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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6기 마지막 신간 페이퍼를 쓰며, 4월의 문을 연다.

 

 

 

지난 글에, 누군가에게 선물할 책을 고르다보면, 책을 선물하는 그 시점의 내 심리상태가 파악되곤 한다고 쓴 적이 있다.

 

마스다 미리의 책에 빠져있을 땐, 어김없이 마스다 미리의 책을 골랐고

최근엔 아들러 심리학에 관련된 글이 담긴 라이팅북을 선물했다.

 

그럴 여유가 없다 하더라도, 책을 앞에 두고 조용히 손글씨를 쓰는 시간을 갖길 바랐다.

요즘의 내가 그러해서, 선물 역시 나의 심리를 피해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번 신간 페이퍼를 쓰려고 신간코너를 둘러보니

비단 책을 선물하는 일만이 아닌,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것 역시 내 심리가 녹아든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나, 선호하는 출판사의 책이 아닌 지금의 내 심리가 손을 뻗는 책인 셈이다.

 

 

 

1. 사노 요코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라는 부제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또 다른 에세이 <사는게 뭐라고>와 함께 읽고 싶다.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근심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되어 이 책을 고르지 않았나 싶다.

 

 

 

2. 알랭 <알랭의 행복론>

 

 

 

<좋은글 대사전>에서 알랭의 글을 읽었나, 인스타그램에서 알랭의 글을 접했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글이 참 좋았다. 좋았다면서 기록해두지 않는 내 모순을 뒤로하고, 이 책에 눈길이 갔다.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세상의 모든 방법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 내 인생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음 먹기 나름이 아닐까.

 

 

 

3. 최원호 <혼자가 되는 책들>

 

 

예술서 MD의 서평 에세이답게, 예술 서적에 관한 리뷰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책 표지에 "모두 언젠가는 혼자가 될 것이다"라는 글이 마음에 들었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는 제목이 참 좋았던 때가 있는데,

'모두 언젠가는 혼자가 될 것이다'에 더 마음이 가는 걸 보면

요즘의 내 심리가 이해가 가는 것이다.

 

 

 

4. 다나베 세이코 <여자는 허벅지>

 

 

지난 3월에, 재개봉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다시 보고 왔다.

집에서 몇 번이나 다시 돌려봤던 영화였는데, 꼭 한 번 영화관에서 다시 보고 싶었다.

 

그런 작품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의 에세이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있나.

 

 

 

5. 최현정 <빨강머리N>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원작 <빨강머리 앤>을 오마주한 책으로,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강하고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지만 아직은 나약한 아이로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혹은 꿈 많고 순수한 아이로 남고 싶지만 이미 현실과 타협한 어른이 되어버린 모두의 이야기를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모습의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그리고 이 시대는 우리 마음에 드는가? 빨강머리N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대신 속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위로의 말 한마디 없는데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보고 있으면 재밌는데 보고 나선 눈물이 난다. 작가는 <빨강머리N>을 MSG 같은 책이라고 소개했고, 작가의 말대로 이 책 속에는 인생의 모든 맛이 담겨있다.

 

 

*

 

어차피 세상의 주인공이 되긴 글러먹은 인생,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무려 5개나 되는 오달수처럼. 주인공에게 꽂혀야 할 시선을 강탈하는 라미란처럼. 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대신 특별한 조연이 될 것이다. 기대하시라. 새로운 신 스틸러의 탄생을. _<신 스틸러> 중에서

 

 

 

다시 말해, 이 책은 '사이다'같은 책이다.

 

 너도 나도 고구마를 먹고 또 먹는 답답한 삶 속에서,

주인공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대신 특별한 조연이 될 것이라 말하는 작가.

 

세상살이에 지친 어른아이의 취향? 아니다, 심장저격 에세이다.

 

신간평가단 책 선정의 무게(?)를 생각하면 이 책은

선택되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미리 사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기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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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핸드 타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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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때론 한 사람의 목소리가, 열 편의 글을 대신한다.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기록을 담은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그랬다.

 

학생들은 34일의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배에 갇힌 일반인 승객들과 더불어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남겨진 가족들이 가닿을 수 없는 수백개의 금요일은 유가족의 생생한 인터뷰로 남아 하나의 기록이 되었다. 읽어내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완독해낸 건 목소리가 주는 힘 덕분이었고, 이 책을 기억하는 것 또한 목소리 덕분이라 생각한다.

 

2015,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세컨드핸드 타임또한 목소리로 이루어진 책이다. 아니, 목소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목소리 소설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개척한 책이다.

책의 두께에 지레 겁먹은 나는, 이 책의 장르가 낯설다는 것을 핑계 삼아 책장에 꽂아두고 한참을 멀리했다. 뒤늦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장르가 아니라 이 책의 배경이 된 1990년대를 낯설어했음을. 동시에, 부끄러웠다. 얼마 전, 영화 <사울의 아들>을 봤을 때처럼. 나는 극히 일부를 알고 있었고, 어쩌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다시 설명하자면 이렇다. 우리가 응답할 추억을 쌓아가던 1990년대. 정확히는 1991,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후 20년 동안 소비에트 사회의 변화와 사람들의 상실감,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 등의 정신적인 변화를 담아내고 있는 책. 나는 이 주제가 다소 어려워서, 이 책을 이렇게 읽기로 했다. ‘무엇에 대한책이라고.

 

독재의 아름다움과 시멘트에 박힌 나비의 비밀에 대해, 살인을 하는 사람들이 신을 위해 일한다고 믿고 있는 시대에 대해, 행복과 매우 닮은 외로움에 대해, 모두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과 그 마음을 품었다는 생각만으로도 몸서리치는 사람들에 대해, 용감한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해.

 

그들이 말하는 무엇에 대한이야기는 곧 그들의 일상이었고, 삶이었다. 1990년대에 그곳을 살아낸 평범한 사람들.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작가는 무려 1,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인터뷰 끝에, 작가에게 남은 목소리 하나하나. 그것을 그저 활자로 녹여낸 책이었다면 이 책은, 일부에서 평하는 것처럼 르포일 뿐이며 소설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결과론이지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알렉시예비치는 목소리를 그냥 옮기지 않았다. 소설가라는 자신의 본분을 최대한 살려, ‘목소리 소설을 구현해낸 것이다.

 

앞서, 때로 한 명의 목소리가 열 편의 글을 대신한다고 썼다. 이때 한 명의 목소리는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말을 받아 적고 그것을 정리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정성어린 손길로 다듬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렉시예비치는 묵묵히 그 길을 걸어왔고, 그 길은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그 끝엔 옛 소련도, 사회주의도, 희생도 아닌 사람이 있으니까.

 

영화 <사울의 아들> 리뷰에 이런 글을 썼다. ‘기억은 한 사람을 기억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 세컨드핸드 타임에서는 크세니야-다니야 자매의 엄마를 기억하고 싶다. 200426, 모스크바 지하철 자모스크보레츠카야 선, 아프토자보드스카야 역과 파벨레츠카야 역 사이에서 테러가 자행되었던 그날, 그 악몽 같은 곳에 있었던 한 사람.

 

제 인생의 소원은 그 어떤 것 하나 이뤄진 것이 없어요.” (p.498)

 

전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제게 신앙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다만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한번은 신부님이 설교를 하셨는데, 인간은 큰 고통을 만나게 되면 신에게 가까워지든지 아니면 오히려 멀어지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고 하셨어요. 인간이 만약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는 걸 선택한다 할지라도 그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그건 슬픔과 아픔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요. 그건 저에 대한 얘기였어요.” (p.503)

 

예전에 저는 제 안에 있는 것과 좀처럼 대화를 나누지 않았었죠. 그런데 전 지금 광산에서 사는 것처럼 살아요. 걱정하고 고민하고 늘 새로운 잡생각으로 저 자신을 괴롭히죠. ”엄마, 마음을 좀 감춰요!“ 아니, 사랑하는 내 딸들아, 난 말이지, 내 감정들이 내 눈물들이 그냥 이렇게 사라지는 건 원하지 않는단다. 흔적도 없이, 표시도 없이……. 전 그게 제일 큰 걱정거리예요. 제가 겪은 모든 일을 내 아이들에게만 남기고 싶지 않아요. 다른 사람에게도 이것을 전해서 이 일들이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으면 좋겠고, 그래서 원하는 사람들이 가져갈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p504)

 

 

이 책이 내 품에 들어온 순간 알았다. 신간평가단 활동이 아니면, 읽을 엄두도 못 냈을 책이라고. 읽어내기 쉽지 않고, 글 쓰는 건 더 어려워서 결국 마감일을 넘겨서야 온전히 책장을 덮는다. 이 글을 쓰는 내내, 몇 번이고 인상 깊었던 목소리를 다시 찾아 읽었다.

 

보통 사람은 역사를 위해 살지 않아요. 그보다는 훨씬 단순하게 살아요.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지으며 살아요.”

 

슬픔을 겪다 보니 좋은 일들을 잊고 살았어요. 우리도 젊었을 때는 사랑이란 걸 했는데 말이에요.”

 

그들을 기억하는 동시에,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역사를 위해 살지 않는 보통 사람인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슬픔을 겪다 보니 좋은 일들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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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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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츠비는, 스무 살에 처음 만났다. 친구와 고전 문학을 읽기로 계획하고, 처음 읽은 책이 <위대한 개츠비>였다. 에드워드 호퍼의 간이 식당을 표지로 한 민음사판. ‘이게 그 유명하다는 <위대한 개츠비>구나. 어디 한 번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책은 줄거리를 쫓아가기 바빴고, 끝내 완독했지만 뿌듯하지 않았다. 이 책을 왜 그렇게 읽으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때는 그랬다.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고등학생 때나 심지어 중학생 때(덜덜덜!) 우리가 이 책을 읽게 된다는 사실은 나쁜 소식이다. 그때 우리는 너무 어리고, 감정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고, 회한이 인생을 어떻게 일그러뜨리는지 알 길이 없다. (p.13)

 

중학생은 아니었지만, 고등학생의 티를 아직 벗지 못한 스무 살이었으므로 감정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고, 회한이 인생을 어떻게 일그러뜨리는지 알 길이 없었다.

어렴풋하게 개츠비를 이해한 건, KBS2 단막극 <위대한 계춘빈> 덕분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위대한 계춘빈>의 대본 속 기획의도덕분이었달까.

 

스무살 때, ‘고전문학의 이해라는 교양수업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1920년대 신생강대국인 미국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고발한 목가주의와 기계주의의 대립과 갈등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레포트를 썼다고 한다. A+을 받은 그 레포트가 여지껏 부끄러운 이유는, 그 책을 읽고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 때문이었다. 그 생각은 바로 개츠비... 미친놈...’이었다고 한다.

   

다소 격한 표현이지만, ‘미친놈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나는 개츠비를 어렴풋이 이해했다. 그렇다. 개츠비는 미친놈이었다. 위대한 모든 사람이 사랑에 미친 것은 아니겠지만, 사랑에 미친 사람이 위대할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개츠비. 책장을 덮으면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개츠비. 위대한 놈이다.

 

나를 비롯한 독자들은 개츠비를 읽으며 주인공이 사랑에 홀딱 빠진다는 점을 좋아하지만, 정작 이 소설은 신학에 대해서건 낭만적 사랑에 대해서건 시큰둥하다. 개츠비에는 신학 대신 우상 숭배가 나오고, 사랑 대신 타인에게 마냥 무릎 꿇는 자아가 등장한다. (p.34)

 

개츠비는 공허를 정면으로 응시한 최초의 현대 소설 가운데 한 편이지만, 높이 뛰어오르기 전에 멈춰버린다. 피츠제럴드가 예전에 버린 가톨릭 신앙과 그의 낭만적인 기질이 여전히 영향을 미친 탓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개츠비를 쓴 피츠제럴드. 개츠비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이 책의 부제에서는 개츠비보다 피츠제럴드가 먼저 언급되는데, 나는 다음 구절을 읽으면서 피츠제럴드를 새롭게 이해했다.

 

결국 피츠제럴드는 항상 원하기를 원한다. 그 기대에 부합하는 것이 없다 할지라도 말이다. 최종적으로 개츠비를 위대한 미국 소설이 될 만큼 가치 있는 작품으로 만든 것은 뭔가를 단언하고 싶어 하는, 피츠제럴드의 희미하지만 결국 살아남은 충동이었다. (p.35)

 

이 책을 쓴 문학 비평가 모린 코리건이 글을 잘 써서 그렇겠지만, ‘그 기대에 부합하는 것이 없다 할지라도 항상 원하기를 원하는피츠제럴드가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츠비는 그저 그 시대에 쓰였기 때문에, 비단 위대한 사랑 이야기인 소설은 아니기 때문에 가치 있는 작품이 아니라 뭔가를 단언하고 싶어 하는, 피츠제럴드의 희미하지만 결국 살아남은 충동이 있었기에 가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정말이지 멋있다.

 

개츠비에 의한, 개츠비를 위한, 개츠비의 이야기인 동시에 피츠제럴드에 의한, 피츠제럴드를 위한, 피츠제럴드의 이야기인 이 책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그가 창조한 최고의 인물들은 들뜬 채로 인생이라는 물에 대책 없이 뛰어들고, 그다음엔 떠 있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1물 그리고 물, 어디에나’.

위대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열망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파괴하는 도시 뉴욕에 대해 이야기하는 2야망과 성공의 땅에서’.

이 소설을 사랑 이야기로 보고 강의하려는 게 아니다’. 적어도 오늘 밤은 아니라고, 자신은 이 소설을 아메리칸드림의 은밀한 썩은 부위를 들여다보는 누아르로 애기하고 싶다 말하는 3랩소디 인 누아르’.

할리우드가 그를 싸구려 글쟁이보다 약간 나은 존재로 취급했을 때조차도, 진지하게 자기 자신이 작가라고 생각했던 피츠제럴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4중서부 싸구려 작가와 그의 걸작’.

그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었고, 전기와 소설과 연극의 주제가 되었으며 그가 쓴 이야기는 수백만 관객을 대상으로 각색됐다. 오늘날 대학생들은 그의 책을 읽는다. 필독 도서이기 때문이 아니라 좋아하는 책이기 때문이라며 이야기하는 5물 위에 제 이름을 쓴 사람, 여기 잠들다’.

나이 들어 인생을 후회하는 독자들을 위한 개츠비가 있지만, 젊고 무모한 이들을 위한 개츠비도 있다며 이해하는 마지막 6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목차를 조금 길게 풀어놓은 것 같아 보인다. 부끄럽게도 정말 그렇지만, 그렇게 한데는 이유가 있다. 개츠비는 알아도 피츠제럴드가 낯설다면 나는 과감하게, 이 책을 뜯어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개츠비를 뉴욕 속 누아르로 읽었던 스무 살의 내게는, 야망과 성공의 땅에서 들려오는 랩소디 인 누아르가 잘 읽힐테고, 개츠비의 심화 과정인 피츠제럴드 읽기를 원하는 사람은 중서부 싸구려 작가와 그의 걸작이 와 닿을 것이다.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고 했던가. 개츠비-피츠제럴드 덕질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멋진 책. 그 어떤 문장보다, 이 책의 제목이 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을 덧붙여본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나아간다. 흐름을 거스르는 보트들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리면서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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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길에, 떠나기 전에 쓰지 못한 신간 페이퍼를 올린다. 

그래봤자 1박 2일의 여행이지만.

설레는 3월, 읽고 싶은 두 권의 에세이.

 

 



첫번째 책으로는 파울로 코엘료의 '마크툽'. 아랍어로, 모든 것은 기록되어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에세이 '마법의 순간'은 그 제목처럼 읽는 내내 행복해서 정말이지 마법의 순간 같았다. '파울로 코엘료 글 + 황중한 그림'의 두번째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내게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두번째 책으로는 박준의 '떠나고 싶을 때, 나는 읽는다'를 골랐다. 익숙하다 싶었더니, '책여행책'의 작가님이셨다. 

여행에세이 같지만, 독서에세이인 책. 10,517페이지의 책 속으로 떠난 여행의 기록.
그렇다. 이 책은 '책여행책'의 개정판이다. 몇년전 도서관에서 빌렸으나,

 여차저차해서 집중있게 읽지 못하고 반납했던 그 책. 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이번 기회에 다시 읽으라는 인연인지, 책 소개를 다시 읽는데 이 구절이 마음에 들어 담아본다.

 


P.136 : 누군가는 “여행을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며 일상에서 벗어나는 충동 외에 여행의 목적은 없다”고 한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여행의 패러독스가 아니다. 내가 여행을 하는 것은 달라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달라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변하는 건 아니다. 

일상과 마찬가지로 여행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변화는 자연스레 오지만, 

그건 어떤 여행을 했는가에 달려 있다. 진짜 변화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온다.
― 「몽상가의 여행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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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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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작가님의 글을 접한 건, 몇 년 전 헌책방에서 발견한 인생기출문제집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돌아보면 스무 살부터 서른 살까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끊임없이 주변을 기웃거리던 시기였다. 겨우 하고 싶은 일을 찾은 후에도 실행할 용기를 내기까지는 몇 년이 더 필요했다.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의 경계는 내게도 모호했기에. 길 밖으로 나가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야, 시도도 안 해봤는데 잘할 수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아, 실패하면 어때, 난 아직 젊은데,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남들의 시선과 판단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간절한 것을 찾는 것.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고,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을 찾아가는 것. 나의 이십대는 그 일을 찾느라 보낸 시간이었다. “이 세상엔 오직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한 부류의 인간은 자기 길을 가는 인간이고, 다른 한 부류의 인간은 그 길을 가는 사람에 대해 말하며 사는 인간이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 인생기출문제집김남희 당신 삶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p.269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헤매던 그때 큰 힘이 되었고, 여전히 헤매고 있으므로 이 글은 내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인생 선배로서 내게 멋진 글을 전해주셨던 작가님은 서른넷이 되어서야 자기 길을 가는 인간이기로 했고, 그 길 위에서 ‘12년간 80개국을 다닌 여행가가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삼십 대에 사표를 쓰고 세계일주를 떠난 건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 내린 결정 중에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유난히 추위에 작한 작가님이 선택한 겨울 쉼터, 발리-치앙마이-라오스-스리랑카에서 보낸 200일에 대한 기록이다.

 

짙고 농염한 초록의 논과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기분이 들었던 발리의 우붓, 지구에서 가장 큰 생명체인 흰수염고래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비행기값이 아깝지 않았던 스리랑카, 소박하고 느린 삶이 주는 여유를 잃지 않은 시간 부자들이 사는 태국의 치앙마이, 여행은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행위임을, 그러니 우리는 발끝을 들고 조심조심 다녀가야 하는 손님일 뿐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던 라오스까지. 83편의 글 중, 인상 깊었던 두 편을 소개해본다.

 

사원을 나오자 마데 아저씨가 묻는다. 새 공원에 가겠느냐고. 이름은 새 공원이지만 결국 동물원이라 마찬가지라 나는 들어갈 생각이 없다. 게다가 우붓까지 관광을 하며 가는 여덟 시간짜리 차량 렌트비가 4만 원인데 새공원 입장료는 한 사람에 3만 원. 돈을 새들에게 모이처럼 뿌려줄 수는 없다. 근데 엄마가 뜻밖의 반응을 보인다. "나 새 좋아하는데... 들어가 보고 싶어." 엄마가 새를 좋아하다니 금시초문이다. "엄마 혼자 들어갔다 와요." "혼자서는 안 갈래. 무슨 재미로 혼자가?" 어쩔 수 없이 나도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열대의 새들을 모아놓았는데 규모도 작고 새의 종류도 많지 않다. 그래도 엄마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새들을 찾아다닌다. 그런 엄마가 새들보다 더 신기하다. 나는 어째서 엄마가 새를 좋아한다는 것도 몰랐을까.

세상의 모든 딸은 자신을 낳아준 엄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세상의 모든 엄마는 또 자신이 키운 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엄마'라는 이름을 벗어놓은, 욕망을 지닌 한 여성으로서의 엄마를 나는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은 익숙했던 상대를 재발견하게 만든다. 내 안에 단단하게 굳어있던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녹여준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오다니, 참 잘했다. (p.28)

 

엄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의 엄마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엄마에 대해 알고 있는 것만큼 엄마에 대해 모르는 게 아닐까. 엄마는 편히 여행하라고 혼자 계획을 짜며 여행을 준비했는데,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은지 어떤 것을 보고 싶은지 물었으면 좀 더 좋은 여행이 되었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던지라 후회하진 않는다. 아쉬움을 교훈삼아 다음 여행에 적용하면 될 일이니까. 딸인 나의 생각은 이러한데, 엄마의 생각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나 역시 엄마와 함께 여행한 일을 참 잘했다고 생각했기에 이 구절이 마음에 들었다.

 

TV가 여행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고 있다. 이제 귀찮은 선택을 할 필요가 없어졌는지 모른다.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의 삶도 다 비슷하다. 공부하고, 일하고, 생존하느라 자신의 취향조차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혼자서 무언가를 해보는 훈련이나 습관도 안 되어 있다. 그러니 여행지를 고를 때도 지금 인기있는 곳을 고르기 쉽다. 라오스를 여행하면서 자기만의 라오스를 찾기보다는 <꽃보다 청춘>의 라오스를 소비할 뿐이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그 집단적인 소비 행위에 타인을 위한 배려가 끼어들 틈은 없다. (p.378)

 

라며 자신 역시 TV 프로와 본질적으로 같은 일을 하고 있기에 마음이 불편해진다고 고백한다. ‘여행으로 밥을 버는 처지라면 더 나은 여행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좋은 여행이란 무엇일까.’ ‘나는 좋은 여행자인가.’ 이런 질문에 천착해왔지만 자신이 좋은 여행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고.

나 역시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나의 여행을 돌아봤다. 여행에 있어 나는 수동적인 존재는 아니었는지, 나만의 방식으로 여행했는지를. 이 글을 쓰기 몇 시간 전에 나는 친구와 조만간 있을 부산 여행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돌아왔는데 친구는 도서관에서 부산 여행에 관한 책을 빌려왔고, 나는 몇 년 전 떠났던 부산 여행에서 아쉬웠던 것들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다른 정보를 찾아 갔다. 시간이 여유롭지 못해서 남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계획했는데, 친구와 나만의 여행으로 남을지는 아직은 모를 일이다. 그래도 다짐해본다.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하게 되건 나만의 여행지를 찾을 것. 그리고 타인을 위한 배려를 잊지 않는 여행을 할 것이라고.

 

유난히 추위를 타는 작가님과는 다르게, 나는 추위도 타고 더위도 잘 타서 따뜻한 남쪽 나라를 여행지로 삼을 확률이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따뜻한 남쪽 나라를 선택하는 날이 온다면 그건 분명 이 책 덕분일 확률은 높다. 작가님이 들려주었던 겨울 쉼터 속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든 그 풍경 안에서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어 보고 싶다. 200일은커녕 20일도 어렵겠지만, 2일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는 2일이라니. 너무 극단적이어서 극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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