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에 갓 태어난 아기가 끼어 있지만, 어디로 봐도 이들은 애들이다. 먼저 걸어가는 브뤼노를 발 걸어 넘어뜨리고는 자지러지게 웃는 소니아, 가진 돈 몽땅 털어 자기 것과 똑 같은 재킷을 소니아에게 사 주는 브뤼노, 이들이 샌드위치 하나씩을 손에 들고 티격태격 장난칠 때, 공원을 뛰어다니며 나 잡아봐라~ 놀 때, 영락없이 10대 후반의 철딱서니 없는, 그래서 싱그럽기도 한 애들이다.

 

덜컥 임신을 하고 아기가 태어나자, 그래도 소니아는 엄마임을 다소 실감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브뤼노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아기를 안고 찾아온 소니아는 뒷전이고 도둑질에만 신경을 쓴다. 그가 하는 도둑질이란 것도 고작(!) 열 서너 살 먹은 아이들에게 남의 차를 뜯게 하는 일일 뿐이다. 소니아의 집을 멋대로 남에게 빌려주고는 공동 숙소로 소니아와 아기를 안내한다. 아기와 산책하다가 느닷없이 밀매 조직에 아이를 팔아버리고 나서 소니아에게 아기는 또 낳으면 되잖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따위의 말이나 하고, 경찰에는 내 아이가 아니라서 복수하려고 (아이를 팔았다고) 거짓말했어요. 라고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소니아에게 잘못했다고 울며불며 매달리지만 실제로 반성하는게 아니라 단지 돈을 구걸하기 위해서이다. 배고파, 돈 좀 줘…”

 

이 정신없고 대책없고 한심한 청춘을 어쩌면 좋으랴. 청춘,이기나 한 것일까. 국어 사전을 찾으면 청춘은 스무 살 안팎의 젊은 나이를 이른다고 한다. 브뤼노는 그렇지만, 젊은이보다 확실히 아이에 가깝다. 인생은커녕 당장 내일도, 잠시 후의 일도 생각않는 철부지이다. 한숨과 실소만 피식 새어 나온다.

전작 <아들>에서 다르덴 형제는 자기 아들을 죽인 소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중년의 남자를 보여주면서 끊임없이 관객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핸드헬드 카메라에 잡힌 올리비에는 배나오고 머리 벗겨지고 삶의 의욕도 없어 보이지만, 그가 소년을 좇을 때마다 괜스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영화 <더 차일드>를 보면서 그런 긴장감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저 녀석이 언제 어른이 될까 하는, 어울리지도 않는 노파심만 생긴다. 갑자기, 내가 이렇게 늙어가는 걸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브뤼노가 위치해 있는,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어서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내가 너무 나이가 들어서가 아닐까 싶은.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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