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6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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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마스 만과 친해지기 쉽지 않았다. 

10년쯤 전에, 도서관에서 겁도없이 요셉과 그형제들을 빌려왔다가 몇차례 졸려서 실패하고 

마의산도 사놓고 지루해서 안읽은지 한참되었다. 


로쟈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생겨 읽었는대

아, 이번에는 굿. 만의 작품중 대중적인 소설인가봐. 어렵지도 지루하지도 않아 재밌게 읽었네. 



2. 

안토니 캐릭터 때문에 토마스만이 좋아졌다. 

물론 그의 성실한 문체도 좋지만, 안토니는 매우 현대적인 여성이다. 

보통 근대의 인물들을 쓰는 작가들도 유독 여성에게는 가혹한 경우가 많거든 


부르주아들이 새로운 시대이념을 만드는 대략 1800년대부터 1차세계 대전 전까지 

돈만흔 부자집 상인 계급의 여성이 그륀리히와 결혼하기전 휴양지에서 만난 젊고 매력적인 

그러나 계급이 다르고 가난한 토니와 풋사랑에 빠지는 경우 

1) 사랑에 올인해서 겁없이 집을 나와 현실을 깨달았을때는 가난함에 치어 온갖고생을 하거나

2) 집안의 추천으로 배경을 보고 결혼한 그륀리히는, 그가 사기꾼인것을 알아차린 후에도 그놈의 모성애 땜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덧이나, 멍애인듯이 짊어지고 배신당한 삶을 받아들여 버리는대 


그녀는 

1) 사랑에 올인하지 않을 만큼 계산을 하고  

2) 그륀리히의 파산을 알고 가난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후 미련없이 단 한순간도 그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선언하고 

딸과 함께 부모의 집으로 돌아와서도 여전히, 명랑하다. 


하. 참으로 적당한 영악함이 아닐수 없는대, 밉지 않다. 

운명적 사랑에 속지도 않고, 결혼의 숙명도 걷어차니, 시원하다. 

유독 여성에게만 가혹하게 순종적을 요구하거나 폭력적인 남편을 참아내며 지지리 궁상맞게 사는 것이 당연한 듯이 

그것이 여자의 일생이라는 스토리를 참 한심하고 답답하거든. 


안토니는 적당히 예쁘고, 쿨하고, 결정적으로 이기적이며, 너무 똑똑하거나 바보도 아니다. 

이런 현대적인 캐릭터가 1901년에 씌어지다니. 

2000년대 막장으로 달리는 대한민국 드라마의 여성캐릭터들보다 앞선다. 


아버지에게서 남편에게로 소유권이 옮겨지고, 이혼하고 돌아오니

죽은 아버지대신 오빠에게서 다시 남편에게로 이번에는 재혼이니 가격이 한참 후려쳐져서 그에 걸맞는 남자에게로 옮겨진다. 

이 시스템이 어떻게 온화하고 합리적이란 이름으로 시행되는지 매우 설득력 있는 

왜냐하면 시시콜콜 성실하게 리얼하니까.

돈 많아 세련된 합리적인 부르주아 가문의 깔끔한 계산으로 그녀의 결혼을 본다. 


그런대 안토니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 

두번째 남편과 이혼하려는 안토니에게 토마스는 추문을 일으키지 말고 어른스럽게 행동하라고 요구한다. 

"토마스! 추문이라고? 내 인격에 먹칠을 당하는 치욕적인 일을 당했는데도 추문을 일으키지 말라고 명령하는 거야? 그게 오빠로서 할 말이야? 그래, 이런 질문을 내가 꼭 해야겠느냐 말이야! 체면과 사리분별이 좋은 것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거야. 톰. 나도 오빠만큼은 인생을 알고 있어. 추문을 두려워하는 곳에는 비겁함이 도사리고 있다는 거야! 바보 멍청이에 불과한 내가 이런 말을 해야 하다니. 내 참 기가 막혀서......"

집안의 명예를 위해 참고 살라는 오빠의 요구에 불같이 화내는 안토니 

부르조아 집안의 바보 멍청이가 이렇게 매력적일 수가. 

안토니의 저 분노는 지금도 유효하다. 

집안의 명예를 위해 살해되는 강간피해자처럼 

회사의 명예를 위해 덮어지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처럼 

토마스 만은 매우 현대적이고 지적인 작가다. 남자가 어떻게 이런걸 이렇게 잘 알았을까. 


"...... 이곳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남들한테 <극상>으로 보이고 싶은 우리 부덴브로크가 사람들이니까 남들이 안 보는 집안에서는 굴욕을 꾹 참고 지내자는 거야? 톰, 난 오빠한테 실망을 금할 수 없어! 난 하느님이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고 있어. 난 하나도 두렵지 않아! 율렌 묄렌도르프가 내 옆을 지나가면서 나한테 인사하지 않아도 좋아! 그리고 피피 부덴브로크가 목요일에 여기와서 고소해하며 <어쩜 벌써 두번째 아니야. 물론 두번 다 남자 책임이긴 하지만 말이야!> 하면서 호들갑을 떨어도 좋아. 난 그점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초연해......"

그녀는 오빠의 손을 잡고 말한다.

자기는 망했고, 끝장이고, 이제 부덴브로크가의 명예는 오로지 오빠의 어깨에 달렸다며 

두번이나 가문의 명예를 위해 결혼했다가 실패하고 돌아온 그녀는 톰에게 얹혀사는 신세가 되어 오빠를 위로한다. 


그전에는 없던 계급, 귀족도 아니고 농노도 아니고 

새롭게 세상을 지배하게될 부르주아 가문의 흥망성쇄 

지금도 여전히 부르주아 가문들에 의해, 그들을 위해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봉건적 굴레에서 벗어난 세련된 부르주아 계급의 흥망성쇄를, 우리도 이제 서사로 쓸 수 있을때가 된것 아닐까. 

대한민국의 삼성가니, 현대가니 재벌들 가문 잘 모르지만, 세련된 부르주아 계급이라는 느낌보다 

봉건적 귀족 흉내도 잘 못내서 촌스럽고 천박해 보여. 

많이 가졌으면서 더 가질려는 것에만 악착같아서, 시민사회의 기본의무인 세금내는 것 조차 회피하기만 하고 

그러면서 막강한 권한을 힘없는 사람들에게 과시하고..... 수준이 떨어진다. 



3. 

토마스 만이 유서에 동성애자라고 밝힌것이 사후 20년 후에 공개되었다고, 책을 읽은 다음에 들었다. 

그렇구나. 

평생 사람들을 속이며 그의 영혼도 불안했구나. 

마의산은 어쩌면 다르게 보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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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5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5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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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중국인 이야기 

처음 만나는 중국현대사, 격동의 세월을 살다간 다채로운 사람들, 중국인 이야기 시리즈는 재밌다. 


이번에는 무인 린뱌오로 시작한다. 

무관학교를 함께 다니고 항일전쟁의 전선에서 함께한 역전의 노장들이 무산계급의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나라를 운영한다는 

이 전제가 중국의 현대사를 풍요롭게 한다. 

조선을 망하게 한 양반들이 친일파가 되어 무장투쟁하는 독립투사들을 고문하고 죽이고 

해방후 친미파로 이름만 바꾸며 정의를 조롱하고 인민을 짓밟으며 힘만 있으면 장땡이라는 천박한 정치철학을 일반화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는 부끄럽고 부러운 일이다. 


황푸군관학교 출신 린뱌오는 항일전쟁과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공이 가장크고 병사들에게 인기있는 장군이다. 

그러나 모든 전쟁에서 승리하고 무산계급의 혁명을 위한 정부 수립후 그는 은둔한다. 

어쩌면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아. 

목숨걸고 싸우고, 전장에서 전장으로 몸을 옮기며 싸우는 일은 얼마나 피곤했겠어. 


린뱌오는 전쟁 시절 어느 구석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던 이론가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경계했다. 

이런 전통은 중요하다고 생각해.

입으로만 항일투사인 사람들의 문제는 뻔뻔함이 아니라, 현실을 모른다는 거거든.  


국,공 양당은 너죽고 사잘자 식의 싸움을 멈춘 적이 없었다. 놀던 동네가 비슷하고 북벌과 항일전쟁을 위해 두차례 연합을 하다보니 뒷구멍으로 연락이 그치지 않았다. 

이런 재미가 있다. 

공인된 역사서에 나오지 않는 비하인드 스토리의 야사를 읽는 재미 

국민당 고관들 중에는 마오쩌뚱이나 저우언라이 등과 몰래서신을 주고받는 일이 허다했다. 공산당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세월덕에 밝혀진 것도 많다. 묻힌 것은 더 많다. 워낙 비밀이 많고, 겉과 속이 같으면 3류취급하는 민족이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왜 안그랬겠는가. 일제라는 동일한 적에 맞서 목숨바쳐 싸우기 위해 군사학교때 부터 여러전선에서 동지이다가 

이제 서로 다른 편이 되었다 한들, 함께 공부한 학교와 전우로의 시간이 단칼에 사라질 수는 없는 법 


덩톄메이는 본인만 몰랐을 뿐 타고난 유격전의 귀재였다. 전대원들에게 엄수할 사항을 주지시켰다. 

"항일 구국은 민중보호가 제일 중요하다. 지혜와 용기, 인자함과 신의를 존중하지 않는 무장 세력은 비적과 다를 게 없다. 주민을 불안하게 하거나 부녀자를  희롱하는 자는 적으로 취급한다."

유격전의 핵심은 숨어 있다가 신속하게 치고 빠지는 것. 

그러기 위해 인민의 지원이 핵심이다. 

숨어있을때와 빠질때, 인민의 바다에 숨어야 하거든. 


"밭에서 태양과 씨름하지 마라. 남는게 없다. 커서도 돼지를 키울 시간 있으면 책과 씨름해라. 공직자 할 생각은 하지도 마라. 일부를 제외하곤 전부 도둑놈들이다. 정치가도 마찬가지다. 평소 말은 번듯하게 잘하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때 책임감이 뭔지를 모르는 망종들이다. 옛사람의 글을 숭상하되 새로운 것을 배척하지 말고, 무를 중시하되 거칠어지지 않도록 노력해라."

마오커슈 아버지의 당부다. 

무를 중요시하되 거칠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라. 

중국사람들 말 참 잘 한다. 


중국 1세대 외교관으로 호남에 미녀들과 어울리고 외교적 지위가 분명했던 구웨이쥔은 특이하게 국,공 양덩의 지지를 받았다.

"50여년간 공직에 있으면서 일관된 원칙을 견지했다. 상부의 지시를 받거나 건의를 할 때마다, 국가에 무슨 이익이 있을지를 스스로 고민했다. 나는 평생 당파나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권력투쟁에 말려들다보면 국가의 이익을 생각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외교 문제를 처리할 때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정치적 득실이나 야심을 실현시키려 한다면, 담판은 파열되기 마련이다. 정치와 외교는 구분돼야 한다. 정치적 야심이 있는 사람은 외교관 자격이 없다. 정치가가 왹에 나서는 것도 위험하다."

일리있는 말이다. 

그러나 '국익'이란 또한 정치가 아니던가. 

한미FTA 협상을 하며 농업을 내주고, 미국이 기침하면 사드를 배치하는 외교를 하면서 모두 '국익'때문이라고 하더라. 

누구를 위한 국인인가,는 여전히 남는 문제다. 


강호에 영웅도 많고 호걸도 많구나!

부자집 딸로 태어나 구웨이쥔, 양광호, 황후이관들과 함께 시대를 풍미한 옌유윈이 109번째 생일날 장수의 비결을 말한다. 

"평생 보약 먹어 본 적 없고, 운동도 하지 않았다. 지난 일은 금세 까먹고, 오늘 일만 생각했다."

재밌는 사람들이다. 


이번편에는 6.25전쟁을 둘러싼 김일성과 마오쩌뚱, 스탈린의 밀당과 중국 인사들의 판단이 소개된다. 

볼수록 김일성 이 바보같은게 뭘믿고 겁도 없이 전쟁을 일으켜 사람들이 서로 죽이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여태 분단국가로 사는 비극을 우리에게 남겼나 싶다. 


중국을 읽으며 한국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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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4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4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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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갸기 시리즈는 재밌다. 

거대한 땅 중국의 현대사, 그러다보니 혁명이 배경이다 

정사와 야사를 넘나들어도 김명호 문장이 깔끔해서 좋다. 


장세스는 황푸군관학교 교장 시정부터 마오쩌뚱을 싫어했다. 마오쩌뚱이 황푸에 강연 올 때마다 "목욕도 안하고 머리도 제대로 한 감는다. 옆에만 가면 냄새가 진동해서 머리가 아프다. 칫솔질도 안 하는 주제에 입에서 고전이 술술 나온다." 며 무시했지만 현실은 존중했다.

이런 이야기가 재밌다. 

대륙을 두고 싸우는 영웅호걸 장수들이 뒷다마까며 서로 욕하고 싸우고, 그러다 여자 때문에 살려주기도 하고 

마오쩌뚱은 잘 안닦아 더럽기로 유명했다네. ^^


"평소내노라하던 사람들이 30대 중반의 왜소한 사람 눈치 보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무슨 남자가 술은 물론이고 춤도 출 줄 몰랐다. 산해진미가 즐비했지만 물만 마셨다. 술을 못하면 노래라도 하라고 했더니 아는 노래가 한곡도 없다며 얼굴이 빨개졌다. 너무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복장이 어찌나 초라했던지 옷을 한벌 사주고 싶었다. 린바오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장제스, 마오쩌뚱은 물론이고 스탈린도 탐냈던 최고의 전략가, 전쟁예술가 린뱌오에 대한 여류화가의 회고다.


굳이 비교하자면 중국인 이야기 씨리즈중에는 지루한 편이다. 

혁명과 내전의 와중에 다영한 사람들의 극적인 이야기가 재미의 핵심인대 

장제스와 장쉐량, 쑹메이링의 삼각관계, 마지막 황제 푸이의 이야기는 

물론 이 이야기들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1권부터 3권까지의 다채로운 이야기에는 못 미친다. 

북한의 김일성 이여기도 그다지, 재미없다. 


짧지만 마지막장 신중국 외교부 풍경은 재밌다. 아, 감탄하며 읽었어.

한번도 빨아 본적 없는 두툼한 군복에 짐 보따리를 둘러멘 사람들이 꾸역꾸역 외교부로 몰려들었다. 장정과 항일전쟁, 국공내전을 거치며 많게는 100여만 명에서 적게는 2만명 이상의 전투병력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장군들이었다. 개중에는 베이징을 처음 와 본 사람도 있었지만 평생 주눅이라곤 들어본 적 없는듯 행동거지에 거침이 없었다. 따라온 부인들의 행색도 남편들과 비슷했다. 

삶의 대부분을 피비린내나는 전쟁에서 보낸 장수들이 신중국 수립 후, 즉 모든 전쟁에서 승리한 후 외교부 관료가 된다. 

이제 정부를 운영하니 누군가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전쟁터의 인간관계는 거칠고 솔직하지만 외교의 인간관계는 거짓말도 잘하고 세련됨, 격식이 아닌가.  

"우리가 언제 외국어 잘해서 전쟁에 이겼나."

이번에는 총이 아니라 입으로 싸워야 하니 답답해 진 거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부심과 열정으로 일한다. 

감동적이고 재밌다. 


우리는 언제 성공한 혁명의 경험을 갖을 수 있을까. 

나도 성공한 혁명의 기억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언제 외국어 잘해서 전쟁에 이겼나. 까짓거 해보지뭐. 

이런 마음으로 헌신하는 관료들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늘 굽신거리고 아부하고 주눅들어 눈치보는 관료들, 그래야 성공하는 세상은 답답하다. 

대륙의 호연지기 느껴지는 중국이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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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2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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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험담꾼의 죽음으로 무난한 신고식을 마친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다.

 

지난 몇년간 그는 다양한 연극을 제갖해서 여러 실험 극장 무대에 올렸는데, 보통은 교회오 국가를 향한 노골적인 풍자를 담고 있는 내용이었디. 그는 공산주의자와 트로츠키파, 마르크스주의자, 자유주의자 등에 사랑을 받았다. 그들에게 헨리는 그들이 간절히 원하던 대상이었다. 다시말해 그는 진짜 이튼 스쿨을 졸업한 수재이며, 지주계급의 아들임에도 계급투쟁에 뛰어들기로 선택한 사람이었다. 그는 물빠진 청바지에 검은 스웨터를 입고 더러운 운동화를 신었다.

 

그랬던 그가 집사와 런던 토박이 하녀가 서로 누가 더 잘났는지 말싸움을 해대며 시작하는 응접실 희곡으로 성공하고

그 누구보다 속물에 마초일 뿐이었다는

다만 경박하고 어리석고 진부하며 아름다운 연극의 성공에

좌파들이 마친내 그들의 총아가 그들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극장 밖에서 항의 집회를 주최 하기도 한다.

그런 헨리가, 해미시가 차마 사랑한다고 말조차 못하는 프리실라의 약혼자가 외어 로흐두 마을에 나타난다는 거지.

 

스토리의 전개와 무관하게

공산주의자와 트로츠키파, 마르크스주의자와 자유주의자를 각각 구분하는 영국 대중문학이 부럽다.

우리나라는 박근혜. 홍준표만 아니면 다 진보라 한다.

보수가 워낙 천박하니, 오른쪽에 있어도 사람짓만 하면 다 진보라 해.

반대로 보수라는 것들은 지 의견에 반대하면 오른쪽이고 왼쪽이고 몽땅 빨갱이라 후려처버리고.

공산주의자와 트로츠키파, 마르크스주의자와 자유주의자들이 다들 환장할 노릇이지. ^^;

 

 

2.

"당신처럼 다른 사람들을 계속 화나게 하면, 그건 거의 자살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난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기 힘드니까 괜히 주변 사람을 괴롭혀서 그들이 그가 할 일을 대신 하게끔 몰하가는 상황을 여러번 목격했습니다. 좋은밤 보내세요. 바틀릿 대위님."

해미시의 매력은 이런 문장에 있다.

붉은머리에 키가 껑충하고 마른 대다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느라 늘 가난해서

음식을 얻어먹으려고 기웃대고 헤진 옷을 입는 궁상맞은 해미시

그러나 그가 입바른 소리를 잘한다는 것

매우 솔직하게 직절화법으로 말하는대, 정중하게 '좋은밤 보내세요.'라고 마무리 한다는 거다.

재밌다.

 

가난하면 비굴하기 쉽다.

비굴하다는 것은 눈치를 본다는 것이고, 자기의견 보다 명령하는 사람의 의견을 쫓아 선악과 무관하게 따른다는 거다.

해미시는 커피와 빵을 얻어먹고, 밀렵꾼의 뇌조를 슬쩍 챙기기도 하지만

그러나 귀족이든 상관이든 유명인사든 할말을 참는 법도 없고, 아부는 결코 하지 않는다.

 

문장도 스토리의 흐름도 더 많이 좋아졌다.

험담꾼의 죽음은 다 좋은대 너무 산만했었거든.

프리실라와의 러브라인도 알콩달콩 밀당이 달달해서 양념으로 적당하다.

재밌어.

다음 시리즈 외지인의 죽음을 빨리 봐야 겠다.

우와, 이 시리즈가 벌써 8권이 나와 있네. 이게 왠 떡이냐.

생각 못한 선물을 받고 배부른 느낌이야. 땡큐,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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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맨의 재즈 밀리언셀러 클럽 144
레이 셀레스틴 지음, 김은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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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황금가지를 신뢰한다. 뚝심있는 출판사라고 생각해.

 

얼마전에 읽은 기울어진 세상도 1920년대, 금주법 시대의 미시시피 주변이었는대

이번에도 뉴올리언즈다.

남부, 인종차별, 뜨거운 태양, 범죄, 총, 피, 사랑

이 시대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뱀파이어도 있었고, 푸른 수염의 아내도 있었지.

모두 같은 이미지의 느낌이다.

원색적이면서 섹시하고 욕망과 탐욕에 솔직한 뜨거움

 

"소문이 교도소까지 안들어간 모양이군요? 미친 줄루 사람이 도시를 돌면서 이탈리아 식료품 잡화상을 죽이고 있다고요. 6주전에 처음으로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당신 옛 친구 마이클 탤벗이 그 사건 책임을 맡고 있는데 진전이 없어요. 사실 수사를 망해 놓는 통에 사람들이 완전히 분통을 터뜨리고 있죠."

이렇게 소설은 시작한다.

 

캐릭터들이 좋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이민온 가난한 아이였던 루카는 카를로 집안의 심부름을 하며 자라

경찰이 되어 카를로 패밀리의 범죄 행위를 비호하고 돕는다.

루카는 유능한 경찰이 되어 함께 일하게된 신참 마이클을 아끼며 모든걸 가르쳐 준다.

루카를 존경하며 따르던 마이클

그러나 어느날 루카가 카를로 패밀리를 돕기 위해 경찰 내부에서 범죄를 저리른 걸 알게되고 혼란속에 루카를 고발한다.

그리고 5년후

루카는 출소해서 이제 고향 시칠리로 돌아가고 싶지만 여전히 카를로 집안을 위해 도끼살인마를 쫒아야 하고

카를로는 명령에 따르는게 당연하다는 얼굴로 루카를 쳐다봤고, 루카는 그 표정 속에서 자신이 그 일을 하기로 되어 있으며 거절할 도리가 없음을 깨달았다. 이건 그가 기대했던 바가 아니었다. 그는 운전이나 우편물 수집, 서고 정리 같은 단순한 일을 할 수 있길 바랐다. 폭력적이고 남에게 고통을 주거나 슬프게 만드는 일에는 진저리가 났다.

 

마이클은 루카를 고발한 후 경찰 내부에서 왕따 당한채 5년을 보냈다.

사랑하는 아내 아네트는 흑인이기 때문에 뉴올리언스에서는 공식적으로 결혼 할 수 없고

가정부라고 속이며 두 아이와 함께 불안한 사랑을 이어간다.

마이클은 루카가 그랬듯이 신입 경찰 케리를 아끼며 가르쳐 주고

 

매력적인 캐릭터 들이다.

뭐랄까. 잘난척하고 똑똑하고 비범한 것이 아니라

금주법시대 뉴올리언즈의 모순과 폭력을 인내하고 감당하며 외로운 남자들

나쁜짓을 해도 미워보이지가 않고

5년만에 만난 루카와 마이클은 더이상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싫고, 미안해 하며 서로 안타깝게 여긴다.

 

 

2.

나는 재즈 음악을 좋아해. 지옥의 모든 악마를 들어 맹세컨대 내가 말한 시간에 집에서 재즈 밴드가 한창 연주 중이면 그 집에 있는 살마들은 모두 무사할 거야. 만약 모두 재즈 연주를 하고 있다면 음...... 그렇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 한가지 분명한 건 화요일 밤에 재즈 연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야. 그런 자들은 도끼 세례를 받을 거야.

도끼로 잔인하게 사람을 죽여 언론으로 부터 도끼 살인마라는 이름을 얻은 그가 신문사에 공개적으로 편지를 보냈다.

낭만적인 협박 편지다.

이 편지에 반응하여 뉴올리언즈는 예고된 화요일 밤 거리마다, 식당마다, 카페마다, 집집마다

도시 전체가 재즈를 연주하며 축제를 즐긴다.

도끼살인마를 위해 축배를 드는 느낌. 왜 안그렇겠는가.

흑인들의 음악이라 천대받던 재즈를 볼륨껏 켜놓고 춤을 추는대

이민자들의 도시, 유난히 흑인에 대한 차별이 살벌한 도시에서 흑인들의 음악 재즈를 울리며 도시 전체가 춤추게 하다니.

도끼 살인마가!!!

이런 설정은 참으로 뉴올리언즈 스럽다고 해야 하나.

 

레이의 데뷔작이라는대, 수작이다.

스토리는 무리가 없고, 캐릭터들은 개성적이면서도 연민이 느껴진다.

1920년대의 뒷골목을 도끼살인마를 소재로 하여 이렇게 낭만적으로 풀어내다니.

 

신념대로 사는 마이클의 외로움

가난한 이민자의 아이로, 카를로 집안에서 성장해 그늘에서 뒷처리를 하며 거역하지 못하는, 싫어도 받아들이는

무뚝뚝하고 의연한 루카

 

"저기, 그러니까 말이죠. 제가 도끼 살인마 사건을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사건 해결하시도록 도울게요. 저 일 열심히 해요. 잘난 척하는게 아니라 제가 좀 똑똑하거든요. 그러니까 제 말은, 제게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리는 거예요. 형사님."

스스로 말한 것처럼 똑똑하지만 허약한 아일랜드에서 이주해온 케리

"정말이야? 나랑 일한다는 건 여기서 네가 공공의 적이 된다는 이야기야."

외로운 마이클에게 다가온 케리

"전 집에서도 외톨이 였어요. 그런 거엔 익숙해요."

 

 

3.

이탈리아, 아일랜드, 아프리카의 이민자들과 먼저 이주해온 영국, 프랑스계의 백인들이 차별하고 증오하고 멸시하며

뒤섞여 혼탁하다.

다층적인 차별, 인종차별, 성차별, 그리고 쉬운 폭력

도끼 살인마가 참 잘 어울리는 도시다.

 

상대적으로 여성인 아이다 캐릭터는 현실감이 떨어지는대

그녀와 탤벗이 짝꿍이 되어 다음편을 예고하며 마무리 된다.

재밌는 시리즈와의 만남은 늘 설레이지.

다음편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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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5-15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어 보니 더더욱 읽어 보고 싶어지네요.

그런데 제목이 액스맨이라고 해서 무슨 내용
인지 몰랐어요.

영어를 그대로 사용한 탓이 아닐까 싶네요.

팥쥐만세 2017-05-1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제 취향에는 딱 좋았어요.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예요.
즐겨 보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