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객관적으로 너무나 괜찮은 사람이지만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객관적으로는 하나도 괜찮지 않은데도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이런 부조리함은 그것대로 낭만적인 일이 아닐까 싶다.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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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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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5-19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 이제 괜찮아

제가 받아봤던 제일 큰 위로는...
꼬옥 안아주며 `나는 너야` 속삭여줬을때ㅠㅠ

해밀 2015-05-22 16:47   좋아요 0 | URL
정말 큰 위로네요. 댓글을 읽는 제게도 그 위로가 전해지는...^^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네가 내 슬픔이라 기뻐.˝라는 구절이 기억나는 위로였어요^^
 

 

 

 

 

파란 돌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들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동안 주은 적 있을까

놓친 적도 있을까

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

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

 

그 푸른 그림자였을까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 빛나는 내〔川〕로

돌아가 들여다보면

아직 거기

눈동자처럼 고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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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5-1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기림님의 `길` 이 떠오르네요
....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시는 마음 깊은곳에 있나봐요.. 잊고 있던 시인데.. 생각이 나네요

해밀 2015-05-22 16:50   좋아요 0 | URL
저도 나와같다면님 덕분에 좋은 시 한 편 알게되었습니다 :)

정말 시는 마음에 남나봐요. 시 한 편이 온전히 남지 않더라도,
어렴풋하게 기억나더라도 어디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정신없는 업무 와중에, 주문했던 책 택배를 받는 일은 마른 땅에 단비가 내리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게 만든다.

이미 정독을 마친 책이고, 소장하기 위해 구매한 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사유리의 <눈물을 닦고>와 <잠자기 전 읽기만 해도 나쁜 기분이 사라지는 마음의 법칙 26>은

이미 소개한 바 있으니 생략하고 남은 두 권을 소개한다.

존 패트릭 루이스의 동화책 <마지막 휴양지>는 5년전,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 처음 접했다.

정음과 함께 볼로냐 국제 그림책 원화전을 관람하게 된 세경은 한 작품 앞에 오랫동안 서서 그림을 바라본다.

그 그림에는 이런 제목이 붙어있었다. '마지막 휴양지'.

그리고, 정음을 찾으러 왔다가 세경과 마주친 지훈.

 

"이 그림이 마음에 드나봐?
아까부터 되게 오랫동안 보고 있던 거 같은데."
"아뇨, 그냥... 제목이 마지막 휴양지라서."
"그러네. 왜 마지막 휴양지지? 휴식을 주는 휴양지가 마지막이라니까 왠지 슬프네."

 

 


이상이 '마지막 휴양지에 대한 둘의 대화다.

마지막 휴양지 에피는 훗날 결말의 복선으로 얽혀 해석되지만,

역시 휴식을 주는 휴양지가 '마지막'이라는 제목이 주는 여운 때문에,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지금은 절판된 책이라 중고로 구매했다. 기쁜 마음에 받자마자 읽었는데, 재밌게 잘 읽었다😁

한 번 더 읽고 글을 써야지.

 

<2015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출간됐을 때가 아니면 사지 않을 것 같아서 함께 샀다.

대상으로 선정된 정지돈 작가의 <건축이냐 혁명이냐>부터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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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메모는 많이 하지만, 만년필을 너무 오랜 시간 놓고 살았다.

아... 퇴화라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이왕 만년필 잡고 너무 반듯하게 쓰긴 아쉬워서 둥글둥글하게 썼다.

기껏 블루블랙 잉크 사서 써놓고 티도 안나게 필터처리잼😅.

 

여하튼 퇴화된 손글씨로도 글을 쓰고 싶게 만들고,

내 책 한 권이랑 5월말에 생일인 친구 책 한 권 합해 두 권이나 구매하게 만든

 

사유리의 에세이 '눈물을 닦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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