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마음으로 올 한해를 정리하지 못했는데,
태그가 올 한해를 정리하라하시네 ㅠ_ㅠ
오늘의 태그는 매일매일 참여해봐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관계로
일단 시키는대로 올 한 해를 정리해본다
말 참 잘듣는다
올해를 시작하던 즈음, 나는 참 둥글고 따뜻했다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며 사랑과 평화, 그리고 공동체-라는 올 한해의 키워드를 잡고
그렇게 살아가야겠다,며 다짐하고 기도했다
올 한 해는 무언가 좀 더 확실하고 굳건해지길
올 한 해는 내가 평화롭고, 나로 인해 내가 속한 곳들이 평화롭길
그렇지만 송구영신 예배를 나오는 순간부터
나의 한 해는 '내가 철저히 사랑할 수 없는 자'임을 깨닫는 것으로 시작됐다
작은 일로 인해 솟아오르는 분노,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
아, 이렇게 결국 깨져가며, 깨닫는 것으로 시작하는구나
결심의 극한에 맞닿은 한계로부터 시작하는 한 해였다
그리고 난 올 한 해
사랑, 공동체, 평화- 이 어떤 것 하나에도 충실하지 못했다
- 사랑은 커녕,
참 미워하기도 많이 미워했다,
특히 누군가를 통해,
인간심리의 A부터 Z까지 다 배운 느낌이라며
한 순간에 이렇게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냐며,
이렇게 작은 일로 사람의 바닥을 볼 수도 있는 것이냐며,
상처로 얼룩진 마음이 다시 독기가 되는 지경에 이르도록
나는 몰랐거나, 외면했고,
그 독기가 바닥과 맞닿아 보여준 지저분한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은
그 사람을 신뢰했던 시간과 정도에 비례해 참 씁쓸했다
- 평화는 커녕
한순간도 평화롭지 못했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불안하거나, 너무 흔들리거나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나 자신을 견디기 어려워하며
그렇게 더듬더듬 한 해를 살았다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마음을 다잡아가며
평화도, 안정도, 더 커지기는 커녕,
지금까지 쌓아온 평화와 안정이 무너지기 시작하던 한 해
- 공동체에는 충실하지 못하고
처절하게 개인적이었던 한 해다
나 자신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올 해도 가장 큰 이슈가 나 자신일 수 밖에 없었던
지극히 이기적인 한 해
그러고보니,
이렇게 목표와 다른 한 해를 보낼 수 있는 거야? 라며
나는 C에게 푸념했었다
어쩜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마음과 생각에 반대되는 방향으로만 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잘못 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안정과 평화를 추구했던 지난 몇 해보다
나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으니까
조금은, 깊어진 것 같다고 믿으니까- 물론 아직도 멀었지만
이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안정됨, 평안함을 향해 나아가는 것과 동의어가 아님을 안다
남은 2007년의 한달 역시
조금도 평화롭거나 안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내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2007년 한 해가 헛되이 보낸 한 해가 아니듯,
내가 목표하지 못한 방향으로 똑바로 뚜벅뚜벅 걸어가지 못한다고 해서
나를 헛되거나 무가치한 존재로 여기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다짐이
2007년 한 해가 내게 주었던 두번째 선물쯤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