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무비 예매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FUBU 가방과 DVD 두 장(꽃피는 봄이 오면, 저수지의 개들)을 받았다.
(가방은 영 내 스타일이 아니라 동생에게 줬고, DVD는 포장도 뜯지 않았다.)

오늘 아침 메일을 확인하다 보니,  
같은 사이트에서 이벤트 당첨을 알리는 메일이 또 있다.

이번에는 <천상의 소녀> 예매 이벤트.

선물은,

 <파그만의 정원>이라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을 다룬 책과
 영화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 OST.

 웬일이냐~ 희희낙낙하는 중.
 찾으러 가는 건 역시 귀찮지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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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2-16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새해에 운이 트이시나봐요

라주미힌 2006-02-1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시겠어요...

물만두 2006-02-1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

paviana 2006-02-16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비로그인 2006-02-16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 새해엔 좋은 일만 가득하시군요. '저수지의 개들' 재밌게 봤었어요. 축하드려요.

happyant 2006-02-16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축하축하.^^

이쁜하루 2006-02-1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부러워용! 축하축하~~

로드무비 2006-02-16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제 예매해서 영화 봐야지.=3=3=3

숨은아이 2006-02-16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옹, 축하드려요!

urblue 2006-02-1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고맙습니다. (__) (^^)/

아영엄마 2006-02-16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이왕이면 보내주지 직접 찾으러 가야 하는군요..)

urblue 2006-02-1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르게 말입니다. 보내주면 얼마나 좋아요. 저도 한 번은 귀찮아서 포기했잖아요.

울보 2006-02-16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플레져 2006-02-16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사났네, 경사났어~~
언젠가 엘르 잡지에 비싼 화장품이 당첨됐는데요,
귀찮아서 안갔어요. 갈 걸 그랬나... 갑자기 아쉽네...^^;;

2006-02-18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골드로 올라선지 어언 몇 개월 (몇 개월이더라. -_-; 그때도 페이퍼를 썼는데.) 항상 한 번 주문 금액 정도가 부족하여 플래티넘으로 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아, 멀고도 험하여라, 플래티넘의 길.

최근 선물을 몇 번 했더니 채워졌다. 드디어 이번 주문으로 플래티넘. -_-v

플래티넘을 고수하고 계신 것이 분명한 여~러 분들이 새삼 훌륭해 보인다.

근데, 한번 플래티넘이 되면 꾸준히 유지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오늘의 주문.

 

실은 홍세화, 진중권, 김규항, 기타 등등의 책들은 거의 사질 않는 편이다. 대개 빌려 보거나 인터넷에서 읽는 걸로 끝. 하지만 박노자 만큼은 그래도 꾸준히 구입하고 있다. 1권도 가지고 있고, 2권이 나왔으니 사야지. 바람**님께 땡스투.

 

 

 

 

 

 

 

 

꽤 오래 전부터 구입하려고 했는데 품절이다가 2~3일 전에야 풀렸다. 얼른 주문해야 한다, 또 품절되기 전에.

 

 

 

 

 

 

 

 

상당히 신뢰할 만하고 또 내가 좋아하는 리뷰를 쓰시는 분의 추천 도서,라기보다는, 널리 읽혔으면 하는 책이라는 말씀에 내 멋대로 추천. 물론 XXant님께 땡스투.

 

 

 

 

 

 

 

 

 

아랍/이슬람의 문제는 지식이 없으니 항상 머리가 아프다.
아랍 출신이면서 기독교도이고 아랍의 모국어를 말하지만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사람이란다. 왜 정체성이란 걸 요구하냐,는 얘기인가보다. 라OOO님께 땡스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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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2-1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홍규 소설집 읽어봐야겠네... 한 달쯤 후에 땡스투 할게요 ㅎㅎ
지난해 김종광씨 문학회에 갔다가 알게 됐는데 소설도, 이름도 낯설었어요.
난 아직 골드회원... 왠지 안심? ㅎㅎㅎ

瑚璉 2006-02-1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잡는 정체성은 저도 구입할까 하는 책입니다. 리뷰를 빨리 올려주시면 최후의 결정에 도움이 되겠습니다아아아...(에코)

이리스 2006-02-1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미 플래티넘 된지 좀 되었어요. -.-
아, 이 책들 살때는 님에게 무조건 땡스투 할게요 ㅎㅎ

urblue 2006-02-1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그니까, 한번 플래티넘으로 올라서면 꾸준히 유지가 되는거죠? ㅎㅎ 땡스투 기대합니다~

호리건곤님, 에...저한테 리뷰를 기대하시는 건...상당히 무리라고 사료되옵니다아아아...

플레져님, 오~ 문학회에서 알게 된 작가라니, 멋진걸요. 읽어보고 좋으면, 사인받아 달라고 부탁해도 될까요? ㅋㅋ

happyant 2006-02-15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대한민국2는 며칠 뒤 주문할 요량으로 보관함에 있던 중이고, 사람잡는 정체성은 이 페이퍼 보고 쏘옥-ㅋ 저는 플래티넘 한 세 달 정도 유지했더니, 어느 덧 빈털터리 신세더라구요.ㅜㅜ

urblue 2006-02-15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XXant님. ^^
플래티넘이신 분들께 가장 궁금한 점. 그 책 다 읽어요? 플래티넘 아닌 저도 항상 주문한 책의 절반쯤은 그냥 넘기는데...

urblue 2006-02-1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럴 리가요, 라는 말씀은, 플래티넘도 골드나 실버로 떨어진다,는 의미?

urblue 2006-02-1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ㅎㅎ

플레져 2006-02-2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홍규, 땡스투에요. 근데... 사람의 신화 관련 페이퍼에 이 페이퍼가 없어서 물어물어(?) 왔어요 ㅎㅎㅎ 가끔 내가 올린 것도 그러던데. 이건 무슨 조화람.

urblue 2006-02-2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책의 내용과 별로 관련이 없단 말인데, 다른 분들도 말씀하셨지만 이런 경우 기분 나쁜 건 사실이지요.
 
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자자한 명성 때문에 구입했다. 본래 책에 있어서 만큼은 귀가 얇은 편이 아니라 그런 명성 따위 들은 척도 하지 않지만, 분홍 야광 반바지에 털이 삐죽한, 제멋대로 그려진 달리는 다리가 안 쫓아올래?라고 묻는 듯 하여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첫 단편 [달려라, 아비]를 읽으면서 처음 눈에 띈 건 문장이다. 이 친구는 재미있는 표현과 비유를 쓰는구나. 독특하고 신선한 문장도, 아직은 어설퍼보이는 비유도 보인다. 대체로 나쁘지는 않다. 책 소개에서 보았던 대로, 화자는 태어나기도 전에 집을 나가버린 아비에 대해 원망을 쏟아내지도, 아비 없이 자란 자신을 연민하지도 않는다. 이런 점은 확실히 기존의 여성 작가들과 구별될만하다. , 사는 게 힘들어라고 징징거리거나,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라고, 자신이 캔디라도 되는 양 두 주먹 불끈 쥔 채 파르르 떠는 모습을 보면, 공감하기보다 또냐? 지겹지도 않냐?는 짜증 섞인 한숨이 나올 뿐이다. 확실히 이 작가는 젊긴 한가 보다. 

 

처음 한두 작품은 신선하고 경쾌하다([달려라, 아비]와 [스카이 콩콩]이 괜찮다). 그러나 다음으로 넘어갈수록 석연하지 않은 허전함이 쌓여간다. 뭐지? 반복되는, 신선함보다 허술함과 어색함이 더 많이 보이는 표현 때문인가? 역시 반복되는, 1인칭 시점 때문인가?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허전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나쁜 건 아니지만 딱히 좋다고도 할 수 없는 아리송한 느낌만 남았다. 리뷰 쓸 생각도 안 들어서 바로 다음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그 책을 읽으면서야 비로소 <달려라, 아비>의 허전함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소설을 쓰려거든 이렇게 써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 그 책은 야마모토 후미오의 <플라나리아>다.

 

[달려라, 아비]의 아비는 화자가 태어나기도 전에 화자와 어미를 버리고 사라졌다. 다른 단편들에서도 부모는 부재하거나([사랑의 인사]), 있다 해도 안식처나 버팀목 같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스카이 콩콩],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혹은 인물들이 극단적인 소통 단절 상태에 놓여 있다([나는 편의점에 간다], [종이 물고기], [노크하지 않는 집]). 김애란의 인물들은 그런 상황에 좌절하지도, 극복해보겠다고 이를 악물지도 않는다. 그저 바라보고 인정한다. <플라나리아>의 인물들도 이와 유사하다. 주어진 상황에 절망하기보다 그 안에서 오히려 자유롭게 부유하는 인물들은 독자에게도 편히 숨쉴 여유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달려라, 아비>와 <플라나리아>의 차이는 무엇일까.

 

<플라나리아>의 인물들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부유하는 듯 보여도 현실에 닿아 있다. 그들은 살아 있다, 살아간다. 그러나 <달려라, 아비>의 인물들에게는 현실을 산다는 느낌이 없다. 온전히 작가의 머리 속에 들어 앉아 있을 따름이다. 김애란의 소설들은 트렌디 드라마를 닮아 있다. 밝고, 새롭고, 경쾌하지만, 현실성이 없다. 울고 짜고 배신과 복수가 판을 치는 멜로 드라마에 식상한 사람에게 트렌디 드라마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두어 편 보고 나면 금세 질리고 만다. 드라마건 소설이건 현실에 기반해야 새로운 시도의 성과가 드러날 수 있다. 심각하지 않으려는 동일한 시도가 야마모토 후미오에게서는 성공적인 반면 김애란에게서는 미완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나는 그러한 차이가 경험과 깊이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써 놓고 보니, 나이 어리다고 타박하는 것인지, 깊이에의 강요를 하고 있는 것이지 알 수 없긴 하지만, 내 느낌은 그렇다. 김애란은 젊다. 지나치게 젊은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에게 기회로 작용할지 혹은 독이 될지는 자신에게 달려있을 것이다. 나는 그가 좀 더 나이들기를, 더불어 깊어지기를 강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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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2-14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나리아>와 비교하여 짚어내셨군요.
저도 이 책 읽었어요.^^

sudan 2006-02-14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읽고 플라나리아 주문했어요. 로드무비님의 '플라나리아계' 발언에도 끝내 안사고 버텼었는데. -_-

urblue 2006-02-15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잘 하셨어요. 플라나리아 아주 괜찮아요. 야마모토 후미오의 다른 소설들도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에요.

로드무비님, 실은 플라나리아의 리뷰를 써야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훌륭한 님의 리뷰가 있어서 포기했습니다. ㅎㅎ 이 책의 리뷰는 왜 안 쓰신걸까 잠깐 궁금했어요.

2006-02-15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2-15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현실에 두 발 내리기에는 지나치게 젊은 이십대, 김애란, 부럽다...ㅎㅎ
나이든 후에는 절로 깊이에의 강요에 시달리겠죠.
그 유머와 재치와 열정이 나이 들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요.
달려라, 아비 보다 플라나리아를 다시 읽고 싶네...ㅎㅎ

urblue 2006-02-15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애란을 읽고 생각한건데, 제가 소설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꽤 보수적인가봐요. 나쁘지 않았는데도 부족한 점이 더 많이 눈에 띄니 말입니다. 그래도 다음 소설이 나오면 볼랍니다. ^^

로드무비 2006-02-16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은 저보다 블루님 더 좋아하시죠?
아침부터 강짜!ㅎㅎ

<달려라 애비>를 그럭저럭 재밌게는 읽었는데
편의점이 배경인 단편하고 영화 '바이브레이션'하고
엮어서 페이퍼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만 잠시 했을 뿐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더군요.^^

urblue 2006-02-16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강짜? ㅎㅎ
'바이브레이션' 좋았는데, '나는 편의점에 간다'랑 연결시킬 수도 있겠군요. 페이퍼 쓰지 그러셔요. 재미있을 것 같은데. ^^

내가없는 이 안 2006-03-13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래요? 플라나리아 안 읽었는데. 하긴 김애란의 소설집 읽으면서도 저도 허약한 부분이 자꾸 눈에 걸렸지만 몇 편의 단편이 썩 느낌이 좋아서 그냥 좋아하기로 했어요. ^^ 그리고 저도 좀 보수적인 독자예요. 큭.

urblue 2006-03-1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나리아 읽어보세요.
김애란은, 제게 주는 느낌이 처음의 박민규 같아요. 뭔가 부족하지만 놓기도 쉽지 않은. 박민규는 후속작이 제게 성공이었는데, 김애란은 어떨까요. ^^

 




사이에 갓 태어난 아기가 끼어 있지만, 어디로 봐도 이들은 애들이다. 먼저 걸어가는 브뤼노를 발 걸어 넘어뜨리고는 자지러지게 웃는 소니아, 가진 돈 몽땅 털어 자기 것과 똑 같은 재킷을 소니아에게 사 주는 브뤼노, 이들이 샌드위치 하나씩을 손에 들고 티격태격 장난칠 때, 공원을 뛰어다니며 나 잡아봐라~ 놀 때, 영락없이 10대 후반의 철딱서니 없는, 그래서 싱그럽기도 한 애들이다.

 

덜컥 임신을 하고 아기가 태어나자, 그래도 소니아는 엄마임을 다소 실감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브뤼노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아기를 안고 찾아온 소니아는 뒷전이고 도둑질에만 신경을 쓴다. 그가 하는 도둑질이란 것도 고작(!) 열 서너 살 먹은 아이들에게 남의 차를 뜯게 하는 일일 뿐이다. 소니아의 집을 멋대로 남에게 빌려주고는 공동 숙소로 소니아와 아기를 안내한다. 아기와 산책하다가 느닷없이 밀매 조직에 아이를 팔아버리고 나서 소니아에게 아기는 또 낳으면 되잖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따위의 말이나 하고, 경찰에는 내 아이가 아니라서 복수하려고 (아이를 팔았다고) 거짓말했어요. 라고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소니아에게 잘못했다고 울며불며 매달리지만 실제로 반성하는게 아니라 단지 돈을 구걸하기 위해서이다. 배고파, 돈 좀 줘…”

 

이 정신없고 대책없고 한심한 청춘을 어쩌면 좋으랴. 청춘,이기나 한 것일까. 국어 사전을 찾으면 청춘은 스무 살 안팎의 젊은 나이를 이른다고 한다. 브뤼노는 그렇지만, 젊은이보다 확실히 아이에 가깝다. 인생은커녕 당장 내일도, 잠시 후의 일도 생각않는 철부지이다. 한숨과 실소만 피식 새어 나온다.

전작 <아들>에서 다르덴 형제는 자기 아들을 죽인 소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중년의 남자를 보여주면서 끊임없이 관객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핸드헬드 카메라에 잡힌 올리비에는 배나오고 머리 벗겨지고 삶의 의욕도 없어 보이지만, 그가 소년을 좇을 때마다 괜스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영화 <더 차일드>를 보면서 그런 긴장감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저 녀석이 언제 어른이 될까 하는, 어울리지도 않는 노파심만 생긴다. 갑자기, 내가 이렇게 늙어가는 걸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브뤼노가 위치해 있는,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어서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내가 너무 나이가 들어서가 아닐까 싶은.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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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애인의 부모님을 뵙기로 한 날이었다.

 
애인도 나도,
특별한 문제 없는데 설마 반대야 하시겠냐.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터라,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것에 대해 별로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그나마 준비라고 한 건, 손톱 깎기(평소에 나는 손톱을 기르고 다니는 편이다. 전에 엄마가, 인사드리기 전에 손톱 깎으라고 말씀하신 게 생각나서. 그래도 말 잘 듣는 착한 딸이다.), 조금 더 신경써서 화장하기(라고 해 봤자 메이크업 베이스를 더 바른 것 뿐), 동생 결혼식 이후로 한 번도 입지 않은, 유행 지난 정장 바지 꺼내 입기(치마를 입을까 했으나 추워서 패스).

 

예약한 식당에 애인과 먼저 도착해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곧 부모님도 도착하셨다. 하나뿐인 여동생과 함께다. 짐작대로 가족 관계, 일 등등을 물으셨고, 얌전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머님은 내 인상이 괜찮았는지 편하게 이런 저런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아버님은 오히려 긴장하신 모습이 역력하다. 하긴, 며느리감 보는 자리라고 부모는 긴장하지 않는다는 법도 없을 게다.

 

부모님이 실제 연세보다 젊어 보이셔서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좋아하신다. 재미있게 살아서 그런 거라고 어머님께서 대답하신다. 그나저나 그런 말을 넙죽넙죽 하다니, 나도 참 넉살 좋아졌다. 20대 때였다면 묻는 말에 대답하는 것 외에 입도 벙긋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집에서 본 바가 있으니 결혼하면 나한테 잘할 거란다. 그런 말씀 하지 않으셔도 워낙 잘하고 있으니 걱정도 하지 않는다. 애인과 같이 있으면, 이 사람이 원래 타인에게 이렇게 친절하고 배려를 많이 하나 새삼 궁금해질 정도다. 내 동생이나 올케는 처음에, 그런 건 3개월이면 끝이다, 라고 장담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모습에 놀라는 중이고, 올케는 몹시 부러워한다.

 

시내에 위치한 식당을 인터넷으로 찾아 예약했더니 자리가 조금 불편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일요일 오후라 우리 외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조용했고, 무엇보다 음식이 맛이 있어서 다행. 맛있게 식사를 끝낸 뒤, 애인이 회사에 들어가봐야 한다고 했으나, 어머님은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다고 잠깐 드라이브라도 하자고 하셨다. 아버님이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북악산길을 따라 팔각정에 갔다. 나도 애인도 그런 데 처음 가 봤다. 경치가 좋긴 했으나 바람이 세게 불어 추운 게 흠이다. 팔각정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대개 그런 곳이 그러하듯 시끄럽고 차값은 분위기나 맛에 비해 비쌌다.

 

지하철 역에서 애인과 나를 내려주시고 다들 돌아가셨다. 애인은 회사로, 나는 집으로. 나중에 애인이 전화해서, 부모님께서 나를 마음에 들어하신다고 전해주었다. 다만 잘 웃지 않는 것 같다고. 이런, 내 나름으로는 웃는다고 열심히 웃었건만,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것인가. 애인도 그 동생도 그다지 살가운 성격이 아니어서 아마 내게라도 그런 걸 원하시는 모양이라고 애인이 그런다. 그치만 애교 없기는 나도 마찬가지인걸.

조만간 우리 집에도 내려갈 것이다. 이렇게 한발 한발 결혼을 향해 걸어가는 것인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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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2-1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인사가 무난히 끝났네요.그나마 블루님은 시댁과의 불화문제는 많이 패스하시게 될 듯한 분위기라 다행입니다. ^^

하늘바람 2006-02-13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 분 같아요. 결혼했지만 저도 부럽네요

sandcat 2006-02-13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댁으로 인사하러 갔었는데 치마를 선택하는 바람에 애먹었지요.
"아, 그런데 아버님 어머님, 저 다리 좀 펴고 앉을게요. 발이 저려서요."

어제 간만에 경복궁 역 근처에서 맘에 드는 식당 발견.
특히 눈 오거나 비 오는 날 사랑하는 사람과 가보면 좋을 것 같아요.
거기 인테리어 보고 블루님 생각 났더랬는데. 음.
http://www.bestrecipe.co.kr/caferecipe.html


물만두 2006-02-1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하시겠어요^^

urblue 2006-02-1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부모님 뵈니 별 문제는 없을 듯 하더군요. 전, 동생 결혼 때 같이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많이 봐서, 그런 거 다시 하라면 정말 싫겠다고 생각했어요. 애인이랑은 그런 문제들도 많이 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랍니다. ^^

하늘바람님, 좋은 사람이긴 한데요, 결혼하신 분이 부럽다고 말씀하시면 하나도 진짜같이 안 들린다구요.

샌드캣님, 하하... 그래서 다리 펴고 편하게 앉았어요?
식당 아주 마음에 들어요. 조만간 다녀올랍니다. 고마워요.

물만두님, 쑥스럽네요. 히히.

조선인 2006-02-1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정말로 유아핑크님이라 불러야 할 듯. 다정한 고양이 사진도 마음에 들어요.

2006-02-13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6-02-13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다감한 페이퍼도 잘 쓰면서. 잘 웃지 않다니, 얼블루 님 묘하게 귀여우세요. 전 고등학교 때, 웃음 헤프다고 혼난 적도 있어요. 가정 선생님한테.

이쁜하루 2006-02-1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인사 잘하신거 축하축하! ^^ 저는 인사드리러 가기 전날 단발머리라
너무 애기처럼 보일까봐(그당시 나이 26살 태양님은 31) 파마를 했는데
완전 아줌마 되서 아침에 드라이로 파마 푸느라 고생한 기억이 나네요
게다가 시댁서 제가 못먹는 해물탕을 해주셔서 국물만 몇수저 떴던 생각도..^^
다시한번 멋진 첫 출발 축하해요~~

울보 2006-02-13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댁어른들 첫만남 정말 잘 끝내셨네요,,아마 제일 어려웠던 문제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도 이제 슬슬 시작이시군요,,
블루님 행복해보여요,

이리스 2006-02-1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축하드립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 *^^*

urblue 2006-02-1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고맙습니다. 우리 집에 가서도 잘 되겠지요? ^^

울보님, 집에 돌아왔는데 엄마가 어땠냐고 전화를 하셨어요. 거기다 대고, "내가 특별히 어디 반대할만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이러고 까불었답니다. -_-;

이쁜하루님, 하하. 시댁 가서 음식 제대로 못 드셨으면 처음에 밉보이신 건 아닌가요? 울 올케는 집에 가면 너무 잘 먹어서, 엄마가 좋아하더라구요.

나무님, 억울해요! 저 잘 웃어요! 대학 때는 친구들이 개그 컨테스트 나갈 때 저를 꼭 데리고 가야한다고도 했는걸요. 너무 잘 웃는다구요. 근데 그게 어디 처음 뵙는 분들 앞에서 되나요 뭐.

urblue 2006-02-1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 s님, 의외로(?) 넉살이 좋으신가봐요? ㅋㅋ 일요일에 가려고 했더니, 음... 토요일이면 한동안은 못 가겠네요. 쩝.

조선인님, 아이, 놀리지 마셔요. 호호.

위에 숨은 님, 제가 친정 오래비가 없잖우. 하실라우? ㅋㅋ 고마워요.

햇살가득눈부신날 2006-02-1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읽으면서 괜시리 제가 긴장을 다 했네요.ㅋ 저도 언능언능 상견례해야 할텐데... 그날이 언제올지....^0^

happyant 2006-02-13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이런. 깨소금 향기가 십리 넘어 제 모니터에까지 전해져 흘러나오는걸요.ㅋ 이만큼 질투나도록 행복한 페이퍼,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urblue 2006-02-13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미님, 제가 이런 페이퍼만 계속 올리면, 혹시 너무 질투나서 미워하지는 않으실런지...? =3=3=3 (님도 좋은 분 만나시기를 바랄게요. 혹시 벌써 있나요?)

햇살가득눈부신날님, 같이 살고픈 분이 있으신가보군요. 잘 되시기를 바랍니다. ^^

플레져 2006-02-13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블루님~ 큰일 치루셨어요 ^^
팔각정이라면, 우리집이랑 20분 거리로서 우리 부부가 심야의 드라이브를 즐기는 곳이며 연애 초기에 닳도록 바람만 쐬러 갔던 (그곳 커피숍은 별로죠...) 곳이온데, 어제 거기 오셨었군요 ㅎㅎ 조금씩 한발 한발 나가다 자꾸 걸어나가면 온 시댁 식구들 다 뵐 날 있을 거에요.... 앙증맞은 고냥이 커플이 참 보기 좋아요 ^^

urblue 2006-02-13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큰일이랄것까지야... 실은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서 그것도 좀 이상했어요. ^^;;
팔각정에 오르니, 시원하고 좋긴 하더군요. 그곳에서 데이트를 즐기셨단 말이죠. 오옷~ 여기 서재에는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시는 부부들이 넘 많아서, 그렇게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

반딧불,, 2006-02-1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이쁜 우리 블루님.
행복한 오월의 신부 되시기 꼭 성공하시길^^
(근데 오월의 신부 아니라고 하셨었나??)

날개 2006-02-13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국수 먹는 거지요? +.+

urblue 2006-02-1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가을이에요, 가을. 국수 드시러 오세요. ^^

반딧불님, 헤.. 고맙습니다~ 행복한 시월의 신부 할게요. ^^

2006-02-13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2-13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2-13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시월의 신부였는데... ㅋㅋ 30년 전은 된 것 같은 기분이...)
축하해요, 블루님은 나와는 많이 다르고, 더 행복한 결혼이군요.

sudan 2006-02-1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지 않은 페이펀데, '애인'자를 대체 몇 개나 사용한 줄 아세요?
새해 결심 페이퍼 읽고도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저 귀여운 이미지는 어디서 구하셨을까 그래. 크크.(귀여우세요)

urblue 2006-02-1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뭐, 이왕 쓰는 거 제대로 티 한번 내 보자,의 심정이랄까...ㅎㅎ (농담이에요. 그냥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_-)
저 이미지들은 로드무비님 단골가게에 놀러갔다가 업어온 것들이에요. 거기, 이쁜 게 많더라구요.

새벽별님, 아우, 제가 원래 러블리한 사람은 아닌데다, 이것도 러블리 모드로 쓴 건 아닌 것 같은데...우웅... ^^;;

사라진님, 30년 전이라니요.. ㅋㅋ 하긴, 동생네는 결혼한지 겨우 2년인데, 벌써 몇년 된 것 같이 느끼네요. 저도 결혼하면 곧 그럴라나...
이번 주말에 결혼하는 친구와 낮에 통화를 했어요. 행복한건지 어쩐건지, 결혼하는지 마는지 실감도 잘 안 난다고 하네요. 저도 결혼식에 가 봐야 알 것 같은...히히..

마태우스 2006-02-1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내내 가슴이 설렜습니다. 과정도 결말도 좋아서 저도 좋구요, 블루님 애쓰셨어요.

urblue 2006-02-1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헷.. 고맙습니다. ^^
읽는 분이 가슴 설렌다고 하시는데 저나 애인은 지나치게 무덤덤한 건가 싶군요. 그치만...좋아요! =3=3

urblue 2006-02-14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해주셔서 좋습니다. ^^

로드무비 2006-02-1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소식이네요.^^

깍두기 2006-02-14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하신 것 같아서 정말 보기 좋아요. 잘 사귀다가도 결혼준비로 맘 상하는 커플들도 많은데, 블루님은 안 그러실 것 같군요.
책은 집으로 보내 주시고요, 블루님 책은 좀 더 기둘리셔야겠는데, 괜찮죠?^^

urblue 2006-02-1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보낼게요. 천천히 보셔도 괜찮습니다. ^^
결혼 준비로 맘 상하는 건, 동생 때 실컷 봤습니다. 한번 봤으니 전 안 그래야죠.

아영엄마 2006-02-1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유아블루님도 결혼 준비의 단계를 밟고 계시는군요. 정말 축하합니다. 없는 애교라도 부려서 시부모님께 사랑받으시와요~ ^^(실은 저도 무뚝뚝과라지요...^^;;)

urblue 2006-02-1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없는 애교를 어찌 부리옵니까.

비로그인 2006-02-1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블루님 멋지게 해내셨군요? ㅎㅎ
제 경험으론 처음 인상이 좋으면 끝까지 좋더라구요..^^
축하해요!!

urblue 2006-02-20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네, 좋으신 분들 같고, 앞으로도 잘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엄마한테 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