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지구상에는 6000개가 넘는 언어들이 있다. 세계화와 자본주의화가 지구의 모든 곳을 뚫고들어가면서 사라지는 것은 생물종만이 아니다. 전통문화들이 ‘현대화’라는 명목 하에 사라지면서 언어들도 함께 ‘죽는다’. 특히 태평양·인도양의 섬나라나 아프리카, 미주 지역 미개발지역의 소수민족 언어들은 세계화의 파상공세 속에 나날이 사라지고 있다.





소수민족 보호단체인 서바이벌 인터내셔널(SI)은 4일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까지 남아있는 인류 최고(最古)의 언어’ 중의 하나를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인도 여성 보아 스르(사진)가 노령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인도양 안다만 제도의 고유 언어인 ‘보(Bo)’ 언어를 말할줄 아는 단 한 사람이었던 보아가 사망하면서 이제 보 언어는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숨진 보아를 통해 보 언어를 연구해온 인도 언어학자 안비타 아비 박사는 “인류의 역사가 담긴 가장 오래된 언어 중의 하나인 보 언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우리 모두의 손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SI의 스티븐 코리는 “보 언어의 소멸은 인류라는 공동체가 갖고 있던 많은 부분들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와 말레이반도 사이, 벵골만 남부에 위치한 안다만 제도는 안다만 섬과 니코바르 섬 등 2개의 큰 섬을 중심으로 한 군도로 구성돼 있다. 이 지역에는 아프리카에 기원을 둔 소수민족들이 오래전부터 거주하면서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해왔지만 영국 식민지를 거쳐 지금은 인도령 자치지역이다.
안다만은 태평양의 뉴기니 지역과 함께 인류학자·언어학자들이 인류문화의 보고로 여겨온 곳이다. 하지만 근래 외지 유입인구가 증가하고 힌디·벵골 계통 언어 사용자가 늘면서 토착 언어들은 계속 사라져왔다. 지난 석달 사이에만 안다만 제도에서 사용되는 언어 두 종류가 사라졌다. 보아가 사용했던 보 언어는 약 6만5000~7만년 전 생성된 것으로 여겨지며 지금까지 남아있던 세계 여러 언어들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된 언어 중 하나였다. 아비 박사는 “신석기 시대부터 사용해온 언어가 마침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가 30만명이 넘지만 토착민인 ‘그레이트 안다만’ 부족은 사망한 보아를 포함해 54명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 중 최고령이었던 보아는 지난 30여년간 부족민들 중에서도 보 언어를 아는 유일한 사람으로 남아있었다. 나머지 50여명 중 대부분은 전통 언어와 문화를 모르는 청소년·아이들이다.
영국 식민지와 태평양 전쟁, 일본군의 점령, 2004년의 아시아 쓰나미 등 온갖 풍파를 헤치고 살아왔던 보아는 생전에 대화를 나눌 사람이 줄어드는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마침내 자신 밖에 남지않게 되자 힌디어를 배워 의사소통을 했지만, 할머니가 불러주는 옛 노래들을 부족 아이들조차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보며 슬퍼했다고 한다.

지난 2008년 1월에는 에야크 이누이트족의 ‘나-데네’ 언어를 말할줄 아는 유일한 사람이던 마리 스미스 존스가 사망했다. 2003년 12월에는 러시아 북부 콜라반도에 사는 사미족 소수언어 ‘아칼라 사미’를 말하는 마지막 사람이었던 마르자 세르지나가 세상을 떴다. 그 전해에는 호주 원주민 소수언어인 ‘가아구주’의 유일한 사용자였던 빅 빌 네이지에가 숨을 거뒀다. 이들과 함께 이 언어들도 모두 사멸했다.
미국 비정부기구 ‘위기에 처한 언어를 위한 기금(ELF)’에 따르면 세계에서 현재 통용되는 언어 6000여개 중 절반은 이번 세기 안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휴양지 뉴칼레도니아의 하에케, 지레 등의 언어는 남아있는 사용자가 30명도 되지 않는다.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군도의 언어들 중에는 사용자가 1명밖에 남지 않아 사실상 수명이 끝난 언어들이 상당수다. 그 언어들에 담긴 역사와 인류의 지혜도 함께 소멸하는 것이다. SI는 “안다만의 몇 안 남은 원주민들은 생계를 정부지원에 의존하면서 외지에서 들어온 질병에 시달리고 알콜·약물중독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그게 왜 나인지, 그리고 왜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건지 나는 몰라요. 분명히 말하지만, 마음이 아파요. 정말 마음이 아파요…”

(마지막 에야크어 사용자였던 마리 스미스 존스)

세계의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대부분 잃어버린다 하더라도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삶의 질은 심각하게 저하될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삶의 의미 자체를 상실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니엘 네틀, 수잔 로메인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그 많던 언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중에서.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2-06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현재까지 남아있는 인류 최고(最高)의 언어’
'고'자가 그 '고'자가 아닐 텐데.. =_=.. 저렇게 되면 best의 의미.

딸기 2010-02-06 09:08   좋아요 0 | URL
아, 신문에는 제대로 나갔는데 저기는 잘못썼네요. 고쳐놓을게요

노이에자이트 2010-02-06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안다만 하면 김현희가 떠오릅니다.그리고 비행기 잔해를 찾기 위해서 출동한 한국배...
 
'불멸의 햄버거'...그 놀라운 비밀

대단한 햄버거다. 

몇해던, 아는 언니에게 들은 이야기다. 이 언니는 큰 병원 임상병리학과장인, 의학박사다.
언니네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우유 급식을 받았다.
그런데 우유가, 잘 안 상한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들이 담임선생님을 만났단다.
초등학교에 보기 드문 젊은 남자선생님이고 반골 기질이 있으신 분이었는데,
선생님도 이상하게 여긴다 하셨단다. 더운 여름날 우유를 20일 가까이 상온에 놓아두었는데 안 상했다고.
아무래도 학교 급식용 우유에는 방부제를 섞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고.
모인 엄마들 몇몇이 '이상하다' 하고 이야기를 나눴단다. 학교에도 물어보고.
그리고 며칠 뒤, 그 중 한 엄마에게 바로 그 우유회사에서 전화가 왔단다. 좀 만나자고.
누가 이른 걸까? 언니는, 순간 너무 무서워졌단다.
그리고 그 일은 흐지부지되었다고 한다.

요즘 내게도 몇가지 의문이 있다.

1. 예전엔 하루만 지나면 단단해지던 찹쌀떡이 요새는 왜 며칠이 지나도 쫀득쫀득 말랑말랑할까.
2. 예전엔 젓가락으로 들어올릴 수 없었던 도토리묵, 요새는 왜 탱탱 쫀득쫀득해서 국수처럼 잘라도 안 부서질까.

위대한 첨가제의 힘.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루체오페르 2010-02-01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전한 먹거리가 고픕니다.ㅠㅠ

카스피 2010-02-0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왜 흐지브지 됬을까요? 그것이 궁금하네요.

Mephistopheles 2010-02-0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 쫄면을 슈퍼에서 샀던 적이 있었어요. 냉장고(야채칸)에 넣고 좀 꺼내 먹다가 까먹었더랬죠.
1년이 넘게 지났는데...곰팡이 하나 안생기더군요.

토토랑 2010-02-0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트에서산 날치알.
까먹고 냉장제품을 그냥 식탁구석에 3일 뒀는데
말짱하더라는 ^^:;

딸기 2010-02-01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무시무시한 사례들이 많군요
3. 쫄면... 이거 저도 동감. 유통기한 두 달 지난 생쫄면, 울집 냉장고에 아직도 싱싱하게 살아있어요.
두달은 장난이었군요. 1년이라니.
4. 날치알... 이거 먹지 말래요. 말린거 수입해다가 색소랑 물 집어넣어 쓰는 거래요. 이것도 상온에서... 그렇군요. 이것도 불멸이었군요 -_-

나무처럼 2010-02-0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5일 집을 비웠는데 잠깐 집에 다녀온 와이프가 열흘전 친구가 사온 고구마케익이 아직 그대로더라는...

딸기 2010-02-02 17:44   좋아요 0 | URL
우와... 고구마케익도 무적의 존재로군요!!!
 

테마에 참여하기... 클릭은 했는데, 다른 분들 서재를 통해 그동안 진행과정을 아주 살짝 들여다는 봤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고 있어서 어쩐지 좀 고민이 된다.

첫째는 불매운동에 동참할지를 놓고 좀 고민이 되었고,
둘째는 - 현실적인 문제인데, 말이 불매운동이지... 나는 오래전부터 알라딘의 플래티넘 회원이지만 최근에는 돈이 엄떠 거의 뭘 안 샀다. 그래서 불매운동이라는 게 내 경우는 그냥 '나도 뜻을 같이 하겠다는 선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서...

암튼,

책이 나의 불매운동 대상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별족 2009-12-09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불매운동 안하기로 결정했는데, 최근 거물급 책들을 득템한지라 막상 살 책이 없다는.

딸기 2009-12-10 10:20   좋아요 0 | URL
우왓 거물급 책들... 서재에 올려놓으셨나요? 구경하러 가야겠어요.

별족 2009-12-10 13:15   좋아요 0 | URL
으, 거물급 책들이 그게 그게 정작 거물급 책들이라고 한 것은 그저, 읽어내려면 여러 날 걸릴 거라는 의미로다가. 강준만의 '한국현대사산책'을 질로다가, '열하일기' 완역본으로다가 삥을 뜯었어요.

딸기 2009-12-13 11:55   좋아요 0 | URL
거물급 맞는 것 같은데요 ^^

사무사무 2009-12-1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야놀러가자님...저 딸기야놀러가자님이 소장하신 책을 사고 싶은 한 사람입니다 ㅠㅠ 지금은 품절된 '국민이라는 괴물'
23살의 청년에게 깊은 생각을 심도록 그 책을 중고로 사게 해주십시오 ㅠㅠ
가격은 새책가격으로 받으셔도 감사히 사겠습니다 그러니 부디..!!부탁드립니다.
p.s : 불매운동? 누가 무슨 잘못을 한건가요??

딸기 2009-12-17 12:05   좋아요 0 | URL
불매운동은, 알라딘이 최근 파견직원을 잘라버린 데에 대해 벌이고 있는 것이고요
<국민이라는 괴물>이 절판됐군요. 그런데 어쩌죠. 이 책은 제가 소장용으로 갖고있는 것이고 또 제 남편도 읽으려고 하는 책이거든요.
니시카와 나가오가 최근 신문에도 여러번 소개되고 신간도 나오고 했으니, 혹시 다시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혹시 출판사에 전화해보셨나요? 출판사에서 보관중인 것이 있는지 한번 물어보세요.

오빠 2009-12-1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상상마당 <브뤼트>에 페트라 등등에 대해서 썼더구나. 잘봤음
 

며칠 전에 CNN방송 인터넷판 보도를 통해 접하게 된 소식입니다.

어린 소녀를 납치, 성폭행한 미국 남성이 피해 여성의 용감한 증언과 수사당국의 끈질긴 추적 끝에 19년 만에 체포됐지요. 국내 언론에도 여러 군데 보도가 됐으니 접하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미 연방수사국(FBI)이 8세 소녀를 납치해 성폭행한 뒤 살해하려 한 데니스 브래드포드(40)라는 남성을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체포했습니다. 브래드포드는 지난 1990년 텍사스주 디킨슨에 있는 한 주택에 창문을 넘어 들어가 잠들어 있던 제니퍼 슈에트(아래 사진)라는 소녀를 납치했지요. 그리고는 아이를 부근의 숲에 데려가 성폭행한 뒤 흉기로 목을 찌르고 도망쳤습니다.
범인은 제니퍼를 죽이려 한 것이지만, 다행히 소녀는 살아남았습니다. 제니퍼는 14시간 동안 방치돼 있다가 극적으로 발견돼 목숨을 건졌습니다. 사건 직후에 경찰은 범인이 현장에 남긴 속옷에서 DNA를 추출했지만 당시의 기술로는 샘플 양이 너무 적아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미궁에 묻힐 뻔했던 사건은 제니퍼가 용감하게 방송에 나와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한 ‘증언’을 함으로써 전기를 맞았습니다. 올해 27세가 된 제니퍼는 지난달 말 CNN 방송에 출연,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면서 성폭행당할 당시의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범인의 흉기에 목을 크게 다쳤고, 제니퍼를 처음 진찰했던 의사는 다시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했다고 하더군요.
제니퍼는 강인한 의지로 결국은 이겨냈고 말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기억과의 싸움’을 소개했습니다. 성폭행당할 당시의 기억이 사라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든 기억을 간직하려고 애썼다는 겁니다. “나는 그 자를 찾아내기 위해 모든 것을 기억하려고 애썼다”. 처절한 고백입니다. 그 악몽같은 일을 잊지 않기 위해, 반드시 범인을 잡고 비슷한 희생자들이 계속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과 싸웠다는 겁니다.

수사당국은 지난해 최첨단 분석 장비를 이용, 19년 전의 DNA 샘플을 다시 분석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사건이 오래 되어 수사에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제니퍼의 증언으로 용의자를 좁힐 수 있었습니다. 브래드포드는 96년 다른 범죄로 경찰에 한 차례 검거된 적이 있어, 그의 DNA 샘플이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었다네요. 경찰은 이를 비교해 마침내 그를 검거했습니다. FBI에 따르면 브래드포드는 아내와 두 자녀를 데리고 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으로 아무 일 없었던 듯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제니퍼는 범인이 붙잡혔다는 소식에 “오늘은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날”이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CNN방송이 범인 검거 뒤 다시 제니퍼를 찾아갔는데, 이 인터뷰에서 제니퍼는 “그 동안 내 삶에는 범인을 잡는 것, 그리고 나의 목소리가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의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며 “폭력범죄의 희생자들에게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이야기 뿐 아니라, 최근에 아동 성폭행(주로 납치 성폭행)의 피해자들이 외국에서 잇달아 입을 열고 있습니다. 제니퍼 사건이 보도되고 며칠 안 되어, 18년간 성폭행범에 감금됐던 제이시 두가드(29.위 사진)가 미디어에 모습을 비췄습니다.
두가드는 11살이던 91년 캘리포니아주의 집 앞에서 학교버스를 기다리다가 납치됐습니다. 범인은 필립 가리도라는 남성으로, 당시 40세였습니다. 가리도는 자기 집 뒤뜰에 있는 간이 텐트에 두가드를 가둬놓고 오랜 세월 성폭행을 했고, 두가드는 감금상태에서 그의 두 딸까지 낳았습니다. 담장이 높게 쳐져 있어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두가드와 딸들은 병원이나 학교에도 가지 못한 것은 물론, 햇볕도 제대로 쬐지 못했다는군요.

두가드와 딸들이 구출된 것은 지난 8월입니다. 가리도가 UC버클리대 앞에서 경찰의 검문에 걸렸는데, 신원조회 과정에서 가석방 상태인 성폭행범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 때 두가드가 낳은 두 딸을 데리고 있었는데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수색 끝에 두가드를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감금돼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살아온 두가드는 물론, 역시 정상적인 환경을 접하지 못한 두 딸도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심리치료가 필요했습니다.
다시 가족들을 만나고 두달 가까이 안정을 취해온 두가드는 피플지 최신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심경을 고백했습니다. 밝게 웃는 모습이었고요. 악몽을 지우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승마, 요리를 하며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일상생활에 생각보다는 빨리 적응하고 있고, 사회와 등지는 대신 자신의 고통스런 경험을 알리고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고 하네요.

이달 초에는 엘리자베스 스마트(21)라는 여성이 성폭력 피해 경험을 법정에서 공개했습니다. 스마트는 2002년 자기 집에서 잠을 자다가 납치를 당했습니다. 당시 스마트는 14살이었고요. 납치돼 9개월 동안 나무에 묶인 채 정신병적인 성폭행범에게 끊임없는 폭행을 당했습니다.
“저 사람은 악마입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를 성폭행했습니다.” 범인은 브라이언 미첼이라는 남성이었는데요. 뻔뻔하게도 미첼과 변호인은 ‘심신미약’을 이유로 중형을 모면하려 했다고 합니다(이런 사건에서 한국의 법원은 범인의 주장을 인정해 ‘감형’을 해주었지요).
스마트가 고통스런 과거의 기억을 털어놓은 것은, 이 파렴치한 범인을 그냥 둘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는 직접 법정에 나와 범인이 자신을 묶어놓고 멋대로 ‘결혼식’을 치른 뒤 성폭행했던 사실, 어린 자신에게 약물과 술을 먹이고 폭행한 사실 등을 모두 증언했습니다. 스마트는 집 근처 캠프장에 묶여있었는데, 지나가던 모터사이클 운전자에게 극적으로 구출돼 화제가 됐었다고 합니다.





스마트 사건을 계기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프로텍트(PROTECT) 법’이라는 것을 통과시켰습니다. 성범죄 전과자가 어린이를 납치 혹은 학대할 경우 의무적으로 종신형을 선고하고 공소시효를 없애는 내용의 법이었습니다. 당시 부시는 스마트를 백악관에 특별 초청해, 그가 보는 앞에서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두가드가 용감하게 모습을 드러내자 스마트는 언론을 통해 같은 고통을 공유한 사람으로서 도움말을 건넸습니다. “끔찍한 과거가 당신의 남은 인생까지 삼켜버리지 않도록 하세요, 당신을 사랑하고 도우려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 사건도 빼놓을 수 없지요. 지난달 유명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30여년만에’ 스위스에서 붙잡혔습니다. 영화계의 거장이라는 이유로 프랑스, 스위스 등이 석방을 요구하고 그를 편드는 영화인들도 많았습니다. 뒤늦게 왜 체포했는지를 놓고도 말이 분분했지요. 그러면서 외신에는 또 이런 기사도 실렸습니다. “당시의 피해자도 지금은 폴란스키 체포를 원하지 않는다”는.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왜 지금 잡았느냐’가 아니고 ‘왜 지금까지 안 잡았느냐’가 돼야 하는 것 아닐까요. 유명인이든, 재주 많은 사람이든, 거장이 됐든 예술가가 됐든 범죄자는 범죄자입니다. 재주 있다고 용서해주면, 더군다나 어린이를 상대로 한 파렴치한 짓을 용서해주면 그게 과연 사회에 ‘예술적으로’ 도움이 될까요?
폴란스키에 성추행당한 피해자 사만다 가이머는 지금은 세 아들을 둔 어머니로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이 사건이 ‘종결’되지 않아 그동안 숱한 괴로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그만하자, 폴란스키 사건을 이제는 끝내달라”고 말하기까지 그녀가 그동안 해왔던 발언들부터 들여다봐야할 것 같습니다.

<위클리경향> 기사를 인용해볼게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사디 도일은 9월30일자 칼럼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가이머의 말이 품고 있는 진짜 의미를 많은 사람이 가해자를 옹호하기 위해 제멋대로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일은 가이머가 1997년 <피플>지와 한 인터뷰를 거론했다.
"취재기자들과 사진기자들이 학교로 몰려와 타블로이드지에 내 사진을 싣고는 '어린 롤리타'라는 설명을 달았다. 그들은 모두 '13살 요부에게 걸려든 불쌍한 폴란스키'라고 말했다.… 더 지독했던 건 사람들이 모두 엄마 잘못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20년 전 나에 관해 나온 모든 말은 끔찍했다."
가이머는 앞에서 말한 2003년 LA 타임스 기고에서도 "이 일에 대해 다시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때때로 나는 그와 나 모두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느낌에 사로잡힌다"면서 세간의 호들갑으로 인해 지금의 평화로운 삶이 깨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그는 또 "안타까운 것은 1977년에 내게 일어난 일이 지금도 날마다 소녀들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폴란스키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나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사람들의 관심이 정말로 필요한 이가 많은데 모든 관심이 내게 쏠리는 상황은 내게 죄의식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도일은 "폴란스키를 처벌하는 것은 성폭행에 대해 관용이란 없으며,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주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면서 "용서는 사적인 행위이다. 그러나 사법 시스템의 목적은 법을 어기는 사람은 그 누구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며, 법이 내리는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썼다.



끔찍한 폭력의 악몽과 싸우면서 용감하게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놓은 그녀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더불어, 우리가 배우고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드팀전 2009-10-2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회사에서 퇴근 안시켜줍니까..ㅋㅋ 이름이 바뀌었어요.

딸기 2009-10-22 14:15   좋아요 0 | URL
아뇨 퇴근은 잘하는데, 집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예요 ㅋㅋ

토토랑 2009-10-22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쿸 좋아하는 사람들이 프로텍트 법은 좋아하지 않는지~
꼭 좀 도입되었으면 좋겠네요 !!

딸기 2009-10-22 13:59   좋아요 0 | URL
저도요!
 


【앵커멘트】
안양교도소가 故 노무현前대통령의
구속 입감에 대해해 특별팀을 
구성하고,극비리에 독방을 만들려
했던 것으로 OBS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당초 알려진 검찰의 '노前 대통령 
불구속 기소'방침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고영규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터】


안양교도소는 지난 달 중순, 
보안관리과 A 모 교도관을 팀장으로 
5~6명의 TF팀을 구성했습니다.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의 구속 입감을 극비리에 준비하기 위해섭니다.

노 前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지 보름이 지난 시점이고,서거하기 일주일 
전 입니다.

교도소 측은 2평 남짓한 6.6 ㎡의 독방시설로는 전직 대통령을 수감하기 어려워,6평 정도인 
20 ㎡의 새로운 독방을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심리적 예우를 고려한 
겁니다.

【싱크1】안양교도소 관계자
    시설이 없으니까 들어오게 되면 독거시설에
    수용하는 거였고.../

통상 대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관할 서울구치소에 입감됩니다.

하지만,故 노 前 대통령의 경우 형 노건평 씨와 측근인 정상문 전 비서관이 서울 구치소에 
수감돼 있어,이들과 분리 수용하기 위해 
안양교도소를 택한 것입니다.

【싱크2】안양교도소 관계자
       서울에는 형도 있고,같은 관계인이 많이 
       수감됐으니까 안양으로../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노 前 대통령 서거 직후에 보도된 검찰 방침은
"애초부터 불구속 기소"였다고 알려졌기 때문입
니다.

사실이라면,검찰이 불구속을 검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법무부는 구속을 상정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자칫,법무부가 검찰 지휘권을 행사하려 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입니다.

【클로징】
"취재가 시작되자 안양교도소 측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OBS뉴스 고영귭니다."


---


기소도 안 된 사람을... 독방부터 준비?

이명박 정부는 대체 국민들을 어디로 몰아가려고 하는 걸까.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09-06-1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잠들기 전에 이 글 보고서 잤더니 꿈에 노통이 나왔어요. 깨고 나서 어찌나 마음이 안 좋고 찝찝하던지요.
한숨으로 태산을 만들 것 같아요.ㅜ.ㅜ

[해이] 2009-06-19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머큐리 2009-06-2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구적 이성의 판단에 따른 실용성의 극대화....결론은 미친짓만 하는거고....실용주의의 실체는 광기다

딸기 2009-06-2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기 맞는 것 같습니다.
PD수첩 작가 이메일 꺼내서 저 난리를 치는 것 보면.
이 나라 국가권력이 총동원돼 '작가의 이메일'과 싸우는 꼬라지.

어느멋진날 2009-06-20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그냥 작정을 했던 것 같아요. 너무 무섭네요ㅠ

2009-06-22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9-06-23 14:05   좋아요 0 | URL
불편하다뇨! 무슨 말씀을! ^^
그런데 저는 안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괜히 시비나 붙지 않을까 싶어서요.
암튼 고생 많으시네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