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시지만, 저는 이걸 절대 3탄까지 쓸 생각이 없었답니다. 그저 놀다보니 일하다보니 늦게들어왔고, 쓰다보니 시간이 너무 늦어진 것 뿐이죠. 그리하여 너무 졸려서 쓰러져 자고 일어나고, 뭐 이런 것들의 연속. ㅎㅎㅎ 암튼 오늘은 아직 1시밖에 안됐고 하니 마무리를 반드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래뵈도 이거 쓰느라 제가 집에와서 하이킥도 못봐요. 자 그럼 다시 반말 모드로. ㅎㅎ
효창공원역에서 내려 무조건 앞에 보이는 부동산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니 두분이서 하시는 공인중개사였는데, 역시 여기도 매물이 없다고 유세하기는 마찬가지다. 감나무집이라는 데가 있는데, 여기는 방이 좀 작고, 그나마 방이 좀 크고 베란다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신다는데 뭐 여기도 지금까지 본 데로 치면 하급이다. 1%도 들어갈 마음이 없어보이는 나를 간파하신 아주머니는 되려 신경질이다. 어휴. 여자애들이 청소도 할줄 모르네. 싱크대 더러운 것좀 봐. 저런 건 깨끗하게 닦으면서 치우고 살면 돼요.
그러게. 실은 다니면서, 아, 정말 세입자가 어떻게 하고 사느냐에 따라서 실은 전세값 500 정도까지도 왔다갔다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부동산 분들은 내게 그러면 안된다고, 아가씨가 집볼 줄 모른다고 하긴 했으나, 내 입장에서는 일단 눈에 깔끔해야 좀 들어갈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베란다 있으니까, 책장은 베란다에 놔요. 나 또 맘상한다. 아니 왜 책을 베란다에 놓으라고 하시나요 ㅜㅜ 침대놓을 공간도 없던 이집은 아무튼 탈락. 극구 저 위층에 있는 한집을 더 보자. 거기는 좀 깨끗하다고. 굳이 들어가보고 싶지는 않았으나, 그냥 운동삼아 올라가서 봤다. 중국 교환학생이 아버지와 함께 짐을 싸고 있었다. 보는둥마는둥하고 그냥 나와, 부동산 아주머니의 차를 타고 다시 돌아가던 중, 어 저기 부동산에 또 가격대가 맞는 매물 하나가 붙어 있다. 망원동으로 건너가기 전에, 저기나 들러봐야겠다.
그리하여 들어갔던 부동산, 저, 밖에 붙어 있는 매물좀 보러 왔는데요.
부동산 실장 아주머니는 나를 쓱 위아래로 훑어본다.
저 집이 그렇게 깔끔하지는 않아요. 아가씨는 거기 보러 가도 안들어갈 거에요.
그래도, 보여주시면 안될까요?
뭐, 보여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그보다 아가씨한테 어울릴 것 같은 매물은.....
하면서 매물 하나를 추천받았다. 금액이 좀 무리스럽긴 했는데, 저 아줌마 자신하는 거 보니, 꽤 괜찮은가보다. 자신이 손님을 너무 자르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동네에서 10년쯤 부동산을 하다 보니 사람을 보면 대충 그 집에 들어갈 사람인지 안들어갈 사람인지 계산이 나온다고 한다. 내가 집을 한 10개쯤 본 사람이었으면 그런 게 좀 재수없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집을 스물 다섯개나 본 여자이기 때문에, 그 와중에 스무개 정도는 고려할 필요도 없는 집, 즉 헛발걸음이었기 때문에, 처음에 알아서 딱딱 잘라주는 분들이 오히려 고마웠다.
그집의 단점은, 주차가 안되는데, 차 있어요?
아니요...
그럼 됐네. 가봅시다. 아가씨 보러 오기 전에 어제 다른 아가씨가 보고 마음에 들어 했는데 주차가 근처 월주차 13만원이라 포기했어요.
나야 뭐, 오피스텔 전용 면적에 주차공간 포함되어서 관리비에 포함해서 내는 게 너무 아까워서 주차 안되는 데 찾았던 터라 ;;; 오히려 그 점은 고맙긴 하다.
그런데 차를 타고 간 곳은... 허걱.... 건물이 너무 낡았다. 세상에.................외관에 막 금도 가 있고, 다 쓰러질 것 같은 흉흉한 건물. 나중에 알고보니 무려 40년이나 된 건물이다. 나보다 10살이나 더 먹은... 그러면 그렇지... -_- 젠장. 나 저기 꼭 올라가야할까. 하는 생각으로 일단 왔으니 따라 올라가봤다.
와. 그런데, 안이 너무 좋은거다. 내부 리모델링한지 3년도 안됐는데,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집들도 뒤돌아보고싶지 않을 정도로. 방 하나, 거실 하나, 주방 따로, 욕실 따로, 세탁실 따로. 특히 지난 집을 공용세탁실 때문에 포기했던 나로서는.... ;;;; 세탁실까지 따로 있어서 정말 마음에 들었고, 그 집의 내부 분위기. 지금 살고 있는 사람이 집주인의 딸인데 책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이어서 책장과 책으로 거실을 꾸며 놓은 것 역시 좋은 첫인상이었다. (하지만 그 책은 다 나갈....)
이 집의 장점과 단점이 뭔지 물어보니 장점은 일단, 대문 앞이 바로 경비실이라 보안이 매우 철저하다는 것. 단점은 가끔 하수도에서 냄새가 역류할 때가 있다는 것. 그 외에 내가 볼 때 또 단점은 길가에 있어서 창문을 열면 소음이 좀 심하다는 것 정도였고, 베란다가 없는 것? 뭐 나머지 부분은 대략 다들 마음에 들었고, 나는 그 집에 들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실은 다른 단점이 더 있어도, 들어가야겠다,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으니까.
문제는 약간 무리스러운 집값을 감당하면서 옵션이 하나도 없어서 살림살이까지 장만해야 한다는 거였는데, 다행히도 시집가시는 과장님께 더블베드와 냉장고, 과장님 남편께 세탁기를 받기로 했고, 옷장과 책꽂이를 좀 싼 값에 사기로 했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블라인드, 가스렌지는 이사가시는 분이 놓고 가신다고 했고, 아프님이 거절한 스팀 청소기가 나에게 넘어오게 되었다. (헤헷. 감사합니다) 오늘 저녁에 불라에 갔다가 불라에 있는 안쓰는 오븐도 업어오기로했다. -_-v 이사는 불라에 계신 C형님이 용달협찬 해주시기로해서, 생각보다 큰돈 나갈 게 많이 세이브됐는데도, 가계부 보면 슬쩍 한숨이 나오게 생기긴 했다. ㅎㅎㅎ
그 와중에, 나는, 웰빙라이프를 위해, 원어데이에서 그만 뭔가를 질러버렸는데, 부디 잘 한 선택이었으면 좋겠다. 흑흑. ㅠㅠ
암튼, 이래저래, 아프님 바톤 이어받아서 이제슬슬 하나씩 준비. 어휴. 그간 아프님이 이래저래 많이 도움 주셨었는데, 뭐, 여전히 까마득하기도 하고. ㅎㅎㅎ 기대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ㅎㅎ 네, 뭐 그렇습니다. ^-^
나름 독립과 함께 대출녀로 거듭나면서 생긴 5대 생활수칙
1. 책 그만사고
2. 옷은 덜사입고
3. 점심 도시락 싸가고
4. 커피는 내려마시고
5. 사람들은 집으로 부르자 (먹을 건 사오라고 하고 ㅋㅋㅋㅋㅋㅋ)
그렇지 않고서는 도무지 해결불가한 대출금의 압박을 나는 무사히 견뎌낼 수 있을까가 올 한해 나의 화두다. 삶의 거품을 빼고, 진정한 생활인으로 거듭나...야...(쿨럭, 하지만 저 웰빙라이프를 위해 지른 것은 어쩐단 말인가...)
암튼, 뭐 이 길고 주절주절한 글을 기다려가며 즐겁게 읽어주신 몇몇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리옵니다. ^-^ 저는 이제 밀린 하이킥을...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