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보는 고구려사
김용만 지음 / 창해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고구려의 발견>을 읽고 나서 두번째로 읽는 김용만의 저서. 첫 저서가 나오고 나서 3년이란 세월이 흐른 점을 감안하면 연구의 성과가 그리 느껴지지는 않는다. 주몽과 추모의 구분, 고구려와 후한의 전쟁이 격화되며 요동지방의 호구가 크게 감소한 점 등은 이미 <고구려의 발견>에서 언급된 것들이니까. 재미있는 내용들은 이미 그 책에서 다 맛을 보았다. 다만 <고구려의 발견>은 1998년에 나온 책이고 알라딘에 절판으로 나오는 책이기에 굳이 리뷰를 쓰는 것은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에 생략했다.

사료가 부족한 고구려사이니만큼 어려움은 있었겠지만 선정 인물들도 대부분 왕과 정치가, 군인들이라 균형을 상실한 느낌. 기존의 한문사료들에서 인용된 내용의 해석만으로 대충 커버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1980년대 이후 중국에서 발굴된 고구려 유적 보고서라든가, 일본서기나 문집 등 정사류 외의 자료를 찾아보려는 시도가 적었던 것도 아쉽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쉽게 잘 썼으므로, 비전공자를 위한 고구려사 입문서로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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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알라딘에 서재를 장만한 지 꼭 한 달이 되었다.

그런데 서재를 꾸며나가는 과정에서 느낀 게 하나 있다. 예전에 오랫동안 바라면서도 실현되지 않았던 마음 속 소망들 가운데 두 개가 하나로 합쳐져 나타났다는 것을.

하나는 보유한 책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겠다는 소망. 다른 하나는 홈페이지를 꾸미고 나의 정체성을 구현해보겠다는 소망. 

우선 보유도서 정리. 몇 번이고 종이에 보유한 도서들 목록을 작성하곤 했으며, 책도장을 찍고, 책 산 날자를 기록하는 등의 작업을 하다간 지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너무 많은 데다 다양한 외국어 책들이 섞여 있어 분류가 무척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홈페이지 갖기. 한때 하이홈과 하나포스에 공간을 마련해 두고 시간 되는 대로 공사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결국 못 하고 말았다. 홈페이지란 게 워낙 막연해서, 도대체 나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알라딘의 서재 기능에 대해서는 상당히 오래 전에 친구에게서 들었다. 하지만 그 기능이 내가 바라 오던 두 개의 소망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방편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평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두드러진 생활패턴의 특징이 독서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는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특징을 부각시켜 홈페이지 혹은 내 공간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의 알라딘 홈페이지는 완벽한 공간은 아니다. 우선 알라딘에 있는 책으로만 등록이 가능한데다, 음악이나 그림 등 다른 미디어 세팅을 풍부하게 구현할 수도 없기 때문. 하지만 알라딘 서재는 여기에서 시도했던 정리 방식을 초안 삼아 나중에 본격적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낼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컨대 알라딘 서재 꾸미기는 워밍업 단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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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들어 가는 곳마다 웰빙 웰빙 타령...

대부분의 사람들은 웰빙을 비싼 유기농음식 먹고 고급 회원제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며 주말이면 스파에 다니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보다 먼저 이 개념을 접한 서구 사회에서의 웰빙이란 어휘의 뿌리를 찾아보니, 단순히 우아하고 부티나는 인생을 살아보자는 식의 쾌락주의가 아니라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건강을 추구하는 포괄적 정신운동이자, 1960년대 히피 운동과 1980년대 이후 뉴에이지 운동과 맥락이 닿는 거대한 정신사적 패러다임 전환에 가깝더라...

웰빙의 진정한 의미가 사회에 뿌리내리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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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6-2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제 페이퍼에도 쓴 적이 있는데, 지금 한국에서 '웰빙'을 정확하게 한국어로 옮기면 '돈지랄'이란게 맞지 않을까 싶네요. 적절한 수식어로는 '시간과 돈 남은 사람들의'정도가 될 거구요.

이걸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예는 롯데리아의 웰빙버거입니다. 햄버거 중 가장 비싼 녀석에게 '웰빙'이란 말을 붙여놨더군요. 웰빙자가 붙으면 가장 비싸답니다. ㅋㅋㅋ...
 

세상을 움직이는 지식들 가운데는 당장 사람들을 유용하게 해 주는 것이 있는가 하면,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하는 것들이 있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 되었다. 인문대학 대학원에는 지원자가 점점 줄어들고, 몇 년 전엔가는 호서대에서 철학과를 폐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학, 사학, 철학... 이런 지식들은 이제 용도 폐기되어야 할 운명의 학문 분야일까?

사람의 몸에 비유하자면, 법학이나 경제학, 의학이나 컴퓨터공학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같은 역할을 하는 반면 인문학이나 예술은 비타민이나 무기질과 같다고 하겠다. 비타민만으로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섭취하는 식품에 비타민이 부족하면 피부가 꺼칠해지고 신진대사가 상쾌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마련이다.

단순한 생존 이상, 풍요롭고 윤기나는 삶이 되려면 실용 학문과 인문학의 균형 잡힌 섭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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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별로 재미 없을 줄 알면서도 본 교관의 멋진 강의를 듣기 위해 이렇게 '비좁은 자리'를 찾아주신 여러분들께 형식적으로나마 조의를 표한다. 자리가 비좁은 관계로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1. 커피를 마시지 마라(?) 커피 대신 녹차를 마셔라. 어쩔 수 없이 커피를 마셔야 한다면 그늘에서 자란 커피나무로 만들어진 커피를 찾아 마셔라(어떻게 그것을 구별하냐고 나한테 묻지는 마라. 자리가 비좁다).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를 마시지 마라. 아, 물론 어렸을 때부터 치과 의사가 되는 것을 꿈꾸다가 좌절한 후, 빈번하게 치과를 방문하는 것으로 그 소박한 꿈을 대리 만족하려는 정신질환자들은 응당 여기에서 제외된다.

2. 신문을 읽지 마라(?) 종이 신문 대신 인터넷 신문을 읽어라. 어쩔 수 없이 종이 신문을 읽어야 한다면 이웃들과 돌려가며 읽거나 도서관에서 읽어라. 그 경우에도 안 읽어도 되는 신문과 읽어서는 안 되는 신문(특히 조선일보)을 꼭 구별할 일이다.

3. 새로운 옷을 사 입지 마라(?)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 즉시 뜨게질을 시작하거나 벼룩 시장이나 알뜰 장터를 기웃거릴 일이다. 또한 될 수 있으면 옷을 빨지 말고 오래도록 입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보자. 어쩔 수 없이 그 옷을 세탁할 때에도 찬물에 가루 비누 없이 손으로 직접 빨아 입기를 애절하게 호소하는 바이다.

4. 다국적 기업의 신발 산업에 대해서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급진주의자들(사회주의자나 무정부주의자들)은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데, 뭐 하려고 이 강연을 듣고 있나? 본 강연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녹색 소시민들이다. 나는 그들에게 이 도시의 아스팔트를 전부 갈아엎고 맨발로 '그대가 본 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자들에게 치열하게 요구해 보는 것이 재미 있는 발상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신발을 신어야 한다면 다만 오래 신을 수 있는 신발이나 중고 신발을 사신을 일이다.

5. 한국의 녹색 소시민들이여, 어떤 유혹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석유를 대체하는 신기술의 도입을 저지하고 있는 전 세계 거대 자동차 기업 경영진들의 거시기에 똥침을 놓는 일을 용기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할 비밀 결사대를 결성하라. 그렇지만 우리의 다수 '녹색 소시민들'이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사야 할 때에도, 부디 거대 자동차 회사의 파상적 선전 공세를 경계할 일이다.

6. 컴퓨터! 쓸데없이 종이에 프린트를 하지 말고 눈이 좀 나빠지더라도 모든 원고는 화면상에서 직접 교정 볼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종이에 프린트를 하려고 한다면 여러 차례 이면지를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대여섯 차례 종이 뒤집기를 계속하여 프린트를 하고 나면 당신들은 정작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이 무엇이었는가를 잊어버리게 되고, 보물찾기라는 유쾌한 놀이에 빠져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될 것이다.

7. 당신은 당신의 피골이 상접하고 더 이상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지쳐 있을 때에 한하여 붉은 살코기를 먹을 일이다(?) 맥도날드나 버거킹 등에서 주말 오후 온가족이 둘러앉아 햄버거를 사먹는 일이 대한민국 중산층의 한가로운 여가 선용이라고 생각하는 '촌스러운' 생각은 이제 버릴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보다 급진적인 '적색 시민들'이라면 전 세계적 다국적 기업의 맥도날드 대리점 앞에서 고추장 비빔밥을 비벼먹는 극한적 시위 투쟁을 벌일 일이다. 환경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몸에도 좋지 않는 패스트푸드를 먹으면서 자신을 애써 학대하려고 하는 매저키스트들을 제외한다면, 명랑 사회의 녹색 시민 구보 씨들은 생협에서 취급하는 유기 농산물을 먹거나, 주머니 속에 상추씨를 넣어 가지고 다니다가 적당한 곳에 슬~쩍 뿌리는 일을 지금 바로 시작하라.

8. 마지막으로 본 교관의 강연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본 교관에게 물어볼 생각 하지 말고 도서출판 '고물코'에서 최근 절찬리에 판매하고 있는 [지구를 살리는 불가사리들과 수달 친구]라는 책을 사서 꼭 읽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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