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ystian Zimerman - Rachmaninov: Piano Concertos Nos. 1&2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ff) 작곡, Krystian Zimerman / 유니버설(Universal)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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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들은 이야기지만,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연주되는 피아노 협주곡이 라흐마니노프 2번이라고 하더라. 그건 지금이라고 달라지지 않았을 게다. 그만큼 멜로디가 아름답고 서정적이어서 클래식 매니아들이 아니라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곡이라는 의미가 되겠다.

연주에 대한 분석은 이 아래 mannerist님의 리뷰가 너무나 훌륭하여 굳이 더 보탤 것이 없겠다.(피아노 전공자인 듯?) 다만 논리적 접근 위주인 책과 달리, 음악이란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니만큼, 간식으로 즐기는 수준의 사람들도 자유롭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아도 좋을 것 같다. 어쩌면 그게 더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감히 새 리뷰를 끄적대기로 했다.

내 취향은 매너님 분류에 따르자면 전형적인 '무거운 터치를 싫어하고 아름답고 영롱한 소리를 좋아하는' 그룹이다. 사실 짐머만을 좋아하게 된 것도 쇼팽 협주곡을 듣고서부터니까(아바도와의 협연 음반이었던가?) 라흐마니노프를 쇼팽처럼... 그거 딱이다.

라흐마니노프 2번을 처음 접한 건 라자르 베르만 연주였던 것 같은데, 그때부터 서주부의 묵직한 발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리히터와 호로비츠는 그보다 좀 낫긴 했지만, 라흐마니노프를 너무 '대륙적' 정서로 해석하는 것은 여전했다. 그런데 짐머만은... 듣는 순간에, 아하, 이렇게 라흐마니노프를 해석할 수도 있었네 하고 감동 먹었다. 마치 얼음 위를 피겨스케이터가 도약하듯이 경쾌하게 통통 튀면서도 힘을 실어보낸다. 유연하지만 경박하지 않다.

그래서 연주자까지 가려가며 듣는 수준이 아닌, 클래식 입문 수준의 사람들에게 라흐마니노프 2번 연주로 단연 권하고 싶은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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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학이 세상을 바꾼다
방건웅 지음 / 정신세계사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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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에는 이곳저곳에서 앞다퉈 뉴에이지 계열의 책에 달려들고 있지만, 사실 정신세계사만큼 1980년대부터 꾸준히 정신세계, 영적 성장, 대안의학 같은 문제를 꾸준히 다뤄 온 곳은 없었다. 이 책의 초판이 나온 것은 1997년, IMF의 망령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던 상황에서 이런 책을 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볼 때마나 감탄하게 만든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세 토막으로 되어 있다. 1부에서는 신과학운동과 뉴에이지 사상의 대두를 우리 전통사상, 특히 천부경과 연관지어 설명하고, 2부에서는 신과학운동의 성과물들 가운데 혁명적인 신기술들을 소개하며, 3부에서는 그러한 변화들이 초래할 사회적 파장, 우리 과학교육의 미래 등의 문제를 다룬다. 전체적으로 볼 때 총론 > 각론 > 원론의 짜임새를 지니는 셈인데, 제법 잘 된 구성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읽을 때마다 1,3부는 슬렁슬렁 넘어가고 2부의 재미있는 사례들만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맹물로 가는 자동차, 상온 핵융합, 영구기관의 가능성 등이 특히 호기심을 끌었다. 에너지 문제야말로 사회를 가장 크게 바꿀 수 있는 분야니까.

단점으로는 2부에서 사례로 든 신기술들의 격이 고르게 조정된 게 아니라 좀 산만한 느낌을 주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보면 1장 2절의 '고구마를 씻어 먹는 원숭이'는 가이아 이론과 통하는 면이 있으며, 생명과 우주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거시적 차원의 문제와 연관된 이야기인 데 반해, 2장 2절의 '폐플라스틱으로 석유를 만든다'는 단순히 효율성이 높은 산업기술의 개량 차원의 이야기이다. 환경 오염을 다루는 문제니 생태주의-뉴에이지가 연결된다고 생각해서 언급했는지는 모르나, 같은 수준으로 다룰 설명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1장 4절의 카오스 이론 이야기는 그야말로 과학적 사고의 대안적 '이론'인데, 구체적 '기술'들의 사례와 동일한 범주로 소개되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2부의 서술은 개별 기술들로 찢어놓는 것보다는 유기적으로 틀을 짜서 설명하는 방식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즉 신과학의 중요한 테마를 소개하고, 그 테마를 뒷받침하는 이론, 그 이론에 들어맞는 기술들, 그 기술들을 활용한 제품과 사회적 영향...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선구자적 가치가 있는 책이다. 여기서 소개된 것들 가운데 상당수(예를 들면 아로마테라피, 물의 신비, 미생물 유기농법 등)가 웰빙 시대의 화두가 되어가고 있으니.

전문적 과학자가 쓴 것치고는 쉽고 재미있게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 교양서로서는 좀 오래 된 책이지만 아직 유용한 담론이라 본다. 특히 생태주의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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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톤벨트
버지니아 에신 & 쉘든 나이들 지음, 홍준희 옮김 / 대원기획출판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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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미국에 몰아닥쳤던 뉴에이지 열풍은, 역사적으로 볼 때 '세기말적 현상'이라 불린 신비주의와 오컬티즘의 주기적 득세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기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에서 대부분의 '교양 있는'  귀족들은 점성술, 타로, 동방의 신비종교, 선 수행, 요가, 이집트학 등에 빠져들었고, 이 흐름은 1960년대 히피 문화에서 잠시 반짝한 뒤 1990년대의 뉴에이지 열풍에 계승되었다. 큰 관점에서 보자면 현재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웰빙 코드도 이 흐름과 맥이 닿는다.

이 책은 그런 뉴에이지 세계관을 대표하는 책의 하나다. 내용을 읽어가다 보면 웬만한 판타지소설 뺨치는 웅대한 스케일의 우주관과 놀라운 미래상에 가슴이 설레고 의식이 붕붕 뜨게 되어 있다. 2012년에서 2013년 사이에 우리의 태양계가 광자대(Photon Belt)에 진입하면 전 인류가 영적 각성을 경험하고 5차원적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글쎄...

이 책에서 들려주는 내용들은 시리우스별에서 온 외계인 '와슈타'가 가르쳐준 것이라 한다. 개인적으는 물론 하나의 문화 현상이자 시대정신으로서의 뉴에이지 열풍에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샀지만,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말 재미는 있다. 상상으로 꾸며낸 이야기라 할지라도, 이정도 수준이면 베스트셀러급 환타지소설 작가가 될 소질이 있으니까...

표지나 문체, 구성체제로 평가해 보자면 그래픽이 좀 유치하고 문체가 전달력이 떨어지며 구성의 짜임새가 약한 측면이 있어 좋은 점수는 주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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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혜덕화님의 "좋은 부모 역할에 대해 "

스펜서 존슨이라...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선물> 저자네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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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혜덕화님의 "좋은 부모 역할에 대해 "

님의 서재를 둘러보니 '좋은 부모 역할에 대해서'란 제목의 리스트가 새로 생겼더군요. 그런데 초프라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신다고 하셨잖아요. 초프라가 쓴 육아서가 있던데... 알고 계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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