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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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받아 오늘 아침에 내려 마시고 출근. 예상외로 좋음. 고소한 맛과 약한 산미가 으뜸. 흠, 조만간 더 사 먹어야지. 바리스타 아내도 만족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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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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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베팅 업체에서 누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될까 하는 사이트를 개설한 바, 캐나다의 추리/미스터리, 페미니즘 작가인 마거릿 애트우드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공동 3위의 낮은 배당률을 기록했다.

 뭐 대한민국의 시인 고은 역시 다른 세 명과 함께 공동 6위로 랭크되어 배당률에 의한 선정 가능성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세계적으로 이름이 난 작가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애트우드, 하면 근래 <시녀 이야기>와 <증언들>의 연작으로 장안 을지로 인쇄골목의 종이 값을 대폭 올려놓은 바 있으나, 나는 <눈먼 암살자>로 이이를 처음 읽었던 바, 그거 딱 한 권 가지고 팬이 되리라 작심을 해버렸다. 그렇다고 졸졸 따라다니면서 나오는 책마다 족족 읽어 해치운 수준은 아니고 이후 <시녀 이야기>, <도둑 신부>, <고양이 눈>에 이어 이번에 겨우 다섯 번째 애트우드를 읽은 것에 불과하긴 하지만.
  일단 애트우드의 책을 한 마디로 하자면, 재미있다. 재미야말로 소설문학을 즐기는데 제일 중요한 요소 아닐까. 전에 읽었던 것들과 달리 1996년 작품인 <그레이스>는 1843년 토론토에서 있었던 엽기 살인사건을 소재로 가져왔다. 그럼 책 이야기를 해보자.
  북부 아일랜드의 신교도로 감리교회 목사를 하다가 교회 운영비에 관한 수상한 집행의 혐의로 목사직을 박탈당한 전직 목사가 있었는데, 딸, 아들, 딸을 두었다. 큰딸은 집안이 그래도 괜찮을 때 건실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해 잘 살았는데, 두 번째부터 거덜이 나서 아들은 신대륙과 구대륙을 왕복하는 선원을 한다고 집을 나가 이후 전혀 소식이 없다. 작은 딸은 아일랜드 사람들 눈에는 가시 같아 보이는 잉글랜드 출신의 석수장이로 생긴 건 멀쩡한데 하는 일이라고는 애 만드는 일하고 돈 생기면 술 퍼먹는 일밖에 없는 날건달에게 시집을 갔다. 이 석수장이는 목사님 둘째 딸과의 사이에 무려 열세 명의 아이를 만들었으니, 이 가운데 살아 있는 게 아홉이요, 일찌감치 고단한 세상 마감한 것이 셋이고, 나머지 하나는 조용한 출생still born을 선택했다.
  석수장이 일도 일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근데 때마침 아일랜드에 기근이 닥쳤으니 무려 열두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살아갈꼬. 그래 큰이모와 후덕한 이모부의 도움으로 하루 하루 살아가다가, 이모부 댁에서도 하루 이틀, 한 명 두 명이지 어떻게 하고 한 날 열하나의 군식구를 봉양하겠느냐고. 그리하여 신대륙으로 이민을 권했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잉글랜드 출신 아버지는 누더기를 걸친 처자식을 데리고 이민선 삼등실에 몸을 뉘었던 거다. 그런데 그리 많지도 않은 나이에 열세 번이나 출산을 겪은 엄마가 아기집에 그만 종양이 생겨,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쥐들이 어슬렁거리는 배 밑창에서 밤새도록 복통을 호소하다가 그만 세상을 뜨고 말았다. 큰딸 그레이스의 가방 속에는 집에서 가져온 낡은 린넨과 이모가 이별선물로 준 깨끗하고 좋은 린넨 천이 있었고, 그레이스는 이미 죽은 엄마도 자식들에게 좋은 린넨을 남기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해 낡은 린넨으로 숨을 거둔 엄마를 싼 다음에 빙하가 둥둥 떠다니는 차디찬 대서양에 엄마를 수장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북아메리카. 캐나다. 애초부터 처자식에게 별 애정을 보이지 않던 아버지는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육갑을 하시느라고 돈은 하나도 벌어오지 못해 아이들을 만날 쫄쫄 굶기면서도 자기만 어디 가서 떡이 되게 술을 마시고는 소위 ‘주취폭력’을 자식들에게 가하기 시작했다. 불과 조금 후 가정폭력이 상습화된 무능한 아버지를 피하고, 얼마 되지는 않지만 자신도 돈을 벌기 위해 그레이스는 하녀로 들어가기로 결정을 한다. 당시 하녀로 들어가 돈을 웬만큼 모은 다음 건실한 청년을 만나 시골에 작은 집을 짓고 가축도 몇 마리 기르면서 조금씩 가세를 확장하는 것이 이민 온 가정의 딸이 밟는 코스였단다. 그래 친절한 부자 올더먼 파킨슨 저택에서 월급을 1달러 받기로 하고 잔심부름을 했고, 월급날만 되면 아버지가 쳐들어와 삥을 뜯으려 했으나 그레이스는 25센트만 주고는 했다. 동시에 자기보다 고참인 ‘메리 휘트니’라는 절친을 만나 메리가 죽을 때까지 깊은 우정을 쌓는 행복을 누린다. 하녀 신분이라고 행복이 없는 건 아니니까.
  그러다가 메리가 죽은 다음, 어떻게 죽는지는 알려드리지 않겠지만, 몇 번의 이주를 거쳐 월급 3달러를 받기로 하고 리치몬드 근방의 시골에 있는 토머스 키니어 씨 댁의 하녀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 집에는 안주인이 없고 자신을 영입한 하녀 출신 가정부, 쉽게 말해 여성 집사인 낸시가 안주인 대신 집안일을 주관하고 있었다. 흠. 19세기 중반에 다른 집의 두 배(1달러→1달러 반→3달러) 수준에 달하는 월급을 받는 하녀. 유럽 작가들의 많은 작품 속에서는 주로 집주인의 아직 성숙하지 않은 아들이 자연스레 성적 접촉을 경험하게 되는 대상이 주로 하녀들이었던 터라 아랫것들 대하는데 별로 허물이 없는 키니어 씨가 처음부터 좀 수상하긴 했지만 결국 그레이스를 상대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니, 왜 그런고 하면, 이미 낸시 몽고메리 양이 주인님의 침대 봉사를 담당하는 대신 가정부 주제에 심지어 순금 귀고리까지 달고, 멋진 드레스에 기타 부속 의류까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아지 버릇을 남 줄 수 있나. 아직 열여섯 살이 채 되지 않은 그레이스. 아버지 닮아 곱게 생긴 외모에, 그래도 목사님의 손녀딸이라 예절도 바르고, 손까지 매워 일도 잘 하니 예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이런 와중에 모난 돌 하나가 벌써 이 집에 들어와 있었으니 전직 사병私兵 출신 삐딱이 제임스 맥더모트. 주인님 키니어 씨가 새로 온 하녀 그레이스를 조금씩 귀여워하기 시작하니까 침대 봉사하는 낸시가 기분이 좋을 리 없을 것. 게다가 맥더모트는 사람 자체가 뻣뻣하니 매사에 삐딱이라 벌썬 눈 밖에 나 언젠가는 해고할 것임이 분명했는데 여기에 눈치 없는 낸시가 날이 갈수록 그레이스를 핍박하기 시작한다. 맥더모트 자신도 그레이스의 어린 몸에 욕심이 없는 바는 아니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낸시와 키니어 씨를 살해하고 현금과 귀중품을 챙겨 미국으로 도망가 결혼하자고 제의했고, 위협적은 맥더모트의 말에 그저, 불만이 있는 상전들에게 하녀들이 자주 그러하듯이 그러자고, 절대 실행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로 죽여버리자고 동의를 했는데, 정말로 맥더모트는 낸시의 머리통을 도끼로 팍 찍은 다음 피가 철철 흐르지만 아직 숨이 넘어가지 않은 낸시의 목을, 하필이면 그레이스의 손수건 또는 스카프로 졸라 죽인다. 이어서 외출하고 돌아온 주인님 키니어 씨의 가슴에 엽총을 발사해 살해하고 지하 창고에 쑤셔 넣은 다음, 계획대로 귀중품을 챙겨 주인의 말과 마차를 타고 밤새 토론토로 달려 새벽 다섯 시에 힐튼 호텔에 도착, 종업원들을 깨워 아침을 먹는다. 날이 밝자 배를 타 호수 건너 미국 땅에 도착해 여인숙에 방을 두 개 얻어 따로따로 자다가 새벽에 캐나다 리치몬드에서부터 따라온 추격팀에게 붙잡혀 토론토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맥더모프는 즉시 교수형, 그레이스는 최초로 사건을 수임 받은 법정변호사의 전략적 변호로 무기징역을 받아 목숨을 구하는, 당대의 엽기 사건이었단다.
  이게 1843년에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다. 시간이 흘러 1859년, 정신병원을 거쳐 그리스 신전 양식으로 킹스턴에 신축된 교도소에 입감된 그레이스는 맵찬 손끝으로 바느질과 재봉, 하여튼 그런 방면에 대단한 솜씨를 발휘하고, 수감생활 역시 타의 모범이 되던 바, 낮에는 교도소장의 집에서 침모 역할을 하고 밤에는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 잠만 자는 행운을 얻게 된다. 여기에 지역 목사를 위시해 킹스턴에서 방귀 좀 뀐다는 부인네들을 주축으로 그레이스의 사면을 위해 진정서를 넣기 시작하는 일단의 집단이 생겨, 유럽에서 정신병리학을 전공한 의사이자 남자 주인공인 사이먼 조던 박사를 초빙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조던 박사는 아름다운 그레이스 양을 자기가 원하는 날의 오후에 몇 시간씩 마주 앉아, 물론 방문은 열어놓은 상태로, 어렸을 때부터 사건이 벌어질 때까지의 모든 것을 듣고, 이를 메모해 정리한 다음, 진짜로 그레이스가 살인에 가담을 했는지 아닌지를 판별하려고 한다. 여기서 그레이스는 침착한 태도로 바느질을 하면서 바늘땀을 쉬지 않고 차분히 자신의 모든 것을 밝히며 무죄를 주장하는데, 바로 이게, 여태까지 앞에서 떠는 모든 건 다 곁가지에 지나지 않고, 그레이스가 진짜로 자신이 주장하는 것처럼 적어도 살인에 관해서 무죄인지, 아니면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이걸 밝히는 과정이, 찐이다.
  물론 그레이스가 진짜로 낸시의 목을 조르는 맥더모트를 도와 함께 교살에 가담을 했는지 아닌지, 나는 죽어도 알려드리지 않겠다. 진짜다. 지금 누가 내게 달려와, 그레이스가 죽였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라고 목에 칼을 들이밀고 알려달라고 해도 난 그럴 수 없다. 아 글쎄 진짜라니까. 하나만 말씀드리지. 그레이스가 사십대 중반, 한 마흔네 살 가량 되었을 때 정말로 사면을 받아 미국으로 이주해 나름대로 편안한 인생 후반을 누린다는 거. 이 정도야 말해드릴 수 있지. 나머지는 알아서들 생각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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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0-0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메리가 죽은 다음, 어떻게 죽는지는 알려드리지 않겠지만‘

에서 웃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도 읽어볼래요. 큰일났네. 리뷰 읽을 때마다 책은 잔뜩 사두고 이걸 다 언제 읽나요.

잠자냥 2020-10-08 09:39   좋아요 1 | URL
이거 증말 재미나요. 꼭 읽으세요. 폴스타프 님 말처럼 애트우드 여사는 정말 재미 하나는 보장입니다. 아니 뭐 다른 것도 다 보장이지만 ㅋㅋㅋㅋ

Falstaff 2020-10-08 09:4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다 읽으셔야 왜 제가 목에 칼을 들이대도 알려주지 않으려 하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님은 버~얼써 알고 계시고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0-08 09:52   좋아요 0 | URL
샀어요 방금전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0-0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1.5번 읽었는데 제가 내용을 많이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Falstaff님 글을 읽으며 확인했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전 <미친 아담 3부작>을 좋아합니다. 오늘 아침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도둑 신부>구요.
마거릿 애트우드님 노벨상 타시길 기원합니다!!

Falstaff 2020-10-08 15:10   좋아요 0 | URL
엉엉엉.... 반차 내고 치과 갔더니 어금니 뽑고 임플란트 하래요! 벌써 몇 개 째야 이거. 흠. 나이가 몇 갠데 좀 차분하게 답글 쓰겠습니다.
<도둑신부> 죽이게 재밌습니다. 재미만 보면 이 책보다 훨 더 합니다. 탁월한 선택입니다!!!!!
저는 코맥 맥카시가 명단에 든 거 보고, 와, 노벨 문학상도 이젠 그만 하지, 싶었답니다. 극혐 작가 가운데 한 명인데 와.... 그래서 제가 아마추어인줄 모르겠지만요. ㅋㅋㅋㅋㅋ
저는 희망사항이, 매릴린 로빈슨이예요! 정말 멋있는 이모님. ㅎㅎㅎㅎ

단발머리 2020-10-08 15:21   좋아요 0 | URL
Falstaff님~~~ 저도 치과를 싫어하지만 자주 가는 입장으로서ㅠㅠ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잘 치료받으시기 바래요.
그리고, 제가 가까운 사람이 코맥 맥카시를 좀 좋아해서요. Falstaff님이 싫어하시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ㅎㅎㅎㅎㅎㅎ

Falstaff 2020-10-08 15:24   좋아요 0 | URL
아휴, 그건 읽어보셔야 해요. 엽기. 전 사람이 순진하고 착해서 엽기 잔혹은 극혐이랍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20-10-08 15:37   좋아요 0 | URL
아아아.... 글쿤요. 아직 코맥 맥카시를 읽지 않은 스스로를 칭찬해야 할까요?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20-10-08 17:00   좋아요 0 | URL
코맥 매카시 좋아하는 제가 여기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저는 코맥 매카시의 문장들을 너무 좋아해요 ㅠㅠ 그래서 막 이것저것 사두었는데 언제 나머지를 다 읽을지 모르겠어요. 내친김에 코맥 매카시를 읽어볼까봐요. 여전히 좋은지 말입니다.

저 도둑신부 되게 재미없게 읽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아주 오래전에요.
이것도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아이참 뭐 이렇게 읽을게 많아 ㅠㅠ

Falstaff 2020-10-08 17:18   좋아요 1 | URL
으.... 근데 다락방 님 좀 엽기 기운이 있으신 건 맞죠? ㅋㅋㅋㅋ
전, 으아, 총질하고, 그것도 모자라 신체 절단하고, 아이고, 정말 억지로 억지로 끝까지 읽었는데요. ㅎㅎㅎㅎ
도둑신부, 두 번 읽기는 좀 그렇잖을까 싶습니다. 걍 참으세요. ^^

syo 2020-10-08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궁금했던 건데, 이런 글을 내리 파바바박 쓰시는 건가요? 전 책 덮는 순간 망각이 시작되서 소설 리뷰를 쓸 수가 없어요 ㅠㅠ

소설왕 폴스타프님 부디 비결을 전수하옵소서....

잠자냥 2020-10-08 18:47   좋아요 0 | URL
메모하시면서 읽는대요 (소곤소곤)

Falstaff 2020-10-09 08:10   좋아요 3 | URL
ㅎㅎㅎ 영업비밀인데 들켰네요,
등장인물의 관계도 그림만 하나 그려놓으면 나중에 생각이 다 납니다. 연관관계는 관계도 아래에 작은 글씨로 써보세요.
중요한 거 하나. 전 읽다가 무릎을 탁, 치는 멋있는 문장은 절대 메모 안 해요. 나중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거 써먹을까봐요. 세상 싫어하는 게 그래서 필사입니다.

stella.K 2020-10-09 16:58   좋아요 0 | URL
멋지시군요. 무릎을 탁, 치는 멋있는 문장은 절대 메모 안하시고,
필사를 안하신다니!
저는 팔이 아파서 못하고 있는데 꼭 해야하나 희의하고 있었습니다.
명쾌하시네요. 저도 안 할랍니다.ㅋ

Falstaff 2020-10-09 19:11   좋아요 1 | URL
에그, 뭘요. 그냥 그렇게 사는 거지요.
하여튼 전 필사 반대합니다. 신o숙, 이 여자가 필사로 인생 삑사리 낸 대표적인 사람일 겁니다. 에휴.... 사는 게 뭔지, 참.

coolcat329 2020-10-08 2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제가 폴스타프님 글 읽고 사다놓은 책이 지금 한 뭉치인데요 그 중 알지도 못했던 메릴린 로빈슨도 있죠. 근데 빨리 읽지도 못하는데, 또 마가렛 애트우드가 이리 재밌다하시니 등에서 땀이 나네요. <시녀이야기>만 읽어 봤는데 네 참 재밌었어요.

Falstaff 2020-10-09 07:23   좋아요 1 | URL
근데 매릴린 로빈슨, 정말 재밌죠? 아니, 재미라기 보다 아휴, 그 쓸쓸함이라니. 요즘 같은 가을에 친짜 어울리는 작품들입니다. ^^

coolcat329 2020-10-09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어봤지만 이 가을에 진짜! 어울리신다니 11월에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

Falstaff 2020-10-09 21:28   좋아요 1 | URL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노베첸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최정윤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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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우연하게 표지 그림이 촌스러운 <이런 이야기>를 사서, 정말 별 기대 없이 읽은 후에 무릎을 탁, 치고 나서 단박에 이이의 다른 작품을 검색해 <비단>도 읽었다. 이어서 여간해 선택하지 않는 ‘얇은 책’ <노베첸토> 마저 찾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바리코의 유혹적 글쓰기에 매료되었나보다. 19세기 말에 토리노 근방의 시골 진흙바닥 한 가운데에다 자동차 정비소를 세운 파르리 씨의 아들 울티모 파르리가 자동차가 아닌 ‘길’을 탐색하는 한 평생을 그린 아름다운 소설 <이런 이야기>, 최상의 누에알을 얻기 위해 남프랑스에서 오스트리아를 거쳐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시베리아 스텝지역과 바이칼 호를 지나 아무르 강을 따라 드디어 태평양과 만나면 여기서 다시 네덜란드 밀수꾼의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이시카와, 도야마, 나가타, 후쿠시마, 사라카와라에 도착해 다시 배를 타야 도착하는 섬까지 일 년에 한 번 왕복을 해야 하는 역마살 낀 인간 에르베 종쿠르의 이야기인 <비단> 역시 ‘길’이 중요한 매개물이었다. 이번에 읽은 <노베첸토>는 아예 부르주아 상류층부터 가난한 이민자들을 싣고 유럽과 아메리카를 왕복하는 배 버지니아 호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배에서 내리지 않는 ‘대니 부드먼 TD 레몬 노베첸토’ 이야기 역시 평생을 ‘바다’라는 ‘길’ 또는 ‘물의 유동성’이란 운동이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왜 바르코는 자기 소설에서 이렇게 번번이 길에 집착할까, 또는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까. 혹시 길, 그것을 따라 걷거나 말을 타거나, 배나 차를 타고 가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일과 비슷해서 그런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20세기가 시작되는 1900년의 보스턴 항구. 승객들이 모두 내린 버지니아 호의 일등실 연회장 그랜드피아노 위에 푸른 색 잉크로 ‘TD 레몬’이라고 인쇄된 상자 안에 이제 낳은 지 열흘이나 됐을까 한 갓난 사내아이가 울지도 않고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누워 있는 것을 필라델피아 출신의 엄청난 거구 흑인인 대니 부드먼이 발견해 마치 자신의 아이처럼 키우기로 결심을 한다. 누구의 아이일까? 1900년, 유럽에서 밀려드는 가난하고 임신한 엄마가 악취가 코를 찌르는 삼등 객실 안에서 낳기는 낳았지만 낯선 땅에서 도무지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아서 아이를 상자에 담아, 누가 데려가 키우더라도 이왕이면 부잣집 마나님이 키우라고 일등실 전용 연회장의 피아노 위에 올려놓았을 터. 선원 노릇 일박이일 하는 게 아니라서 그 정도는 일반 상식이지만 대니 부드먼이 직접 아이를 발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피부색은 다르지만 진짜 자신이 아버지인 듯한 기분도 들고 그래 자기 이름을 앞에서 붙인 후, 상자 속 인쇄된 ‘TD 레몬’을 합해 아이를 ‘대니 부드먼 TD 레몬’으로 해놓고 보니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아, 제일 뒤에다가 20세기를 뜻하는 이태리 말, ‘노베첸토’를 얹어 아이의 이름을 ‘대니 부드먼 TD 레몬 노베첸토’라고 정해버린 내력이다.
  이날부터 정확하게 8년 2개월 11일 후에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배위에서 커다란 구조물이 쓰러지며 대니 부드먼의 등을 후려 갈겼고, 3일 후에 노베첸토는 두 번째로 고아 상태가 되어 버린다. 애초에 노베첸토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서류 적的 증명 한 장 없는 터이라 이번에 아이를 사우샘프턴에서 하선시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배려하고자 했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순간 아이는 사라져버린다. 어디 갔을까. 22일 동안 배 안을 샅샅이 수색해도 아이를 찾을 수 없어 결국 실족했을 거란 결론을 내리고 슬픔에 빠진 선원들이 리우데자네이루로 향하고 있을 때, 이틀 뒤 한밤중, 선원들은 처음으로, 노베첸토가 발을 달랑거리면서 자기가 최초 발견된 그랜드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갑자기 들리는 피아노 소리에 잠에서 깨어 나이트가운 차림으로 객실에서 쏟아져 나온 온갖 VIP들 가운데 미국의 유명 보험회사 사장 사모님은 나이트크림 위로 눈에서 흘러내린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단다.
  이로부터 20년 후, 인생에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트럼펫 연주뿐이던 화자 ‘나’가 빅토리아 호의 밴드 멤버로 승선한다. ‘나’의 나이는 열일곱. ‘나’는 대니 부르먼 TD 레몬 노베첸토와 점점 친하게 지내, 이 작품 <노베첸토>의 가장 화려한 장면으로 다가간다. 폭풍우가 거센 밤, 빅토리아 호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비틀거리며 복도를 배회하고 있다가 급기야 길을 잃어버릴 찰나, 슈트를 입고 완벽하게 안정된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온 노베첸토에 이끌려 예의 일등실 연회장에 입장한다. 피아노 앞에 앉은 노베첸토는 ‘나’에게 피아노의 바퀴 고정용 죔쇠를 풀어달라고 부탁하고, ‘나’는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기어이 죔쇠를 풀고 만다. 이어 자기 옆자리에 ‘나’를 앉힌 노베첸토는 큰 파도가 닥쳐 배가 기울 때마다 휙, 휙, 미끄러지는 검은 범선, 그랜드피아노를 지휘하는 선장처럼 꿈같은 연주에 골몰한다. 피아노가 중력에 이끌려 좌르륵 굴러 벽에 부딪힐 것 같은 순간, 마치 무언의 명령에 따라 그렇게 되는 것처럼 반대 방향으로 확 쏠려 바퀴를 굴리고, 또 다른 방향으로 굴리기를 몇 차례, 피아노와 우리는 하나가 되어 정신 나간 발레리노처럼 음울한 왈츠에 맞춰 춤추고 있던 것이다. 그러다가 드디어 어느 순간 통유리를 향한 돌진이 멈추어지지 않아 이 검은 범선, 검은 발레리노의 왈츠는 끝맺게 되고, 노베첸토와 ‘나’는 극도로 화가 난 선장에 의하여 아래층 기관실에 유폐당해 내려가며 킬킬킬 웃고 있다.
  버지니아 호에서 태어나 배 안에서 한 평생을 보내는 사내, 대니 부르먼 TD 레몬 노베첸토의 한 살이를 아름다운 문장과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알레산드로 바리코. 피아노 여든여덟 개의 건반으로 여태까지 없었던 음악을 연주한다는 착상까지는 누구나 가능하겠지만, 어떻게 폭풍우 부는 배에서 피아노의 고정용 죔쇠를 풀 생각을 했을까. 아이디어가 놀랍다.
  혹시 그랜드피아노를 이용해 담뱃불을 붙이는 방법을 아시나? 잘 하면 라면 한 봉지 정도는 끓일 것도 같은데. 정답은 책에 나와 있으니 궁금하시면 직접 읽어보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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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랜드
줄리언 반스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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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랍게도 줄리언 반스의 데뷔작이다. 이 책을 써서 그의 나이 서른다섯에 서머싯 몸 상을 받고 작가로서의 자신감을 얻었다고, 역자 신재실은 책의 해설을 통해 말한다. 동시에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처럼 읽히는 완벽한 성장소설. 주인공 잭 크리스토퍼 로이드의 1963년, 1968년, 그리고 1977년을 그리고 있다.
  1963년. 화자 ‘나’이기도 한 크리스는 열여섯 살. 쌍안경을 목에 걸친 ‘나’는 노트와 필기구를 든 절친 토니와 함께 국립미술관에 가서, 그들이 좋아하는, 반다이크가 그린 말에 탄 찰스 1세의 초상화 앞에 빨간 레인코트를 입은 중년 부인이 의자에 앉아 넋을 읽고 감상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으로, 30년 안에 세계 영문학을 주름잡을 청년 작가 줄리언 반스의 데뷔작은 시작한다. 줄리언 반스와 존 파울스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로 일부러 이들의 작품을 검색해 찾지는 않지만, 검색을 했다가는 한 번에 다 사서 읽어볼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책을 고르다가 눈에 띄면 일언이폐지하고 일단 사고 보는 이들이다. 이번에도 헌책방에 들렀다가 여태 읽어보지 못한 반스가 눈에 보이기에 주저 않고 집어 들었는데 아이쿠, 이이의 데뷔작이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는가.
  ‘나’와 토니는 구석진 곳에 놓여 있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소파에 앉아, ‘나’는 망원경으로 이 부인을 묘사하면, 토니는 그것을 받아 적는다.
  “도킹? 아니면 백셧? 마흔다섯에서 쉰 정도. 구매자들이 반품한 상품. 기혼, 자녀들. 더 이상 그녀를 집안에 처박아두지 않음. 표면적 행복, 내면적 불만.”
  위의 인용이 빨간 레인코트을 입은 중년부인에 대한 셜록 홈스 식 분석의 결과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서 바지 앞섶이 책상모서리에 닿기만 해도 불쑥 발기가 되는 열여섯 살 최 극성 사춘기 소년이 정말 이런 묘사를 해서, 그 노트가 반스의 서랍에 남아 있어 그걸 찾아 썼을까, 아니면 책을 발표한 서른네 살(상은 발표 1년 후에 탔다.)의 반스가 도킹 아니면 백셧에 사는 중년의 부인을 떠올리며 썼을까? 나는 서른네 살의 반스에 만 원 건다. 나 역시 열여섯 살이었을 시절도 있고 서른네 살이었던 때도 있었다. 열여섯에 저렇게 쓸 수 있으면 말이 필요 없는 천재, 그러나 천재가 그리 흔한가, 어디.
  ‘나’와 토니는 전형적인 문과형 소년들. 당연히 이들과 반대쪽에 있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 아이들은 ‘나’와 토니가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수학의 특별 수업을 두 개 씩이나 더 듣는 괴물로 보였을 터. 이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거쳐 은행에 대리로 근무하게 될 거라고 단정한다. 물론 1977년, 14년이 흘러 서른 살이 되어 다시 만난 이들 가운데 은행 대리는 한 명도 없었지만.
  하여튼 ‘나’ 크리스 로이드와 토니는 일찌감치 미술, 음악, 문학, 특히 프랑스 문학과 언어에 관심이 많아 온갖 감각적인 상태에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 엄마가 만든 양면코트, 한 면은 빨간 색, 다른 면은 흑백의 체크무늬로 지어 어느 쪽으로도 입을 수 있게 만든 코트가 있었는데, 빨간 코트 상태일 때 주황색 나트륨 등 아래를 지나갈 때 코트는 빨간 색을 잃어버리고 회색으로 변한다는 걸 발견, 주황 더하기 빨강은 회색이란 결론을 내린 후 이를 확신한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이건 14년 후, 이제 어른, 이라기보다 성인이 된 후에도 변한지 않을 진실이기 때문. 14년이 흐르는 동안 “누구나 사는 동안 한 번 / 잊지 못 할 사랑을 하고 / 잊지 못할 이별도”해서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린 느낌도 실감했으며,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 지금 행복한 것이 아니라면 세상에 행복함이란 없을 것 같은 서른 살이 되었을 때, 그동안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것은 이거, 나트륨 등 아래에선 빨간 코트와 입술과 손톱이 갈색으로 보이는 거 하나 뿐이란 거다. 신을 믿지 않았던 소년들에겐 색깔은 최종적 가치이며 순수이어서 이것마저 어른들과 관리들이 마음대로 주무르기를 원치 않았었음에도.
  이들, ‘나’와 토니는 자신들이 젊기 때문에 절대 선으로 착각을 한다. 거의 모든 젊은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자기들과 다른, 불과 생각 하나가 다른 모든 연령대의 선배들을 비난하는 귀여운 시절을 거치지만 자신들의 이런 치기가 귀엽다고는 절대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니 더 귀여울밖에. 그러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 불문학을 전공하면서 파리 유학을 하는 시절이 딱 하필 1968년. 파리의 1968년은 말 그대로 격동의 세월이었다. 요점은 ‘나’가 증권거래소가 소실되고, 파리국립극장이 점령되고, 비양쿠르가 점거되어 탱크가 밤새 독일국경에서부터 굉음을 내며 파리로 진군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던 5월 내내 그곳에 있었다는 거다.
  하지만 영국 청년이 본 1968년의 파리는 학생들이 너무 멍청해서 제 갈 길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좌절했으며, 체육시설의 부족 때문에 폭동진압 경찰과의 싸움에 몰두하는 현상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단다. 스물한 살의 ‘나’는 비트 쇼몽의 원룸에 싼 방을 얻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다가 파리 체류 한 달 만에 카페에서 로렌스 더럴을 읽고 있던 애닉이란 프랑스 여성을 만나고, 즐거웠으며,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한 다음, 만나러 갈까 말까 잠깐 고민하고 두 번째 만나, 드디어, 세기적인 기적이여, 드디어 총각 딱지를 뗀다. 1968년 5월 25일 밤. 그러면서 ‘나’는 독자에게 묻는다. 왜? 이상한가? 남자가 자기의 동정을 잃은 날을 기억한다는 것이? 여자들은 정확하게 기억한다는데, 남자라고 기억하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는가.
  정말? 여자들은 자신의 동정을 없앤 날을 정확하게 몇 년, 몇 월, 며칠이라고 기억하고 평생을 사나? 나는 한 번도 여자였던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거 신기하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모든 여자가? 좋다, 양보해서 90퍼센트 이상의 여자들이 기억을 한다고? 우와. 여태 몰랐네.
  하여튼 파리에서 총각 딱지를 떼고, 공부를 하고, 잊지 못할 연애도 하고 실연도 당하고, 다시 이번엔 ‘잊지 못할’이 아니고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는 ‘나’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이제 성인이 되어 런던의 메트로랜드로 돌아온다. 그동안 세상은 변했고 ‘나’도 변했으며, 무엇보다 ‘나’가 생각하는 방법 역시 훨씬 성숙해졌지만 그만큼 변질된 것도 사실이다. 그게 세월인 것을 어찌하랴. 삶인 것을. 여태 열여섯 시절과 흡사하게 생활하는 토니. 그는 적어도 ‘나’가 보기엔 여전히 불안하다. 변하지 않아서. 세상에 정답이 어디 있겠나. ‘나’처럼 사는 것도 한 세상이요, 토니처럼 정관을 절제해버리고 평생을 자유스럽게 사는 것도 한 세상인 걸. 독자인 내가 보기에 크리스나 토니나 다 거기서 거기다. 둘 다 잘 살았고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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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9-28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있습니다! ㅎㅎㅎ
열린책들에서 나온 줄리언 반스 책 가운데 절판된 책이 꽤 많더라고요.

암튼 이 책 커버 벗기고 책등 한 번 보셨어요? <메트로랜드봐>라고 되어 있을 텐데 ㅋㅋㅋㅋㅋㅋ
증거 사진...
https://blog.aladin.co.kr/socker/8237959

Falstaff 2020-09-28 09:3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이 포스트 읽은 기억 납니다. 그때도 웃느라 허리가 끊어졌는데, 정작 이번엔 그걸 몰랐네요. ㅍㅎㅎㅎ
집에 가서 저도 한 번 더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절판 또는 품절된 반스의 책은 우리나라 거의 최초의 반스 전문가인 신재실 선생하고 계약이 삐긋거린 거 같습니다. 심지어 신재실 선생이 반스보다 나이가 더 들었거든요. 이런 책이 한 둘이 아니예요. 에휴....

Falstaff 2020-09-28 20:13   좋아요 1 | URL
와, 정말 있어요, 있어!!!
메트로랜드봐! ㅋㅋㅋㅋㅋㅋ
저절로 생각나는 초인 가운데 한 명, ㅋㅋㅋ 나만 바라봐! 공중부양의 달인. ㅋㅋㅋ
 
포옹가족 대산세계문학총서 158
고지마 노부오 지음, 김상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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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5년에 중부 일본에서 태어나 1941년에 도교국제대학 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하고 중학교에서 교사를 하다 징집, 중국 동북부, 즉 만주 지방으로 파병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나도 고지마 노부오의 작품은 처음 읽어볼 뿐만 아니라 이이의 이름도 ‘도쿄국제대학’이란 학교 이름만큼 신기해 위키피디어 등을 뒤져보니 그리 큰 정보는 나오지 않는다. 전후 일본 문학에서 꽤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소설가이며, 도쿄 메이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했다는 거. 위키 백과에선 이이가 일찍이 니콜라이 고골, 프란츠 카프카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1960~70년대 작가치고 이 세 소설가에게 영향 받지 않은 사람 있으면 세 명만 대보라고 하고 싶다. 그리하여 결론 내기를, 일본 국내에서는 명성도 있고 문학적 성가도 있을 수 있지만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동감하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작가, 정도로 알고 말기로 했다. 근데 도쿄국제대학이란 학교가 정말 있어? 궁금해마지않아 구글 검색해보니까, 있기는 있지만 신주쿠와 가와고에 시에 걸쳐 있는 학교로 1965년에 설립되었다는데? 고지마가 졸업한 학교는 아닌 모양이다. 혹시 몰라, 전쟁 때 폭탄 맞아 문 닫았다가 20년 만에 다시 열었는지. (확인해보니 '도쿄제국대학(東京帝國大學)'을 '도쿄국제대학'이라고 잘못 쓴 거다. 문학과지성사에 알려줘야겠다.)
  <포옹가족>은 도쿄에 있는 한 콩가루 집안 이야기다. 미와 씨 가족. 구성원은 주인공이자 영문학자이며 은근히 돈도 많은 미와 슌스케, 그의 아내 도키코,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아들 료이치, 중학교에 다니는 딸 노리코, 그리고 집에 들어온 후 점점 집이 지저분하게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중년의 가정부 미치요. 흠. 이 작품이 나오고 55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는 점잖게 가정부 미치요를 ‘미치요 씨’, 라고 부르기로 하자. 미치요 씨, 이 집안을 미치게 만드는 최초의 단추를 누른 인물이니 충분히 ‘씨’라 불릴 자격도 있다.
  아내 도키코가 미와 씨보다 두 살이든가 연상이다. 예쁘지는 않지만 큰 골격에 시원시원하게 생긴 여사는 남편한테 단단하게 삐친 것이 있으니, 전에 일 년 동안 미국에서 연수를 받을 때, 미국 측에서 동부인해도 된다고 했던 것을 미와 씨가 아내의 의견을 그냥 무질러버리고 혼자 떠났던 것에 앙심을 품은 게 아직 덜 풀렸을 듯한 분위기. 짐작 하시리라.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지만 60년대 초반의 일이니 일본에서도 이런 일은 아내가 결정은커녕 의견개진도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여간 이젠 역전이 되어 슌스케가 아내에게 단 둘만의 여행을 떠나자고 제의를 해도, 당신처럼 재미없는 사람하고 뭐 하러 여행을 가겠느냐, 하고 타박을 하고, 얼마 전에 면허증을 땄으니 자동차나 있으면 전 가족이 자동차 여행이나 했으면 좋겠는데 그러더라도 함께 자동차 여행을 떠날 사람은 조지, 미치요, 료이치, 노리코를 태우면 자리가 없을 터이니 남편은 집이나 지켜야 할 팔자라고 싹 입을 닦는다. 물론 아직 자동차를 구입하지도 않았지만 차가 있더라도 말이지.
  어라? 조지? 조지가 누군가 하면, 가정부 미치요 씨가 알고 지내는 미군 군무원 헨리 씨가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영어로 가르쳐줄 겸, 외국인 친구 역할 좀 해달라고 해 승낙을 받았으나 일찍이 존 웨인과 같은 기병대 출신이라고 뻥을 친 헨리 씨가 그만 병이 나는 바람에 조카인지 뭔지 하는 젊은이 조지를 헨리 씨 대신 아이들 친구 겸해 미와 집에 기숙을 시키고 있었던 거다. 일본인들이 워낙 예의가 깍듯한지라 미군기지 병원에 입원한 헨리 씨에게 병문안을 가기로 해서, 당연히 가정부 미치요 씨가 앞장을 서고, 슌스케와 도키코, 그리고 조지가 뒤를 좇았다. 어떻게 하다가 슌스케가 얼핏 조지의 가슴팍을 쳐다보니 넥타이가 암만 봐도 도키코가 사준 것 같아 왠지 좀 망연자실 해진 경험이 있었다. 그것 뿐 아니라 늦은 시간에 조지로부터 전화가 와 슌스케가 받자 멀리 있던 도키코가 득달같이 달려와 수화기를 사납게 낚아채며, 이건 료이치에게 온 전화이니 당신은 신경을 끄라면서 과민반응을 일으키기기도 했지만, 저게 미쳤나 왜 이리 심하게 화를 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하면서 사케 한 잔 마시는 걸로 정리를 한 적도 있었다.
  슌스케가 책 출간 일 때문에 2주 만에 적지 않은 번역비와 함께 귀가했을 때는 도키코가 외출 중이었고, 아이들도 다 학교에 가서 딱 혼자 있게 되었다. 이때 미치요 씨가 은근히 슌스케에게 접근해 뭐라 하느냐 하면, “선생님, 저기 글쎄, 사모님께서…… 조지와…….” 슌스케는 체통 상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어 됐다고, 더는 말하지 말라고 했으나 즉각 도키코에게 전화를 해서(어디로 외출했는지는 알았나보다.) 당장 집으로 오라고 하고 점점 초조해 하더니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도키코 여사가 등장하니 일단 집 안으로 들인 다음, 도키코를 확 밀쳐 소파에 쓰러뜨리고는 “당신이 그 자식이랑 한 짓, 세 시간이나 그 자식이랑 붙어 있었어.”라고 외친 다음 왼 손으로 도키코의 머리타래를 잡은 상태에서 오른 손으로 주먹을 쥐고는 세 번, 탕, 탕, 탕, 얼굴을 구타했다. 도키코가 정보의 출처를 묻자 슌스케는 ‘취재원 보호’ 또는 ‘취재원 비익권’이런 최소의 의리도 무시하고 미치요 씨의 이름을 댔으며, 미치요 씨는 또 조지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도키코를 깊은 상념에 빠지게 하는 의문. 이상해, 왜 조지가 그런 거짓말을 한 것일까. 슌스케가 “그놈한테 아무한테도 이걸 발설하지 말라고 말했겠지?”하고 묻자 도키코의 의문은 더해만 간다. 맞아. 그게 제일 마음에 걸려. 정말 떠벌였을까? 여기까지 독자도 약간 헛갈리는데, 이어지는 도키코의 결정적 고백이자 남편에 대한 요구로 확정하게 된다.
  “그 녀석, 주제에 베테랑이더라. 내가 도망치지도 못하게 했으니까. 그 사람과 많은 것을 했어. 그러니까 당신도 그렇게 해줘.”
  이 말, 또는 요구를 들은 슌스케. 하긴 한다. 제대로 하질 못해서 문제지만. 그래놓고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아내를 흔들어 깨운 다음에 미국 연수 가기 전에 자신이 유부녀와 벌였던 불륜을 털어 놓으면서, 자신은 심지어 그 여자를 품은 순간에도 여자에 대한 사랑은 눈곱만큼도 생기지 않고 머릿속에는 아내 생각만 가득하더란 하소연을 해버리니까, 이번에도 도키코가 반격을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자, 그래. 그 여자한테 한 것처럼 나한테 똑같이 해봐! 자 해봐! 못해? 아이고, 천벌을 받았구나!”
  이런 부부도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있다.
  이들은 환경을 바꿔보기로 하고 시외에 땅을 사서 새 집을 짓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정을 한다. 그리하여 서양식으로 통유리 집을 짓기는 하지만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나 있나. 여기저기 하자가 생겨 끊임없이 자잘한 수리를 더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하루는 슌스케에게 도키코가 자기 몸의 이상을 얘기해 종합병원에 가 진찰을 해보니, 의사는 정상이라고 진단을 하고나서, 따로 슌스케를 불러 선언을 하기를 유방암이란다. 발견하기 가장 쉬우며 거의 대부분 남편에 의하여 발견되는 암인데 어찌 이렇게 진행될 때까지 모르고 있었을 수 있느냐고 남편의 무심을 질타하면서. 이제 암이라는 절벽을 앞에 놓인 부부. 그들에게 한 때 벌어졌던 불륜, 아니면 적어도 한 시절의 불장난이 뭐가 대수랴.
  스토리는 여기까지만 하자. 나도 양심이 있지 더 이상은 한 마디도 보태지 못하겠다.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일본 작가들 특유의 사소설이기는 하지만 전후 모던한 기운이 보태져 그나마 읽어볼 만한 사소설. 일본식 블랙 유머가 포함되어 있으나 그리 흥미를 끌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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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9-26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이거 읽으셨군요. 저도 도서관에 신청해둔 거 내일 찾으러 갑니다! ㅎㅎ 그나마 읽을 만한 사소설이라니 더 기대합니다.

Falstaff 2020-09-27 08:22   좋아요 0 | URL
지금쯤 찾으러 가시겠군요. ㅎㅎㅎ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토리 진행이 빨라서 휙휙 넘어가더군요.

다락방 2020-09-2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서점 가서 이 책 사가지고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어쩐지 제 취향의 책일 것 같아서 말이지요. 아하하하하.

Falstaff 2020-09-27 15:20   좋아요 1 | URL
흠... 전 다락방 님 취향은 아닐 거 같은데요.
제목을 제가 ˝사랑보다 더 질긴 정˝이라고 적어놓았는데 정말 쓰고 싶었던 제목은요, ˝사랑보다 더 드런 게 정˝이었답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0-09-27 15:32   좋아요 0 | URL
안...야한가요? 🙄

Falstaff 2020-09-27 16:0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전혀, 전혀 야하지 않아요. 15금도 안 될 수준입니다.

다락방 2020-09-27 16:10   좋아요 0 | URL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