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
소포클레스 외 지음, 천병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내친김에 천병희 번역의 그리스비극을 더 찾아 본다.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소포클레스와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모음집은 얼마전 본 그리스비극 걸작선과 겹치지 않는 작품이 

아이스퀼로스의 코에포로이다. 


딸을 제물로 바치고 트로에서 10년동안 싸운끝에 승리하고 돌아온 아가멤논 

그의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가 딸의 복수를 위해 남편을 살해하고 / 여기까지가 아이스퀼로스의 아가멤논 

아가멤논의 죽은 다음 그의 무덤에서 코에포로이는 시작된다. 


남편을 살해한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자식들을 판 돈으로 함께 남편을 죽인 아이기스토스를 사들여 잘먹고 잘살고 있는 모양

어머니가 팔아버려 집도 없이 떠돌이 신세가 된 엘렉트라는 아가멤논의 무덤앞에서 기도한다. 

살인자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아 피살되게 해주소서. 

으아. 정말 이집안 장난이 아니다. 

아버지는 딸을 죽이고, 아내는 남편을 죽이고, 다시 딸은 엄마를 죽이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그 기도에 응답해 딸과 공모한 아들이 엄마를 죽인다. 으아...... 

정말 웬수구나. 세상에 이런 원수가 또 있을까. 한탄을 하다가, 

그래, 가족이 웬수지. 웃어버렸다. 

 

이번 작품은 반전의 맛은 없다. 

자식들이 아가멤논의 무덤 앞에서 복수를 다집하고 실행한다. 

오레스테스는 클뤼타이메스트라를 죽이면서 그녀가 남편이 전쟁에 나간사이 다른 남자와 바람나서 

돌아온 남편을 죽인것 처럼 자꾸 강조하는데, 이건 쫌 억울하다. 

왜 아가넴좀이 누나를 죽인것은 싹 감추냐고. 


이 살인의 광기는 기운을 다하여 잠들기 전에 

또 어디로 달려갈 것인가?

마지막 문장이다. 

호메로스 이후 작가들이 선배 자가의 작품에 후속편을 덧붙이며 그리스 문학이 풍요로워진다. 

마치 마음편을 예고하듯이,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라는 듯이 세련되게 마무리 한다. 



2. 

왜냐하면 정치사의 관점에서 볼 때 서사시는 귀족체제의, 서정시는 참주체제의, 비극은 민주체제의 산물이며, 문제사의 관점에서 볼때 서사시는 신화 탐구헤, 서정시는 자연 탐구에, 비극은 인간 그 자체에 대한 탐구에 상응하는 문학 장르이기 때문이다. 

책뒤에 붙은 천병희의 작품해설도 품격있다. 

인간 그 자체에 대한 탐구, 맞아 비극은 인간의 심연을 건드린다. 


아이스퀼로스의 3부작 오스테이아는 아가멤논, 코에포로이, 에우메니데스 로 이루어져 있는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짜 놓은 양탄자" 라고 괴테가 평했다네. 


코에포로이는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괴테가 저런 평을 한 것도, 코에포로이만 놓고 보지말고, 아가멤논 집안의 운명을 통으로 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천병희가 안내해주는 그리스 비극 맛이 좋다. 

여름의 맛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 미아&뭉크 시리즈
사무엘 비외르크 지음, 이은정 옮김 / 황소자리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이맘때쯤 읽은 책을 메모만 해두고 리뷰를 쓰지 못하다가 

마아와 뭉크 시리즈 두번째 책이 나온걸 알고 서둘러 메모를 찾아 쓴다. 

미쳐 쓰지 못한 메모 뭉치가 숙제처럼 쌓여 부담스럽네.


노르웨이. 북극의 황량한 이동네 사람들의 감성을 좋아 한다. 

가끔 너무 어둡고 독한 경우만 아니라면, 대체로 좋다. 

직접 찾아가서 얘기 해 보고 싶은 사람들


미아는 유능한 강력범죄전담반이 경찰이었지만, 과거 사건에서 큰 상처를 받고 외딴섬에서 죽으려 하고 있다. 

노르웨이를 공포로 몰아넣은 살인사건이 발생하자,홀리 뭉크는 예동료 미아를 찾아 비행기, 배, 자동차를 갈아타며 찾아간다. 


미아는 뭉크를 외면하지 않고, 뭉크는 미아를 다그치지 않는다. 

차를 우려 함께 먹으며 사건을 이야기하고, 

미아는 뭉크를 본 순간 이미 뭔가 중대한 사건때문에 그가 왔다는 것을 알아채고 

뭉크는 미아와 함께 가고 싶지만, 외딴섬에 스스로 위패시킨 미아의 마음을 헤아린다. 

미아가 가지 않겠다 하니, 뭉크는 더이상 강요하지 않는다. 

살인사건, 여섯살 아이의 생명을 앞세워 책임을 꺼내들지도 않는다. 

기다려주는 이해와 신뢰...... 기다려 주는 것. 


우리는 이걸 잘 못한다. 

정의의 이름으로 고통을 감당하라고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에 우리는 익숙하다. 

기다려주는 것, 만으로도, 아픈 상처를 이해해주는 뭉크의 마음이 따듯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곧 죽어버리려고 마음먹은 미아가 차를 우려 뭉크에게 건넨다. 

이런 관계가 보기에 좋다. 부럽기도 하고 

사무엘에게 급 호감이 생겼다. 


미아는 윙크를 하고 그에게 목캔디를 건넸다. 가브리엘은 그것을 받아들고 의자에 앉았다. 미아는 이 청년이 마음에 들었다. 순수하고 똑똑했다. 상냥하고 수줍음이 많았다. 이런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여섯살 아이들을 납치해서 살해하는 어둡고 무서운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뭉크 형사 팀 

이 팀의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고 이해하고 농담을 나누며 일하는 방식이 밝아서, 소설의 균형을 맞춰준다. 

이런식의 스릴러는 독자로서 매우 긴장해서 다음엔 또 어떤 잔인한 사건이 벌어질까, 마음을 졸이게 되는대 

이런 장면들이 긴장을 풀어줘. 

순수하고, 똑똑하고, 상냥하고 수줍음이 많은 청년이 내 주변에도 있을텐대. 


마무리의 스토리는 예상되는 뻔함이 있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이미 나와버린 다음 시리즈의 미아와 뭉크를 빨리 보고 싶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상가족놀이 스토리콜렉터 6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오래간만에 미미여사의 현대물 

그녀답게 경찰서안 여러형사들의 캐릭터가 인간적이고 소박하게 그려진다. 

어깨에 힘주는 고독한 영웅 따위 없어서 편안해.

동네 슈퍼마켓에서 언제든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 살인사건을 수사한다. 


이 길을 계속 가려면 물론 누군가를 구하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수 있는 근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절실하게, 아무도 구할 수 없거나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때 그런 자신을 견뎌낼 수 있는 인내력도 필요하다. 

의외로 아무도 구할 수 없을 때 인내하는 것은 어렵다. 

모르면 모르겠는대, 빤히 알면서 아무도 구하지 못하거나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할때, 

스스로 진공상태의 무능함에 멍청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 

미미여사의 경찰들을 보면서 또 부럽네. 

대한민국에도 이런 경찰을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조폭이 옷만 갈아입은 깡패같은 경찰만 상상하잖아. 우리는. 



2. 

연쇄살인 사건으로 합동수사본부가 설치되고 본청과 관할청의 여기저기서 일하던 경찰들이 팀으로 묶여 

미궁에 빠진 사건을 파헤치기 위한 심문계획을 세운다. 

먼저 다케가미 형사의 입장에서 사건의 경과를 보여주고 주변인물과 캐릭터들을 소개한다. 

다음은 치카코의 입장에서 사건의 후반을 보여주며 심문장면의 본론으로 들어간다. 

시점에 따라 다르게, 인물들의 마음을 더듬으며 

세련된 구성을 유연하게 배치한다. 

미미여사 스러워. 


마무리는 살짝 헐거운대, 나쁘지는 않다. 가볍고 나른한 주말에 좋을 소설이다. 

마지막 장면에 인용된 시를 후기에 역자 김선영이 소개해 준다. 

시가 놓으네. 


나비 


사이조 야소


이윽고 지옥에 내려갈 때,

그곳에서 기다릴 부모와 

친구에게 나는 무엇을 가지고 가랴


아마도 나는 호주머니에서 

창백하게, 부서진

나비의 잔해를 꺼내리라.

그리하여 건네면서 말하리라.


일생을 

아이처럼, 쓸쓸하게

이것을 쫓았노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7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또 한명의 독특한 캐릭터는 세세미 바이히브로트다. 

곱사인 그녀는 잘 교육받은 여성으로 귀족이거나 부자집 여자아이들을 위한 기숙학교 교장이었다. 

그녀는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하며, 부자는 아니지만 잘 살아간다. 

그녀가 장애인이라서 특별히 조롱받거나 소외되는 장면이 없다. 

그녀는 독신으로 역시 독신인 언니와 평생을 산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의 지위와 많이 달라서, 눈여겨 보게 된다. 

우리 사회는 저 독일로 부터 100년이 지난 현재에도 장애인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이웃하여 살지 않고 있다.  

100년 전의 독일 보면서 부끄러운것이 많다. 

현재의 독일과 비교하는 것도 아닌대 말이다. 


부덴부로크가 아들들에게 전해지는 글귀

"내 아들아, 낮에는 열심히 일을 해라. 그러나 밤에 편히 자지 못할 일은 하지 말아라."

의미 심장하다.

봉건적 신분을 핏줄로 이어받은 귀족이 아니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부자가 된 부르주아 가문 답다. 

밤에 편히 자지 못할 일이란 표현은 절묘하다. 

법에 금하는 일이 아니고, 폭력적인 일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헤치는 일도 아니고 

밤에 편히 자지 못할 일이란, 내 양심에 위배되는 일이다. 

돈벌기 위해 양심을 팔지는 말라는 말이지. 


대한민국 재벌가의 아들들은 핏줄로 이어받는 귀족에 더 가까워서, 금수저 물고 나오면 땡이니까. 

낮에 뭔짓을 하든 돈만 많이 벌면 밤에 다리 쭉 뻗고 잘 잘것 같아. 

천문학적인 재산을 상속하며 세금도 안내는 걸 뭐, 양심은 고사하고 법도 안지키는 분들이라. 


재벌가는 그렇다치고 

여전히 장애인들을 이웃으로 인정해 살지 않으며 우리는 밤에 편히 자기 어려워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여전히 격리하여 안보이는대 가두기에 바쁘고, 소외시켜 함께 살지 않으니까. 

우리의 양심은 낮에하는 차별위에 잠들기 힘들어야 하지 않을까.  



2. 

만은 26세에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로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고 

이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누리고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다 여든에 죽었으니 부족함없는 삶을 살았다. 

그가 유서에 동성애자라는 고백을 썼다는 것을 알고나니 많은 것이 다르게 보인다. 

기독교 전통에 의하면 용서받지 못할 죄인이었고, 나찌는 유대인과 함께 동성애자들도 가두고 학살했다. 

평생을 완벽하게 속이고 살아서 아무도 그의 성정제성을 의심하지 않았으나 

죽음을 맞으며 유서에 밝혔다. 

평생 누린 명예에도 불구하고 삶의 무게가 그에게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그래서 그는 여성과 장애인의 캐릭터를 이렇게 잘 쓸수 있었는지도 모르지. 


성소수자를 차별하면서 잘자는 밤도 정상은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 비극 걸작선 - <오이디푸스 왕> 외 3대 비극작가 대표선집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아이스퀼로스 외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오래간만에 천병희의 번역을 보았다. 역시 안정된 문체, 맥락을 밝히는 번역이 좋다. 


아가멤논의 작가는 아이스퀼로스, 기원전 525년 태어난 사람이고 그리스 비극의 창시자로 꼽힌다네. 

트로이로 처들어 가려고 그리스 군대를 모아 아울리스 항에 집결했는대 맞바람이 불어 항해가 불가능한 상태 

사람들을 하릴없이 빈둥거리게 하고 

굶주림에 시달리게 하고 주위를 배회하게 하네

배와 밧줄을 상하게 하니 

점을 친다. 

예언자들 말이 아르테미스가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하니, 그녀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딸을 제물로 바친다. 

마침내 트로이로 출격 후 10년후 승리하고 돌아오지만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가 딸릐 복수로 아가멤논을 죽인다는 이야기


일이라드를 보면 아가멤논은 정치적 술수에 능한 권력지향적 인간이다.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를 좋아하고, 그것을 과시하는 것도 좋아하는 탐욕적인 인간으로 보여 

아킬레우스가 엄청 싫어하고 보기만 하면 다투던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아가멤논 왕의 이야기는 관심도 없었거든, 잘먹고 잘살았을 줄 알았지.

그리스 비극의 원조가 되어 있을 줄이야. 

전쟁을 위해 딸을 제물로 바치니까 그렇지. ㅠㅜ


그리하여 그가 한번 운명의 멍에를 목에 매니

그의 마음의 바람도 방향이 바뀌어 불경하고

불손하고, 부정하게 되었다네. 이때부터 그는

마음이 변해 무슨 일이든 꺼리지 않게 되었다네

치욕을 꾀하는 미망은 사람의 마음을 대담하게

만드는 법......

딸을 제물로 바치는 것은 정말 운명의 멍에를 목에 매는 것이다. 

다른 복수가 있기 이전에 이미 그의 마음이 변해 불경하고, 불손하다, 심지어 무슨일이든 꺼리지 않게 된다. 

인간이 얼굴을 잃은 것이다. 

2500년전 비극이 여전히, 흥미롭다. 


아이스퀼로스의 아가멤논은 여기서 끝나지만, 뒤에보면 

아이스퀼로스가 죽은 다음 세대에 태어난 에우리피데스는 제물로 바쳐진 딸 이피게네이아를 쓴다. 

딸을 제물로 바친 아가멤논은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가 죽이고, 

아빠의 복수를 위해 엄마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아들 오레스테스가 죽인다. 그리고 복수의 여신들에게 쫒겨 

아르테미스에 의해 구사일생 살아난 죽은줄 알았던 누이 이피게네이아를 만나 함께 탈출한다. 

이런 흐름이 더욱 흥미롭다. 

호메로스가 일리아스를 쓰고, 일리아스에 영감을 받아 아이스퀼로스가 아가멤논을 쓰고 

아이스퀼로스에게 영감을 받아 에우리피데스가 이피게네이아를 쓴다. 

여러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조각보처럼 

동일한 기반위에 서로 영향과 영감을 주며 인간의 희노애락, 삶과 죽음, 존속살인과 운명에 대해 

인간의 감성 가장 밑에 있는 이야기의 원형을 그리스 인들이 모두 힘을 합해 기록하고 열광하며 즐긴 것 처럼 느껴진다. 


캇산드라는 프리아모스왕의 딸로, 아폴로 신에게서 예언의 능력을 부여받았으나 신의 구애를 거절한 까닭에 그녀가 하는 예언은 아무도 믿지 않는 벌을 받았다. 

앞날이 보이는 능력이 뛰어난들, 아무도 믿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돌아가는 수레바퀴를 막을 수 없다면, 막는 시늉도 못한다면 

미리 알아버린 비극의 고통과 슬픔을 더 빨리 알아, 더 많이 슬퍼야 하다니. 

차라리 모르는게 낫다. 없느니만 못한 능력이다. 

비극적인 아가멤논 집안으로 끌려온 캇산드라의 운명도 비극이다. 

주연은 아니지만 캇산드라 같은 캐릭터 또한 인간 감성의 근원을 탐색하는 힘이 있다. 



2.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참 끝내주는 상상력이야. 

프로메테우스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사나이. 불이란 참 적절한 상징이다. 

어둠을 밝힐 뿐 아니라, 야만의 세계에서 문명의 세계로 진화가 가능한 도구가 불이다. 

신화의 세계에서 역사의 세계로.

불을 인간에게 전해준다는 것은 지혜와 지식의 도구를 준것이지만 동시에 신들의 세계에 막을 내리는 도구를 준 셈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이성이면서 반항과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다. 

감히 제우스에게 반항한 자이고, 그 결과 바위에 묶여 날마다 독수리에게 심장을 먹이로 주어야 한다. 

모든 저항하는 자의 운명에 대한 예언으로 보인다. 



3. 

오이디푸스일가의 비극은 정말 비극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는다. 

자신이 죽인 사람이 아버지이고, 아내가 어머니인줄 안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되고 

아들들은 싸워 서로 죽여 한날한시에 죽는다. 

오빠의 장례를 치뤄주다 잡힌 딸은 목을 매서 죽는다.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에 일가의 비극이 전개돈다. 


존속살인, 그중에서도 아버지를 죽이는 것은 문학의 단골 소재다. 

햄릿도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아버지를 살해하는 것이 소재다. 

그리스 고전이 인간 영혼의 심연을 들추어내는 통찰이 있다. 

오이디푸스 일가는 가족에 대해,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의 지혜를 탐하는 욕망과 저항에 대해 



4.

격렬한 분노가 구제할 길 없는 악이라는 것을 

지금 처음 안 것이 아니라 전부터 나는 잘 알고 있었소.

통치자들의 명령을 고분고분 참고 견딘다면 당신은 

이 나라와 이 집에서 살 수도 있을 텐데. 허튼소리를 

늘어놓다가 나라에서 추방되는 신세가 되었구려 

아이손을 사랑해서 그를 위해 가족을 배신하고 고향을 떠나 이국땅에서 사는 메데이아

무엇보다 아이손이 불가능한 시험을 통과하고 살아남은 것은 모두 메데이아의 도움 때문인대 

이제와서 메에이아에게 말한마디없이 코린토스의 공주와 결혼을 한다니 

분노한 메데이아에게 코린토스의 왕은 추방령을 내리고 

아이손이 찾아와 메데이아를 약올린다. 왜 화를 내냐고. 화내다 쫒겨나게 되었으니 꼴좋다고. 

어처구니가 없는 이 장면 

지는 배신을 해놓고, 그녀는 화도 못내냐. 

메에이아와 아이손이 싸우는 이 장면은 인류역사에서 오래된 부부싸움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이유가 모두 자식들을 위해서라는 저 뻔뻔함, 

가만히 있으면 평생 편안하게 살수 있게 해줄수 있다는 저 모자람  

마지막까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저 오만방자함 

닥치고 가만있으면 잘 살게 해줄텐대, 왜 바보처럼 분노하냐는 아이손에게 


고통만 안겨줄 뿐인 행복한 생활과 

미음을 갉아먹는 부는 내게 필요없어요. 

복수하는 그녀는 얼마나 영리하고 대담한지 

물론 그녀들은 그 똑똑함으로 악녀라고 불리지만 


실컷 조롱하시구려! 당신에게는 피난처가 있으니까. 

그러나 나는 의지가지 없이 이 나라를 떠나야 해요.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아이손처럼 뻔뻔하고 메에이아 처럼 불쌍한 처지가 되었던가. 


분을 삭이시오. 그래야 당신이 덕을 보게 될 것이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이런 황당한 말을 강요받고 감옥에 갇힌듯이 답답했을까. 

끝까지 사과 하지 않고, 참으라고 한다. 

너는 여자고 힘이 없으니, 내가 뭔짓을 해도 참을 수 밖에 없는 처지라는 거지. 


한 헬라스 남자의 감언이설을 믿고 선조들의 집을 

떠났을때 나는 이미 실수했던 거예요. 

모든 여자에게 결혼이란 이런 실수였다. 선조들의 집을 떠나 언제든 배신할 준비가된 남편을 따라 이방으로 가는것. 

그리고 쫒겨나지 않기 위해 분을 삭이고,늙고, 병들어 죽는것. 

그리하여 메데이아의 복수는 시원하고 후련하다. 

그래도 어떻게 자식을 죽이냐고? 현실에서 못하니 연극에서라도 죽일밖에. 


2000년동안 변함없는 인간의 삶을 본다. 그리스 비극을 보면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냥 2017-07-1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하네요. 읽어도 읽을때 그때 뿐 이야기가 하도 헷갈려서 항상 이게 저거같고 저게 이거였나 하던 이야기의 네비게이션 역할을 해 주셨네요.그런데 문제는 좀 지나면 또 헷갈릴것 같단 말이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