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애인의 부모님을 뵙기로 한 날이었다.

 
애인도 나도,
특별한 문제 없는데 설마 반대야 하시겠냐.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터라,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것에 대해 별로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그나마 준비라고 한 건, 손톱 깎기(평소에 나는 손톱을 기르고 다니는 편이다. 전에 엄마가, 인사드리기 전에 손톱 깎으라고 말씀하신 게 생각나서. 그래도 말 잘 듣는 착한 딸이다.), 조금 더 신경써서 화장하기(라고 해 봤자 메이크업 베이스를 더 바른 것 뿐), 동생 결혼식 이후로 한 번도 입지 않은, 유행 지난 정장 바지 꺼내 입기(치마를 입을까 했으나 추워서 패스).

 

예약한 식당에 애인과 먼저 도착해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곧 부모님도 도착하셨다. 하나뿐인 여동생과 함께다. 짐작대로 가족 관계, 일 등등을 물으셨고, 얌전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머님은 내 인상이 괜찮았는지 편하게 이런 저런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아버님은 오히려 긴장하신 모습이 역력하다. 하긴, 며느리감 보는 자리라고 부모는 긴장하지 않는다는 법도 없을 게다.

 

부모님이 실제 연세보다 젊어 보이셔서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좋아하신다. 재미있게 살아서 그런 거라고 어머님께서 대답하신다. 그나저나 그런 말을 넙죽넙죽 하다니, 나도 참 넉살 좋아졌다. 20대 때였다면 묻는 말에 대답하는 것 외에 입도 벙긋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집에서 본 바가 있으니 결혼하면 나한테 잘할 거란다. 그런 말씀 하지 않으셔도 워낙 잘하고 있으니 걱정도 하지 않는다. 애인과 같이 있으면, 이 사람이 원래 타인에게 이렇게 친절하고 배려를 많이 하나 새삼 궁금해질 정도다. 내 동생이나 올케는 처음에, 그런 건 3개월이면 끝이다, 라고 장담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모습에 놀라는 중이고, 올케는 몹시 부러워한다.

 

시내에 위치한 식당을 인터넷으로 찾아 예약했더니 자리가 조금 불편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일요일 오후라 우리 외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조용했고, 무엇보다 음식이 맛이 있어서 다행. 맛있게 식사를 끝낸 뒤, 애인이 회사에 들어가봐야 한다고 했으나, 어머님은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다고 잠깐 드라이브라도 하자고 하셨다. 아버님이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북악산길을 따라 팔각정에 갔다. 나도 애인도 그런 데 처음 가 봤다. 경치가 좋긴 했으나 바람이 세게 불어 추운 게 흠이다. 팔각정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대개 그런 곳이 그러하듯 시끄럽고 차값은 분위기나 맛에 비해 비쌌다.

 

지하철 역에서 애인과 나를 내려주시고 다들 돌아가셨다. 애인은 회사로, 나는 집으로. 나중에 애인이 전화해서, 부모님께서 나를 마음에 들어하신다고 전해주었다. 다만 잘 웃지 않는 것 같다고. 이런, 내 나름으로는 웃는다고 열심히 웃었건만,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것인가. 애인도 그 동생도 그다지 살가운 성격이 아니어서 아마 내게라도 그런 걸 원하시는 모양이라고 애인이 그런다. 그치만 애교 없기는 나도 마찬가지인걸.

조만간 우리 집에도 내려갈 것이다. 이렇게 한발 한발 결혼을 향해 걸어가는 것인가. 음.  

 



 


댓글(36)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돌이 2006-02-1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인사가 무난히 끝났네요.그나마 블루님은 시댁과의 불화문제는 많이 패스하시게 될 듯한 분위기라 다행입니다. ^^

하늘바람 2006-02-13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 분 같아요. 결혼했지만 저도 부럽네요

sandcat 2006-02-13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댁으로 인사하러 갔었는데 치마를 선택하는 바람에 애먹었지요.
"아, 그런데 아버님 어머님, 저 다리 좀 펴고 앉을게요. 발이 저려서요."

어제 간만에 경복궁 역 근처에서 맘에 드는 식당 발견.
특히 눈 오거나 비 오는 날 사랑하는 사람과 가보면 좋을 것 같아요.
거기 인테리어 보고 블루님 생각 났더랬는데. 음.
http://www.bestrecipe.co.kr/caferecipe.html


물만두 2006-02-1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하시겠어요^^

urblue 2006-02-1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부모님 뵈니 별 문제는 없을 듯 하더군요. 전, 동생 결혼 때 같이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많이 봐서, 그런 거 다시 하라면 정말 싫겠다고 생각했어요. 애인이랑은 그런 문제들도 많이 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랍니다. ^^

하늘바람님, 좋은 사람이긴 한데요, 결혼하신 분이 부럽다고 말씀하시면 하나도 진짜같이 안 들린다구요.

샌드캣님, 하하... 그래서 다리 펴고 편하게 앉았어요?
식당 아주 마음에 들어요. 조만간 다녀올랍니다. 고마워요.

물만두님, 쑥스럽네요. 히히.

조선인 2006-02-1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정말로 유아핑크님이라 불러야 할 듯. 다정한 고양이 사진도 마음에 들어요.

2006-02-13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6-02-13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다감한 페이퍼도 잘 쓰면서. 잘 웃지 않다니, 얼블루 님 묘하게 귀여우세요. 전 고등학교 때, 웃음 헤프다고 혼난 적도 있어요. 가정 선생님한테.

이쁜하루 2006-02-1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인사 잘하신거 축하축하! ^^ 저는 인사드리러 가기 전날 단발머리라
너무 애기처럼 보일까봐(그당시 나이 26살 태양님은 31) 파마를 했는데
완전 아줌마 되서 아침에 드라이로 파마 푸느라 고생한 기억이 나네요
게다가 시댁서 제가 못먹는 해물탕을 해주셔서 국물만 몇수저 떴던 생각도..^^
다시한번 멋진 첫 출발 축하해요~~

울보 2006-02-13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댁어른들 첫만남 정말 잘 끝내셨네요,,아마 제일 어려웠던 문제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도 이제 슬슬 시작이시군요,,
블루님 행복해보여요,

이리스 2006-02-1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축하드립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 *^^*

urblue 2006-02-1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고맙습니다. 우리 집에 가서도 잘 되겠지요? ^^

울보님, 집에 돌아왔는데 엄마가 어땠냐고 전화를 하셨어요. 거기다 대고, "내가 특별히 어디 반대할만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이러고 까불었답니다. -_-;

이쁜하루님, 하하. 시댁 가서 음식 제대로 못 드셨으면 처음에 밉보이신 건 아닌가요? 울 올케는 집에 가면 너무 잘 먹어서, 엄마가 좋아하더라구요.

나무님, 억울해요! 저 잘 웃어요! 대학 때는 친구들이 개그 컨테스트 나갈 때 저를 꼭 데리고 가야한다고도 했는걸요. 너무 잘 웃는다구요. 근데 그게 어디 처음 뵙는 분들 앞에서 되나요 뭐.

urblue 2006-02-1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 s님, 의외로(?) 넉살이 좋으신가봐요? ㅋㅋ 일요일에 가려고 했더니, 음... 토요일이면 한동안은 못 가겠네요. 쩝.

조선인님, 아이, 놀리지 마셔요. 호호.

위에 숨은 님, 제가 친정 오래비가 없잖우. 하실라우? ㅋㅋ 고마워요.

햇살가득눈부신날 2006-02-1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읽으면서 괜시리 제가 긴장을 다 했네요.ㅋ 저도 언능언능 상견례해야 할텐데... 그날이 언제올지....^0^

happyant 2006-02-13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이런. 깨소금 향기가 십리 넘어 제 모니터에까지 전해져 흘러나오는걸요.ㅋ 이만큼 질투나도록 행복한 페이퍼,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urblue 2006-02-13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미님, 제가 이런 페이퍼만 계속 올리면, 혹시 너무 질투나서 미워하지는 않으실런지...? =3=3=3 (님도 좋은 분 만나시기를 바랄게요. 혹시 벌써 있나요?)

햇살가득눈부신날님, 같이 살고픈 분이 있으신가보군요. 잘 되시기를 바랍니다. ^^

플레져 2006-02-13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블루님~ 큰일 치루셨어요 ^^
팔각정이라면, 우리집이랑 20분 거리로서 우리 부부가 심야의 드라이브를 즐기는 곳이며 연애 초기에 닳도록 바람만 쐬러 갔던 (그곳 커피숍은 별로죠...) 곳이온데, 어제 거기 오셨었군요 ㅎㅎ 조금씩 한발 한발 나가다 자꾸 걸어나가면 온 시댁 식구들 다 뵐 날 있을 거에요.... 앙증맞은 고냥이 커플이 참 보기 좋아요 ^^

urblue 2006-02-13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큰일이랄것까지야... 실은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서 그것도 좀 이상했어요. ^^;;
팔각정에 오르니, 시원하고 좋긴 하더군요. 그곳에서 데이트를 즐기셨단 말이죠. 오옷~ 여기 서재에는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시는 부부들이 넘 많아서, 그렇게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

반딧불,, 2006-02-1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이쁜 우리 블루님.
행복한 오월의 신부 되시기 꼭 성공하시길^^
(근데 오월의 신부 아니라고 하셨었나??)

날개 2006-02-13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국수 먹는 거지요? +.+

urblue 2006-02-1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가을이에요, 가을. 국수 드시러 오세요. ^^

반딧불님, 헤.. 고맙습니다~ 행복한 시월의 신부 할게요. ^^

2006-02-13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2-13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2-13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시월의 신부였는데... ㅋㅋ 30년 전은 된 것 같은 기분이...)
축하해요, 블루님은 나와는 많이 다르고, 더 행복한 결혼이군요.

sudan 2006-02-1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지 않은 페이펀데, '애인'자를 대체 몇 개나 사용한 줄 아세요?
새해 결심 페이퍼 읽고도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저 귀여운 이미지는 어디서 구하셨을까 그래. 크크.(귀여우세요)

urblue 2006-02-1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뭐, 이왕 쓰는 거 제대로 티 한번 내 보자,의 심정이랄까...ㅎㅎ (농담이에요. 그냥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_-)
저 이미지들은 로드무비님 단골가게에 놀러갔다가 업어온 것들이에요. 거기, 이쁜 게 많더라구요.

새벽별님, 아우, 제가 원래 러블리한 사람은 아닌데다, 이것도 러블리 모드로 쓴 건 아닌 것 같은데...우웅... ^^;;

사라진님, 30년 전이라니요.. ㅋㅋ 하긴, 동생네는 결혼한지 겨우 2년인데, 벌써 몇년 된 것 같이 느끼네요. 저도 결혼하면 곧 그럴라나...
이번 주말에 결혼하는 친구와 낮에 통화를 했어요. 행복한건지 어쩐건지, 결혼하는지 마는지 실감도 잘 안 난다고 하네요. 저도 결혼식에 가 봐야 알 것 같은...히히..

마태우스 2006-02-1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내내 가슴이 설렜습니다. 과정도 결말도 좋아서 저도 좋구요, 블루님 애쓰셨어요.

urblue 2006-02-1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헷.. 고맙습니다. ^^
읽는 분이 가슴 설렌다고 하시는데 저나 애인은 지나치게 무덤덤한 건가 싶군요. 그치만...좋아요! =3=3

urblue 2006-02-14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해주셔서 좋습니다. ^^

로드무비 2006-02-1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소식이네요.^^

깍두기 2006-02-14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하신 것 같아서 정말 보기 좋아요. 잘 사귀다가도 결혼준비로 맘 상하는 커플들도 많은데, 블루님은 안 그러실 것 같군요.
책은 집으로 보내 주시고요, 블루님 책은 좀 더 기둘리셔야겠는데, 괜찮죠?^^

urblue 2006-02-1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보낼게요. 천천히 보셔도 괜찮습니다. ^^
결혼 준비로 맘 상하는 건, 동생 때 실컷 봤습니다. 한번 봤으니 전 안 그래야죠.

아영엄마 2006-02-1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유아블루님도 결혼 준비의 단계를 밟고 계시는군요. 정말 축하합니다. 없는 애교라도 부려서 시부모님께 사랑받으시와요~ ^^(실은 저도 무뚝뚝과라지요...^^;;)

urblue 2006-02-1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없는 애교를 어찌 부리옵니까.

비로그인 2006-02-1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블루님 멋지게 해내셨군요? ㅎㅎ
제 경험으론 처음 인상이 좋으면 끝까지 좋더라구요..^^
축하해요!!

urblue 2006-02-20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네, 좋으신 분들 같고, 앞으로도 잘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엄마한테 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