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4.7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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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은 자기의 자리가 있으며 자리를 벗어나 흐트러진 생태계는 결국 사라지게 됩니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 산을 오르는 행복을 다른 생명의 불편함 위에 둘 수 없는 것이니까요. 반려견을 데리고 (국립공원에) 들어갔을 때 야생동물의 삶을 간섭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늘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에 그들의 자리는 집과 도심지 공원일 겁니다. (...) 반려견은 이웃이나 보호센터에 맡기시고 생명 넘치는 지리산 기운을 가득 담아 오시기 바랍니다.- p. 99

 

 이번 인상깊은 글은 국립공원에 왜 반려동물을 데려가면 안 되냐는 질문에 대한 녹색상담소에 대한 대답이다. 질문을 한 사람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서 감정을 상당히 자제한 듯해 보이는데 문장은 굉장히 파워풀하고 강려크해서 읽다가 순간 흠칫하게 된다 ㅋㅋㅋ 사실 나도 뒷산이 설악산이다보니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갈 때마다 잠시 산에 들르고 싶은 충동이 있긴 있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산 근처까지 간 적은 있는데, 반려견이 피곤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떤 산이라도 등산을 갈 때는 만약의 경우를 위해 짐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 인간도 위험하고 반려견도 위험할 수 있으니 서로 피곤한 일은 삼가기로 하자... 

 

정은영씨가 왼쪽 새끼손가락을 다치셨다고 들었는데,

되려 이 분이 이번 호에선 사진과 글을 제일 잘 편집했다는 느낌이 든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되있는 느낌이 잘 전달되었다고 할까.


 이번 호에선 꾸러미를 소개한다. 난 콩세알이라는 곳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전국적으로 이렇게 많은 단체가 생겼다니 놀랍기만 하다. 나도 만일 독립해서 살게 된다면 한 달에 한 번쯤은 이 꾸러미를 신청할 생각이다. (같이 살게 된다면) 남친도 좋다고 찬성하기도 했고 말이다. 정부가 어제 농민단체들이 요구했던 최소한의 대책과 제안요구도 무시하고 쌀개방을 공식선언했다고 한다. 대책없이 일을 벌여놓고선 우리나라 농업이 앞으로 어찌될지는 나몰라라 한채 등 돌리고 귀를 틀어막는 그들의 작태가 그저 한심할 뿐이다. 앞으로 대안농업, 친환경농업을 강조하시는 분들이 많이 고생하시리라 생각된다. 

 아직도 녹색당을 후원하고 지지하는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설령 이해해주는 사람은 매우 적을지라도 상관없다. 내 수양이 부족하다 생각하고 다시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실천해 나간다면, 한 명이라도 같이 손잡고 밀양의 실태를 직접 보러 갈 수 있다면, 한 명에게라도 구럼비와 제주도 사람들의 일상이 무너진 과정을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다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집이 세고 신념이 굳다 보니 사람들과 충돌도 잦았고, 심지어 핵발전소에 찬성하는 전 남친과 싸우다가 돌이킬 수 없이 갈라서기까지 했다. 내가 정말 몇몇 사람들이 말하는대로 '독한 년'인지, 내 말로 인해 사람들이 상처를 입으니 이제 그만 침묵해야 하는지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나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읽으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다시금 인지하고 용기를 얻는다. 지금은 동물을 사랑하고 환경을 생각할 수 있는 남친도 만났다. 같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읽고 있다. 그러니 조금 더 오래 고집을 부려볼까 한다. 모든 사람들이 인간보다 지구와 환경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그 날까지.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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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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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자가 너 같아? 네가 저 여자 같고?"
"네."
"아휴, 쪼다. 그럼 저 여잘 네가 사랑하고 있는 거네."
"무슨 소립니까?"
"야. 내가 너고 네가 나인 건 사랑인 거야, 사랑."- p. 215

 



일베사이트라던가 다른 우익단체사이트에서 김정일과 노무현을 깎아내리려는 의도의 사진들이 많이 나돌고 있는데

이 사진은 그런 짤방이 아니라 실제 베네통의 광고이다.

이전에 신부와 수녀의 키스사진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킨 베네통이라 우리나라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용히 넘어갔다. 하여간 우리나라는 베짱도 없어서 외국에서 했다고 하면 무조건 네네거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 국가와 관련된 특유의 이데올로기들이 많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몇몇 지식인에게서 격한 반발을 사고 있지만 국내에서 쓴 <제국의 위안부>같은 책이 버젓이 출판되어 나돌고 있다. 일본이 쓰나미와 지진으로 역경에 빠질 때 고소해하는 인간도 있지만 되려 그런 인간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고, 몇몇은 일본의 만화가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지 열심히 검색해보기도 한다. 2000년대엔 햇볕정책으로 인해 통일에 대한 복합적인 이론들이 격하게 충돌한 적이 있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실험하고 있는 지금은 모두 잠잠해졌다. 오히려 인터넷상으로 GDP 총기사건 이야기가 나돌아다니기 시작하자 여당들이 흡수통일 이야기를 더 자중하는 분위기이다. 

 난 통일에 대해서 반대한다. 이 소설의 세계관에서처럼 남한이 북한과 더불어 가난해지는 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생각이 통일을 반대하는 주된 요인은 아니다. 물론 세계화가 되면서 국가 이데올로기는 많이 약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아직도 동성애자, 탈북자, 장애인, 여성과 아이같은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북한은 국가 이데올로기가 선입견처럼 뿌리박힌 독재국가이다. 만일 그들이 세계화에 노출되고 남한의 이주 노동자들과 경쟁하면서 자본주의의 지배 아래 살아야 하는 처지에 자신이 놓였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독재의 속박에서 벗어난 뒤 또 다른 새로운 속박에 묶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의 분노는 어떻게 폭발할까. 

 이응준은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조폭 세계에서 그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북한에서 한 때 인민군의 영웅이었던 리강은 흡수통일 이후 대동강 조폭 밑에서 일하게 되는데, 자신의 부하가 황당한 죽음을 맞게 되자 그 원인을 세세히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한바탕 느와르가 벌어지는데(북한의 군인들을 전부 실업자로 만들어버린 탓에 그들이 지니고 있던 총기가 사방으로 퍼져 총기규제는 커녕 훈련된 병력의 통제도 불가능하다는 설정이다.) 주인공 빼고 다 죽는 포스가 왠지 에바나 7분마다 1명씩 죽는다는 X 극장판 급이다. 그러나 문체는 지극히 이응준답고, 그래서 멜로물도 다 들어있고 그 와중에 지식인 소설 분위기도 풍기는 복잡한 소설이다.

 추리물로 보기엔 상당히 미흡하지만 애초에 작가는 한국 디스토피아 느와르 세계관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던 듯하다. 아무튼 설정은 한번쯤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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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
실비아 플라스 지음, 박주영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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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마지막 로맨티시스트이다, 이들 양초는.
뒤집힌 채 밀랍 손가락 끝을 잘라내는 불빛의 깊숙한 중심과
그 자체의 후광에 놀란 손가락들, 
성인의 몸뚱이처럼 거의 투명하게 우윳빛으로 차츰 자라난.
감동적이지만, 그들이 무시할 방식이다.

- 양초 중 p. 304

 



실비아 플라스의 인생을 토대로 하여 나온 2000년도에 나온 영화 실비아.

언젠가 한 번 구해서 보고 싶은 영화이다.

여성감독이 만들었다고 하던데 그녀 인생의 어떤 점을 담았을지 궁금하다.

물론 영화의 끝은 파멸과 자살이겠지 ㅇㅇ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동차가 매연을 일으키고 그 매연이 하늘의 오존층을 뚫어 날씨의 격변을 만들 것이라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당시 대다수의 인간들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 견해를 무시했다. 상황을 언제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피해망상자들의 발언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오존층에 구멍이 뚫리고, 전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일어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심리학을 발명하고 피해망상 혹은 과대망상이라는 병명을 만들어 '예언자'라고 불리었던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 과대망상의 요소는 실비아의 초기 시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하늘의 색을 바꿀 수 있다느니(초기 시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나타남.) 고등법원은 인간의 붉은 심장밖에 없다느니 하는 유령의 목소리와 그에 맞서 네 자신을 증명해보라는 신부의 추궁(유령과 신부의 대화. 요한복음에 보면 예수는 '나는 내 자신을 스스로 증언할 필요도 없고 다른 인간들이 날 증언할 필요도 없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지시받은 대로 행동하고 내 행동이 나를 증언한다.'라고 말한다. 실비아 플라스는 시를 씀으로서 자기 자신을 증언하는가?), 이중인격에 대한 이야기(새벽 3시의 독백, 점판), 내 남편을 삼킨 권력자 무리들을 남김없이 잡아먹겠다는 이야기(때까치) 등등.

 외도한 남편과 별거해서 아이들 두 명을 데리고 사는 생활은 확실히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었을 것이다. 그녀의 후반 시는 욕설과 분노로 점철되어 있어서 사람들에게 좀 더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심리학을 전공한 남자들이 달려들만한 요소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시를 볼 때 중요시하게 여기는 감정의 컨트롤이 실비아 플라스의 후기 시에서는 많이 부족해보인다. ('겨울나무'라는 시 하나를 제외하고는.) 블랙유머는 냉정한 비웃음이다. 그녀의 후기 시는 분노의 시학을 만들 수 있었지만, 성숙미에선 많이 모자랐다. 실비아 플라스의 삶 맨 끝 부분에서 그녀가 조금씩 신화에 주목하기 시작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자살하지 않고 그 혹독한 영국의 겨울을 버텼더라면 무언가 분노하고는 다른 방향의 성숙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그녀의 문학작품에서조차 테드 휴즈를 원망하느라 자신의 마음마저 좀먹어갔다. 사별은 암이라고 최근 영국의 작가가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배신에서 비롯된 이혼과 별거는 무엇으로 볼 수 있을까. 나는 말 그대로 심장에 좀이 생겼다고 본다. 좀은 약을 쓰던 외과수술을 해서 직접 빼던 퇴치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눈물을 먹고 피를 빨아들여 결국 심장을 멈추게 한다는 것도 모른 채,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망으로 자신과 상대방의 마음을 망가뜨린다. 테드 휴즈는 둘째 아내도 자살로 잃고,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을 알리느라 그녀의 유품들을 다시 뒤져야 했다. 결국 그 자신도 '암'으로 사망했다. 그도 그녀의 저주가 가득한 시와 일기를 들여다보며 사별같은 아픔을 겪었던 것일까. 아주 조금이라도 그녀에게 미안함을 느꼈을까. '그녀가 그 상황을 빨리 이겨낼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이 적절한 도움을 주었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라고, 나처럼 그렇게 생각했을까?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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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 Swallow Knights Tales 2 - 아아, 인생 가시밭길
김철곤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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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민할 것도 없이 자명하다.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오해받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우리의 마음이 외치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 p. 118

 



알테어 엔시스라고 들어보셨나요.

이 1부 2권에서부터 주인공 미온과의 기나긴 악인연이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 정말 좋아하지만 얠 보면... 차라리 주인공을 안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함.)

일단 이 여자에 대한 리뷰는 SKT 2부에서 하도록 하겠음.


 여기서부터 SKT 소설의 어두운 분위기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같이 동거하고 살았던 어느 왕국의 텔레마케터 여인과의 불상사로 인해 잠을 잘 때마다 악몽을 꾸는 미온. 정체모를 무언가와 칼싸움을 하며 미온에게 '세상이 멸망한다면 뭘 하고 살겠느냐'라고 묻는 키스 세자르. 아내의 실수 때문에 지가 다스리는 나라가 파산될 위기에 처하자 대뜸 지 나라를 팔아버리는 세자르의 왕. 그런데 이렇게 인생 어둡고 우둔한 사람들의 특징이라면 전부 남자들이란 것이다. 어떤 훌륭한 사람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때 미온이 성별 물어보고 '에에... 여자가요?'라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김철곤의 세계관이 원래 그렇다고 보면 된다. 여자들이 애써 왕국을 부흥시키고 신앙을 키우고 세계를 화목하게 만들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쓰면, 남자들이 나타나서 산통 다 깬다. SKT 2부를 보고 사람들이 징징거렸지만, 처녀작 드래곤레이디에서 히로인이 당한 거에 비하면 뭐... (무슨 소린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페이트의 사쿠라 꼴을 당했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으면 책을 봐라.) 

 아무튼 1부 2권부터 흘러가는 모양새를 보니 세계 꼴 잘 돌아간다. 특히 주인공이 사는 세자르라는 나라가 몇 번씩 멸망 위기를 당하는 걸 지켜보면 파리 목숨보다 못한 이 나라가 과연 괜찮을까 조마조마해진다. 그러나 세자르 외 다른 나라들이 각각 중국(이오타 왕국. 오랜 시간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오고 몇몇 유명한 인재들을 배출해낸 탓에 제국과 어깨싸움 할 만큼 급성장했다.)과 미국(마키시온 제국. 혼자만 영원한 제국이다.)을 연상시키는 걸 보면, 세자르와 우리나라를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위에 인상깊은 대사는 지스가 뱀에 물려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미온이 천신만고의 고생 끝에 그를 살려내면서 독백하는 장면이다. 끝엔 '그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 뿐이다.' 따위의 말을 하는데(그 목차의 제목이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직후에 바로 (당시엔 마냥 순진무구한 아가씨였던) 알테어가 정치싸움에 휘말려 미온의 눈 앞에서 죽을 위기에 처하는 사건을 만들고 기타 등등의 마마마같은 극악한 지뢰밭을 깔아놓는 걸 보면 작가가 참 못됐다는 생각은 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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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삼월정 3 (OST CD 1장 포함)
히라사카 마코토 지음, ZUN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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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가 사라지면 좋은 활도 창고에 던져지고 똑똑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도 잡아먹히리라. 이곳처럼 중요한 신사조차 몇 백 년만에 이름마저 잊혀져, 결코 사람이 오지 않는 곳이 되겠지. 바깥 세계의 인간은 이제 밤도 요괴도 두려워하지 않아.

 



안정적인 화법을 취했지만 다소 구작의 일러스트 방식을 취했다.

구작 일러스트는 싫어하는 편이고, 따라서 이 만화책도 썩 마음에 든 것은 아니지만

스타 사파이어가 이뻐서 봐줬다. 상큼한 장난꾸러기 스타일이라 해야 할까나... 천연덕스러운 성격이 모에포인트.


 햇빛을 끌어들여 주변 사람들을 투명하게 보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서니 밀크, 소리를 지울 수 있는 루나 차일드, 레이무로 살아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스타 사파이어. 일명 숨바꼭질하기에 매우 적당한 능력을 가진 이 셋은 장난기가 많은 요정들이라 인간을 곯려주기도 하지만, 워낙 환상향엔 요괴가 많고 자칭 인간인 레이무와 마리사라는 것들이 만만치 않아서(...) 번번히 수난을 당한다. 서니 밀크가 꾼 꿈을 바탕으로 요정들을 협박해 대동단결시킨 다음 요괴와 인간들에 맞서는 요정대전쟁을 꾸미기도 하지만 오히려 바보 치르노와 대결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이처럼 만화책은 동방프로젝트의 사소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일단 큰 줄거리는 이사에 관련된 내용이다.

 


더이상 인간들이 오지 않는 사당을 매일마다 청소하는 레이무.

위험천만하지만 요정들은 이 레이무를 곯려주면서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


 이 사당에 있는 나무들은 다소 평범한 편인데, 어떤 큰 고목이 사당 대신에 벼락을 맞게 됨으로서 주목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그 나무는 쑥쑥 자라나게 되고, 결국 나무의 성장을 추진하는 요정들도 10년동안 거주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할만큼 큰 고목이 되는 결과를 이끌어낸다. 요정들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기뻐한다. 숲 한복판에 있는지라 여름에는 푹푹 찌고 겨울에는 눈 속에 갖히는 자신들의 집(고목)을 대체할 수 있는 별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신사 근처에 있는 나무라서 마음껏 인간들을 괴롭힐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카리는 그들을 여러모로 실험해본 뒤, 그들이 이 나무에서 살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왜냐하면 그들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선악의 개념하고는 거리가 먼 말이다. 선한 자가 강할 수도 있으며, 약한 자가 악할 수도 있다. 때로는 강자였던 사람이 상황에 따라선 약자로서 복종할 것을 종용받을 수도 있다. 강약은 그저 상대적인 힘의 세기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들을 선악이 아닌 강약으로 평가함으로서 유카리는 그들을 '지극히 환상향적인 존재'로 받아들인 것이다. 인간의 기준에선 그들을 괴롭히는 데 골몰하는 그들이 악하게 보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앨리스는 이 요정들을 탐탁지 않아한다. 그러나 주거에 있어서 그들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다. (현실의 인간으로서 상당히 부러운 일인데) 요정 3명이 들어갈 규모의 큰 고목이라면 그들은 언제든지 그 안에 깃들어 살 수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사는 집(고목)을 더럽히지 않고, 오히려 기운을 북돋워주며 성장시킨다. 레이무는 벼락맞은 고목을 신성시하여 인위적인 제사를 지내며 받들어 모신다. 그러나 그녀도 유한한 생명을 지닌 인간인지라, 금방 고목에 제사를 지내는 일에 귀찮음을 느낀다. 하지만 요정들은 자신들의 별장으로서 매일같이 그 나무를 찾아가서 이삿짐을 하나하나 옮겨놓는다. 그들은 자연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해치지 않으며, 아무 지식도 지니지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자연을 보존하는 방법을 파악하고 있다. 다른 요정들은 자신들이 약하다는 말에 상처를 받지만, 스타사파이어만은 유카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를 짐작하고 있는 듯하다.

 자연친화지능을 지닌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약하다거나 바보같다고 놀림받을지 모르지만, 그 사람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쓸모가 있다. 그들은 엔진 소리만 듣고도 자동차를 구별할 수 있을 만큼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한다. 살아있는 생물과의 상호작용도 가능하고 대인관계도 비교적 원만하다고 하다. 아무리 무능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함부로 욕을 하거나 사생활과 관련된 일을 지레짐작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물론 따돌리는 일은 더욱 더 좋지 않다.

특히 군대에서 특정한 지능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체계가 극도로 발달되어 있는 듯하다.

점점 사회가 인간의 다중지능을 살릴 생각을 못하고 있으니, 퇴행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가.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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