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지식들 가운데는 당장 사람들을 유용하게 해 주는 것이 있는가 하면,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하는 것들이 있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 되었다. 인문대학 대학원에는 지원자가 점점 줄어들고, 몇 년 전엔가는 호서대에서 철학과를 폐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학, 사학, 철학... 이런 지식들은 이제 용도 폐기되어야 할 운명의 학문 분야일까?

사람의 몸에 비유하자면, 법학이나 경제학, 의학이나 컴퓨터공학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같은 역할을 하는 반면 인문학이나 예술은 비타민이나 무기질과 같다고 하겠다. 비타민만으로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섭취하는 식품에 비타민이 부족하면 피부가 꺼칠해지고 신진대사가 상쾌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마련이다.

단순한 생존 이상, 풍요롭고 윤기나는 삶이 되려면 실용 학문과 인문학의 균형 잡힌 섭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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