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양카드도난기
가을의 시작즈음이었던가, 지갑을 잃어버렸었다. 엄밀히는 도난을 당했었고, 지갑을 훔쳐갔던 사람이 130만원 가량의 금액을 쓰는 바람에 기함할 뻔한 적이 있었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나는 이제 누구든 주변에서 지갑을 도난당해 카드에 대한 부정 사용이 있어서 불안에 떨고 있으면 안심하라며 조언해줄 수 있게 됐다. 한달 이상의 시간을 기다리긴 했지만, 어쨌든 손실 금액은 모두 카드사에서 보상해주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손해금액은 각 카드사에 신고금액인 4만원 정도였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130만원을 일단 무사하게 보상받은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히 여긴다. (관련글은 트랙백)
#1
오늘에서야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제서야 다 정리가 된 듯 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뭐 하나 사는 것도 참 쉽지 않아서, 여지껏 나는 명함지갑을 지갑삼아 들고 다녔었다. 사려고 또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마음에 드는 녀석을 찾기란 쉽지 않아 마음에 드는 거 볼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심산이었는데, 오늘 우연히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지갑을 발견했다
개인적으로 장지갑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반지갑을 썼었는데, 이 디자인은 장지갑이 예쁘게 나왔다. 게다가 반지갑은 금세 뚱뚱해져서 -_- 처음 샀을 때의 느낌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나처럼 뭐든 꾸역꾸역 가지고 다니는 스타일은. 무엇보다 수납공간이 실용적으로 보였다.
요즘은 자꾸 심플한 것들을 찾게 된다. 1년전만 해도 과장님께, 과장님의 취향은 지나치게 심플하다,고 툴툴댔는데- 나도 이제 어떤 걸 봐도 심플한 것부터 찾게 된다. 지갑을 고르는 날 보며 너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라고 놀린다. 뭐 더 나이 들면 꽃무늬 찾고 그러지 않나? ㅋㅋ
#2
주사용카드를 모조리 잃어버리면서 지갑 외에 있던- 즉 잘 쓰지 않는 카드인 Y카드를 꺼내 교통카드 대용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Y카드의 결제 계좌는 내가 현재는 전혀 이용하지 않는 K은행이었고 이로 인해 연체 금액이 생겼다. 5만 8천원 가량의 교통비. 나는 내가 현재 쓰고 있는 은행의 계좌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백만년전에 만들어놓은 체크카드가 있어서 그 체크카드를 해지한 후에 계좌 변경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로 인해 계좌 변경에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월요일 아침, 주사용카드인 C카드를 쓰려고 보니 카드사 전화요망이란다. 도무지 연유를 알 수 없던 나는 카드사로 전화를 했더니, 어디선가 연체가 발생한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Y카드구나, 나는 당장 y카드사로 전화를 했고 이런 일이 예상됐으면 미리 알려주는 게 맞지 않느냐며 항의를 했다. 그런데 y카드사는 10만원 이상 금액이 5일 이상 연체된 경우에 카드를 정지시키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카드 이용이 가능한 '정상고객'이라며, 혹시 다른 연유가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전했다. 나는 다시 C카드에 전화를 해 이런 정황을 설명했고 상담원은 자세히 알아보겠다며 40분 후 다시 전화를 달라고 했다. 나는 40분 후 다시 전화를 걸었고 C카드사의 기준은 5만원의 5일 이상 연체이기 때문에 y카드의 데이터가 자동으로 넘어와 카드이용이 불가처리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나는 카드분실 때문에 카드연체고객이 되는 경험도 해봤다
그런데 재밌는 건 여기부터다. 글을 자세히 보면 내가 C카드사에 3번 전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각 3번의 전화마다 나는 다른 '축하' 메시지를 들었다
- 축하합니다. 고객님께서는 C카드론 어쩌구저쩌구의 대상이 되셨습니다 (맞나? 암튼 이건 잘 기억이 안나고 ;;)
- 축하합니다. 고객님께서는 골드카드 승격 대상자가 되셨습니다
- 축하합니다. 고객님께서는 한도증액 대상자가 되셨습니다
거절하면 다른 대상자로 나를 선정해주는 시스템이라도 있는건지, 매번 거절해도 나를 매번 다른 대상자로 선정해주면서 축하해주는 것이다. 아무리 마케팅의 일환이라 자동으로 나오게 해놓은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상황은 봐가면서 해야 할 것 아닌가. 나는 지금 카드 이용을 정지당한, 즉 신용에 문제가 있다고 카드사에 의해 판단된, 불량 고객으로서 카드사에 전화를 걸고 있단 말이다. 그런 내가 우수고객이라며 골드카드에 한도증액에 어쩌구저쩌구에라는 혜택의 대상으로 통보해주는 이 모순적 행태란 과연 뭐란 말인가!
어이없어하며, 지난 며칠간 다른 카드를 썼는데 오늘 아침에 전화가 왔다. 한도증액 대상이라며 한도를 늘려주시겠다고. 나는 정말이지,
이보세요, 나 불량고객이거든요? 라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고
제가 필요하면 전화드리겠습니다, 라고 공손히 끊었다
그 말을 못한 게 오후까지 억울했다, 정말- 아! 했어야 됐는데, 했어야 됐는데-
그러다 혹시 그동안 정지가 풀렸나 싶어 다시 카드를 써봤으나, 여전히 정지상태. 도무지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는 건지 ;; 그래서 나는 우수고객이라는 건지 불량고객이라는 건지,
그리고 나 지난 며칠간 생각외로 살 게 많아 한달 평균 카드값의 1/3이상을 다른 카드로 썼는데, 흥! 샘통이에요 C카드 (하지만 나 정도의 고객에 어디 꿈쩍이나 하겠냐고)
#3
다 청산했다고 생각했는데, 쓰다보니 하나 생각났다. 이동통신사 멤버쉽 카드. 오케이캐쉬백카드가 없어서 그간 손해본 포인트를 생각하면 살짝 눈물이 나지만,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심지어 고객센터는 회사에서 걸어서 3분거리라는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