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권은 책에 네 등급을 매깁니다. 우선 가장 좋은 책은 세계를 변혁하는 책이랍니다. 마르크스의 묘비에 쓰인 말 (철학자는 그동안 세게를 해석해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 에서 따온 것인데 말 그대로 세계 속에서 작동하며 세계를 만드는 책입니다. 마르크스의 노작들이 생생한 증거일테지요. 두번째는 세계를 해석하는 책입니다. 해석을 통해 기존 세계를 비틀고 자기 세계를 만들지만 변혁으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하는 책입니다. 세번째는 세계를 반영하는 책입니다. 그 자체로 세계의 거울이자 증상인 책으로, 해석을 부인하고 그저 '사실'에 입각하는 책입니다. 마지막은 가장 나쁜 책으로, 세계를 낭비하는 책입니다. 세계에 산소를 공급하는 나무를 죽이고, 그 나무로 만든 종이에 독을 담아 유포하는 책입니다. 이런 책은 어떤 질병보다도, 어떤 살상무기보다도 이 세계에 치명적이라고 말합니다. (고병권의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중에서)

그렇다면 이 책, 21세기에 지켜야 할 자존심은 어느 등급에나 해당할까요?
스스로에게 묻고 고민 끝에 조심스럽게 답해봅니다. 가장 좋은 책이라고는 자신할 수 없어도 세계를 해석하는 책의 언저리 정도엔 분명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세계를 변혁하는 꿈을 꿀 것이라고.

-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한겨레21 정재권 편집장

 
   



며칠전 주문한 책이 왔다.
지금은 다른 책을 읽고 있어서 아직 읽기를 시작하지 못했으나,
궁금한 마음에 회사에서 살짝 서문을 펼쳐보았다.

정재권 편집장은 저 말을 빌어 자신들이 낸 책을 돌아보지만, 나는 저 말을 읽으며 나의 독서를 돌아본다. 나는 저 첫번째,두번째,세번째의 책들을 번갈아가며 읽는다. 첫번째 책만 읽다보면 내 존재의 작음과 미약한 영향력, 게다가 초박약인 의지로 인한 마음의 부채에 허덕이고, 두번째 책만 읽다보면 나의 지적 능력에 대한 자괴감과, 끊임없는 '입력'으로 인해 그만 마음이 퍽퍽해지고, 세번째 책만 읽다 보면 다른 것들을 충족시켜줄 그 무엇을 갈구하게 된다.

하지만 첫번째 책은 나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와 방법을 만들어주고 있으며, 두번째 책은 나에게 현재 내가 서 있는 곳을 정확히 보는 눈을 길러주며, 세번째 책은 나, 그리고 나와 함께 서 있는 사람들을 보게 하고, 때로는 그를 통해 위로를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저 말이 맞지만, 나는 독서가 꼭, 저 첫번째 지향점만을 향해 가야하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세 종류의 책 모두가 균형을 이루며, 함께 가야하는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나도 물론, 갈 길이 멀다!


그런데 이보쇼 네번째책! 언제까지 거기서 종이낭비만 하고 있을텐가. 종이 아깝게 폰트는 왜 그렇게 커야한단 말인가. 내용없는 책 12폰트로 키워놓고 2권까지 낼건가? 그럼 제발 표지라도 하드커버로 만들지 말아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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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16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처음뵙네요. 제 리뷰에 덧글도 하나 달아주시고, 감사합니다. ^^*
백석의 시를 좋아하는군요. 저도 고등학교때부터 좋아했어요.
평화의 얼굴도 관심가는 책이에요. ^^

우리사회를 움직인 판결도 괜찮은 책이에요. 고교생이나 대학생, 일반인들도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을거에요. 내용 자체는 절대 가볍지 않지만요.
행복한 책읽기 하세요. ^^

웽스북스 2007-11-17 12:30   좋아요 0 | URL
앗 그런데 알리샤님 어디가신거에요 ㅠ

순오기 2007-11-22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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