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좀 까칠한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걸 보는 순간 괜히 알라디너로서의 자존심이 확 상했다

포엠데이터가 제공하는 저 '자아검색'이라는 서비스가 내게 어울리는 책을 찾아줄 수 있을 거라고는 나도 생각하지 않고, 알라딘도 생각하지 않을 거다. 게다가 알라딘에는 내 취향의 책을 비교적 잘 찾아주는 마이알라딘 서비스도 있으니 굳이 저걸 통해 취향을 플러스 알파로 알아보는 서비스를 제공할 객관적인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포엠데이터 측에서 휴대폰 번호 고객 DB를 모으기 위해 알라딘에게 일정 비용을 지급하고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이벤트는 (아니라면 죄송하다만, 방법이 너무 그런 것들과 흡사하다, 혹 아니라면 변명이라도 듣고픈 심정이고, 내가 오해를 한 나쁜 사람이 되더라도, 그런 게 아니면 좋겠다-) 알라딘에서 진행하기엔 너무 격이 떨어져보인다는 느낌이 든다

(추정컨대 CPA방식이 아닐까 싶다  - Cost Per Action, 실제 행동이 유발된 건에 대해 과금되는 방식, 알라딘 내에서 배너의 영역과 컨텐츠의 영역이 애매한 곳에 들어가 있는 곳에, 마치 컨텐츠인 양 눈속임하는 배너 형태로 들어가 있는, 컨텐츠형 배너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나는 고객과 고객에게 줄 수 있는 브랜드가치를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사이트 내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하나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믿는다. 출판사와의 관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책에 관한 이벤트들이라면 혹, 그럴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이건 정말 너무 생뚱맞은 이벤트- 이런 것쯤, 허허, 하며 웃어넘기기엔 비록 짧은 기간 동안의 알라딘생활이었지만 내가 알라딘을 좀 많이 좋아한다.

이런 실망은, 실은 삼성카드 때부터 했었다. 사실, 삼성카드는 처음에 별 생각 없이 발급 받았다, 지갑 분실 때문에, 교통카드로 쓰던 삼성카드를 새로 받아야 해서 마침 알라딘 카드로 바꿔서 받았는데 이런 시기에 너무 대놓고 삼성카드 광고하는 모습이 좀 내가 생각하는 '알라딘스럽다'는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아 몇번 쓴 이후로 지금은 안쓸 작정이다 (심지어 교통카드도 지금은 외환카드를 쓴다, 내가 너무 나이브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_- 실은 또, 외환카드는 털어서 먼지 안나겠냐 싶지만 -_-)

내가 알라딘스럽다,는 것에 대해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내가 알라딘을 좋아하는 마음이 어쩌면 알라딘의 기업가치나 비전에 대해 너무 맹신하는 데서 오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난 여전히 알라딘 스스로가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길 원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 역시, 내가 책을 사는 알라딘이라는 공간이 나로 하여금 내가 이 곳에서 책을 산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하여, 나는 알라딘이 사소한 데 연연하기보다는 좀 더 멀리 보고, 크게 나아갈 줄 아는, 자존심 강한 기업이었으면 좋겠다

알라딘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알라딘에서 책을 사는 사람들, 그리고 이 공간을 좋아해서 밤낮으로 여기 매달려 함께 대화하며 즐거워하는 알라디너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난 앞으로도 계속 여기를 좋아할 작정이고, 계속 이용할 계획이니까, 진지하게 들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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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 2007-12-05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호기심에 한 번 해볼까 생각하다가 그만 두었어요. 사람의 혈액형과 생시로 도서추천서비스를 한다는 건 아무래도 너무 생뚱맞아요. 좋아하는 공간을 아름답게 지켜나가는 것 또한 이 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의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웬디님의 의견에 적극 찬성합니다^^

웽스북스 2007-12-05 23:31   좋아요 0 | URL
저도 아무생각없이 들어가서 뭐지 하고 보면서 생각없이 생년,까지 입력했는데 순간 헐, 한거죠-_- 적극 찬성해주셔서 고마워요- 실은 댓글없이 추천만 올라가는 이 사태는 뭔가, 하고있었어요 ㅋㅋ 추천해주신 분들껜 감사하지만, 더 많이 얘기해보고 싶었거든요

비로그인 2007-12-06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사람의 성격만큼 복잡하고 섬세한 것을 어찌 단순히 혈액형과 생시로만 결과를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그 사람의 '추천도서'라는 취향적인 부분은 더더욱 '아니다'죠.
옳은 소리 하셨습니다.

Mephistopheles 2007-12-06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필...삼.성. 카드...라니...흑흑..

순오기 2007-12-0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거 추천하느라 로그인... 진짜 이런건 알라디너의 자존심을 확 긁어버리는 사건이다!

잉크냄새 2007-12-0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알라딘 중역회의시 적극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웽스북스 2007-12-06 12:56   좋아요 0 | URL
아, 잉크냄새님도 알라딘 분이셨군요, 몰랐습니다
검토해 주신다는 말씀 감사드립니다 ^^

잉크냄새 2007-12-06 17:44   좋아요 0 | URL
앗, 죄송합니다. 웬디님.
전 그냥 농담으로 쓴건데, 밑에 진짜 알라딘 직원이 오셨네요.
그래도 중역회의란 말에 밑에 팀장님이 자극을 좀 받으셨을수도 있겠네요.^^

웽스북스 2007-12-06 18:14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랬군요
제가 이렇게 멍청합니다 =_=
두분이 콤보로 올려주셔서
오전에 교육하고 나와서 깜짝 놀랐다지요 실은 ㅋㅋ

찌리릿 2007-12-0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알라딘 웹기획/마케팅팀장 김성동이라고 합니다.

주신 의견 보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알라딘을 이용하시는 분의 자존심, 긍지를 느끼게 해드리지는 못할 망정, 자존심에 멍을 드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던 것이 되어버렸다는 것에 자책감을 느낍니다.
이번 제휴서비스 제공건은 일단 중지하고 재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름대로는 동의하시는 분에 한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동의 체크를 꼭 하도록 하였으며, 이 업체도 SKT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 CP업체라 고객정보보호에는 소흘함이 없는 업체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원님들이 받는 감성적인 부분까지 고려치못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좀더 유의하여 제휴서비스나 저희 자체 서비스를 기획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의견주신 점에 감사드리며, 마음이 상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2007-12-06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06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12-06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축하해요~~

마노아 2007-12-0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게 있었군요. 알라딘은 하루라도 밀리면 바로 이렇게 티가 나요. 오늘의 태그상 수상은 축하해요. ^^

다락방 2007-12-06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바빴어요.
그런데 오늘의 태그상을 받은 이 페이퍼에 '당연하다'는 반응이 많길래 부랴부랴 이 야밤에 들어와서 부러 읽었어요. 그랬더니 왜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 알겠군요.

좋은 의견, 많은 추천.
당연하군요!

웽스북스 2007-12-0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쓴다는 게, 참 은근 써놓고나서 소심하게 마음의 소모가 많아지는 일인데, 공감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려요. 일일이 댓글을 달자니, 알라딘 웹기획 팀장님께서 이미 다 조치를 취해주신 일인지라, 지난 일 다시 끄집어내는 게 되는 것 같아 못하겠구요 ^^ 오늘의 태그상은 -_- 이런 글을 쓰고서 받자니 민망하고 다소 난감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전 '밤참'을 주제로 글쓰러 갑니다 ㅋ
 



새로 옮긴 팀의 L대리님을 우리는 '우아한 대리님'이라고 부른다
물론 우아한대리님~~~~ 이라고 부르는 건 아니지만
하튼 뭘 하셔도 우아하셔서, 그렇게 부른다

대리님을 보면 정말 '곱게 자랐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그냥 굉장히 유복한 집안에서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히고, 고생 한번 안하고
곱게 곱게 자란 티가 매우 심히 난다

대리님도 그건 인정하신다

나도 스스로 내가 막 자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집이 유복했던 건 아니지만
내 환경 속에서 욕심 부릴 줄 몰랐었고,
부모님도 돈이 없어도 우리에게는 절대 그런 티를 내지 않으셨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큰 부족함은 못 느끼고 건강하고 얌전하게 자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만 대리님과 얘기하다 보면 내가 마치
들판의 야생화같이 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하하하하!

그 중 백미는 이것

"응, 난 어렸을 때도 흙장난 같은 건 안하고 놀았어, 그냥 난 흙장난 하고 노는게 별로 재밌어 보이지 않더라고"


하하하
내가 하고 놀았던

모래성쌓기
오줌싸개
소꿉놀이 (흙담아 밥이라했지)
공사장 쌓아놓은 흙에서 조개 찾아 조개싸움하기
우연히 돈찾고는 향후 흙에서 돈찾기에 집착하기

등 이 수많은 버라이어티한 놀이들이 다 '흙장난'이 되어버리는 순간

갑자기 대리님 입에서 나오는 '흙장난'이라는 말이 굉장히 아래것들의 놀이로 여겨지면서
나의 어렸을 때 얼굴에 땀방울 두개가 그려지고,
붉고 검은 시골아이 얼굴로 피부색이 변환되고
꾀죄죄한 흙때들이 옷에 살짝 묻어있고
매우 순박한 표정으로 해시시 웃고 있는 

한마디로 촌티좔좔 흐르는 모습으로 변신뿅한 기분이랄까
난 흙장난 따위를 하면서 놀았던 우아하지 못한 거친 영혼의 아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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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05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찔찔...흐웁하면서 누런 콧물 들이마시는 건 왜 빼셨어요??
떼꼬장이 어린아이들은 길게 늘어지는 누런 콧물은 필수사항입니다.^^

웽스북스 2007-12-05 12:48   좋아요 0 | URL
크크 맞아요 맞아요-
누런콧물을 깜빡 했네요
누런콧물을 흙질질묻은 손으로 딲아서 검고누런 때가
검은 얼굴 위로 직~
흰것도아닌 노란것도아닌 검은것도 아닌 것이
얼굴에 자국을 남기는
(아, 나 왜이렇게 리얼해)

잉크냄새 2007-12-05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함과 아랫걸들의 차이는 공유할수 있는 추억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아닐런지요.
요즘 전부 우아해지고자 난리를 치며 어린애들의 시공간을 모조리 어른들이 가져가 버린다지요.

웽스북스 2007-12-05 19:43   좋아요 0 | URL
그러게말이에요-
전 뭐, 거칠고 구질구질하게 살렵니다 ^^

2007-12-06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매체팀 오기 전에는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참 두렵고 속상했는데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나 또 오니까 적응 잘해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ㅋㅋㅋㅋㅋㅋㅋ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역시 너의 적응력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너의 적응력은 약간의 거리를 둔 친밀감이야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맞아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근데 과장님이랑 은이한테는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그 거리도 없애는 단계를 거의 넘어선순간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이렇게 되버린 것이지 --> 팀이 바뀐 것을 의미함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ㅠㅠ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ㅋㅋㅋ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때로는 자기를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존재도 필요해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너의 적응력은 고도화된 자기 방어의 발현이야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쿨하게 사회생활하고 싶은 거지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이렇게 단정하는 언어 쓰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습관이 참 무섭다...ㅠㅠ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그래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너 단정적이야!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인정!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나 쿨하게 안살거야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끈적끈적하고 구질구질하게 살거야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오호~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용기있는데~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나는 아직은 쿨하게 살거야~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쿨하게 살면서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잃는 게 의외로 많아
CKS ( 바다는 넓고 우리의 배는 작기에... ) 님의 말 :
그래도 쿨할거야~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그래그래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너 그렇게 살아~ ㅋㅋㅋ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나도 사실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별 자신은 없어



사람들에게 '적당히 좋은 사람'으로 비춰진다는 건
실은 내가 그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
그들을 대하는 마음이 뜨겁지 못하다는 걸 말하기도 한다

내 안에 따뜻해 보이는 것들은
사실은 냉기인 것들일테다


올해, 그리고 내년, 그 이후에도 나는 계속
내 안의 냉기와 싸울 작정이다

뜨겁게 사람을 좋아하고,
뜨겁게 사람에게 집착하면서

끈적끈적하고 구질구질하게 살아갈 작정이다

잘 살아간다는 것의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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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녀의대화명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7-12-05 10:45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푸하하하하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야 너 대화명 CKS ( Be cool ) 님의 말 : ㅋㅋㅋ CKS ( Be cool ) 님의 말 : 너 완전 비웃음 느껴져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최고 촌스러워~ CKS ( Be cool ) 님의 말 : 좋지 않아 좋지 않아 CSA ( [웬디양] 난사람이었네 ) 님의 말 : 미안미안~! C
 
 
Mephistopheles 2007-12-04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체온이 몇도인데 쿨하다니요..?? 무슨 변온동물도 아니고...^^
(싸장님 웬디양이 근무시간에 메신져 한데요~~!)

웽스북스 2007-12-04 17:35   좋아요 0 | URL
근무시간에 알라딘에 글도썼대요~ ㅋㅋㅋㅋㅋㅋㅋ
원래 근무시간에 메신저는 자주 하고, 알라딘에 글은 잘 안쓰는데
오늘은 저녁에 좀 바쁠 것 같아서 오늘의 태그!를 위해 미리썼어요 ㅋㅋㅋㅋㅋ
 



난 아직 마음으로 올 한해를 정리하지 못했는데,
태그가 올 한해를 정리하라하시네 ㅠ_ㅠ

오늘의 태그는 매일매일 참여해봐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관계로
일단 시키는대로 올 한 해를 정리해본다
말 참 잘듣는다



올해를 시작하던 즈음, 나는 참 둥글고 따뜻했다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며 사랑과 평화, 그리고 공동체-라는 올 한해의 키워드를 잡고
그렇게 살아가야겠다,며 다짐하고 기도했다

올 한 해는 무언가 좀 더 확실하고 굳건해지길
올 한 해는 내가 평화롭고, 나로 인해 내가 속한 곳들이 평화롭길


그렇지만 송구영신 예배를 나오는 순간부터
나의 한 해는 '내가 철저히 사랑할 수 없는 자'임을 깨닫는 것으로 시작됐다
작은 일로 인해 솟아오르는 분노,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
아, 이렇게 결국 깨져가며, 깨닫는 것으로 시작하는구나
결심의 극한에 맞닿은 한계로부터 시작하는 한 해였다


그리고 난 올 한 해
사랑, 공동체, 평화- 이 어떤 것 하나에도 충실하지 못했다


- 사랑은 커녕,

참 미워하기도 많이 미워했다,

특히 누군가를 통해,
인간심리의 A부터 Z까지 다 배운 느낌이라며
한 순간에 이렇게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냐며,
이렇게 작은 일로 사람의 바닥을 볼 수도 있는 것이냐며,

상처로 얼룩진 마음이 다시 독기가 되는 지경에 이르도록
나는 몰랐거나, 외면했고,
그 독기가 바닥과 맞닿아 보여준 지저분한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은
그 사람을 신뢰했던 시간과 정도에 비례해 참 씁쓸했다


- 평화는 커녕

한순간도 평화롭지 못했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불안하거나, 너무 흔들리거나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나 자신을 견디기 어려워하며

그렇게 더듬더듬 한 해를 살았다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마음을 다잡아가며

평화도, 안정도, 더 커지기는 커녕,
지금까지 쌓아온 평화와 안정이 무너지기 시작하던 한 해


- 공동체에는 충실하지 못하고

처절하게 개인적이었던 한 해다
나 자신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올 해도 가장 큰 이슈가 나 자신일 수 밖에 없었던
지극히 이기적인 한 해


그러고보니,
이렇게 목표와 다른 한 해를 보낼 수 있는 거야? 라며
나는 C에게 푸념했었다

어쩜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마음과 생각에 반대되는 방향으로만 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잘못 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안정과 평화를 추구했던 지난 몇 해보다
나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으니까
조금은, 깊어진 것 같다고 믿으니까- 물론 아직도 멀었지만

이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안정됨, 평안함을 향해 나아가는 것과 동의어가 아님을 안다


남은 2007년의 한달 역시
조금도 평화롭거나 안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내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2007년 한 해가 헛되이 보낸 한 해가 아니듯,
내가 목표하지 못한 방향으로 똑바로 뚜벅뚜벅 걸어가지 못한다고 해서
나를 헛되거나 무가치한 존재로 여기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다짐이
2007년 한 해가 내게 주었던 두번째 선물쯤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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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0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강추예욧!
한해 정리.. 역시 맘에 들기는 어려워욧!

웽스북스 2007-12-04 17:33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그래도 전 올해가 밉지는 않았답니다 ^^

Mephistopheles 2007-12-0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라는 국한된 공간으로 제한하는 2007년은 별별 일들이 많이들 일어났었다고 보고 싶습니다. 저의 기준은 넷의 한계성 상 어느 누구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넘겨짚진 말자였는데...저와는 생각이 틀린 분들이 꽤 되신다는 걸 알게 된 한해였습니다..^^

웽스북스 2007-12-04 17:34   좋아요 0 | URL
흠 메피님이 쓰시는 알라딘월드의 2007이 어쩐지 궁금하게된 한해였습니다..^^ ㅋㅋㅋㅋ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ㅠ_ㅠ
략 2-3시 정도까지 보고서를 써야 완성이 될듯 하고
일단 완성이 될 듯은 해서 다행이다 ㅋ

우리 건물은 12시가 넘으면 아저씨가 문을 안열어주시는 관계로 (맞나?)
오늘은 아무래도 회사에서 자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알았다며! -_-)
아무런 준비를 못해왔다는 거


아무래도 오늘은
여직원 휴게실 침대를 이용해줘야 할 것 같은 슬픔
내일 아침에 부끄러워서 어쩌지? 흑! ㅠㅠ



괜찮아, 괜찮아,
오늘만 하면 일단 끝이야

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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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7-12-02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수고 많으세요. 읽으며 옆에 <편파적 별다섯>리스트의 제목. <밥의 피크닉, 침묵, 평화의 얼굴, 간디의 물레>등이 들어오네요. 분주함을 활달함으로 녹여내시는 듯... 힘내세요.^^;

웽스북스 2007-12-02 23:13   좋아요 0 | URL
ㅋㅋ 분주함을 상습적 징징거림으로 녹여내고 있어요
알라딘에 글쓰기가 민망할 정도로
다음주에는 쿨한 모습만 보여줘야지,라고 기원하지만
인간 자체가 워낙 쿨함과는 거리가 멀어요 제가 ㅋㅋㅋ

푸하님 옆에있었으면 라면 하나 끓어오라고 시켰을 거에요 ㅋㅋ

근데 '밥'의 피크닉이라니요 ㅋㅋㅋㅋ 보다보니 진짜 웃기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푸하 2007-12-02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훗~~ 저의 유머에 넘어가셨군요.ㅋ~

웽스북스 2007-12-03 00:15   좋아요 0 | URL
푸하하 괜히 푸하가 아니셨군요! 얼른 본모습을 더 드러내시죠! ^^

Mephistopheles 2007-12-0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건셉은..."부시시" 겠군요..=3=3=3=3=3

웽스북스 2007-12-03 00:17   좋아요 0 | URL
건셉이라니, 메피님도 푸하님의 밥의 피크닉이 부러우셨던 것인가요?
전 부시를 무지 싫어하기 때문에 부시시도 싫습니다
아마 내일은 꾀죄죄 & 헤롱헤롱이 되지 싶습니다 ㅋㅋ

일단 2차목표까지는 달성했어요 지금 프린트중 ^^
오늘 5차목표까지 있어요 ㅎㅎㅎ

순오기 2007-12-0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끝낸 시간에 난 들어왔어요. 애쓰셨네요!
나도 날새야 뭔가 완성하는 스탈... 그거 평생가는 거야욧! ㅎㅎ

웽스북스 2007-12-03 18:23   좋아요 0 | URL
흐흐 순오기님도 그렇군요, 역시 오기파는 달라요 ㅎㅎ
근데 평생 간다고요? 버러러러러럭! ㅠㅠ

Hani 2007-12-0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새 고생 많으셨겠어요. 나홀로 회사에서 밤샘은 너무 무서울거 같은데.. 여직원 휴게실은 따뜻하겠죠? 건강 잘 챙기시구요^^

웽스북스 2007-12-03 18:24   좋아요 0 | URL
흐흐 여직원 휴게실에서 잘까 하다가 5시에 재경팀이랑 팀장님 실장님께 메일쓰고 집에가서 살짝 자고 나왔어요 ^^
아무래도 아침이 너무 우울하고 챙피할 것 같아서요
덕분에 뭐 2시간도 넘게 지각했지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