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빌린다는 일은, 책을 읽을 시간을 내겠다고 다짐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다짐에 비해 책 욕심만 어마어마한 나는, 빌려온 책을 전부 읽고 반납하는 일이 드물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늘은! 정말! 반납만! 하고 가야지!' 마음 먹고 들어갔지만,
반납기에 책을 반납하면서 눈은 신간 서가를 잽싸게 훑는다.
읽고 싶었던 책이 눈에 들고, 이 책이 들어오다니♥ 하고는 책에 절로 손을 뻗는다.
그렇게 나는, 나를 괴롭힌다.
빌려간 책을 쌓아놓고, 가방 여기저기에 챙겨다니지만 '시간이 없어서' 또는 '여유가 없어서' 하고 읽기를 외면한다.
제 욕심에 책을 빌려와놓고, 읽지 않고있는 책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그 마음은 책을 반납할 때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책을 반납하러 간 날, 너무나도 익숙한 다짐을 하는 내가 도서관 앞에 서 있다.
'오늘은 정말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책만 빌려서 나오자' 하고 말이다.
오늘도 책을 한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모든 책을 완독할 필요는 없고 그럴 재주도, 시간도 없으면서 이러는 이유는 대체 뭘까.
그 이유는 첫째, 빌려온 책들 가운데 내게 좋은 책이 있을 거라는 기대에 있다.
손 가는대로, 무심결에 빌려와 읽은 책 중에 좋은 책을 발견했던 경험이 반복되면서 학습된 것이다.
이번에도 분명 저 책들 중에 좋은 책이 있겠지 하는 기대.
안 빌려왔다면 모르겠지만, 빌려왔으니 그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이유랄 것도 없는 이유. 욕심 때문이다. 조금만 내려놓으면 되는데.
체력이 될 정도로, 시간이 될 정도로만 읽으면 되는데 싶다가도,
이렇게 읽어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조바심이 날 움직이게 한다.
정말 좋은 책 한 권을 만나는 일은, 야구선수가 홈런을 치는 일과 같다던 구절이 떠오른다.
'제 아무리 훌륭한 타자라도 전타석 홈런을 치기란 불가능하다.
홈런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먼저 스타팅 멤버로 나가서 타석에 서는 숫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라는 구절.
그 날은 이 구절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제 컨디션이 아니어서 그런지, 오늘은 삐딱한 마음을 먹고 조금 다르게 생각해본다.
'홈런'이 야구의 꽃임은 분명하지만, 어디 홈런만 야구의 꽃인가.
6-4-3 병살타가 빛날 때도 있고, 좌측 담장 앞에서 잡히는 희생타가 결승타가 될 때도 있으며,
발로 만든 진루가 그날 경기의 흐름을 가져올 때도 있다.
그러니, 홈런에만 눈이 멀어 나를 괴롭히지 말자. 타율에 집착하지 말고,
오늘도 타석에 설 수 있도록 자기 관리에도 힘 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