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여행산문집.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기억하는가. 작가는 그 사이 더 부지런히 걸었고, 더 오래 헤매고, 결국은 더 깊게 사랑하였으므로, 더 진하게 웅숭깊어졌다. 하여 2015년 여름, <끌림>이 출간된 지 정확하게 10년이 되는 날, 세번째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출간한다. '여행산문집'이라고 하지만 일련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사람에 대한 애정이 먼저다.

전작들이 주로 전 세계 80여 개국을 종횡무진 다니며 이국적인 풍경을 담아냈다면, 이번에는 그 국내편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게 다닌 곳이 서울 경기 충청 강원 경상 전라 제주, 그야말로 전국 8도를 넘나들고 있으며, 산이고 바다고, 섬이고 육지고 할 것 없다.

금발의 아리따운 연인이 키스하는 장면을 포착한 대신, 허름한 시장통에 삼삼오오 모여 국수를 먹거나 어느 작은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길가에 아무렇게 피어 있는 들꽃들, 시골 골목길에 목줄 없이 뛰어다니는 똥강아지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고개만 돌리면 마주할 수 있는 주변의 풍경들, 그리고 평범하지만 그 안에 뭔가를 가득 담은 사람들의 표정들이 무심한 듯하면서도 다정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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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구매하는 이병률 작가님의 새로운 여행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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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7. 사회 비판적 문제에서 SF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소재, 흡인력 있는 스토리 전개, 날렵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 일본 대중 문학의 기수 오쿠다 히데오에 비견되며 한국 문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작가 장강명의 장편소설.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 간 사정을 대화 형식으로 들려주는 소설이다. 학벌.재력.외모를 비롯해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출세에 대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평균 혹은 그 이하의 수준으로 살아가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꿈꾸지 못하는 주인공이 이민이라는 모험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가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1인칭 수다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전개 방식은 20대 후반 여성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은 듯 생생하고 경쾌하게 전달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등단작 <표백>이 청년 문제를 생산하는 '사회'의 한 단면을 통찰하고 <열광금지, 에바로드>가 사회와 거리를 둔 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오타쿠라는 '개인'의 영역을 통찰했다면, <한국이 싫어서>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의 한계를 모색한다. 깊이 있는 주제를 장강명 특유의 비판적이면서도 명쾌한 문장과 독자를 끌어당기는 흥미로운 스토리로 표현했다.

 

+

 

P.152 :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 봤어. 나는 먹는 거에 관심이 많아서 맛있는 음식이랑 과자를 좋아하지. 또 술도 좋아해. 그러니까 식재료랑 술값이 싼 곳에서 사는 게 좋아. 그리고 공기가 따뜻하고 햇볕이 잘 드는 동네가 좋아. 또 주변 사람들이 많이 웃고 표정이 밝은 걸 보면 기분이 좋아져. 매일 화내거나 불안해하는 얼굴들을 보면서 살고 싶지 않아.
그런데 그게 전부야. 그 외에는 딱히 이걸 꼭 하고 싶다든가 그런 건 없어. 아무리 생각해 봐도.
P.161 : 몇 년 전에 처음 호주로 갈 때에는 그 이유가 ‘한국이 싫어서’였는데, 이제는 아니야. 한국이야 어떻게 되든 괜찮아. 망하든 말든, 별 감정 없어…….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P.170 :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지켜 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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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먼저 눈이 갔던 건 사실이지만,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든 건

책 속 구절들이었다.

제목으로 시작했지만 제목이 전부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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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과 서사의 깊이를 함께 아우르는 시인 고두현이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시와 명문장 중에서 독자들과 나누고픈 편린들을 골라 모았다. 시를 사랑하는 데야 나이와 성별이 따로 있을까만 세월의 정점에 서 있는 시인의 감성은 삶의 질곡과 깊이를 아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고단한 삶의 한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있지만 다시 꿈을 찾아 날아오르기 위해,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옛사랑을 기억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이웃을 살피는 마음, 그리고 삶의 애환과 이별 그 너머까지, 시인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라임을 만들고 생각의 고리를 엮어간다.

시인은 필사를 "잊고 있던 나를 새롭게 발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필사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더듬는 일, 빛을 향해 고개를 드는 일이다. 손으로 쓰고 손으로 생각하는 동안 우리의 삶은 새로운 지평을 맞이한다.

 

 

여는 글, 마음의 손으로 문장 속살을 어루만지다
그 시절, 연필로 옮겨 적었던 내 마음의 시와 문장들
광속의 디지털 시대에 ‘손으로 생각하는 의미’를 되새기며
온몸으로 교감하는 ‘마음 필사’의 묘미

첫째 마당, 고래의 꿈
태백산행ㆍ정희성
청춘ㆍ새뮤얼 울먼
고래의 꿈ㆍ송찬호
참나무ㆍ알프레드 테니슨
땅ㆍ안도현
나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면ㆍ윤준경

둘째 마당, 그대 생각하노라
호수 1ㆍ정지용
소네트 89ㆍ윌리엄 셰익스피어
진짜 나이ㆍ이븐 하즘
사랑하는 사람 가까이ㆍ요한 볼프강 폰 괴테
임을 보내며(送人)ㆍ정지상
사랑하라, 그러나 간격을 두라ㆍ칼릴 지브란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ㆍ조병화
벗 하나 있었으면ㆍ도종환
잘 있거라 벗이여ㆍ세르게이 예세닌

셋째 마당, 나는 누구인가
늦게 온 소포ㆍ고두현
연암에서 선형을 생각하다(燕巖憶先兄)ㆍ박지원
자화상(自畵像)ㆍ윤동주
구두의 꿈ㆍ홍은택
너의 자유로운 혼이ㆍ푸시킨
햇살에게ㆍ정호승

넷째 마당, 꽃을 보려면
꽃을 보려면ㆍ정호승
혼자 웃다(獨笑)ㆍ정약용
산에서 보는 달(蔽月山房詩)ㆍ왕양명
성공이란ㆍ랄프 왈도 에머슨
길ㆍ도종환
풀ㆍ김수영

다섯째 마당, 나의 전 생애가 담긴 침묵
백접(白蝶)ㆍ조지훈
아말피의 밤 노래ㆍ세라 티즈데일
술잔을 들며 2(對酒 二)ㆍ백거이
가던 길 멈춰 서서ㆍ윌리엄 헨리 데이비스
꽃피는 날 꽃 지는 날ㆍ구광본
화원ㆍ베르톨트 브레히트
낙화ㆍ조지훈

여섯째 마당, 어느 뉴펀들랜드 개의 묘비명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月下獨酌)ㆍ이백
어느 뉴펀들랜드 개의 묘비명ㆍ조지 고든 바이런
황학루(黃鶴樓)ㆍ최호
이른 봄의 시(詩)ㆍ천양희
수종사 뒤꼍에서ㆍ공광규
홀로ㆍ헤르만 헤세
사월에 걸려온 전화ㆍ정일근
귀천ㆍ천상병

그리고……
고두현 시인의 감성 에세이 6편
따라 쓰며 마음에 새기는 명문장 41편

 

*

 

책 자체에 필사를 할 수 있는 책이면 죄다 갖고 싶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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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6-19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두현 시인의 신춘문예 당선작인 유배시첩을 좋아해서 예전에 외우기도 했었는데요...옛날이야기죠 ㅎㅎㅎ
목록 중에 예전에 <고문진보> 배울 때 익힌 황학루도 있군요...반가운 마음에....^^
 

 

왜 쓰는가, 이런 거 물어보는 거 아니다. 옳기는 하겠지만 좋지는 않다. 짧은 질문은 긴 대답을 요구한다. 차라리 쓰고 있는 사람을 지켜본 이가 답하는 게 좋다. '쟤는 아마 그것 때문에 맨날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을 거야', 이런 답이 나올 테니까. 왜 안 좋은가? 왜 사는가와 같은 질문이니까. 왜 사는가를 물어오면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아야 하니까. 그렇게 하면 대부분 부끄럽고 쪽팔리니까.
(중략)
정확히 말해보면 쓰는 행위가 먼저 있다. 왜 쓰는가에 대한 답은 뒤에 생긴다. 늙은 농사꾼이 작물을 심고 가꾸어온 자신의 과거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는 것과 같다. 시작부터 이유와 의미를 정해놓는다면 '네 지금은 창대하나 나중에는 심히 미약해지리라' 소리 듣기 십상이다. 내가 어디로, 어떻게 갈지 아무도 모르니까. 살아본 다음에야 팔자를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전까지는 잘 모른다. 우리 동네엔 해녀들이 대여섯 명 남았다. 평생 물질을 해온 그들이 오늘도 물옷을 입고 바다로 나가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어제도 나갔기 때문에. -한창훈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p.6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아, 작가의 말부터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이런 거 물어보는 거 아니라는 말에 혼자 빵터짐ㅎㅎ 이런 사이다같은 구절이라니🙊💕


언뜻 언뜻 읽었는데, 321쪽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기다리면 올 것은 온다. 견디느냐와 못 견디느냐의 차이뿐이다.'


아,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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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를 챙겨보는데 좋아라하는 구절이 나와서 멈칫했다.

피천득의 『인연』속 구절. 현수의 삶에 은동이가 들어오고, 현수는 은동이 말마따나 바르게 살기로 결심한다.

수업을 빼먹지 않고 다시 듣기 시작한 것도 은동이 덕분이다.

 그리고 국어시간, 피천득의 『인연』을 읽어주는 국어 선생님의 목소리에 현수는 눈을 빛낸다.

수업이 끝나고, 인연이라는 단어를 소리내어 곱씹어보고는 미소 짓는 현수.



나도 저 구절을 처음 접할 때, 딱 현수와 같은 반응을 보였던 것 같다.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는 문장의 무게를 모르고.

 

 


 

그건 그렇고... 이번에 느낀 건데, 나는 저 구절을 참 좋아하면서도 수필집을 찾아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구매해서 제대로 읽어야지.



아래는 <사랑하는 은동아>에 대한 단상들.

1.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마냥 귀여웠던 똘이는 어디가고, 훈훈한 고딩 현수가 여기있네 X)

20년에 걸친 길고 긴 '은동앓이'의 시작점이자, 지고지순하고 운명적인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열입곱의 현수를 잘 표현해낸 것 같다. 주니어의 재발견🙌


2.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가 참 마음에 든다. 위대한 개츠비와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두 작품의 조합. 크😍


3. 그리하여 남주의 캐릭터는 이렇다.

'현재 대한민국 자타공인 최고배우. 우린 너무 짧게 만나고 너무 길게 헤어졌습니다.

오로지 첫 사랑 은동을 찾기 위해서 톱스타가 된 집념의 남자.'


4. 위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는 주진모인데, 박현수이자 지은호인 이 캐릭터에 감정이입해서 챙겨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중간 중간 흐르는 독백이 개인적으로 취향 저격.


5. 1995년 춘천에서 만난 어린 현수와 어린 은동이, 두 사람의 순정은 두고 두고 기억날 것 같다.


6. 잠깐 본 김러브 언니, 미모 여전하시네요🙆👍


7. 악연 같았던 친구 현발이가 시간이 흘러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가 될 줄이야.

어쩐지 그냥 스쳐지나갈 비주얼은 아닐 것 같긴 했지만ㅎㅎ 드라마지만, 정말 사람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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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6-0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서로 알아요..
하지만 마지막 헤어지면서 하는 인사는.. 그냥 내일 볼것처럼 안녕..

해밀 2015-06-08 18:02   좋아요 0 | URL
그냥 내일 볼것처럼 안녕... 이란 말이 와닿네요ㅠㅠ
`안녕`이란 말은 반가우면서도 참 먹먹한 단어 같아요.

자성지 2015-06-0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이 드라마 다시 보기로 열심히 보고 있답니다. 일회적인 사랑이 난무한 시대에 은동을 향한 현수의 사랑은 지순함의 결정체로 보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해밀 2015-06-08 18:05   좋아요 0 | URL
은동을 향한 현수의 사랑은 정말...ㅠㅠ
20년간 어떻게 한 여자를 사랑 할 수 있냐고 하지만,
현수를 보고 있으면 20년간 한 여자를 사랑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동안 정통멜로의 매력을 잊고 살았는데, <사랑하는 은동아> 덕분에
정통멜로의 매력에 다시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자성지님 말씀대로 일회적인 사랑이 난무한 시대여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한동안은 현수의 애절한 사랑을 지켜보는 것으로 한 주를 버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