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비서들 -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
카밀 페리 지음,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경괘하고 빠르다. 휘리리릭!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한 횡령이 자가발전해서 펀드싸이트까지 열게되는 한바탕 소동 

양념처럼 쭉쭉빵빵 잘생기고 착하기까지한 남자와 연애고 하고 

주말에 쇼파에 누워 보기 딱좋은 로맨틱 드라마 


카밀의 경쾌한 말빨이 재밌다. 

옛날 같았으면 항공사에서 그런 식으로 로버트의 비위를 살살 맞춰주는게 불공평하기 짝이 없고 이치에도 전혀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한테는 얄짤없이 돈을 받으면서 억만장자한테는 공짜로 준다는게 말이돼?

그것도 일등석의 절반을 말이다.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회사의 돈중에 손톱만큼도 안되는 돈을 횡령하여 학자금 대출을 갚는다. 


학자금대출, 요 설정이 백미다. 

횡령은 훔치는거고 도둑질이다.

그런대 대학을 졸업해 사회에 내던져 질 때부터 이미 빚더미위에서 시작하는 요즘의 젊은 청춘들이 불쌍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나. 

돈이 어마어마 많은 회사의 돈을 아주 조금 빼서 다른게 아니라 학자금대출을 갚는다고. 

명품빽도 아니고, 집도 아니고, 요트도 아니고  ^^

그래 까짓거 너무 돈이 많아서 얼마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돈을 조금 훔쳐서 갚아라. 학자금대출. 잘했다. 

뭐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는 거지. 


사실 상위 1%의 부를 소유한 사람들은 비상식적으로 돈이 많은건대 

그 많은 돈을 합법적으로, 뭔가를 훔치거나, 누군가를 속이지 않고, 남에게 뭔가를 빼앗지 않고 정직하게 축적했다고 하면 

그건 백퍼 거짓말이지. 

그래서 이 젊은 여비서들이 재벌 회사의 돈을 조금 횡령해서 학자금대출을 갚는것은 유쾌한 농담이 된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는 발랄한 여성들의 동화. 신데렐라 보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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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트랙 발란데르 시리즈
헨닝 망켈 지음, 김현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1. 

쿠르트 발란데르

나에게 북유롭 소설의 재미를 알려준 형사

헐리우드보다 서늘하고 거칠고, 그러나 매우 인간적인 

이런 형사가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읽을때마다 부러운 스웨덴 

망켈의 죽음 이후 부디 발란데르 시리즈가 모두 번역되어 나오길 기다리고 있던 참이라 

너무너무, 눈물이 찔끔 날만큼 반가웠다. 


발란데르와 마르틴손, 회그룬드, 한손, 스베드베리꺼지 모두모두 너무나 반갑다. 

이 팀의 꼼꼼하고 유능한 수사 회의를 잊을 수는 없지. 

발란데르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보고싶은 소박한 욕심이 있다. 

웅진지식하우스. 부탁이야. 모두 번역해주기만 하면, 순서대로 찾아 보는건 내가 할께


맞아. 

안식년 휴가를 1년동안 쓰고 우간다 난민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하러가는 검사 피르 오케손 

나는 이 사람들이 그리웠다. 



2. 

그는 어젯밤을 떠올렸다. 이 소녀가 유채밭 한가운데서 자기 몸에 불을 지른 이유를 알아낼 때까지는 자신이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나는 젊은이들이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세상에 살고 있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이유를 알아야만해. 계속 경찰로 지내려면 반드시 알아야 해. 

우리는 수백명을 수장시킨 세월호 사고후 왜 정부가 사람들을 구출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모른채, 계속 살고 있다. 

스웨덴이 부러운 것은 저런 연민과 사명의식을 가진 경찰을 상상할 줄 아는 상식이다. 


위스타드 시내에 들어온그는 가구점 옆의 커다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사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자동차 문을 열고 음악이 흘러나가게 내버려두었다. 바바라 헨드릭스 덕분에 잠시나마 베테르스테트와 칼만을 ㅣ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불길에 휩싸인 소녀는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서 달리고 있었다. 들판은 끝이 없는 것 같았다. 소녀는 달리고 또 달렸으며, 타오르고 또 타올랐다. 

발란데르의 마음에 동화된다. 마음이 아파. 


"베테르스테트와 관련한 진실은 분명합니다."산딘이 말했다. "사기꾼이지. 능력있는 법무부장관으로 행세했을지는 모르지만 그런 자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소."

"어째서요?"

"그는 자기를 돋보이게 하려는 욕망에 따라 행동했으니까. 무엇이 나라를 위하는 일인가를 고민한게 아니란 말이오. 그건 정부 관료로서는 최악의 자질이지."

정부관료로서 최악의 자질이 뭔지, 우리 만큼 헷갈리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을 겪고, 그 정부의 관료들을 겪어보니 어떤 것이 최악인지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인민을 개, 돼지에 비유하는 교육부장관이나, 입만 열면 거짓말하고, 무능한 것이 자랑인 장관들을 겪어야 했으니까. 

심지어 취임후 얼굴ㅍ맞대고 회의 조차 하지 않았다는 대통령과 장관들을 겪고 나니까, 뭐가 최악인지 알수가 없다.  

산딘이 박근혜 정부의 관료들을 봤으면 뭐라고 평가했을까. 



3. 

문장이 좋은 북유럽 소설은 역시, 좋다. 

구성도 좋고, 스토리도 좋다. 

발란데르는 늙어가는 중이다. 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정신이 깜박깜박하고, 

이혼후 새롭게 바이바를 만나 사랑하지만 그녀는 너무 멀리서 생기있다. 

자기처럼 그녀도 자기를 사랑하는지 불안하고 

머릿가죽을 벗기는 연쇄살인범과 유채꽃밭 한가운데서 몸에 기름을 붓고 자살한 소녀의 사건으로 고통스럽다. 

모든 이야기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서로 어울리고 인물들은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조화롭게 얘기 한다. 


아직 베테르스테트의 저택 열쇄를 가지고 있었던 발란데르는 저택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침묵 때문에 귀가 먹먹했다. 

귀가 먹먹한 침묵. 

아무렇지 않게 들어있는 이런 문장이 참 좋다. 

먼저 나온 발란데르 시리즈보다 번역이 더 좋아. 


6시에 침대에서 나온 그는 샤워를 하고 커피를 내렸다. 피로는 미지근한 고통 같았다. 10년 혹은 15년 전에는 전날 잠을 아무리 적게 자도, 아침에 피로를 느끼는 일이 전혀 없었다고, 그는 씁쓸한 마음으로 떠올렸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이제 영원히 지나가버렸다. 

미지근한 고통같은 피로. 

피로를 느끼지 않았던 10년 혹은 15년 전의 아침은 이제 영원히 지나가 버렸다. 

이런 아쉬움, 무거움, 늘 떨어지지 않는 미지근한 고통의 피로를 나이먹으면 누구나 경험한다. 

나는 아직도 내 몸이 나를 배신 한것같은 억울함이 들때가 있다. 

망켈은 나이드는 쓸쓸함과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몸에 대한 아쉬움도 잘 표현한다. 

먼저 번역되어 나온 마지막 시리즈 불안한 남자에서는 발란데르가 노인이 되어 정신이 깜빡깜빡하고 몸도 아팠지. 

누구도 피해가지 못하는 나이들어 늙는 것에 대한 성찰을 형사소설 시리즈에 적절히 넣을 줄 아는 망켈이 좋다. 


햄버거를 사려고 중간에 잠깐 차를 세웠다. 최시 소식을 전하는 신문판매대의 입간판에는 온통 월드컵 뉴스들 뿐이었다. 그것들을 모두 뜯어내고 좀 작작하라고 소리치고 싶은 강렬한 충돌이 일었다. 그런 감정을 억누르며 차분하게 줄을 서고, 돈을 낸뒤 햄버거를 받아서 차로 돌아왔다. 

나두. 

나두 발란데르. 

헨닝 망켈을 읽는 밤은 행복하다. 

언젠가는 발란데르 시리즈를 1권부터 마지막 까지 쌓아놓고 순서대로 읽었으면 좋겠다. 겨울에. 침대에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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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넥스트 도어
알렉스 마우드 지음, 이한이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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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스본 23번지. 불라 그로브. 낡은 집. 

뚱뚱하고 인색한대다 여성들에게 끈적끈적한 눈빛을 날리는 집주인 

이주노동자, 쫓기는 여성, 노인, 가출한 10대 아이 

사회적 취약 계층이거나 아웃사이더, 혹은 수상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세들어 사는 집 

낡고 습기차고 냄새나는 계단과 복도, 게다가 여기 사는 고양이 이름은 사이코 

모두 사연있는 이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녀는 이곳에 속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그는 생각했다. 과연 우리 중 누가 여기에 속한 것처럼 보일까? 아마 이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지닌 공통점이겠지. 그저 여기를 거쳐 가는것 같은 모습 말이야. 

집, 이라고 우리가 생각할때 갖고 있는 이미지의 편안함과 다른 이질가이고 불편함이다. 

사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나. 우리는 자기가 속하고 싶은 곳에 만족스럽게 속해 사는가. 



2. 

10대 여성 셰릴은 세상을 안다. 

공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이번주 방세가 준비되어 안도하면서, 그러나 곧 다음주가 불안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안다. 

세상이 결코 그녀에게 호의적이지 않았으므로 호기심 많은 얼굴 뒤로 두려움을 감추는것에 익숙한 

그녀는 마음 한구석으로 슬픔을 밀어 넣고, 세수를 시작했다. 셰릴의 인생에서는 그 누구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말했다. 그게 널 괴롭힌다면 넌 지쳐버릴거야. 그러니 니키를 보여줘. 그 여자가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엿이나 먹으라고 해. 

세수하는 그녀의 등을 어루만져주고 싶었네.


그는 뚱뚱했다. 배도 엉덩이도 불룩했고, 허리띠 위로 살이 넘쳤다. 그는 건물 정문 계단을 천천히 오르며 길을 안내했는데 힘이 드닌지 숨을 씨근덕거렸다. 계단을 오를때마다 일어나는 이 육중한 비행은 우아하게 장식된 집을 좁고 누추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무대위로 한명씩 등자해, 한토막씩 자기 소개를 한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퍼즐의 한조각씩을 보여주며 전체 그림을 맞추라고 안내한다. 재밌어. 


여길 처분하면 그는 여왕처럼 살기에 충분한 돈을 벌어들일 것이다. 그는 어딘가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인 곳에 가서,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을 부릴 것이다. 

혐오스러운 집주인 로이의 꿈은 그러나 아주 많은 사람이 꾸는 꿈이기도 하다. 

여왕처럼 사는 것이란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인 곳에서 많은 사람을 부리는 것이라니. 그래서 돈이 필요하다니.  

노골적인 현대인들의 꿈은 잔인하다고 가차없이 말하는 알렉스는 어쩌면 셰릴을 닮았다. 



3.

영국여성작가는 내가 신뢰하는 소설가 집단이다. 

알렉스는 특히 여성 캐릭터를 잘 만드다. 

가출한 10대 여성 셰릴, 쫓기는 30대 미녀 콜레트, 태어난 집에서 가난하게 늙어가지만 현명한 70대의 베스타. 

그에 비해 남성들 중에는 이란인 망명자 호세인 말고는 모두 역겹거나 마초거나 이상하다. 

알렉스가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거라는, 세상모든 남자들의 수준은 겨우 저정도가 맞다는 생각이 문득

재밌는 소설이다. 


후련한 것은 마침내 그들이 연대하는 때

로이 프리드가 니키에 빠져 죽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의 셰릴이라니!

사이코를 통해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것도 절묘하고 

심지어 해피엔딩임을 확인하고 알렉스에게 고마웠다. 

셰릴과 콜레트, 그리고 베스타까지. 이 여성들이 시시콜콜 행복해지길 바래. 


스토리, 캐리터, 엔딩장면까지 모두 만족스러워 

알렉스 마우드를 더 읽어보고 싶다. 레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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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전쟁 환상문학전집 37
조 홀드먼 지음, 김상훈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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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밤'이 되자 (사실 해는 70시간 후에나 질 예정이었지만) 외계인들을 죽였던 장소에서 10킬로미터쯤 떨어진 작은 언덕 위에서 행군을 멈췄다. 그러나 그들은 외계인이 아니었다. 외계인은 바로 우리였다. 

정체불명 외계종족 토오란과의 정쟁을 위해 엘리트부대를 소집하여 훈련시킨다. 

훈련을 마친 만델라와 동료들은 드디어 외계로 나가 다른 행성으로 가서 탐색을 시작한다. 

낯설다. 기후도, 공기도, 바다도, 땅도, 식물도. 

그리고 정체불명의 초식동물을 만나 죽인다. 토오란일지도 모르니까. 


베트남전쟁과 비슷하다. 

젊은이들을 징병해서 훈련시키고 전쟁터로 보낸다. 

세계의 정의를 위협하는 공산주의 빨갱이를 잡으러 전쟁터에 온 병사는 낯선 밀림을 경계하며 걷다가 아무나 막 죽인다. 

베트콩일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외계인은 베트남 인민이 아니라 미국 병사였다. 


실제 참전용사였던 조 홀드먼은 베트남에서 만난 전쟁의 공포와 불합리함을 잘쓴다. 

전쟁에 대한 사색의 수준이 높다. 


처음 만난 외계인을 공격해서 죽인 후 만델라는 생각한다. 

우리는 연기를 내고 있는 동물의 시체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마치 우리를 학살 장소로 안내하는 추악한 수맥 참지용 지팡이처럼 손가락 레이저를 겨냥한 채로...... 나는 속에서 뭔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마법의 지팡이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겨누기만 하면 어떤 생명체든 간에 반쯤 익은 채로 연기를 내는 고깃덩이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던 것이다. 나는 군인이 아니었고, 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그러나 그는 명령에 따라 전진한다. 

베트남전에 징병된 미국의 젊은이가 밀림에서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학살한 후에 저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나 슬펐고 지쳐 있었던 탓에 가슴이 아팠다. 그녀를 만질 수만 있다면, 접지선이 전류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그녀의 슬픔을 빨아들일 수 있을 텐대. 그러나 우리들은 각자의 플라스틱 세계 속에 갇혀 있었다. 

절묘한 문장이다. 

첫번째 학살이후 만델라와 메리게이는 각자의 프라스틱 세계에 갇혀서 슬프다. 


전쟁에 관한 소설이 전쟁의 잔인함에 대해 서술할 때는 보통 피해자의 시선이다. 

SF에서 외계인과의 전쟁은 그들에게 피해당한것을 먼저 설정하고, 그래서 복수하거나 혹은 살아남기위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떤 영웅이 물리친다는 스토리가 전형적이다. 

가해자의 위치에서 학살 하고 난후, 영혼이 파괴되는 상태, 느낌을 표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처음봤어. 

자주 베트남과 겹쳐 사색하게 된다.


20세기에는 이미 "난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야."라는 발언이 비인간적 행위를 변명하기에 부적절하다는 판결이 만인의 공감을 얻고 있었다. 

21세기에도 대한민국은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공권력의 법집행자들로 인해 사람이 죽는다. 

그렇게 물대포를 쏴서 백남기농민을 죽인 경찰은 비인간적이라는 공감이 우리 사회에도 있으면 좋겠다. 


조 홀드먼을 읽으니까 일반적인 SF의 전쟁들이 얼마나 스포츠스러운 놀이인지 알겠다. 

아무런 저항없이 닥치는대로 죽이고 학살하는 것을 승리와 기쁨으로 표현하는 것들, 오히려 식상해서 재미없는. 



2. 

나도 아까 내 약을 삼켰다. 판단력을 잃는 일 없이 낙천적이 되는 약이란다. 

약속된 임기를 채우고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온 만델라, 그러나 적응하지 못한다. 

가족들도 사회도 너무 많이 변해 버렸고, 게다가 세상은 이미 전쟁터. 총과 폭탄이 난무하기는 전쟁터와 같다. 

어쩔 수 없이 군으로 복귀하여 새로운 명령에 따라 전쟁에 투입되며 약을 먹는다. 


만델라는 단 한번도 반전의 깃발을 들고 성토하지 않는다. 

그는 국가가 시키는 대로 참전하고, 학살하고, 살아남고, 고향으로 돌아와 실망하고 다시 참전하여 생존하며 끝없이 싸운다. 

다만 사색한다. 그리고 메리게이. 

책의 마무리가 만델라와 메리게이의 사랑으로 해피앤딩이라는 것이 마음에 든다, 

논리적인 마무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위안을 주는 마무리다. 


스스로 진보를 자처하는, 박근혜 탄핵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가장 많은 문재인 후보가 

동성애를 반다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 즈음이라 

인류의 성정체성에 대한 상식의 변화를 예감하고 상상하는 조홀드먼이 더욱 돋보인다. 

심지어 디테일까지 좋은 소설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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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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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경현의 추천사 말미에

이제 시오노 나나미에서 콜린 매컬로의 수준으로 한단계 더 도약할 때가 아닌가!

의미 심장하다.

제국주의 로마를 찬양하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이야기는 그 주관적 해석의 수준이 역사라하기 어려웠다.

잘 만들어진 소설의 로마판 다이제스트 정도

다만 신자유주의시대 로마를 찬양하는 것은 CEO들이 읽어야 하는 기본소양의 책인 것처럼 소개되고

천민자본주의 대한민국의 CEO들이 읽는다기 보다는 CEO가 되고 싶어도 절대 될수 없는 자들의 자기위안 처럼 보였다.

인문학으로 폼내는 한길사가 잔뜩 출판해 돈벌길래 더욱 빈정상했었어.

시류에 영합하는 것과 인문학은 어울리지 않거든

제국주의와 인문학이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시오노 나나미에서 콜린 매컬로의 수준으로 도약은 콜린의 몫이 아니라, 대한민국 독자들의 몫이라서

그럼에도 굳이 시오노 나나미의 수준을 언급한 김경현이 재밌다.

그러니 콜린 매컬로의 로마는 적어도 고증과 사실에 입각한 소설이길 기대하게 된다.

 

 

2.

재밌다.

오래간만에 몰입해서 휘리릭 책장을 넘긴 역사소설이다.

 

영웅을 좋아하는 것은 유럽 사람들에게 오래된 전통이다.

최초의 서사시 호메로스도 영웅에 대한 이야기이고

플루타르크를 비롯해, 유독 로마는 영웅으로 기억되는 시대이기도 하지.

카이사르, 마리우스, 술라... 캐릭터가 선명하다.  

기원전 1세기 쯤의 로마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도 따라가기에 어렵지 않은 평이한 문장의 서술도 좋고

유연하면서도 지혜로운 카이사르와 성실하고 똑똑한 마리우스가 양지 바른 동네 사람이라면

술라는 진흙탕 고인 음지의 사람

그래서 궁금한것은 예정된 술라의 변신과 배신이다.

전체 로마 역사의 흐름과 어떻게 잘 버무려 전개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알겠네.

 

콜린의 로마가 취향에 맞는 독자라면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서브로사 시리즈도 추천한다.

콜린의 로마가 공식적인 기록에 의한 정사를 기반으로 상상력을 덧붙였다면

스티븐의 로마서브로사 시리즈는 정사에 기록되지 않은 로마의 뒷골목을 생생하게 그린다.

둘다 기원전 1세기의 로마다.

콜린의 카이사르, 술라, 크라수스와 스티븐의 카이사르, 술라, 크라수스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덤이다.

 

기원전 1세기 로마. 귀족에 의한 공화정이 무너지고 평민들을 앞세운 제정으로의 격변기는

그 자체로 소설이 될 만큼 극적인 모양이다.

엉뚱하게 최근 읽은 중국인 이야기의 영웅들이 떠오르더라.

그러게. 인간의 역사 만큼 재밌는 이야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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