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별로 재미 없을 줄 알면서도 본 교관의 멋진 강의를 듣기 위해 이렇게 '비좁은 자리'를 찾아주신 여러분들께 형식적으로나마 조의를 표한다. 자리가 비좁은 관계로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1. 커피를 마시지 마라(?) 커피 대신 녹차를 마셔라. 어쩔 수 없이 커피를 마셔야 한다면 그늘에서 자란 커피나무로 만들어진 커피를 찾아 마셔라(어떻게 그것을 구별하냐고 나한테 묻지는 마라. 자리가 비좁다).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를 마시지 마라. 아, 물론 어렸을 때부터 치과 의사가 되는 것을 꿈꾸다가 좌절한 후, 빈번하게 치과를 방문하는 것으로 그 소박한 꿈을 대리 만족하려는 정신질환자들은 응당 여기에서 제외된다.

2. 신문을 읽지 마라(?) 종이 신문 대신 인터넷 신문을 읽어라. 어쩔 수 없이 종이 신문을 읽어야 한다면 이웃들과 돌려가며 읽거나 도서관에서 읽어라. 그 경우에도 안 읽어도 되는 신문과 읽어서는 안 되는 신문(특히 조선일보)을 꼭 구별할 일이다.

3. 새로운 옷을 사 입지 마라(?)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 즉시 뜨게질을 시작하거나 벼룩 시장이나 알뜰 장터를 기웃거릴 일이다. 또한 될 수 있으면 옷을 빨지 말고 오래도록 입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보자. 어쩔 수 없이 그 옷을 세탁할 때에도 찬물에 가루 비누 없이 손으로 직접 빨아 입기를 애절하게 호소하는 바이다.

4. 다국적 기업의 신발 산업에 대해서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급진주의자들(사회주의자나 무정부주의자들)은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데, 뭐 하려고 이 강연을 듣고 있나? 본 강연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녹색 소시민들이다. 나는 그들에게 이 도시의 아스팔트를 전부 갈아엎고 맨발로 '그대가 본 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자들에게 치열하게 요구해 보는 것이 재미 있는 발상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신발을 신어야 한다면 다만 오래 신을 수 있는 신발이나 중고 신발을 사신을 일이다.

5. 한국의 녹색 소시민들이여, 어떤 유혹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석유를 대체하는 신기술의 도입을 저지하고 있는 전 세계 거대 자동차 기업 경영진들의 거시기에 똥침을 놓는 일을 용기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할 비밀 결사대를 결성하라. 그렇지만 우리의 다수 '녹색 소시민들'이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사야 할 때에도, 부디 거대 자동차 회사의 파상적 선전 공세를 경계할 일이다.

6. 컴퓨터! 쓸데없이 종이에 프린트를 하지 말고 눈이 좀 나빠지더라도 모든 원고는 화면상에서 직접 교정 볼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종이에 프린트를 하려고 한다면 여러 차례 이면지를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대여섯 차례 종이 뒤집기를 계속하여 프린트를 하고 나면 당신들은 정작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이 무엇이었는가를 잊어버리게 되고, 보물찾기라는 유쾌한 놀이에 빠져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될 것이다.

7. 당신은 당신의 피골이 상접하고 더 이상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지쳐 있을 때에 한하여 붉은 살코기를 먹을 일이다(?) 맥도날드나 버거킹 등에서 주말 오후 온가족이 둘러앉아 햄버거를 사먹는 일이 대한민국 중산층의 한가로운 여가 선용이라고 생각하는 '촌스러운' 생각은 이제 버릴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보다 급진적인 '적색 시민들'이라면 전 세계적 다국적 기업의 맥도날드 대리점 앞에서 고추장 비빔밥을 비벼먹는 극한적 시위 투쟁을 벌일 일이다. 환경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몸에도 좋지 않는 패스트푸드를 먹으면서 자신을 애써 학대하려고 하는 매저키스트들을 제외한다면, 명랑 사회의 녹색 시민 구보 씨들은 생협에서 취급하는 유기 농산물을 먹거나, 주머니 속에 상추씨를 넣어 가지고 다니다가 적당한 곳에 슬~쩍 뿌리는 일을 지금 바로 시작하라.

8. 마지막으로 본 교관의 강연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본 교관에게 물어볼 생각 하지 말고 도서출판 '고물코'에서 최근 절찬리에 판매하고 있는 [지구를 살리는 불가사리들과 수달 친구]라는 책을 사서 꼭 읽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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