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 4번 양 라임 그림 동화 11
마르가리타 델 마소 지음, 구리디 그림, 김지애 옮김 / 라임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무슨 편지였을까?>

너무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만났다. 스페인 작가가 쓴 ˝고집불통 4번 양 ˝이란 그림책이다. 누구나 밤에 잠이 안 와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 양 세 마리~~˝를 세어본 경험이 있을 테다. 매우 흔한 이 소재로 그림책을 만들다니!!! 내용도 좋고 단순하지만 부드러운 그림 스타일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양으로 살아가는 건 엄청 쉬워.
놀고, 먹고 , 자고 ...
아, 한 가지 더 있다.
아이들이 잠 못 이룰 때 호출당하는 거! ˝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양들은 거의 매일 밤 미구엘에게 호출을 당한다. 호출을 당하면 순서대로 허들을 폴짝 뛰어넘으면 되는 거다. 그런데 4번 양이 반기를 든 거다. 허들을 뛰어넘기 싫다는 거다. 양들은 ˝왜 우리한테 골칫거리가 끼어 있다니˝ 하며 4번 양을 향해 생각 같은 거 하지 말고 하란 대로 하라고 윽박지른다.

싫다고 끝까지 버티는 4번 양과 다른 양들이 티격태격할 때 우편배달부가 4번양에게 편지 한 통을 전해준다. 미구엘이 발신인이었다. 그 편지를 읽은 4번 양은 허들을 높이 뛰어 올랐고 양들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하나 더 신기한 건 그 날 이후 미구엘이 더이상 양을 부르지 않았단다. 도대체 편지에 뭐라고 적혀 있었던 걸까!!!

인간 사회에도 4번 양 같은 부류가 꼭 있다. 4번 양처럼 딴지를 걸듯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게 일반적이다. 다수의 사람은 이런 사람을 다르다 생각지 않고 틀리다로 생각하여 결국 낙인을 찍곤 한다. 양들이 4번 양을 향해 ˝고집불통˝이란 형용사를 붙여준 것처럼 말이다. 일반적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을 보면 흔히 하는 행동들이다. 그건 아이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년 전 6학년 담임할 때다. 다른 남자애들과는 달리 체육보다는 음악, 미술 , 독서를 좋아하는 애가 있었다. 이 아이와 다른 남학생들과의 반목이 너무 노골적이라 그걸 1년 내내 중재하였다. 일반적 남학생과 다른 관심과 취미를 가진 그 아이를 다른 애들은 이해는 커녕 놀리고 따돌리고....그 아이를 보면서 내가 저 상황이면 진짜 학교 오기 싫겠다 싶은 적이 많았다. 같은 반에 친구로서 이 아이를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친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나마 아이를 적대시하지 않는 몇 명의 남학생과 누나 같은 여학생들이 있어서 완충제 역할을 해줘서 1년을 무사히 보냈다. 맨날 학폭위에 신고한다고 했었다. 중학교 가서 적응 못할까 불안했는데 그럭저럭 지낸다고 한다.

그림책에 나오는 다른 양들의 태도를 보며 반성하게 된다.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양식을 가진 사람을 대하는 태도 말이다. (엊그제 학교 갔다가 좀 튀는 패션과 화장을 한 샘을 보고 속으로 선긋기를 했더랬다.) 그런 태도로는 4번 양을 변화시키지 못했다.오히려 역효과만 나고 더 완강하게 만들었다. 서로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미구엘의 편지가 4번 양의 마음을 감동시켜 허들을 넘게 했다. 대인관계에서 이런 게 정말 필요한 것 같다. 타인에 대한 몰이해 및 선긋기는 해결방법이 아니다. 미구엘의 편지가 4번 양의 마음을 감동시킨 거라고 생각한다. 편지 내용이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길...

미구엘이 매일밤 양들을 호출했던 걸 볼 때 미구엘이 마음이 불안정한 아이였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라.미구엘에게도 큰 변화가 생긴 거다. 더불어 불면증도 사라졌고.

마지막 미구엘 그림을 보면 4번 양의 행방을 알게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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