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학이 세상을 바꾼다
방건웅 지음 / 정신세계사 / 1997년 2월
평점 :
절판


최근에는 이곳저곳에서 앞다퉈 뉴에이지 계열의 책에 달려들고 있지만, 사실 정신세계사만큼 1980년대부터 꾸준히 정신세계, 영적 성장, 대안의학 같은 문제를 꾸준히 다뤄 온 곳은 없었다. 이 책의 초판이 나온 것은 1997년, IMF의 망령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던 상황에서 이런 책을 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볼 때마나 감탄하게 만든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세 토막으로 되어 있다. 1부에서는 신과학운동과 뉴에이지 사상의 대두를 우리 전통사상, 특히 천부경과 연관지어 설명하고, 2부에서는 신과학운동의 성과물들 가운데 혁명적인 신기술들을 소개하며, 3부에서는 그러한 변화들이 초래할 사회적 파장, 우리 과학교육의 미래 등의 문제를 다룬다. 전체적으로 볼 때 총론 > 각론 > 원론의 짜임새를 지니는 셈인데, 제법 잘 된 구성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읽을 때마다 1,3부는 슬렁슬렁 넘어가고 2부의 재미있는 사례들만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맹물로 가는 자동차, 상온 핵융합, 영구기관의 가능성 등이 특히 호기심을 끌었다. 에너지 문제야말로 사회를 가장 크게 바꿀 수 있는 분야니까.

단점으로는 2부에서 사례로 든 신기술들의 격이 고르게 조정된 게 아니라 좀 산만한 느낌을 주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보면 1장 2절의 '고구마를 씻어 먹는 원숭이'는 가이아 이론과 통하는 면이 있으며, 생명과 우주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거시적 차원의 문제와 연관된 이야기인 데 반해, 2장 2절의 '폐플라스틱으로 석유를 만든다'는 단순히 효율성이 높은 산업기술의 개량 차원의 이야기이다. 환경 오염을 다루는 문제니 생태주의-뉴에이지가 연결된다고 생각해서 언급했는지는 모르나, 같은 수준으로 다룰 설명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1장 4절의 카오스 이론 이야기는 그야말로 과학적 사고의 대안적 '이론'인데, 구체적 '기술'들의 사례와 동일한 범주로 소개되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2부의 서술은 개별 기술들로 찢어놓는 것보다는 유기적으로 틀을 짜서 설명하는 방식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즉 신과학의 중요한 테마를 소개하고, 그 테마를 뒷받침하는 이론, 그 이론에 들어맞는 기술들, 그 기술들을 활용한 제품과 사회적 영향...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선구자적 가치가 있는 책이다. 여기서 소개된 것들 가운데 상당수(예를 들면 아로마테라피, 물의 신비, 미생물 유기농법 등)가 웰빙 시대의 화두가 되어가고 있으니.

전문적 과학자가 쓴 것치고는 쉽고 재미있게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 교양서로서는 좀 오래 된 책이지만 아직 유용한 담론이라 본다. 특히 생태주의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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