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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을 만나 즐거운 영화를 한 편 보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헤어진 뒤 찬양연습시간까지 조금 시간이 남았다. 자주 가는 카페에 잠깐 들러 책을 보다가 나와 근처 서점에 신간을 좀 보려고 들렀다. 

이상하게 그날따라 물품보관함이 눈에 띄었다. 불안했다기보다는 가방이 무거워서이긴 했지만. 하지만 지갑에는 오백원짜리 하나. 백원짜리 바꾸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들어가 40분 정도 서점을 둘러보고 나왔다. 교회에 들러 찬양연습을 마치고 집에 오니 10시, 컴퓨터를 켜고 잠시 쉬며 씻으려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늦어서 죄송하다고 정중하게 사과하며 이야기를 꺼낸 그 남자가 만약 늦었다는 이유로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했다. 남자는 LG카드 사고방지팀 직원이었고, 조금 전에 내 카드로 99만원을 이용한 내역이 뜨는데 본인이 맞는지 확인했다. 깜짝 놀란 나는 아니라고 말하며 가방이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역시나 안에 있어야 할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일단 남자와의 통화를 마쳤다. 주말이어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일단은 지갑에 있는 다른 카드들의 안위를 살펴야 했기에 재빨리 씨티카드 --> 삼성카드 --> BC카드 순으로 분실신고를 했다. 지갑을 통째로 분실한 경우에는 타 카드 분실신고를 재빠르게 해야 하는데, 분실센터끼리 서로의 연락처를 알고 있기 때문에 해당 담당자에게 본인이 소지한 카드를 말해주면 재빠르게 해당 센터 전화번호를 안내해준다. 

씨티카드와 삼성카드는 일단 안전했다. 분실 신고 후에는 담당자에게 최근 사용 내역을 물어 확인하는 것이 좋은데 왠만한 담당자들은 묻기 전에 확인해주나 확인해 주지 않는 담당자도 있으므로 본인이 정신을 차리고 물어보는 것이 좋다. 

문제는 BC카드였다. BC카드의 경우 은행 계열의 카드이므로 내가 인지하지 못한 BC 계열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나는 하나은행 BC카드만 기억하고 이 카드를 신고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Yes24의 할인을 위해 발급 받은 제일은행 체크카드 역시 BC 계열의 카드였다. 내가 신고를 한 시간은 10시 2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제일은행 BC카드의 기록에는 10시 13분 9초에 GS25 00점에서 28만원을 구매한 기록이 찍혀 있었다. 

녀석은 꾼이었나보다. 그가 구매한 것은 99만원 순금팔찌, 그리고 28만원어치 금강제화 상품권이었다. (나중에 누군가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일단 금은방에서 카드를 쓰고 나면 확인 전화가 온다고 한다- 이건 꾼들의 행동 유형이 일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 일단 신고를 마쳤다. 그럼 내가 해야 할 1차적인 의무는 마친 셈이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굉장히 중요한 카드 분실자의 의무이다. 신고를 하고 난 후에 향후 행동을 위해 내가 알아볼 수 있는 루트를 통해 최대한 알아봤고, 일단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일단은 법적으로 카드 분실 후 60일 이내에 쓰여진 금액은 카드사에서 보상을 해줄 의무가 있다. 사실 법이 카드사에게 좀 불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으나, 생각해보면 법으로 이렇게 보장이 돼 있지 않으면 힘 없는 개인으로 거대 카드사를 상대하기가 너무 버겁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카드사가 무조건적으로 다 보상을 해주느냐? 절대 아니다. 

일단은 분실자와 가맹점에 어느 정도 과실을 묻는 규정들을 카드사에서 마련해놓고 있는데 이 규정은 가입당시 우리가 아무도 읽지 않는 약관에 명시돼 있다고 한다. 

가맹점의 경우 이 사건에서 크게 아래 세 가지가 걸릴 수 있다.

1. 카드상의 서명과 구매자의 서명이 동일한 지 확인할 것
2. 카드 내 명시돼 있는 이름 등으로 알 수 있는 사용자 정보와 해당 구매자가 동일한 지 확인할 것 (일부 카드의 경우 생년과 성별이 표기돼 있다고 한다)
3. 50만원 이상 구매의 경우 반드시 신분증을 확인할 것 

사실 거의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다. 고액 구매가 아니라면. 다만 내 카드의 경우 해당 가맹점에서 모두 사인을 확인했다고 하고, 전표를 확인해 본 결과 나와 동일한 서명이 돼 있었기에 1번의 책임은 묻지 않으나 2번의 경우, 내 카드가 여성의 이름으로 돼 있음에도 50대 남성에게 그냥 물건을 팔았기에 어느 정도 과실로 인정될 수 있으며, 보석상의 경우는 해당 구매자가 99만원의 물품을 구매했음에도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으므로 과실이 명백하다. (자세한 과실 여부는 일단 결과가 나와 봐야 알 것 같다) 보석상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아저씨 하는 행동이 수상하여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더니 본인이 차를 빼야 한다며 황급히 나가더라고 얘기했다. 

다음은 사용자의 의무. 사용자의 경우 아래의 경우에 과실로 인정될 수 있다. 

1. 카드에 서명을 하지 않은 경우
- 사실 카드에 서명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이 일을 겪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카드상에 서명이 돼 있으면 오히려 따라하기가 쉬운 것 같아 찝찝해 서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본인의 생각일 뿐이다. 가맹점은 서명을 확인할 책임이 있는데, 카드에 서명이 돼 있지 않았다면 면책이 된다. 그러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사용자가 지게 된다. 지금 얼른 지갑을 꺼내어 서명돼 있지 않은 카드에 서명부터 하라. (잘 쓰지 않는 카드에도 반드시. 이번에 나쁜놈이 이용한 나의 LG카드는 단 한번 사용한 카드인 것을 ;;)
그리고 이건 지식인에서 찾다가 본 건데, 카드 발급당시의 사인과 카드 서명, 그리고 평소에 본인이 하는 전표 서명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도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2. 카드 분실 사실을 알고도 신고를 미룬 경우
- 이용자는 분실 사실을 인지한 즉시 신고할 책임이 있다

3. 카드를 지갑에서 빼내 따로 보관한 경우
- 이용자는 현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관할 의무가 있다. 

4. 카드 분실자가 이용자 본인이 아닌 경우
- 다른 사람에게 카드를 줬다가 그 카드를 잃어버렸다면 역시 이용자의 과실이 인정된다

이런 과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보상에서 일정 비율을 이용자가 책임지게 되며, 그 비율은 사건마다 다르게 적용된다고 한다. (또 다른 규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만 ;;)


일단 이렇게 분실신고를 하고 난 후에도 분실자는 도난범이 이용한 카드에 대해서는 다시 서면으로 신고를 해야 한다. BC카드의 경우는 제일은행 계열 카드이기 때문에 제일은행을 방문해서 신고를 해야 한다. 지참해야 할 것은 신분증과 사고처리비용 2만원, 그리고 재발급을 원하는 경우 통장을 가져가면 된다. 사고처리비용은 현금으로 가져가야 하며 신분증은 함께 분실했을 경우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서를 발급받으면 해당 신분증이 재발급 되기까지 신분증의 역할을 대신해 준다. 또한 여권 역시 신분증 대용으로 매우 유용하다. 

은행에 가서 '부정사용 금액 신고'를 하기 위해 왔다고 하면 직원이 해당 서류를 준다. BC카드의 경우 설문지를 작성하게 돼 있는데, 대부분 위 내용들에 대한 확인이라고 보면 된다. 보관상태나 서명 여부, 분실시 상황 등에 대한 간단한 문답이다. 은행 직원의 말에 의하면 BC카드는 보상을 잘 해주는 편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란다.

다음 LG카드. LG카드의 경우는 삼성동에 사무실이 있다며 내방할 것을 요구하더니 후에는 팩스로 처리하자고 한다. 나 역시 팩스가 더 편하므로 오케이. 카드사에서 보낸 서류를 작성한 후 신분증 사본과 경찰서 신고 접수증을 함께 보내라고 한다. 카드사에서 보낸 서류는 BC카드와 또 양식이 달랐다. 진술서 형식으로 돼 있는 보상신청서를 작성한다. 전날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이미 썼기 때문에 작성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경찰서 신고 접수증의 경우 나는 파출소에 신고를 했기 때문에 발급받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신고 접수증의 경우 경찰서장의 이름으로 발급이 되는데, 파출소에는 서장이 없기 때문에 결제가 난 후 발급받는 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게 파출소 측의 설명이다. 맘이 급하면 경찰서를 가야겠지만 뭐 동네 파출소도 나쁘지는 않다. (접수증 발급에는 이틀이 걸렸다) 암튼 나는 오늘 신고 접수증을 카드사로 보냈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마무리한 셈이다. 

처음에는 주말이어서 참 많이 답답했으나, 맘 급하게 가진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달라지는 것도 없으니 일단은 마음을 정리하는 게 급선무였고, 주말 내내 상황과 생각을 많이 정리할 수 있어서 오히려 그 주말은 나에게 득이 된 셈이었다. 그리고 주말 동안 금은방 주인 아주머니와 편의점 점장과 통화하고 만나고 하면서 씨씨티비도 확인하고, 나름대로 사건에 대해 명확히 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고- 그래서 경찰이나 카드사를 대할 때 좀 더 명확하고 당당할 수 있었다. 

이제 뭐 처분만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있다. 일단 내가 보기에는 나의 과실로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듯 하나, 또 뭐가 어떻게 꼬투리 잡힐지 모르는 일이니, 얼마간의 금액적 손실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치만 일단은 내가 당당해야 된다는 생각. 그래서 카드나 도둑맞고 다니는 칠칠치 못한 내 잘못,이라는 엄마의 비난에도 꿋꿋이 난 잘못한 게 없다,라고 마인드컨트롤 중이다.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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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갑분실의 잔재 청산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7-11-14 23:46 
    가을의 시작즈음이었던가, 지갑을 잃어버렸었다. 엄밀히는 도난을 당했었고, 지갑을 훔쳐갔던 사람이 130만원 가량의 금액을 쓰는 바람에 기함할 뻔한 적이 있었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나는 이제 누구든 주변에서 지갑을 도난당해 카드에 대한 부정 사용이 있어서 불안에 떨고 있으면 안심하라며 조언해줄 수 있게 됐다. 한달 이상의 시간을 기다리긴 했지만, 어쨌든 손실 금액은 모두 카드사에서 보상해주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손해금액은 각 카드사에 신고금
 
 
이매지 2007-09-04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결과 있기를! 굿럭!
하지만 카드 승인이 다 취소되고 웬디양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없다고 해도
역시 그 과정에서 시간도 들고, 신경도 쓰이는 것 같아요.
저도 겁이 나서 아직 신용카드를 안 만들었는데 (사실 갚을 능력도 없고-_-)
체크카드 하나 있는 것도 잃어버릴까봐 노심초사라니까요. 쩝.
어쨌거나 잘 풀리길 바랄께요 :)

웽스북스 2007-09-04 01:30   좋아요 0 | URL
안전불감증이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실은 요즘 일상이 좀 심심해서 말이죠- 알아보고 해결하러 다니고 하는 과정에서 좀 스릴있었답니다 (이런말 하면 다들 제정신 아니라고들 하지만 말이죠) 저도 제일은행 BC카드는 체크카드였어요- 원래 잔고 없는 통장인데, 하필 전날 십일조 하려고 넣어놓은 현금이 딱걸린 거죠 ; 암튼 체크카드 관리 잘하세요 꼭 싸인하시고요 ^^

비로그인 2007-09-0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식 전해주세요.
사실 지갑 한두번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그 사후가 문제지요.
운이 좀 안좋으셨던 듯 한데...^^ 잘못한 거 없는 거 맞아요.
쓴사람이 나쁜거죠 ㅎㅎ

웽스북스 2007-09-04 12:43   좋아요 0 | URL
으흣 저의 마인드컨트롤에 힘을 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체셔고양이님
빠샤 빠샤! 꼭 좋은 소식 전해드릴게요~

순오기 2007-09-04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경험은 아프지만 얻는 것은 많아요~~ 님의 경험이 많은이에게 좋은 정보가 될 듯. 카드사용 편리하면서도 문제점이 많긴 해요~ 님, 좋은 소식 있기 바래요!!

웽스북스 2007-09-04 12:44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순오기님~! 저도 그런 생각에서 썼답니다! 이참에 안쓰는 카드들은 좀 없애버리려고요! 나쁜놈들을 세상에서 다 없애야 할텐데 말이죠~
 



1회를 보면서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참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즈에 걸린 딸과 치매걸린 할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미혼모에, 여자친구를 자신이 고치지 못하는 병으로 먼저 보낸 남자라니. 이렇게 지독한 설정이 또 어디 있담. 꽤나 신파스러운 드라마 하나 만났구나. 이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콧물 남아나지 않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계속 드라마를 봤다

그런데 이 드라마, 지독한 속에서 따뜻함을 끌어낸다. 분명 신파 분위기였는데, 보통 지독한 설정이 아니었는데, 그 속에서 끈끈하고 따뜻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정을 이야기한다. 그러한 가운데 고마워 할 줄 아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물론 이 드라마가 사람을 한없이 착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봄이가 에이즈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마을 사람들이 보인 이기심은 참 무섭다. 그러나 그 무서움이 새삼 놀라웠던 건 아니다. 어쩌면 그 이기심이 무서웠던 건 나에게도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감히 나는 그러지 않았을 거야, 라고 말할 수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내가. 

하지만 영신의 따스함은 이 모든 마음들을 녹인다. 그 마음이 녹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리긴 했고, 그 가운데 수없이 슬퍼하고, 눈물 흘리긴 했지만, 종국에는 마을 사람들을 녹였고, 나를 녹였고, 이기적이고 사랑할 줄 모르던 두 남자를 수호천사 1,2호로 변신시킨다. 그 수호천사 1,2호의 거짓말은 또 얼마나 예쁘던지 들을 때마다 절로 미소가 솟아나면서도 한쪽 가슴은 짠해온다.

고맙습니다, 제작진은 이 이야기를 일컬어 어른들의 동화같은 이야기,라 표현한다. 맞다. 이 드라마는 동화처럼 참 맑고 예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더 이상 이런 드라마를 '동화'라는 단어로 제한하지 않는 세상이 오길 꿈꾼다. 그냥 이런 사람들이, 이런 따뜻함이 세상에 가득해져서 이런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는 동화같은 드라마가 아니라 리얼리티 드라마라고 불려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한가지 소망을 더 담아본다. 언제가 됐든, 나중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꼭 영신이가 봄이 키우듯 키워야지.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라고 서슴없이 말할 줄 알고, 다른 사람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고 양보할 줄 아는 예쁜 마음을 가진 아이. 그렇게 살다 보면 험한 세상에서 손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손해 보는 편이, 그렇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궁극적으로는 훨씬 잘 사는 길이라고, 강퍅한 마음을 가지고 평생을 살지는 말자고. 

도통 나도 못하는 걸 어떻게 가르치며 산담, 싶어 나도 영신의 마음을 조용히 배워 보려 한다. 역시 쉽지는 않다. 그러니 아직 고맙습니다,는 동화같은 드라마가 맞나보다

마지막회까지 보고 난 뒤, 나도 자꾸만 되뇌이게 된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여름의 끝무렵 이런 따뜻함과 만날 수 있게 해 준 이 드라마가 참 고맙다. 고맙고 예쁘다.
누군가에게 기적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ps

공효진, 신구야 뭐 워낙 멋진 배우들이라는 거 알고 있었고
이 드라마에서의 배우의 재발견이라면, 내게는 장혁
이런 연기가 가능한 배우인 줄 몰랐던 건,
그간 봐왔던 작품에서의 그의 모습이 어딘가 힘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군에서 보냈던 지난 시간들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세월이 그에게 배우로서의 힘을 빼줬겠구나, 싶어
자꾸만 앞으로의 그를 기대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목구비 이렇게 뚜렷한 배우가 좋아진 건 처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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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맘으로 축하하고픈 고맙습니다 식구들!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7-12-31 01:11 
    어렸을 땐 연말마다 연기대상 챙겨보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드라마를 많이 보는 드라마 아가씨였으니까. MBC연기대상은 늘 챙겨서 봤으나, 31일날 하는 KBS, SBS 연기대상은 같은 날에 해서 매우 아쉬워했었고, 그나마도 보다가 12시 맞춰 교회로 가야 했으니, 그닥 열중해서 보지는 못했다. 다행히, 편애하는 드라마는 MBC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TV를 별로 안보게 된 후로 응원하고픈 연기자가 별로 없어 연기대상은 거의
  2. 지붕뚫고 하이킥
    from 내가되는꿈 2009-09-20 21:14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독서량이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사실 가을은 드라마의 계절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을 스스로에게 품게 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나를 버닝하게 만든 두 드라마는 선덕여왕(이건 다 알라딘 또 모님 때문) 그리고 지붕 뚫고 하이킥 (빨리 시작한 건 옆에서 부채질 해준 알라딘 치 모님 때문이기도 하고 ㅋ) 이 두 작품 모두 실은 이전에 페이퍼로 쓴 적이 있는 나의 드라마 작가주의와 시트콤 PD 주의에 부합하는 작품들이어
 
 
마늘빵 2007-09-02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새 잘 만든 드라마 너무 많군요. -_- 커프도 1회 봤는데 재밌더라고요, 다 끝났지만. 강남엄마 따라잡기도 어제 낮에 봤는데 완전 재밌어요. 다 끝나고 뒷북이지만.

웽스북스 2007-09-02 14:01   좋아요 0 | URL
아프락사스님도 은근 드라마 매니아이시군요- 뒷북은 저 따라올 사람 없으니 안심하십시오 ^^ 도무지 제 때 제대로 보는 드라마가 없답니다- 종영 후 1년도 더 지나고 본 드라마도 수두룩한걸요= 뒷북의 장점은 실패할 확률이 낮다는 것이죠 ^^ 당연히 커프도 강남 엄마도 못봤답니다-심장이 시큰거리는 따스함을 만나고 싶을 땐 고맙습니다,를 권해드립니다 ^^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올 거에요

얼음장수 2007-10-06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드라마에 빠져서 삽니다. 16부작도 3~4일이면 다 볼 정도로요. 저는 언제나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더 빠져 사는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도 벼르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반갑습니다^^

웽스북스 2007-10-06 01:32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얼음장수님 ^^ 고맙습니다,는 충분히 벼를만한 가치가 있는 드라마입니다, 저도 한 때 대장금을 3일만에 본 전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눈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달콤한 백수시절에 가능했던 이야기이죠- 들러주시고, 한마디 건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런 식당 주변에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적당히 깔끔하고, 크지 않으며, 그렇게 많은 사람이 찾지 않는 식당. 사실 음식맛은 내게 그리 중요치 않다. 그저 언제 가든 나를 나로 알아봐주고 눈웃음으로 맞는 주인 아주머니가 있고, 과도하게 관심 갖지는 않지만 또 내가 관심갖고 묻는 것들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존중해 줄 줄 아는 따뜻함이 묻어 있는 그런 동네식당. 언제든 혼자 가서 커피를 홀짝거리며 몇시간이고 책을 봐도 전혀 내가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만들어 주는 식당 말이다. 음식만 만들 줄 안다면 당장 내가 차리겠다고 나섰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음식은 배운다 쳐도, 그 따뜻함은 어디에 가서 배운담! 


느닷없이 낯선 나라에 들어선 그들에게 영화 '카모메 식당'은 누구세요? 어떻게 오셨나요? 어떤 사연을 가지고 계신데요? 뭐가 당신들을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나요? 하고 꼬치꼬치 묻지 않는다. 그녀들의 파란만장 인생사 구구절절 읊지 않아도 그녀들의 눈빛 속에서 자유롭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읽으며, 그간 그녀들의 삶의 무게를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아침에 연어를 먹는 나라라 우리 나라와 통할 것 같아서 여기에 식당을 냈다는 사치, 눈감고 지도를 찍었는데 핀란드여서 그냥 무작정 핀란드로 왔다는 미도리, 에어기타 콘테스트 같은 사소한 일에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핀란드 사람들이 인상적이어서 여행을 결심했다는 마사코- 가볍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녀들의 핀란드 방문 이유는 한발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결코 우습지 않다.

'사람은 저마다의 슬픔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당연한 진리는 굳이 배우의 입을 빌어 말하지 않아도 좋을 뻔했다.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서로의 아픔을 따뜻하게 존중해 주고, 말하지 않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는 예의를 지키지만 나누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아파해줄 줄 아는 모습,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좋아해주는 그녀들의 모습이 예뻐서 그저 미소를 지으며 볼 수 있었던 영화. 

아참!

1
핀란드 사람이 여유롭고 평안해 보이는 이유의 비밀은?
숲! 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럴 줄 알았다구! 

2.

나도 독수리 오형제 한국어 버전 가사를 모두 외우고 있다
무려 두가지 버전으로
누구냐 누구냐 버전과 슈파슈파 버전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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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소년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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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때 룸메이트 언니의 영향으로 처음 접하게 된 아다치 미츠루. 절제된 듯한 간결한 그림선 만큼이나 절제된 표현들, '억눌림'이 아닌, 분명하게 '표현'은 하되 간결할 줄 알았던 그 매력에 아다치 미츠루를 참 좋아했던 것 같다. 

당시에 읽었던 러프와 터치 이후로는 아다치 미츠루의 다른 작품들을 만나지 못했던 내게 알라딘 메인의 아다치 미츠루 신작 단편집 소식은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러프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맘설레하던 시절을 기억하며 거침없이 구매를 클릭하고, 오늘 도착한 한무더기의 책들 중 가장 먼저 집어들었다.

총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모험 소년, 단편 중 하나의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단편 리스트에 모험 소년이라는 작품은 없다. 단편집의 제목인 '모험소년'은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컨셉이다.

오늘을, '살아가며', 예전의 어느 한 때에 비한다면 지금은 다소 현실을, '알고있다고 믿는' 나처럼, 일단 몸과 나이는 '어른인' 사람들이, 우연한 계기로 과거를 떠올리고, 과거의 꿈을 떠올리며, 그 때의 자신을 만나게 된다는, 이 단편집속 작품의 설정들은 내가 아다치 미츠루의 배너를 알라딘에서 보고, 아다치미츠루의 작품을 읽던 그 대학 1,2학년  시절을 잠시나마 떠올렸던 그 마음만큼이나 아련하다. 철없고 순수하던 마음이 아련하다 못해 아찔하기까지 한 그 때를 떠올리는 마음은 마지막 작품인 '스케치북' 속의 남자가 10년 전 그 카페에서의 자신을 떠올리고는 앉아있기가 불편해져 이내 카페를 나설 수 밖에 없던 마음과 닮아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을 떠올리는 일이 내게 아찔하다는 것은 그 시절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가 철이 들었거나, 혹은 성숙했음을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일텐데, 그 시절보다 내가 철이 들었다는 건 다소 슬픈 현실인지도 모르겠고, 철이 들었다는 것이 꼭 성숙함을 근거로 하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실은 진짜 철이 들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각 단편 속 주인공들이 과거의 한 시기를 떠올림으로 현재 자신을 돌아보고 정제할 수 있었으며, 미래를 살아갈 따뜻한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내가 살아왔던 과거도, 또한 앞으로 만들어갈 과거도 그런 따뜻한 에너지를 만들어줄 수 있는 그 무엇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 만화처럼 간결하나 분명하게 새긴다. 

훈훈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 옆에 두고 가끔 꺼내보고 싶은 만화다. 몇년 후쯤 다시 이 만화를 읽을 땐, 이 만화를 처음 읽으며 가졌던 지금의 아련함도 함께 떠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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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09-01-3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거 읽었어요! 1월에~ 12월에 선물로 받은건데~ 단편이라서 좀 아쉬웠어요..하나의 주제로 묶은 건 괜찮았는데...오래 전에 보고 히데노리를 접한 이후 아다치 미츠루는 자연 스럽게 멀어졌는데...10년두 넘게 안접하다가 보니 괜찮네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어요..
 
코드 훔치기 - 한 저널리스트의 21세기 산책
고종석 지음 / 마음산책 / 2000년 10월
품절


자유화의 물결 또는 재자본주의화의 물결은 옛 체제에 지쳐 있던 사람들에게 풍요와 행복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이 지켜지지는 않았다. 흔히 '신자유주의'라는 경멸적 어휘로 불리는 미국 중심의 이 새로운 세계 체제는 많은 사람들을 주변부로 내몰고 있다. 개혁은 너무 느리거나 방향을 잘못 잡은 듯 싶고, 그래서 경기는 침체되고 실업자는 늘어나지만 옛 체제가 그런대로 쳐 놓았던 사회적 안전망은 거의 파괴된 상태다. <사회주의의 미래 中>-18쪽

개인주의는 고립주의가 아니다. 그래서 개인주의자는 은자가 아니다. 공심의 결여나 비사교성은 개인주의와 무관하다. 개인주의자는 개인주의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다른 개인과 연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중략)
존재하는 것은 개인주의라기보다는 개인주의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개인주의적 개인은 개인주의에 대한 각자의 개념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막스 슈티르너는 이기주의라는 말을 긍정적 맥락에서 사용한다. 그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이기주의자다. 이타주의자란 타인의 쾌락을 통해 자신의 쾌락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자일 뿐이다. <개인들의 시대 中>-30~32쪽

실천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태도는 순수 또는 순결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는 것일 것이다. 순수한 민족(피), 순결한 이념, 순수한 교리 따위에 대한 집착은 흔히 광신자들을 낳고 광신자들은 언제 어디서고 이단과 불순분자와 인민의 적과 민족의 원수를 발견해서 그들에게 성전을 선포하기 때문이다. 불순함에 대한 옹호가 필요한 것은 그래서다. 불순함을 옹호하는 정신은 너그러움을 옹호하고 실천하는 정신이다. 그것은 나와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서 살겠다는 정신이고 우리 속에도 수많은 그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정신이다. 그것은 새로운 세기의 시대 정신이다. <우리와 그들 中>-40쪽

자크 아탈리는 지난해에 낸 저서 21세기 사전에서 지식인을 이렇게 정의했다. "세상의 광기를 자유롭게 관찰하는 사람, 확신시키기보다는 이해하려고 애쓰는 사람, 지배하기보다는 매혹하려고 애쓰는 사람, 순응주의에서 벗어난 사람, 세상이 잠든 밤에도 깨어 있는 사람, 눈먼 확신의 속죄양" (중략)
사르트르는 지식인에 대한 모든 비난은 "지식인이란 자기와 상관도 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말한 뒤 바로 그것이야말로 지식인의 정확한 정의라고 되받았다. 지식인은 자기와 관계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다. 그 말을 바꾸면 지식인은 세상의 모든 일이 자신과 관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중략)
사르트르는 더 나아가 자신의 지적 영역에서 쌓은 명성을 남용(사르트르에게 이 남용이라는 말은 당연히 긍정적 의미로 사용된다)하여 기존의 사회와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르트르에 말하면 이 남용이야말로 지식인의 본질적인 부분이고, 어떤 체제, 어던 시대에도 지식인이 처할 수 밖에 없는 불편함을 설명해주는 개념이다. <지식인의 죽음, 지식인을 위한 변호 中>-59~61쪽

위대한 반대자로 불렸떤 미국 연방 대법원 판사 올리버 웬델 홈즈가 지적했듯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우리가 동의하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증오하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모색 中>-72쪽

그러나 스포츠가 지금처럼 실력 위주의 위계 기준과 숙련에 기초한 성공만을 찬미할 때 오직 기록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서 그릇된 사회 진보관을 제시할 때, 인간의 신체를 능률성과 생산성이라는 기술주의적 준거틀에 맞추어 바라보게 만들 때 소외된 사람들을 현실에서 도피시키는 보상 매커니즘으로 작용할 때, 상업주의를 숭배하며 국가와의 상징적 연결을 통해서 억압적 국가의 정당성을 재생산해낼 때, 그때 스포츠는 장-마리 브롬의 책 제목대로 '측정된 시간의 감옥'이 되고 말 것이다. <호모 스포르티부스 中>-125쪽

소설 장르의 개척자 가운데 한 사람인 프랑수아 라블레는 지금부터 5백년 전에 과학이 윤리에 의해 제어되어야 할 필요성을 '양심(자각,의식)이 없는 과학(앎)은 정신의 폐허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로 요약했다. <테크놀로지의 미래 中>-201쪽

민주주의의 세계적 확신은 '이데올로기의 종언'이라고도 불리고 더 멋지게는 '역사의 종언'이라고는 말로도 포장된다. 이런 종말의 선언은 복음인가? 드보레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에 따르면 경제가 정치를 대체해버린 이 새로은 보편적 민주주의의 질서보다 더 맹목적이고 위험한 유토피아는 없다. 왜냐하면 냉전의 종식은 우리를 '역사 이후' 시대의 평화로운 해안가로 인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화정을 위하여 中>-208쪽

전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은 그것이 교육이든 자연자원과 환경이든 우리가 앞세대에게서 물려받은 유산보다 양으로나 질로나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세대 또는 기성 세대가 미래의 세대 또는 새 세대에게 책임감을 지니고 있다면 그들은 지금의 성장에서 생기는 몫의 큰 부분을 떼어내 비축해 놓아야 한다. 다시 말해 현재의 세대들은 특히 선진국의 시민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사회보장혜택을 줄여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세대 계약이 돼야 한다. 이것은 정부가 지금 세대의 이기주의에 맞서서 미래 세대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자신의 세대보다 미래 세대에 더 마음을 쓰는 것은 진화의 법칙이 가리키는 자연적 명령이기도 하다. <늙음과 젊음 中>-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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