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의 물레 - 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
김종철 지음 / 녹색평론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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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안타까운 마음이 뜨겁게 묻어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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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 온지 두달이 지났고, 예스24는 그간 책한권 사지 않은 나를 아직 '플래티넘'으로 예우해주고 있다. 오늘 잠깐 들어간 예스24의 로그인 문구(조선아님은 현재 플래티넘 회원이십니다) 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조선아님께서는 여전히 플래티넘 회원이십니다" 예스24의 화면이 낯설게 여겨지기 시작하고, 알라딘의 화면이 익숙한 요즘이다.

온라인 서점을 바꾼 데는 실은 별 이유가 없다. 예전부터 알라딘을 쓰고 싶었다. 이러저러한 주변의 얘기나 서비스에 대한 평가 등을 들으면서 알라딘을 쓰고 싶어,라고 생각은 했으나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번 익숙해진 온라인 서점을 바꾸는 일은 실은 별 것 아님에도 쉽지 않다. 심지어 나는 기프트나 화장품까지도 예스24를 통해 구매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편하니까. 플러스 알파로 쌓이는 포인트들은 구매에 구매를 물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나는 그 달콤함에 젖어 한 번도 온라인에서 처음 책을 산 순간부터 2개월 전까지 서점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살면서 이렇게 사소한 포인트들에 혹해서 온라인 서점 하나도 제대로 못바꾸는 인간이라니, 고작 몇푼들 때문에 쓰고 싶은 온라인 선택도 선택을 못하다니,라는 생각을 하니 스스로 조금 한심했다. 예스24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저 어쩌다 보니 먼저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타성에 젖어 이용하는 게 싫어서, 알라딘으로 '갈아탔다' 때맞춰 지갑 분실과 함께 예스24용 제일은행 체크카드도 함께 잃어버렸다.

알라딘으로 옮긴 건 꽤 만족스럽다. 일단은 '서재'를 이용하다 보니, 신간 소식, 그것도 꽤 질높은 신간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다. 얼리어답터가 된 기분도 잠깐 든다. 서재의 구성도 예스의 블로그에 비하면 한참 깔끔하고, 드디어 내게도 얼마 전부터 제공해주기 시작한 마이 알라딘 기능도 조금 더딘 감이 있고 가끔 나를 못알아봐줘서 섭섭하긴 하지만 꽤 재밌다. 땡스투 기능도 나름 재미가 쏠쏠하다. 책을 사기 전에도 좋은 리뷰를 하나둘 쯤은 찾아보고, 정말 서재 이웃분들의 리뷰만을 보고 구매하게 되는 책들도 생겼다. 그리고 나 자신이 기록을 남기는 일에 성실해졌다. 즐거운 일상이 하나 더 생긴 기분이다.

하/지/만/오/늘

분실한 LG카드를 재발급 받았다. 사실 LG카드는 원래도 안쓰던 카드인데, 하필 지갑을 훔쳐간 사람이 LG카드로 99만원이나 쓰는 바람에, 재발급 안받으면 어쩐지 보상도 짜게 해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울며 겨자먹기로 재발급을 신청했다. 가위로 잘라버릴까, 하다가 카드의 서비스가 담긴 안내문이 함께 배달돼 왔길래 그냥 한 번 읽었다.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예스24 3% 할인! 이라니라니라니

하여 나는 계산하기 시작한다. 한달에 5만원 정도만 책을 산다고 해도 1년이면 2만원 가량의 할인 혜택이다. 지금까지 알라딘에서 구매한 금액만 계산해 보니 8천원 이상의 추가할인 금액이 발생한다. 한심한 아가씨, 또 할인서비스 앞에서 벌벌 떤다. 이 즐거운 생활과 할인을 맞바꿀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고 계산기 두드리는 스스로가 좀 재밌다. 이러니 출혈 경쟁이니 할인경쟁이니 하는 서비스가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알라딘 할인 카드나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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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10-10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은 할인 카드 찾기;;; ㅎㅎㅎ

웽스북스 2007-10-10 00:21   좋아요 0 | URL
내가 이런 모순적인 인간이에요
하지만 귀찮아서 발급은 잘 안받아요 ㅠㅠ

마늘빵 2007-10-10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귀찮아서 걍 사는데. 5만원 넘으면 2천원 할인인가 그것도 안써요. 필요할 때 찔끔찔끔 사서. 쿠폰은 거의 써본적이 없다는.

웽스북스 2007-10-10 00:51   좋아요 0 | URL
저도 예스 있을 땐 막 모아서 샀었는데 (그 때는 카드가 있어서 50000원 넘게 사면 4000원이나 적립됐었거든요) 알라딘 온 이후로는 찔끔찔끔 시도때도 없이 사요- ^^ 부자되긴 글렀어요 ㅋㅋ

Heⓔ 2007-10-10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G메가박스인가..
암튼 알라딘 할인카드 보면 5%할인 해주는 카드가 있긴 한데..
이달부터 월1회로 줄어서 좀 안습이긴 합니다..;

카드에 관심이 많아서 알아보다보면..
예스랑 교보는 할인카드가 무진장 많은데..
알라딘은 달랑 두개..그나마 일반인도 받을 수 있는 건 하나라는...orz...

웽스북스 2007-10-10 01:4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글 쓰고 보러 갔다가 좀 놀랐어요- 2개라니 ;;
이런 인프라확대가 좀 어려운가봐요 알라딘이
그래도 이런 마이너함이 알라딘의 매력인 것 같아요 ㅋㅋ
그리고 이제 LG랑 신한이 합병해서 신한카드로 이름이 바뀌었더라고요

하이드 2007-10-10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한 Max카드가 10%인가 그래요. 아싸, 하고 만들었는데, 안 쓰게 되더라구요. 한달에 2000원 추가 할인해주는 제일예스퍼스트 카드도 있구요. ^^

웽스북스 2007-10-10 09:46   좋아요 0 | URL
예스에서는 제일예스퍼스트카드를 썼어요, 그것도 실은 만들기 귀찮았으나, 회사 1층이 제일은행이라서 귀찮음 무릅쓰고 가서 만들었지요- 이것저것 꼼꼼하게 따지는 현명한 소비자는 되지 못하는 거죠 ㅋㅋ

순오기 2007-10-1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5만원 이상 2,000원 마일리지 꼬박꼬박 받아요.
플리티넘이니까 3% 추가적립, 문자 100건~ 전 요런게 좋던데요.
등급 유지하느라 책을 많이 사들이니까, 헉~ 다 읽지도 못하면서 책이 쌓인다!ㅠㅠ

웽스북스 2007-10-10 11:45   좋아요 0 | URL
역시역시 순오기님은 꼼꼼한 소비자셨던 거에요~ ^^
전 문자 주는 것도 다 못써요 ㅠ 확실히 못챙겨먹어요 정말 ㅠ
(영화 4000원 할인은 썼어요 ^0^)

홍수맘 2007-10-1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귀찮아서리 그냥 처음 시작이 알라딘이니까 그냥 계속 가요.
오죽하면 매일가는 동네마트 적립카드도 --- 집전화번호만 불러줘도 된다 --- 없어서 매일 케샤분이 "적립카드 있으세요?" 하면 "아니요"라는 대답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지요. ^^;;;


웽스북스 2007-10-11 00:31   좋아요 0 | URL
실은 전 위에 글을 쓴 스타벅스에서 그랬어요, 끊을 거니까,라고 항상 다짐과 결심을 하니까, 줄창 마시면서도 할인카드같은 건 절대 만들지 않았어요, 손해본 금액 족히 10만원은 될 거에요 ;;

비로그인 2008-09-2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B 앤디카드 : yes24 10% 적립(사용실적없음)
농협 S&S카드 : yes24 10% 적립(3개월30만원실적), 20%적립(전월 40만원 실적)
 

 

오늘까지 읽던 간디의 물레를 다 읽으면서
내일(오늘)은 한글날이니까
한글날 특별 선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매우 아쉬워했다

아....! 모국어의 속살 ㅠㅠ
우리 시를 통해 진정 아름다운 모국어의 속살을 드러내보여준다는,
이 책이 한글날 딱! 인데
이 책은 공교롭게도 내일 출근 후, 집으로 도착 예정이다

감염된 언어를 골랐다
이 책 역시 좋은 책일 것임에 틀림 없으니
기쁜 마음으로 내일부터 읽어야지, 하면서

그러고보니, 한글날 오늘의 책은 뭘까, 괜스레 궁금한 맘으로
네이버 '오늘의 책'을 확인했더니

어라, 모국어의 속살이다
인식의 힘,님께서 조곤조곤 소개해주셨다

네이버랑 통했다 ^^

오늘의 책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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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0-0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국어의 속살은 사다만 놓고 아직 못봤는데 대체로 평이 좋더라고요.

웽스북스 2007-10-09 10:42   좋아요 0 | URL
후후 아프락사스님도 오늘은 맞이해 읽어보심은 어떠한지요 ^^
 
간디의 물레 - 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
김종철 지음 / 녹색평론사 / 1999년 7월
구판절판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전대미문의 이 생태학적 재난은 결국 인간이 진보와 발전의 이름 밑에서 이룩해온 이른바 문명, 그 중에서도 특히 서구적 산업문명에 내재한 논리의 필연적인 결과로서의 사회적, 인간적, 자연적 위기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사람이 이 세상에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지구상에서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올바른 방식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근본적으로 성찰할 것을 요구하는 진실로 심오한 철학적 종교적 문제에 직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15쪽

그러한 예언은 무엇보다 종교적 열정에 근거를 둔 것임에 반해서 오늘의 묵시록적 전망은 다분히 과학적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15쪽

과학사의 관점에서 볼 때 과학의 진리에 대한 관계는 언제나 잠정적이고 모색적인 것이었지 결코 항구적인 절대성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 진정하게 과학적인 태도는 그러니까 늘 열려 있는 겸손한 태도일 수 밖에 없으며 자신의 현재 능력이나 인식방법으로써 포착할 수 없는 경험이라 하여 그것을 무시하거나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하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참다운 과학정신과 인연이 먼 태도라 해야 옳다. -16쪽

사람이 부도덕하고 무책임하게 되는 것은 그 자신이 행복하지도 자유롭지도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로운 인간만이 남의 자유에 관심을 갖고 남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느낄 수 있는 법이 아닌가. 이치를 따져 생각해보면 세상만물이 자기자신과 근원적으로 한 몸뚱이로 연결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공동체에 폭력을 가하고 상처를 입히면서도 스스로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은 인간이 내면적인 자유와 성숙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31쪽

위대한 영화예술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그의 책 <봉인된 시간>에서 시종일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자기 희생의 가치에 관해서이다. 그는 바로 이 희생의 가치가 망각된 것이 현대사회의 가장 큰 비극인 정신적 불모성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33쪽

일찌기 해월 선생은 천지만물이 한울님을 모시고 있지 않은 것이 없고 따라서 생물이 살기 위해 다른 생물을 먹는 행위는 한울이 한울을 가지고 자기를 먹여 살리는 일이라고 말하였다. 이 말에 담겨있는 것은 약육강식의 잔인한 폭력성에 관한 언급이 아니라,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모든 생명이 다른 생명에 대하여 공양의 관계, 즉 희생과 헌신, 사랑의 관계로 맺어져 있는 것이 이 우주의 근본 짜임새라는 생각인 것이다. -37쪽

저 산을 밀어올리고 있는 힘, 그것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 것이다,라는 직관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바로 생태학적 감수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감수성의 교육에 새로운 생존전략의 기초를 두지 않으면 안된다. 문제는 그런 감수성의 교육에 적합한 생활방식을 어떻게 강구하느냐이다. -38쪽

의사들이란 자기가 갖고 있는 의료적인 지식을 가지고 환자를 개별적으로 상대하면서 본질적으로 환경적 요인, 산업체제의 반생명성에 기인하는 질병을 개인의 책임을 돌린다는 것이죠.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구조란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비인간적인 체제를 환자에 재적응시키는 사회적 역할을 받아들이는 한 의사는 체제를 수호하는 '사제'라는 얘기지요. -53쪽

개발과 환경의 조화라는 얼핏 듣기에 나무랄 데 없는 이러한 전략에는 날로 급박해지고 있는 생태계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광범위한 인식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이른바 산업적 생활방식에 어떤 본질적인 변경을 가할 의도는 없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58쪽

돌이켜 보면 개발 이데올로기가 부추기는 생산과 소비의 확대라는 것은 토지와 자원에 대한 착취를 무한히 계속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고, 그런 점에서 이것은 물질적 생활수준의 무한한 향상에 대한 어리석은 믿음에 기초하여왔던 19세기적 세계관의 교만성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개발-저개발이라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공식에 의거하여왔던 토착 전통사회들의 상호비교가 불가능한 독자성과 다양성을 처음부터 무시하고 단 한가지 형태의 '진보적'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고 하는 태도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폭력을 수반한다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다. (중략)
빈곤으로부터 대중을 해방한다는 최대의 명분마저 실제로 역사적 경과속에서 허구적인 것으로 판명되는 날이 오고야 만다. 국민총소득이라는 극히 기만적인 통계가 상당기간동안 사람들을 세뇌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그러나 부의 총량이 엄청나게 증대되면 될수록 대중이 느끼는 박탈감이 깊어지는 사태가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도대체 전 세계적으로 개발에 의하여 민중의 운명이 실질적으로 개선된 사례는 어디에도 없다. -73쪽

산업주의 문명은 간단히 말하여 천지만물에 대한 인간의 배타적인 자기주장을 기초로 하는 매우 교만한 정신적 태도의 소산이다. 산업문명속에서 자연이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재화를 만들어내고, 편의와 안락을 제공하는 자원으로서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자연이 그 풍요로운 다양성 속에서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면서 그 자체로 생명을 구가해야 할 내재적인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공리주의적, 인간중심적 시각으로만 사물을 보는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자신의 이웃으로부터,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필연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 -81쪽

어디서나 사람들은 자기의 생태적 조건과 체질에 적합한 문화를 발전시켜왔어요. 고원지대에 사는 농민들은 그 나름으로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왔고, 열대지방은 열대지방대로, 자기들 나름의 자기들에게 맞는 노동의 양식과 축제의식을 발전시켜왔을 거란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오늘날 한국사람들이 대부분 이런 불합리한 사고, 덮어놓고 자기가 최고이며, 최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푹 빠져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순진한 꼬마들로부터 정치한다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쇼비니즘에 크게 오염되어 있어요. -118쪽

지금 죽으러 가는 길을 가면서 자꾸 이걸 살 길이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그걸 따라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당장에 현실적으로 패할 수밖에 없더라도 저항을 하지 않을 도리가 없죠. 적어도 불복종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복종의 핵심은 결국 아까도 말했듯이 생명의 해방구를 늘려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26쪽

늘 하는 얘깁니다만, 한국의 언론은 너무나 국제적인 감각이 없습니다. 맨날 한국과 미국과의 단순비교에 열심이지, 우리를 상대화시킬 줄 모릅니다. 그러다보니까 맨날 힘을 길러야 한다거나 쇼비니즘적인 열정만 자극하면서 강자의 논리로만 치닫는 거에요. 우리가 일본사람으로부터, 또 서양사람으로부터 힘의 지배를 받아왔으니까, 우리도 꼭같은 방식으로 강자의 반열에 서야겠다는 생각은 정말 늘푼수없는 생각이에요. 존경받을 수 없는 생각이에요. 개인적으로 누구하고 싸울 때도 마찬가지죠. 이번엔 내가 졌으니까 절치부심 근육을 길러서 상대를 꼭 꺾어버리겠다는 식으로 가본들 귀결이 뭐가 되겠습니까. 문제는 인격적으로 감화를 시키는 겁니다. -150쪽

가장 귀담아들을 만한 것은 가령 이것을 통해서 그들이 사람 누구에게나 어떤 잠재된 기술과 솜씨와 지혜가 있다는 것을 빈번히 발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현금경제 밑에서 늘 소외되어 온 가난한 사람들이나 실업자들이 레츠를 통하여 스스로 쓸모있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됨으로써 인간다운 위엄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공동체의 상호의존적 사회관계가 강화되고 지금까지 산업경제의 지배밑에서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부터 오는 힘에 속절없이 굴복하여 붕괴일로에 있던 풀뿌리 공동체가 활기 있게 되살아난다는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168쪽

산업화의 진척은 자동차관련 산업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해왔고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에 관련된 일자이와 경제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자동차관련 산업이라고 하면, 제철, 석유, 유리를 포함하여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에 직접 연관된 업종뿐만 아니라 주유소, 경찰, 병원, 보험회사, 은행, 법원을 비롯하여 실제로 방대한 영역을 포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고용과 돈이 걸려 있는 문제에서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 어렵다. 그렇기는 커녕 자신의 일거리와 생계에 어쩌면 보람있는 삶이 걸려있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묻는 행위에 적개심을 느끼기 쉬운 것이다. 오늘날 환경파괴에 대한 대처방식은 기껏 환경투자나 기술개발과 같은 순전히 기술주의적 논의로만 집중될 뿐 근본적으로 자꾸만 겉돌고 있다. 그렇게 되는 핵심적인 이유의 하나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자기자신의 문제, 즉 자기자신의 생활방식과 가치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문제로서 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192쪽

텔레비전과 컴퓨터 앞에 매달려 아동기의 대부분을 '가상현실'의 체험으로 보낸 아이들이 과연 다른 사람, 다른 생명의 슬픔과 기쁨을 이해하고, 보살피고, 돌보는 능력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가상현실'의 경험은 거기서 사람이 싫증나거나 고통을 느낄 때는 언제라도 플러그를 뽑아버리면 순식간에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뿌리없는' 경험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시련이나 고통이나 기다림을 통한 도덕적 연마와 정신적 성숙을 기대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오늘날 많은 부모들과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증언할 수 있는 현상 - 무책임하고, 참을성없고, 너무나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우리가 실제로 가장 두려워해야 할 문제인지 모른다. -199쪽

권력욕망과 경쟁의 논리에 뿌리를 두고 속도와 힘을 끊임없이 과시하는 그러한 '현대적' 교통수단에 언제까지나 몸을 맡긴 채 우리가 진정한 평화를 희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말의 참다운 의미에서 평화와 사회정의와 생태적 건강이란 우리의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생명에 대한 존경심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명에 대한 이러한 존경심은 구체적으로 우리가 우리 자신의 삶을 극히 검소하게, 가난하게 꾸려가려는 자발적인 선택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걸어다니기를 선택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우리 자신보다 더 큰 생명의 공동체에 종속시킴으로써 진정한 내면의 행복과 자유에 근접하고자 하는 시도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24쪽

마음만으로 되겠느냐고 하겠지만 마음없이 시작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246쪽

문명생활의 향유가 설령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생존의 근본토대, 즉 자연적 기초를 망가뜨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도대체 그러한 문명이란 무엇인가-하고 그는 반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반문에는 흔히 서구적 진보사관에 길들여진 지식인들이 일반적으로 드러내는 시각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자기기만적인 것인가에 대한 예리한 비판도 들어있음이 틀림없다. -248쪽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핵심적인 과제는 부분적인 성과나 후퇴에 대한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진실로 다급한 문제는 인간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 방식이 어떠해야 마땅한가를 깊이 성찰하는 일인 것이다.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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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침이고인다
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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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하게도 나는,

몇 살이세요? 라는 질문에 매우 자주 '80년생이요'라고 답한다. 스물 여덟,이라고 답하는 일보다 더 잦은 일이다. 이유는 이 리뷰를 읽는 분이 80이라는 숫자와 스물 여덟 이라는 두 단어를 보며 느꼈을 차이 그대로다. 물론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는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일 수록, 고맙게도 80년대 생을 하나로 묶어 생각해 주시는 경향이 짙다.

김애란의 새 책을 접한 문단의 반응은 극찬에 가까웠다. 어떻게 김애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입을 모은 듯한 찬사,는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도 김애란을 좋아한다. 하지만 어떻게 김애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나는 그저 나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의 글에 공감하며, 기대하고 있었을 뿐이다. 모두가 이렇게 다함께 입을 모아 김애란을 사랑하고 있는 줄은 결단코 몰랐다.

한 모임에서 누군가가, 김애란이 79년생만 됐었어도 또 문단에서 갖는 의미는 달랐을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80이라는 숫자가 주는 메리트의 수혜자인 나는 심히 공감했다. 김애란이 문단에서 이런 메리트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김애란에 대한 이런 찬사 속에는 80년생, 어린 그녀가 소설을 참 잘쓰네, 하는 '대견함'이 덧입혀진 것 같다는 우려를 감출 수가 없다. 아마 내가 2000년생의 소설을 보게 되는 날, 나도 그런 대견한 시선으로 작가를 바라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 나는 그녀가 대견함 속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스물 여덟은 결코 어리지 않은 나이이다. 다행인 건 그녀도 자신을 바라보는, 대견하게 여기는 눈으로 발랄해 주기 바라는 시선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뉘앙스의 글을 최근 한 잡지를 통해 읽은 것이다. 나 역시 그녀가 우리 세대의 '발랄함'이 아닌, 우리 세대의 '깊이'를 보여주는 작가였으면 좋겠다.

침이 고인다,는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환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달려라 아비에서의 통통 튀던 문체에서 한발짝 나와, 조금 숨을 고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인물들에 대한 이해는 한층 더 깊어졌다. 장난처럼 '얘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고 하고 싶을 만큼. 단편 단편의 인물들은 서로 닮아 있고, 또 나조차 가끔 잊는 나와도 닮아 있다.

침이 고인다 속 단편들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상에 있는 자그마한 나의 공간, 혹은 누군가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에 대해, 작품마다 의미를 다르게 하여 참 잘 썼다. (참 잘 썼다,라는 표현이 좀 평범하고 무책임해 보일런지는 모르겠으나, 김애란의 소설을 읽으며 참 잘쓰네,라는 생각을 계속 했기에 이렇게 표현해 본다) 누추하나마 내게는 지상에 나의 공간이 허락돼 있기에 방한칸이 절절했던 기억은 없지만, 여러모로 공간이 주는 아련함을 나 역시 가지고 있고 많은 부분 공감하며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쉽게 쓰여진 글이라 생각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쉽고 편하게 읽힌다는 건 김애란 소설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문단에서 그녀에게 주는 지금만큼의 찬사가 조금은 과하지 않나, 하는 느낌은 여전히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김애란이 80년생 소설가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는 게 퍽 고맙다. 적어도 그 작가를 내가 좋아할 수 있고, 앞으로 함께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내놓을 이야기를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래서 김애란이 고맙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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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0-07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솔직한 느낌에 충실한 글이네요~~ 강산이 두번 더 빠뀐 세대라서 느끼는 대견함으로 추천!

웽스북스 2007-10-07 21:04   좋아요 0 | URL
앗, 추천 감사드려요 순오기님, 제가 '대견함'을 받을 줄이야 ^^

ji0158 2007-12-2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글 자주 읽으면서도 흔적은 처음 남기네요. 저도 80년생이예요. 왠지모를 동지애(?)가 막 솟아납니다. 김애란님 소설 처음에 보구 80년생 작가라는 말을 곱씹었던 기억이...
공감가는 리뷰 추천요~

웽스북스 2007-12-21 22:2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 자주 아는척하며 지내요 ~~ 저도 놀러갈게요
추천 감사드려요, 80년생이라니, 흐흐 더욱 정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