 계속 뇌 굴리다가 다 소진되어 이젠 기브-업, 입니다. 에휴....

coolcat329 2021-06-15 18: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시가 정말 어렵습니다. 저는 교과서 시도 천천히 읽어야 조금 와닿는 수준인데 정말 무슨 말인지 어렵네요.

Falstaff 2021-06-15 20:27   좋아요 3 | URL
ㅋㅋㅋ 그러면 저처럼 각오를 하시면 됩니다.
니들이 시인밖에 더 되냐! 잘 먹고 잘 살아라! 난 안 읽겠다!
이게 독자의 유일한 권력인데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

붕붕툐툐 2021-06-16 0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 한편을 위한 주석을 사진으로 올리신 목적대로 저도 아주 많이 놀랐습니다~;;;;;;
전 패쓰! 할게욧!ㅎㅎ

Falstaff 2021-06-16 07:37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저는 놀라다가, 놀라다가, 자빠졌답니다.
전 당분간, 사 놓은 거 다 읽고요, 완전 패쓰~ 할 겁니다.
씨... 읽(어 주)나 봐라!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유정도 검색을 해보니 1966년생으로 2007년, 마흔두 살에 등단했다. 그러니 입심 하나는 특별할 수밖에. 특이한 이력이 있다. 기독간호대학을 졸업해 간호사 경력이 있을 뿐, 문학창작 관련해 특별한 수업을 받지 않았다. 광주 전남을 연고지로 하는 해태 타이거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열혈 팬이란다. 행운이 아니라 노력이겠지만 글을 써서 응모하면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5천만 원, <내 심장을 쏴라>로 1억 원의 상금을 채집한다. 요새 기타소득세가 얼만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으로 1%, 주민세 0.1%, 합해서 1.1%. 그걸 제외하고 몽땅, 그러니까 1억 4,835만 원을 현금으로 받는 기염을 토한다. 세율은 정확하지 않다. 창피하지만 나도 한때, 199x년에 받아본 적 있는데 얼마였나 하면 98만 9천 원. 와, 그새 인플레라니(농담이다).
  정유정의 작품을 소개한 걸 보니까,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은 영화로 만들어 평단의 혹평을 받은 바 있고, <종의 기원>은 시나리오 작업 이후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단다. 내가 정유정이란 이름을 알게 된 것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광고가 쏟아진 덕에 <종의 기원>이란 책 제목이 머리에 박혀서였구나. 하여튼 영화로 만든 두 편 가운데 하나만 대박을 쳤어도 정유정은 노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다. 관객 수에 따른 러닝 인센티브로 계약하는 것이 보통이니까 말이지. 이제 겨우 단 한 작품을 읽고 정유정이 어떻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정유정을 더 읽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 그냥 한마디 하면 잘 쓰는 대중소설가랄까. 아아, 잠깐. 난 대중소설을 우습게 여기지 않는다. 단지 나하고 맞지 않아서 안 읽겠다는 것뿐이다. 돈 벌 수 있는 대중소설과 배고픈 순소설 가운데 나한테 하나만 골라 “쓰라고” 하면 당연히 돈 왕창 벌 수 있는 대중소설을 선택할 테니까.

 

  처음 화자로 등장하는 인물이 최서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최서원←최순실←최필녀. 하필이면 국정농단 사건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대통령 탄핵에 불씨를 붙인 인물과 동명이인일 건 뭐람. 하긴 내가 읽은 책이 초판 45쇄, 윽, 4쇄도 아니고, 5쇄도 아니고 45쇄? 영화는 혹평을 받았을지언정 인세 하나만 가지고도 대박이 났겠다 싶은데, 초판이 2011년. 최순실 등장 전이니 같은 이름은 팔자 탓이다. 하여튼 화자 최서원은 7년 전인 2004년 9월 12일 새벽, 나이 열두 살 때, 꼭대기에 오르면 저 멀리 득량만의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전라남도 가상의 지역인 세령호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이 모두 정리되고, 파란 셔츠를 입은 형사의 손을 뿌리치는 순간, 일제히 카메라 섬광을 뿜으며 사진을 찍히는 장면을 회상하고 있다. 빛의 바다에 홀로 섬이 된 상태, 열두 살의 서원이 아저씨라고 불렀지만 아무 혈연이 없는 안승환이 다가와 서원의 손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쥐어주고는 어쩔 수 없이 이별하고 만다. 안승환은 이후 책이 끝날 때까지 서원의 수호천사로 등장하는 선역. 전문 스킨 스쿠버로, 아버지와 삼 형제 모두 속칭 ‘악어’라고 불리는 잠수 일을 했는데 주로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시신을 건져주고 그걸로 먹고 살았다.
  최서원의 아버지 최현수. 미치광이 살인마로 알려진 흉악범. 베트남에 파병되어 팔 하나를 잃은 구척 거구의 최상사가 낳은 2남 1녀의 장남. 어려서부터 술만 마셨다 하면 솥뚜껑만 한 손으로 처자식 두드려 패는 걸 취미로 삼은 개귀신 집구석의 장남으로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동생들의 기대, 희망이라는 큰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야 했다. 아버지가 수수밭 한가운데 파놓은 우물에 빠져 죽고 몇 년 후부터 심각한 신경성 질환을 앓아야 했는데, 이 질환은 우월한 신체조건으로 열두 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야구선수로는 치명적 종말을 맞게 만든다. 초장에 소개가 되니 스포일러는 분명 아닐 터. 최현수는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의 목을 비틀어 살해하고, 여자아이의 아버지를 몽치로 때려죽인 다음, 자신의 아내마저 같은 무기로 때려죽인 것도 모자라 강에 던져 버리고, 또다시 댐의 수문을 개방해 경찰 넷과 한 마을주민의 절반을 수장시켜버린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작가 정유정이 해태/기아 타이거즈의 열혈 팬이란 건 위에서 얘기했다. 그것과 별개로 책을 읽으면 작가가 야구를 매우 좋아한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을 정돈데, 조금도 비슷하지 않지만 어쩐 일인지 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가보다 한 살 아래로, 예전의 엘리트 코스, 고등학교야구 최고 선수→대학야구 최고 선수→프로야구의 단계를 밟아 한 시절을 풍미했으나 은퇴 후 네 모녀를 살해하고 자살해버린 옛 해태 타이거즈 선수 출신 이ㅇ성을 떠올렸다. 범죄 이야기라서 그랬던 것 말고는 아무런 이유는 없다. 이 책에 거의 전문적인 수준으로 나오는 것이 야구 말고 스킨 스쿠버도 있다. 잠수에 관해서는 119구조대 잠수 교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후기에 적혀 있다. 그래 전문성을 확보하게 됐지만, 야구는 누구의 조언도 필요하지 않았던 수준인데, 아뿔싸, 최현수의 포지션이, 포수다. 그리고 왼손잡이다.
  백 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왼손 포수는 백업 자리에도 있어본 적이 없다. 왼손 포수는 좌타석 타자가 타석에 서 있으면 2루 주자가 3루로 도루할 때 3루로 송구하는데 타자 때문에 애를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야수가 비상시국에 잠깐 포수 자리를 대역하는 거 말고 진짜 왼손잡이 포수는 한 명도 없었고, 없고, 없을 것이다. 왜 자꾸 이 이야기를 들먹이냐 하면, 최현수의 신경성 질환이 왼손을 전혀 쓰지 못하고 그저 덜렁거리기만 하는 부착물 수준으로 기능을 떨어뜨리는 현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게 자신의 외팔이 아버지 최상사로부터 물려받은 신체손상이 아니라, 내적으로 가지고 있는 극한의 폭력성과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왼팔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를 상당한 메타포로 읽을 수 있는데, 왼팔 대신 오른팔 잡이로 했어도 충분했을 텐데 왜 그랬을까. 혹시 작가도 이런 것을 알고 일부러 왼손 포수를 설정했을지도 모른다. 왼손 포수용 글러브. 즉 오른손에 끼는 포수 글러브를 기억하시나? 셀린저가 쓴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한 방 탁 터뜨리는 소도구로 출현한다. 거의 쓰이지 않는 물건. 그러나 어찌 될지 모르니 구비 해놓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에라, 나도 모르겠다.
  하여튼 야구 은퇴 후 생활력 강하고 악착같은 아내, 엄처시하에서 거의 루저 수준으로 되는대로 사는 최현수는 현재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 중에 식수원이기도 한 세령호의 보안팀장으로 자진해 발령이 난다. 그래 이틀 전에 살 집을 먼저 봐두려고 서울에서 출발했다가, 선수 생활을 했던 광주에서 옛 동료가 운영하는 소주방을 들러 소주 몇 병을 마시고 한밤에 엄청난 거구가 경차 마티즈를 타고 과속을 하해 세령호에 도착했고, 짙고 짙은 안개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흰 실크 블라우스를 원피스처럼 입은 열두 살 소녀 오세령을 치고 만다. 벌벌 떨리는 몸으로 세령을 안고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어디선가 인기척이 나고, 중상을 입은 세령이 “아버지”라고 신음하자 조용히 시키기 위해 왼손으로 입을 막는 과정에서, 워낙 힘이 장사인 최현수는 살해의 의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 세령의 목을 부러뜨려 죽여 버리고 만다. 그 후 현수는 음주운전, 면허정지, 일산의 아파트 구입, 아내, 아들 최서원 등이 머릿속을 휙휙 날아다니는 와중에 자신의 알량한 삶을 통째로 버릴 수 없다는 자각이 세령을 호수 속에 빠뜨려버리게 만든다. 이후 그를 닥치는 끔찍한 신경증.
  반면 세령호 인근의 막강한 지주의 아들인 치과의사 오영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기질을 동시에 지닌 미치광이 성향의 머리 좋고 돈 많은 인물. 오영제는 최현수가 딸 세령을 죽인 것을 알아냈으면서 경찰에 제보를 하는 대신 사적인 복수로 결말을 보고자 한다.

 

  정말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서스펜스와 스릴과 폭력이 넘친다. 대개 폭력과 범죄 스토리엔 에로틱한 장면이 장식처럼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데 아쉽게도 야한 장면은 나오지 않으니 애초에 기대하지 마시라. 나처럼 김칫국 들이켜고 이 쑤시고 싶지 않으면. 게다가 거참, 왜 이리 묘사가 사나운지. 사나운 걸 초월해서 끔찍하고 잔인하다. 꿈속에 나올까 겁날 정도. 굳이 적나라하게 쓰지 않아도 독자들은 충분하게 알아차릴 텐데 작가는 친절하게도, 열두 살 먹은 오세령의 버릇을 ‘교정’하겠다는 교육적 목적으로 아버지 오영제가 무남독녀 외동딸을 지도했던 결과, 코뼈가 부러졌고, 입술이 터졌으며, 앞니, 그것도 영구치 몇 개가 와장창 뽑혀버린 것이니, 아무리 치과의사 아빠라서 그까짓 뽑힌 앞니보다 훨씬 어여쁜 임플란트를 해 넣어줄 수 있다고 해도 피로 칠갑을 한 열두 살 소녀의 얼굴을 떠올려 보고 싶겠느냐 이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괜히 읽었다. 나쁜 책이란 얘기가 아니고, 나하고는 진짜 맞지 않는 책이라서. 아 씨. 아직도 찾아보면 드물지만 좋은 아버지들도 아주 가끔은 있는데 요즘 작가들이 선택하는 아버지들은 어째 주변에 널리고 널린 개 썅노무새끼들인지 말이야. 만날 그런 악질 꼰대들만 수집해서 편하게 글 쓸 생각하지 말고, 극도의 소수라서 글쓰기 힘들고 주인공으로 삼기 어렵고 독자들에게 공감을 받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인 그냥 조금은 선량한 아버지들을  골라 용맹정진해 볼 것을 주문하면 욕심일까?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1-06-14 09: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요즘 엄청 핫한 거 같던데(미디어에 전파 타서) 전 이 작가 책 계속 안 읽을 거 같더라고요. ㅎㅎ 전에 <내 심장을 쏴라> 한번 도전했었는데 중간까지 꾸역꾸역 읽다가 걍 반납하고, 안녕~했더랍니다. 폴스타프 님 말씀처럼 저랑 참 안 맞는... 저는 도무지 재미를 모르겠는 그런 작가더라고요.

그나저나 폴스타프 님 등단 작가시군요? ㅋㅋㅋㅋ

Falstaff 2021-06-14 10:17   좋아요 4 | URL
아휴, 저도 정유정은 이 한 권으로 끝입니다. 아무리 헌책을 샀어도 내돈내산을 도중에 던져버리기 아까워서 끝까지 읽었습니다.
ㅋㅋㅋㅋ 제 좌우명이 ˝진로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이고요, 집구석 가훈이 바로 이겁니다.
˝빵이 먼저다!˝
전 절대 배고픈 작가 아닙니다. 진실입니다. 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6-14 1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28>과 <내 심장을 쏴라>
를 읽었네요.

<종의 기원>은 꾸역꾸역 읽다가
결국 못 읽었네요.

<28>은 나름 괜찮았던 것 같은데
굳이 찾아 읽게 되지는 않더군요.

Falstaff 2021-06-14 10:12   좋아요 3 | URL
이이의 책은 애호가들에게는 환영받을 거 같더라고요.

다락방 2021-06-14 10: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유정의 [7년의 밤] 이 책 한 권 읽고 ‘이제 정유정은 안읽어도 되겠다‘ 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저에겐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폭력에 대한 묘사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모럴을 찾아볼 수 없다고 저는 생각했고, 그건 제가 좋아하는 책 타입이 아닙니다.

폴스타프님께서 폭력에 대한 묘사가 너무 지나치다고 말씀하셨는데, 얼마전에 [유퀴즈] 에 나온 정유정 작가가 말하기를, 본인은 묘사를 성의 없이 하는게 싫다더라고요. ‘저기에 시체가 있다‘고 말하는 작가들이 너무 싫고, 거기에 시체가 있다면 독자로 하여금 그 시체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알게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정유정 작가의 묘사에 대한 신념과 집착인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 지점이 저랑 동떨어져 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7년의 밤 이후의 작품들도 계속해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이슈가 되지만 저는 역시 손이 가지 않고요.

아무튼 등단작가 폴스타프 님의 리뷰 잘 읽고 갑니다. ㅎㅎ

Falstaff 2021-06-14 10:38   좋아요 3 | URL
앗, 정유정이 TV에 나와서 상세한 묘사에 관해 그렇게 얘기했군요. 이이가 애로 장면을 쓴 책 있을까요? 상세하게 묘사한? ㅋㅋㅋㅋ
흠. 그렇다면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최현수가 왼손잡이 야구선수이자 포수인 것은 정유정이 타이거즈의 열혈 팬이기는 하지만, 단지 야구에 무식해서 그랬던 거고요. 호밀밭에서 파수보는 꿈을 꾸는 홀든 콜필드가 얘기한 왼손 포수용 글러브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봐야겠습니다.
전 또 무슨 대단한 은유가 있는 줄 알고, 그걸 알아채느라 머리를 짜냈다는 거 아닙니까.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아이고, 이런.

하여튼 전 작가 아니라니까요! 은퇴를 코 앞에 둔 봉급쟁이더러.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6-14 11: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힘들게 읽은 책입니다.
세령호, 세월호...!

마지막 문단에 완전 찬성입니다.
힘들더라도 소수, 선량한 아버지들을 선택해서 글쓰기하라는 주문...!

Falstaff 2021-06-14 11:20   좋아요 3 | URL
그죠, 너무 과한 묘사는, 심지어 발자크라도 힘들어요. ㅋㅋㅋㅋ
선량한 아버지, 근데 너무 과장해서 눈물짜내기 하는 캐릭터 말고요, 걍 흐르는 물같은 아버지도 좀 개발을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

coolcat329 2021-06-14 1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7년의 밤>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28>을 읽고 실망했네요.
묘사와 폭력이 그렇게 과했던가...기억이 안나고 그저 스릴서스펜스가 넘쳤던 기억만 나네요.

Falstaff 2021-06-14 12:25   좋아요 3 | URL
책은, 뭐 다른 것들도 비슷하긴 합니다만,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 다르잖아요. 쿨캣님도, 저도, 윗분들도 다 정상입니다. ㅋㅋㅋㅋㅋ

mini74 2021-06-14 19: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유정 작가님 남편이, 아내가 글쓸때 내조했고, 지금은 인세가 들어오는 통장을 관리하신다고 ㅎㅎ 남편이 부러워하는 남자들. 김은희작가님의 남편 장항진감독님과 장유정작가남편님 ㅎㅎ입니다.
저는 이 분 히말라야 등반하고 쓴 에세이가 재미있었습니다~

Falstaff 2021-06-14 20:12   좋아요 3 | URL
아, 정말 질투납니다. ㅋㅋㅋㅋ
그래도 제가 두 양반의 남편들보다는 잘 사는 거 같아서 안심이 되네요.

붕붕툐툐 2021-06-15 0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다가 던진 책이라 이 작가 작품을 다시 읽을 일은 없을 거 같아요!!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도 폴스타프님이 추천해 주신 읽고 싶은 책만 해도 342권은 될 듯합니다!ㅎㅎ

Falstaff 2021-06-15 08:3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럼에도 정유정은 무지하게 많은 팬을 확보한 작가잖아요.
물론 맞지 않는 작가를 거들떠보지 않을 권리가 독자한테는 있습니닷! ㅋㅋㅋㅋ

제이아이 2021-09-29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책으로 안읽고 돈으로 읽으시네...

Falstaff 2021-09-29 20:40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책보다 돈이 훨씬 더 좋거든요. 제이아이 님은 안 그러신가요?
 
허기의 간주곡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르 클레지오는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해 두 개의 언어를 다 모국어로 하고 있다. 르 클레지오의 <섬>이란 우리말 제목으로 출간한 <검역: La Quarantaine>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 마다가스카르 동쪽 9백 킬로미터 떨어진 먼 바다에 위치한 모리셔스였다. 지금 이름으로 모리셔스 공화국. 영국의 브리스톨 대학과 프랑스의 니스 문학전문대학에 다닌 르 클레지오는, 프랑스에 이어 식민 지배를 하던 영국이 모리셔스에 부당한 물리력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데뷔작 <조서>를 포함해 이후 모든 작품을 프랑스 문자로 써서 노벨문학상까지 받는 세계적 소설가가 된다.
  르 클레지오의 위키백과 내용을 보면 18세기에 선조가 브르타뉴에서 모리셔스로 이주했다고 하는데 독자가 그걸 굳이 알 필요는 없지만 모리셔스에서 살던 집안이 부계인지 모계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는 나오지 않는다. <허기의 간주곡>을 읽어보면 모계는 모리셔스 발음이 확실하게 섞인 이주민 출신이고, 부계는 적어도 한 시절이나마 모리셔스 인근의 프랑스령 레위니옹과 관계가 있던 것 같다. 그러나 소설은 픽션이고, 작가 역시 이 작품이 어머니와의 화해를 위한 작품이지만 허구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왜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하느냐 하면, 이이의 대표작 <황금물고기>에서 주인공이 아프리카를 빠져나와 프랑스 파리에 정착하려 하고, <사막>은 끝내 사막을 벗어나지 못하고 도시의 경계에서 기름종이로 만든 루핑 집에 머물러야 하며, 모리셔스 섬을 향해 출발했지만 배에 전염병이 돌아 방역을 위해 거의 무인도나 다름없는 섬에 하선한 에피소드를 그린 <섬> 등,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아서였다. 물론 프랑스 작가들 가운데 과거 프랑스 식민지 출신 아프리카인이 고향을 떠나 프랑스에 도착하는 이야기를 매력 있게 쓴 작가도 있지만 (즉각 미셸 투르니에의 <황금구슬>이 떠오른다) 르 클레지오는 여태까지 내가 읽은 여섯 편의 장편과 작품집이 <조서>를 빼고 다 아프리카와 연결이 돼 있다. 그러니 작가의 아프리카에 대한, 더 넓게 이야기하면 ‘길’에 대한 집착이 근본적으로 자신의 출생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 르 클레지오야말로 여행광이라고 불려 마땅한 인물이기도 하고. 이 <허기의 간주곡>도 서울에 거주하고 있을 당시 쓴 작품이라 해서 우리에게 관심을 받기도 했단다.

 

  원 제목 <Ritournelle de la faim>을 우리말로 <허기의 간주곡>이라 붙였다. “ritournelle”은 “협주곡의 독주 부분을 앞두고 반복해 연주하는 총주” 또는 “빠른 3박자 무곡”이라고 한다. 반면에 이 단어를 불-한 사전에서 찾으면 “17세기 오페라의 간주곡”이라 나와 있어서 그냥 <허기의 간주곡>이라 쓴 거 같다.
  그런데 우리말 ‘간주곡’은 프랑스어 ritournelle, 또는 이탈리아어 ritornello와는 달리 흔히 오페라에서 장면전환 등의 짧은 사이를 보완하기 위한 ‘interlude'나 ’intermezzo'를 의미한다. 유명한 곡으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을 들 수 있겠다. 사실 ‘ritournelle’를 우리말, 그것도 제목으로 뽑자면 애로가 여간 아니겠지만 독자들은 애로가 있건 없건 신경 쓰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간주곡’은 아니다.
  ‘허기’가 무엇인가. 배고픔이지 뭐. 2002년 한일월드컵 시절에 우리나라 축구감독 거스 히딩크가 늘 말한 “우리는 배고프다.”가 정말로 위장이 비어서 그랬던 건 아니지만(유상철 감독, Requiescat in Pace!), 이 책에서 말하는 ‘허기’는 전쟁 중 물자부족으로 인한 극도의 굶주림, 냄비 속에서 운명을 다한 개와 고양이 때문에 파리 시내에 반려견, 반려묘의 씨가 말랐다는, 이런 굶주림도 있으나, 어린 시절 반드시 지어질 것이라고 꿈꾸었지만 결코 지어지지 않았던 연보라색의 집도, 철없는 아버지 알렉상드르가 꿈꾸었던 사하라 횡단철도 건설 같은 것 등, 특정한 것을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가슴 속에 느끼는 것도 ‘허기’일 수 있고, 죽음의 침상에서 완벽한 슈트와 왁스로 광을 낸 구두를 신은 채 “죽는 게 힘들구나. 오래 걸려…, 너무 오래 걸려.”라고 한탄하는 어진 종조부 솔리앙 씨에겐 죽음마저 허기일 수 있는 것.
  세상 살아가는 일이 다 이런 허기의 연속이다.
  이걸 느낄 즈음, 책 속에선 중요한 음악 하나가 등장한다. 라벨의 <볼레로>. 1928년 무용가 이다 루빈슈타인의 의뢰로 모리스 라벨이 작곡한 스페인 3박자 춤곡. 에필로그와 비슷한 형식을 담은 끝부분에 작가인 듯한 화자의 어머니, 책의 주인공인 에텔 브룅이 니진스키가 안무하고 루빈슈타인이 춤을 춘 초연을 보았단다. 이 현장을 당연하게 보지 못한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연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다 루빈슈타인과 무용수들은 광기어린 열정에 사로잡힌 꼭두각시들이다. 플루트, 클라리넷, 호른 색소폰, 바이올린, 북, 심벌즈, 팀파니, 모든 악기들은 휘어지고, 끊어질 정도로, 질식할 정도로, 현과 소리를 산산조각낼 정도로, 세상의 이기적인 침묵을 깨부술 정도로 팽팽히 긴장되어 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스페인에서 파시스트 프랑코가 내전을 시작할 때부터 2차 세계대전이 ‘적어도 프랑스 땅 안에서는’ 끝날 때까지다. 에텔이 열두 살 경부터 스무 살이 되어 아버지 알렉상드르를 매장하고, 어머니 홀로 파리가 아닌 니스에 남겨둔 채 아버지끼리 레위니옹에서 알고 지내던 영국인 로랑 펠드와 결혼해 캐나다로 떠날 때까지, 아니지, 모르긴 몰라도 에텔과 로랑의 나머지 삶, 이들 사이의 허구적 아들일 수 있는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를 넘어 세상의 모든 인류가 멸종할 때까지 호모 사피엔스는 공복상태를 포함한 숱한 허기를 경험할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한 분기가 될 만한 사건인 전쟁과 학살 등을 겪으면 마치 볼레로의 뒷부분처럼 모든 악기가 다 모여 ‘반복해 연주하는 힘찬 총주: ritournelle'로 '빠른 3박자의 춤: ritournelle’을 추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1-06-11 11: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태어난 곳과 자란 곳, 자신의 뿌리가 되는 땅과 적대적 애증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를 가진 곳에서의 활동 뭐 이런게 다양하게 섞이다 보면 문학작품에 독특한 시각을 부여할 수 있을 수 있을듯해요. 유럽쪽 작가 등 중에 유난히 이런 경력을 가진 작가들이 많은 것과, 미국 작가들 중에 이민자 출신의 탁월한 작가들이 많은게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르 클레지오도 항상 관심작가로만 올려두고 책은 못봤는데 이런 배경을 가진 작가인건 덕분에 처음 알았습니다.

Falstaff 2021-06-11 12:13   좋아요 3 | URL
르 클레지오, 저도 이번에 검색해 알았는데, 번역해 나온 것이 꽤 많더군요.
저도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고향과의 적대적 애증. 멋있는 말입니다.
저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전형적인 서울 깍쟁인데, 이제 서울이 싫습니다.
물론 그래서 만날 술 마시는 건 아니고요. ^^;;

stella.K 2021-06-11 15: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르 클레지오가 노벨상을 받기 전 우리나라에
교환 교순가 해서 잠깐 머문 적이 있더군요.
이화여대에서 강의했던가 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가 <혁명> 출판 기념으로 와서
강연도 하고 사인회도 가졌죠.
저도 사인본을 가지고 있는데 그후 얼마 안있다 노벨문학상을 받더군요.
작가의 책이 좀 어렵다고 해서 아직도 쳐다보지도 않고 있습니다.ㅠ

동향이시네요. 저도 서울인데...ㅋㅋ

잠자냥 2021-06-11 15:43   좋아요 4 | URL
<황금물고기>는 전혀 어렵지 않고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르 클레지오 시작하신다면 <황금물고기> 추천합니다.

Falstaff 2021-06-11 15:53   좋아요 3 | URL
옙. 그랬다더군요. 제주에서도 르 클레지오가 다녀간 카페가 유명세도 타고 뭐 ㅋㅋ
잠자냥 님 말씀마따나 <황금물고기> 대박입니다. 그건 소설 독자 필독서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전 <섬>과 <사막>도 팍 꽂히던 걸요. ^^

독서괭 2021-06-11 16:14   좋아요 3 | URL
오호 황금물고기 주섬주섬...

붕붕툐툐 2021-06-11 17:50   좋아요 2 | URL
황금물고기 주섬주섬 222222

잠자냥 2021-06-11 15: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 님이랑 다부장 님 요즘 허기지세요?
<호프만의 허기>에 이어 <허기의 간주곡> ㅋㅋㅋㅋㅋ 그렇다면 저는 <굶주림>으로 가겠습니다!

Falstaff 2021-06-11 15:54   좋아요 1 | URL
아이고, <굶주림>은 느므느므 궁상스러워요.
그것도 정도가 있지 못 먹어서 머리칼이 뭉텅뭉텅 빠지는 꼴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읽으셔야 허겄습니까. 흑흑.....

잠자냥 2021-06-11 15:5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이미 읽었어요.ㅋㅋㅋㅋ 징글맞은 책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56년 잔나비 띠. 미국 메인 주의 포틀랜드에서 출생.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 <에이미와 이저벨>을 발표한 것이 1998년, 이이의 나이 마흔세 살 때. 이력을 보고 나는 문득 박완서 선생을 떠올렸다. 1931 신미년 양띠. 1970년 마흔 살에 장편소설 <나목>으로 등장해 한 시절을 풍미했던 국가대표 수다꾼. 얼추 가져다 맞춘 것이지만 세상 살아볼 거 거진 다 해보고 나이 들어 글쓰기 시작한 작가들이라서 그런지 글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참 찰지다. 물론 이들이 눈을 모아 바라보는 대상은 판이하다.

 

  스트라우트가 내세운 인물은 은퇴한 시골학교 수학선생. 골격이 크고 기골이 장대해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체격의 여성. 위로 9대 할아버지가 카누를 타고 강을 거슬러 자리 잡은 포틀랜드 인근의 크로스비 마을에서 태어나 자라고, 헨리 키터리지와 혼인해서 외아들 크리스토퍼를 낳고, 키우고, 답답한 남편과 살면서 복장 터지는 세월을 지내다 어영부영 나이 들어 퇴직하고, 더 늙어가는 올리브 스트라우트. 크로스비 마을의 유일한 중학교에서 가장 무서운 선생으로 악명이 자자했으나 학생들이 무서워하는 만큼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았던 건 무뚝뚝한 친절이 이이의 근본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말을 한 마디 해도 퉁명스러운 단어들을 효과적으로 조합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어딘지 모르게 타박한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것들로 골라서 하는 게, 아무래도 버릇 같은데 이런 성향이 늙어갈수록 더 해가는 경향이 있다. 아무렴. 늙으면 늙을수록 세상에 원망스러운 게 많아진다고 하니. 예를 들어볼까. 강변을 따라 잘 포장해 놓은 산책로. 가는 데 3마일, 오는 데 3마일. 합해서 매일 아침 6마일. 70대 노인으로는 결코 짧지 않은 거리인 9.7 킬로미터를 눈이나 비, 또는 모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매일 걷는 걸 습관으로 하고 있었다가, 하루는 눈꼴 신 하버드 출신의 재수없는 공화당 지지자인 배불뚝이 노인 잭 케니슨이 길바닥에 누워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그래 올리브가 가까이 가서 허리를 굽혀 노인의 새파란 눈을 바라보고 얘기하는 첫 마디가 이렇다.
  “당신 죽었소?”
  어쩌면 좋아. 외모는 다음으로 하고, 말하는 품새나 생각하는 거나 딱 빼다 박은 중년과 노년 사이의 우리나라 여자를 한 명 아는데, 방귀가 나올 거 같으면 출근하느라 밥 먹고 있는 남편 식탁에까지 달려와 시원하게 뀌는 이다. 남편 옆에 와야 방귀도 시원하게 나온다면서. 누구냐고? 안 알려줌. 역자 해설을 보면 작가가 먼저 올리브를 만들고 보니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 페이지마다 등장시키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연작 형식을 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이리 이야기한다고 해서 연작소설 《올리브 키터리지》가 수다스럽고, 경쾌하고, 에너제틱하리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그것도 큰 오산이다.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이제 인생의 석양에까지 와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 인간살이에 관한 쓸쓸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노년의 주변에 관한 노인들의 심리상태를 절묘하게 묘사한 책이다. 올리브가 비록 외모나 성격, 언어 사용에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있으나, 피부색과 성적 기호에 관한 편견에 관한 한 도시 노인들보다 훨씬 개방적이다. 물론 공화당과 부자백인남성에 관한 편견은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지만. 세상엔 70억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들이 다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다.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만나 커플을 이루고, 이들이 아이를 낳아 가족을 이루고, 가족들이 올망졸망 모여 친척과 동네를 만드는 것. 이들 사이에 상호간의 자기장이 있고, 개성에 따라 자기장의 세기가 달라 사람들 사이에 서로 갈등하고, 오해하고, 믿거나 비웃고, 호감이 생기고, 이것들을 다 합해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는 건 다 비슷하다.
  그리하여 이 책은 기본적으로 그냥 사는 이야기.

 

  스트라우트가 생각하는 가족은 뭘까. 사랑한다고 착각해서 서로 몸을 부딪고 결혼을 해 두 명 다 스스로 지옥의 구덩이로 들어간다. 1930년 더하기 빼기 2, 3년생으로 보이는 올리브 키터리지 세대는 결혼생활 내내, 여성도 경제생활을 할 경우마저 더 과도한 가사노동의 의무가 주어지고 대신 바가지 박박 긁을 수 있는 권한 역시 확보한다. 부부는 서로가 모르고 있기를 바라며 다른 여성이나 남성을 흠모하기도 하지만 적절한 견제를 하거나 가정의 유지를 위해 모른 척 지나기기도 한다. 이게 1970년대식이었다. 서로를 향한 웬수 상태로 숱한 세월을 보냈음에도, 어느 순간, 이게 사랑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고 또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뜨면 곧바로 지옥이 다가올 거라는 걸 깊이 인식하게 되고, 둘 가운데 한 명은 어김없이 이 지옥을 구경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한 세상이 왔다가 유전자를 전하고, 간다.
  올리브의 자식 세대는? 이 세대가 작가와 비슷한 연령대로 보인다. 이들은 만나자마자 화르륵 불타오르고 생각난 김에 즉각 결혼해서 사랑 한 번 진하게 한 후, 또다시 화르륵 불같은 싸움 한 번으로 이혼해버리고 두 번째, 세 번째, n번째 결혼을 저지르는 유목민의 삶. 마음을 둘 정처 없는 대도시 지향으로, 전쟁을 겪은 완고한 부모(세대)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를 지우지 못하고 앙금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간단히 얘기하면, 사실 간단하게 말한다는 게 거칠게 단정한다는 거하고 비슷한 말이지만,  무뚝뚝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덩치 큰 노인 올리브의, 누구나가 다 공감할 수 있는 회상과 안타까움과 아쉬움과 질투와 위안을 얻기 위한 안간힘 같은 것을, 매우 감각적인 문장으로 써내려감으로써 더욱 더 공감할 수 있게 마련한 뷔페다.
  첫 번째로 실린 <약국>은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올리브와 헨리 키터리지 부부와 아들 크리스토퍼를 중심으로 이후에 등장할 인물들이 은근히, 그냥 지나치듯 소개하고 있다. 올리브의 아버지는 우울증을 심하게 앓다가 입천장을 향해 권총을 발사해 생을 마감했고, 아버지의 우울증 유전자 일부가 아들 크리스토퍼에게 전해졌을 수도 있다는 걸 마음 속으로 걱정하고, 약국을 운영하는 남편 헨리가 유난히 종업원 데니즈에게 정을 주는 것이 매우 아슬아슬하다고 신경을 쓰는 반면, 매일 자신과 아들을 학교에까지 태워 왕복해주는 동료교사 짐 오케이시를 향한 미묘한 끌림, 그것을 넘은 호감 이상의 것을 즐긴다. 짐 오케이시가 운전 중에 가로수를 정면으로 박아 죽어버리자, 부부 침대에 누워 짐 오케이시를 위해 눈물을 펑펑 흘리는 올리브에게 헨리는 이렇게 묻는데,
  “올리브, 당신, 날 떠나지 않을 거지, 그렇지?”
  올리브는 얼른 수건에 손을 닦으면서 대답한다.
  “아, 또 무슨 소리야, 헨리. 사람 참 지겹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니까.”
  이들 중 적어도 한 명은 벌써 알고 있었다. 배우자가 세상을 뜨면 자신 앞에 곧바로 고독이라는 이름의 지옥문이 열린다는 것을.

 

  사람 사는 이야기의 분식. 야박한 말 같지만, 문학이 별 거냐. 사는 이야기를 분식, 메이크업 하는 일이 문학이지. 사는 모습에서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순간을 포착해 채집하고 이를 적절하게 메이크업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위대한 별은 아니지만 밤하늘에 잔잔하게 빛나며 오래 떠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1-06-10 09: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국가대표 수다꾼^^
찰지다!...

Falstaff 님의 글을 읽는 이유?!
재밌어요~

잔잔하게 빛나는 별,
이건 제가 고전문학을 얘기할때 쓰던 말인데...ㅋ

Falstaff 2021-06-10 09:36   좋아요 4 | URL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고전을 잔잔한 별이라 하시는군요. 전 대개 30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는 작품들을 그렇게 얘기합니다.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6-10 10:44   좋아요 2 | URL
항성으로 표현하죠!^^

잠자냥 2021-06-10 09: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부장님께서 선물해주신 올리브 책이 2권이나 있는데 저는 왜 아직 시작을 못하고 있을까요? 흠... 잔잔하게 빛나는 별 같은 폴스타프 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ㅋ

Falstaff 2021-06-10 09:41   좋아요 4 | URL
아이고, 오늘은 또 잔잔한 별이군요. ㅋㅋㅋㅋ
전 올리브는 이 한 권으로 종을 치려 합니다만...

잠자냥 2021-06-10 09:45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ㅋㅋ 다 부장님이 극찬하는 이 작가 폴스타프 님은 한 권으로 종치려고 한다니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아직까지 손이 안 갔던 걸 보면... 음.... ㅋㅋㅋㅋ)

stella.K 2021-06-10 09: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캬~마지막 문단이 참...!
너무 잔잔해서인지 전 좀 지루해는데
다시 붙들어 봐야겠어요.^^

Falstaff 2021-06-10 09:49   좋아요 5 | URL
마지막을 잘 썼다는 말씀이시죠? 그죠? ㅋㅋㅋㅋ 으쓱으쓱. 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6-10 11: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국가대표 수다꾼! ㅋㅋㅋ 폴스타프님 글은 정말 쫀득쫀득하군요. 중년과 노년 사이 그녀, 알 것 같지만 모른 척하겠습니다.^^ ‘잔잔하게 빛나는 별‘에 공감 꾸욱. 그러나 저는 한 권으로 만족할 수 없어 몇 권 더 읽고 싶은 독자 ^^

Falstaff 2021-06-10 11:3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오늘은 제가 비행기 타는 날인가 봅니다.
아오, 이렇게 칭찬 받으니까 막 몸이 간질간질하니 따끔거리기도 하고 에휴...
고맙습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1-06-10 15: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 올리브는 이것으로 종치기에 [다시, 올리브]가 더 좋은데 말입니다!!

다락방 2021-06-10 15:18   좋아요 3 | URL
아 마지막 문장에 공감합니다. 위대한 별은 아니지만 밤하늘에 잔잔하게 빛나며.....
전 그 잔잔하게 빛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반짝반짝 작은별 아름답게 빛나네..아니 비치네..였나? 킁.

Falstaff 2021-06-10 16:14   좋아요 2 | URL
ㅋㅋㅋ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아주 많고요. <다시 올리브>는 당장 말고요, 이 책이 기억에서 조금 가물거릴 때 날을 한 번 잡아보겠습니다.
이 책도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즐거움을 줄 것 같은데 더 좋다고 하시니 걍 넘어가기 쉽지 않네요. ㅎㅎㅎㅎ

coolcat329 2021-06-10 19: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폴스타님 글을 재미있게 읽는 한 사람으로서 저도 작가 생년을 보면 꼭 띠를 생각하고 급기야 이젠 만세력에 넣어 사주팔자까지 찾아봅니다 ㅋㅋㅋㅋㅋ
처음에 결혼하고 시할머니께서 잔나비해에 아이를 낳으라고, 그래야 재주가 많다고 하셨는데 저는 ‘잔나비가 뭐에요?‘라고 여쭈었죠. 잔나비하면 꼭 그 때가 떠오릅니다. 스트라우트도 잔나비띠군요 ㅎㅎ

이책은 제작년인가 제 생일에 저 자신에게 선물한 책으로 마지막 올리브가 마지막에 절절하게 생각하는 그 장면이 너무너무 슬프면서 인상적이엇어요.
젊은사람들은 모른다. 이 늙고 주름진 몸뚱이도 얼마나 사랑을 갈구하는지...이런 내용이었죠...
역시 문학은 사람사는 이야기네요.

Falstaff 2021-06-10 20:14   좋아요 2 | URL
으핫! 제가 쓰는 글이 재미가 있다고요? 오메.... 고맙습니다. 꾸벅.
만일 그렇다면 아마도, 서평이 아니라 읽고 느낀 감상을 적는 독후감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ㅋㅋㅋㅋ
뭐 또 아니라면 어때요, 재밌으면 장땡이지요!!!

근데... 늙어서 사랑을 갈구하는 건 맞을 거 같은데요, 그게 어떤 형태인지는 저도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확실하게 알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7-07 1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 당선 완전 축하드립니다~!! 나중에 별 다섯개 짜리 책좀 소개해 주세요 ^^

Falstaff 2021-07-07 20:30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근데 ‘당선‘은 좀 언어 인플레 같습니다. 얼핏 들으면 팔자 고친 거 같아서요. 걍 ‘선정‘ 정도가 편하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7-07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Falstaff 2021-07-07 20:30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mini74 2021-07-07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새파랑님 의견에 동의! 축하드려요 ~~

Falstaff 2021-07-07 20:3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초딩 2021-07-07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이하라 2021-07-08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