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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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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인생을 사랑하세요. 단 한 번밖에 없으니까요. 그것이 잊힐 만할 때, 하와이는 언제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서 만나러 가세요. (p.163)

 

이 책 꿈꾸는 하와이속 작가의 말에 나오는 마지막 문장이다. 이건 마치, 오래 소원했던 꿈을 이룬 사람이 꿈을 이루고 난 뒤 다른 사람의 꿈을 응원하는 문장 같았다. , ‘하와이가 요시모토 바나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구절이기도 하다. 단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사랑하게 했고, 언제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므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서 만나러 갈 수 있는 곳. 어떤 사람이 찾아가도, 각자에게 맞는 낙원을 보여 주는, 그런 품이 넓고 깊은 그 장소라고 했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에게 유독 그런 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꿈을 이룬 사람이, 내가 꿈을 이뤘으니 당신도 이룰 수 있다며 꿈을 꾸라 외친다 하더라도 이란 사람마다 다른 법이고, 이뤘다는 그 기준 또한 다른 법이지 않은가.

 

나 역시 여행을 떠난다면 영국 혹은 네덜란드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지만, 아직 가본 적이 없거니와 요시모토 바나나에게 있어 하와이 같은 곳이 될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순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런 그녀가 부러웠다. 고향을 떠나 정착해 살고 싶은 곳이 생긴다는 건 누구에게나 그러한 일이 아닌 동시에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 곳의 좋은 곳만 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누구나 좋은 것만을 보고 싶어하니까. 재밌는 건, 요시모토 바나나가 하와이에 가서 많은 곳을 다양하게 봤고, 이상하고 더러운 곳도 봤고 탐탁지 않은 사람들도 만났으며 사악한 장소도, 낙엽만 쌓인 황량한 장소도 봤음에도 불구하고 하와이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그러했다는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정말 운명이란 게 있는 걸까 싶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던 나태주 시인의 시가 그리도 와 닿았던 이유는 글자 그대로 자세히 보는데 예쁘고, 오래 보는데도 사랑스럽다고 말해서였다. 자세히, 오래 보면 안 보이던 단점도 보이는 법인데,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건 진정그렇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그녀에게 있어 천국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하와이의 해변 어딘가에 풀썩 주저앉아 책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언젠가 하와이에 가게 되면 그녀의 글이 생각이 날까 기대하며 이 책을 덮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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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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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구절을 블로그에 올렸던 적이 있는데, 그때 몇 권 정도의 책을 소유하고 한 달에 몇 권 정도의 책을 구매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책을 본격적으로 사 모으기 시작하면서 한 달에 대략 몇 권을 구입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사 모은 책들이 몇 권이 되는지는 모르고 살았던지라 질문을 받은 김에 책을 세어봤다. 만화책과 잡지를 포함해서 500권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이 책 속 장서가들처럼 만 권 단위의 장서가 앞에서 나는 그저, 이제 막 장서가의 걸음을 뗀 꼬마였다. 10년 넘게 사용해온 침대를 빼고 책장을 들였으나 책장은 금세 들어찼다. 비어있는 책장 칸에 한 권 한 권 책을 채워 넣는 일이 즐거웠다. 책장에 꽂지 못한 책들은 내 손이 닿는 곳 여기저기에 한 권씩 쌓여 탑이 되었고, ‘책 좀 그만 사라던 엄마는 더 이상의 잔소리를 그만두었다. 꼬마인 내가 이럴진대, 장서가로 손에 꼽히는 사람들은 정말 오죽할까 싶었다.

 

책을 읽으면 장서가 늘어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명창정궤 위에 책이 한 권 놓여 있고, 그걸 손에 들고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독서입니다. 읽고 난 책은 없어도 될 텐데, 그렇지도 않으니 재미있는 일이지요. 장서와 독서의 관계에는 모순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p.54)

 

해부학자이자 사상가인 요로 다케시가 한 말이란다. 정말 그렇다. 읽고 난 책을 없어도 될 텐데, 실제로는 어디 그런가.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으나, 적어도 나는 아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영화평론가이자 만 오천 권 정도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장서가 이동진님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책 읽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장서가 많은 건 아니잖아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도 어떤 사람들이 특별히 책을 모으게 되는 건데요. 책 다이어트를 할 수 있으면 참 좋겠죠. 가뜩이나 집도 좁은데 넓게 쓰고. 근데 이제 책을 모으는 것 자체가 습관, 혹은 타고난 성향, 심지어는 유전자, 뭐 이런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이동진의 빨간책방 89회 중)

 

심지어 유전자 때문인지는 아직 실감한 바 없지만, 습관이나 타고난 성향 같다는 데는 전적으로 공감했다. 나 역시 책을 읽는게 일상, 습관이 되면서 책을 사 모으기 시작했고, 속독 보다는 정독으로 책을 읽는 성향인지라 돈이 들긴 해도, 사서 읽는 쪽을 훨씬 좋아하다보니 꼬꼬마 장서가가 되었을 것이다. 아니다. 사실 이 모든 걸 떠나서 그저 책이 좋다. 책 저마다의 무게, 책을 넘길 때 그 촉감과 냄새, 책이라는 물질이 가지고 있는 성질 같은 게 그저 좋은 거다. 책을 읽는다고 하면, 그저 활자를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데 투자하는 시간과 손길이 깃드는 것이라 생각하니까.

 

이런 저런 장서가의 이야기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장서가는 나심심이라는 필명을 쓰는 독서가였다. 오카자키 다케시가 장서의 괴로움가운데서도 궁극의 사례라 꼽은 나심심군의 집에서 유일하게 책더미가 없는 곳은 이부자리였다. 지진이 나면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온몸이 책 속에 파묻힐 정도로 책이 느는데도 책장을 사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책장 살 돈이 있으면 책을 샀기 때문이란다. 전체 수입 가운데 노는 데 쓰는 돈은 야구 관람 정도고 나머지는 거의 책 구입비에 투자하는 사람다웠다.

 

적당한 장서량은 지금의 내가 소장하고 있는 5백 권이라지만, 그가 말하는 열두 번째 교훈 종이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전자서적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장서의 괴로움을 해결하기 어렵다.’처럼 종이책 사랑을 멈추지 않을 이상, 나는 적당한 장서량 5백 권을 넘겨 책을 소장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언젠가 꼬마 장서가라는 타이틀을 벗고, 어엿한 장서가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장서 중 한 권이 될 이 책을 책장에 꽂아 넣고, 한참 후의 일이겠지만 말이다.

 

p.s. 동진님의 말처럼, 공감하며 이 책을 읽고 나면 장서량이 이제 또 한 권 늘어버렸다는 역설이 생기게 되지만 이런 책이라면 기꺼이 역설을 받아들이리라, 싶은 책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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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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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블로그를 운영 해오면서 파워 블로거에 욕심을 내보지 않았다면 분명 거짓말이다. 내가 부러워했던 파워 블로그들은 크게 두 블로그였는데, 책 블로그와 드라마 블로그였다. 파워 블로거의 내공도 부러웠지만, 내가 부러워했던 또 다른 것은 한 우물이었다. 어떻게 책 이야기만 할 수 있고, 드라마 이야기만 할 수 있지? 하루는 책 이야기를 하고 며칠은 드라마 이야기를 했다가 또 어느 날은 야구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부족하지만 직접 쓴 캘리그라피까지 포스팅 하는 나로서는 부러워는 해도 도무지 실천할 수 없는 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찌감치 파워 블로거의 꿈을 접었다. 나는 딴짓을 좋아해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나의 딴짓에 비하면 넘사벽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꾸만 딴짓하는 사람이 있다. 그가 말하길, 하나만 하고 살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고 하나만 하다 죽기엔 인생은 너무나 길단다. 들어가는 말을 끝내고, 그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주 오해를 받는 자신에 대한 진실을 고백하는 일이다.

 

직업이 물리학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철저하게 과학적 사고로 무장된 사람일 거라고 나는 자주 오해를 받곤 한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내 일상은 오히려 지극히 게으르고 비과학적이다. 실험실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p.7)

 

그리고 이어지는 차례를 살피는데, 설탕 펜치와 연필깎이와 야채수프용 국자가 그의 고백이 진실이었음을 말해준다. 25년 전, 아르메니아에서 가져온 설탕 펜치, ‘에릭이라는 이름의 핑크빛 로봇, 범상치 않은 포르투갈 사나이설탕그릇, 세상을 여행하는 녹색 에마야주, 날렵한 야채수프용 국자 등 그의 연구실 혹은 집에 있을 소장품들은 모두 그가 한 딴짓의 결과물이다.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의 딴짓은 깊이도, 범위도 남다르다 싶어서 절로 대단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딴짓의 고수를 만난 기분도 들고. 그래서인지 데뷔도 하기 전에 이미 만화가가 되었다는 이야기나 물리학자가 동화를 쓰게 된 사연은 놀랍지도 않았다.

 

한번 이런 열정에 사로잡히면 나는 앞뒤를 못 가리는 상태가 된다. 일종의 몰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들이 보기에 이런 상태의 나는 뭔가에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다. (p.41)

 

위 구절은, 처음엔 금속으로 만들었다가 경기도 이천에서 우리 장인이 만든 도자기를 유럽에 진출시키고 싶어서 소재를 도자기로 바꾸었다던 이야기를 할 때 그가 한 이야기인데 굳이 이렇다 말하지 않아도, 그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읽고 있으면 충분히 느껴진다. 맞다. ‘딴짓거리라는 건 남들이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일뿐, 나는 진지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는 그의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가 풀어낸 이야기 끝에, 궁금했던 그의 연구실 사진이 펼쳐진다. 사진을 위해 따로 손댄 흔적 없이 자연스러운 연구실을 보고 있으면, 연구실도 이런데 집은 오죽할까 싶어진다. 책의 앞날개에 담긴 말마따나 몇 평 안 되는 교수실에 가득한 온갖 보물. 그의 보물들이 더 빛나보이는 건, 연구실에 앉아서 찍은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 아래에 덧붙은 그의 말 덕분이다. “무모하게 살아도, 어떠한 삶도, 삶이 된다.”는 말. 그의 딴짓이 삶이 되었듯, 나의 여전한 딴짓도 삶이 될 것이라 나는 자꾸만 믿어 보련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취미 생활은 연애와 같다. 애정과 관심에 따라 취미의 깊이가 달라진다. 조금 눈길을 멀리하면 토라져 버리고, 만남이 뜸해지면 헤어짐의 아픔을 당하기도 한다. 물질적으로 투자를 하면 둘 사이는 럭셔리해지고 급격하게 친밀해지기도 한다. 가끔 삼각관계에 휘말리기도 한다. 둘 중 한 사람을 버려야 하는 불편한 상황처럼, 애지중지하던 취미를 멀리하고 새로운 관심사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헤어진 애인의 편지와 선물을 처리하듯, 취미 생활에서 구입한 물건들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폐기물처럼 방치되기도 한다.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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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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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 되어야 하니까.

- 헤세의 여행p.7 머리말 중(번역 홍성광)

 

이 구절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챙겨봤던 tvN 예능 <꽃보다 청춘> 덕분이었다. 유희열, 이적, 윤상 이 세 사람이 모여 함께 떠난 페루 여행. 세 사람 중 가장 새로운 눈을 갖게 된 사람은 윤상이었다. 27년 동안이나 술에 의지해왔다고 고백하면서 이번 여행을 통해 술을 끊고, 우울증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는 윤상. 그런 윤상에게 이번 여행은 단지 좋아하는 뮤지션들과의 동행이 아닌 장기간 의지했던 술을 벗어나 온전히 자기 힘으로 견뎌내는 시작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윤상은 새로운 풍경들 앞에서 자주 망설였고, 여행을 함께한 동생들 덕분에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면서 새로운 눈을 갖게 된 그는 여행을 갈무리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행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며, “청춘이란 용기라고 말한다.

 

24세부터 50세까지 헤세가 쓴, 여행과 소풍에 대한 에세이와 여러 여행 기록을 엮었다는 이 책 헤세의 여행에서 헤세가 말하는 여행 역시 이런 여행이다. 그 중 내가 인상 깊어했던 구절은 이 구절이다.

 

여행의 시학은 일상적인 단조로움, 일과 분노로부터 휴식을 취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 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는 데에 있다. (p.36)

 

나 역시 일상을 도피하고, 바닥나버린 감성을 채우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만 헤세의 말처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 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면서 여행의 맛을 알게 되었다. 그 날, 그 시각에 그 곳에 모인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보고, 한 방을 쓰는 '다른 일상'을 보내면서 비로소 여행을 하고 있구나 실감했던 것이다.

 

낯선 풍경과 도시에서 단지 유명한 것이나 가장 눈에 띄는 것만 추구하지 않고, 본래적이고 더 심오한 것을 이해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파악하려고 갈망하는 자의 기억 속에는 대체로 우연적이고 사소한 것이 특별한 광채를 지닐 것이다. (p.38)

 

이 구절도 지난 남원 여행에서 경험한 바 있다. 전 날에는 전주에서 경기전이니 향교니 오목대니, 전주에 가면 꼭 보아야 할 것을 보았다면 다음 날 남원으로 넘어와서는 전혀 새로운 여행을 하기로 감행한 것이다. 친구와 나의 여행에 빠지지 않았던 코드 뚜벅이를 버리고, 우리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종일 여행했다. 물론 자전거를 타고 남원의 랜드마크라 할 만한 곳을 돌아다니긴 했지만, 자전거 덕분에 위 구절에서 헤세가 말한 우연적이고 사소한 것이 특별한 광채를 지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서울에 롯데월드가 있다면, 남원에는 남원랜드가 있다며 경험해보라던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의 말을 믿고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 우리는 남원랜드를 멀리서 바라만 보고 되돌아와야 했다. 주말이라 일찍이 영업을 종료했던 것이다. 산을 깎아 만들었다는 남원랜드는 자전거를 타고 오르기 힘들 정도의 경사지에 있어서 자전거에서 내려 직접 끌고 올라야 했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내려올 때는 남원랜드에서 타지 못한 놀이기구를 타는 것 마냥 신나게 내리막을 달렸는데, 넓게 펼쳐진 남원의 풍경 위로 저물어가는 노을이 내 눈에 가득 들어찼다. 지난 여행의 전부라 해도 좋을 정도로 소중했다. 그날 진 노을은 여느 날의 노을처럼 사소했고, 내가 그 노을을 그렇게 느낄 수 있었던 건 우연이었지만 그 어떤 것보다 특별했다. 헤세가 단언한 것처럼.

 

부끄럽지만 나는 해외여행은커녕 여권도 없는, 국내여행이 전부인 여행 초보다. 헤세의 여행처럼 낯선 것을 체험하면서 무엇보다 그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시험을 견뎌내보는 여행을 당연히 해보지 못했지만, 이것 하나는 자신있다.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주는 것이라는 아나톨 프랑스의 말에 몇 번이고 공감하며 헤세의 여행과 같은 여행을 하고 싶다고 얼마든지 꿈꾸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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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벌써 마지막 신간페이퍼라니T_T 9월은 좋지만, 마지막은 늘 아쉽다.

그래서 9월에도 5권 꽉꽉 채워서 신간페이퍼를 쓴다.

 

 

1. 김서령 <참외는 참 외롭다>

 

 

신문과 잡지에서 인터뷰 전문기자로 오래 일한 칼럼니스트 김서령의 산문집. 발랄한 제목만큼이나 경쾌한 그의 산문들을 한데 모았다. '오래된 이야기 연구소'의 대표를 맡고 있는 만큼 그의 시선은 언제나 오래된 것, 사소한 것,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을 향해 있다.

이제는 모두 없어지고 마지막 남은 성냥공장에 작지만 굳센 믿음을 보내는 것, 동네 길가에 누가 내다버린 낡은 대바구니를 냉큼 집어들고 돌아와 마당 한켠을 내어주고는 그 안에 손님처럼 찾아든 여린 야생화의 생명력에 경의를 표하는 것, 어릴 적 유난히 약한 손녀를 대추나무에게 딸로 주며 대추나무 같은 억셈과 장수를 두손 모아 빌던 할머니의 간절함을 잊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이 저자 김서령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

 

 

 

2. 오카자케 다케시 <장서의 괴로움>

 

 

대략 장서 3만 권을 가진 오카자키 다케시가 장서의 괴로움에 지친 나머지 헌책방을 부르거나, 책을 위한 집을 다시 짓거나, 1인 헌책시장을 열어 책을 처분하는 등 '건전한 서재(책장)'를 위해 벌인 처절한 고군분투기. 또 자신처럼 '책과의 싸움'을 치른 일본 유명 작가들의 일화를 소개한다.

책에는 저자처럼 "그래, 이제 마음을 바꿔보자"고 생각하는 장서가를 위한 열 네 개의 교훈이 차근차근 단계별로 펼쳐진다. 천천히 책더미와 이별을 고하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그 순간 자신에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부터 손을 놓기 시작하면서 헌책방에 보내는 방법을 제시하고, 과연 나는 올바른 독서가인지 반성하면서 장서의 괴로움을 낳는 원천을 찾아내며, 도서관에서 위로를 받으며 결국 나의 책을 처분하기까지. 장서가라면 맞아, 맞아, 동의할 수밖에 없는 눈물겨운 이별과정이 그대로 펼쳐진다.

 

*

 

내게 '장서'라는 단어는 굉장히 두근두근한 단어인데,

그 뒤에 붙인 '괴로움'이라니. 공감 백배다ㅋㅋㅋㅋㅋ

책장은 이미 책으로 꽉찬지 오래고, 여기저기 책탑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책이 쌓이는 즐거움을 떠나 괴로움이 되었다.

이런 걸 두고 행복한 비명이라고 하려나.ㅎㅎ

 

이 책이 내 품에 들어오면 장서의 괴로움에 한 몫하는 책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다.

장서가라는 건 곧, 애서가이기도 하니까.

 

 

 

3. 정철 <한 글자>

 

 

언제나 '사람'을 먼저 이야기해 온 카피라이터 정철의 에세이. 오로지 1음절로 이루어진 글자들만으로 책 한 권을 꾸렸다. 한 글자로 시작해 한 글자로 놀다가 한 글자로 끝난다. 사람 사는 세상, 우리네 인생을 오로지 1음절 글자들에 비추어 읽고 또 썼다. '똥', '헉', '꽝' 같은 예상외의 글자도 있고, 'A', 'B', 'C' 등 알파벳부터 '1', '2', '3'과 같은 숫자들도 포함한다.

꿈, 별, 꽃, 밥, 물, 봄, 집, 나, 힘…. 저자는 한 글자 말을 추렸다. 그리고 하나하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봤다. 글자 하나에서 생각 하나를 끄집어냈다. 마음 하나를 끄집어냈다. 그것을 이렇게 책으로 엮었다.

 

*

 

지난 책 <인생의 목적어>를 재밌게 읽었다.

저번엔 단어, 이번엔 1음절이다.

한 글자로 시작해서 한 글자로 놀다가 한 글자로 끝난다는 말이 참 재밌다.

이번 책에선 어떤 글들이 담겨있을지 궁금하다.

 

 

 

4. 이노세 아츠코 <오늘도 집에서 즐거운 하루>

 

 

'라이프스타일 아이콘' 3권. 집에서 보내는 평범한 날들 속에서 찾는 행복 아이디어 64가지. 저자 이노세 아츠코는 라이프스타일 전문가이자 요리연구가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직업은 주부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누구보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집은 모든 시간의 중심이다. 가족과 밥을 먹고, 일을 하고, 휴식을 하고, 친구와 수다를 떨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소중한 공간이다.

하지만 매일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저 그렇게 흘러가기 마련이다. 이 책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더 행복해질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약간의 노력을 더한다면 지극히 평범한 매일을 보다 풍성하게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추억이 담긴 물건은 집의 중심에 두기, 집안일을 주로 하는 곳에 꽃을 두고 보기, 초대한 손님들과 함께 음식 만들어 나눠 먹기,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을 때는 글 쓰는 시간 가지기 등 일상에서 찾아낸 그 즐거움들을 위한 64가지 지혜와 노력을 사진과 글로 풀어냈다.

*

 

집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학교 아니면 집이었고 직장 아니면 집인 나로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집순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집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남들은 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꾸미고 사는지, 집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등등.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약간의 노력을 더한다면 지극히 평범한 매일을 보다 풍성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건 '집' 역시 그러하다.

 

 

 

 

5.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 <저니맨>

 

 

변화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수련 여행기.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는 실내건축학을 전공한 독일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졸업논문을 마치고 모두들 구직활동에 여념이 없을 때, 파비안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지만, 스펙과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1~2년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를 탕진하는 멍청한 짓이었다.

그는 우연히 중세의 장인들이 떠났던 수련여행에 대해 알게 되었다. 수련여행이란 중세시대 기술교육을 마친 수련공들이 자신의 기술을 단련하기 위해 반드시 떠나야 하는 세계 여행이었다. 아무리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도 의무적인 여행 그랜드 투어를 통해 문화적 식견과 폭넓은 지적 체험을 하고 돌아와야 자신이 속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괴테, 헤르만 헤세, 비틀즈, 스티브 잡스 등 근현대의 걸출한 인물들 또한 여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인생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 책은 스물여덟의 청년 파비안이 단돈 30만 원을 들고 떠난 수련여행의 기록이다. 그는 2년 2개월 동안 10개국을 여행했으며, 먹을 것과 잠자리만 제공받는 조건으로 현지에서 일을 구해 비용을 충당했다.

이 기간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끼니를 거른 적도 있으나 세계적인 유명인과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무엇 하나 계획한 것 없이 떠났지만, 수련여행이 끝났을 때 그는 자기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

 

그간 읽어온 여행에세이와는 조금 다른 여행에세이라는 느낌이 단번에 들었다.

감성적인 여행이 아니라, 도전적이고 정열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그 이름도 강렬한 '수련여행'이다.

무엇 하나 계획한 것 없이 2년 2개월 동안 10개국을 여행한 그는

수련여행이 끝났을 때, 자기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는

말이 당연하면서도 존경스러웠다.

정말이지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안되는 여행이니까.

 

얼마 전에 본 예능 <꽃보다 청춘>에서 윤상이 청춘은 '용기'라고 말하던데,

이 책의 저자가 행한 수련여행을 두고 나는 청춘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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