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문의 기적 일공일삼 67
강정연 지음, 김정은 그림 / 비룡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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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담임하는 아이들 중에 가족을 잃은 경우를 보곤 한다.

지금 우리 반에도 아주 어릴 때와 바로 작년에 아빠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아이가 둘 있다.

요즘은 가정환경조사서를 예전처럼 자세히 쓰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가 담임한테 가정사를 오픈하지 않을 경우,

이런 사정이 있어도 1년이 지나도 모르고 지나간다.

그게 과연 좋은 것인지는 각자 판단에 맡긴다.

난 아이의 가정환경을 알아야 아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주의이지만.

위 아이들은 어떻게 하다보니 가정사를 알게 되었다.

 

아주 어릴 때 아빠를 잃은 아이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해 반 아이들과 매번 갈등이 생긴다.

집중력도 매우 약하고 학습력도 뒤쳐지는 편이다. 특히 국어가.

아이들이 말하는 비호감 캐릭터이다.

 

작년에 아빠를 잃은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긍정적이며 매사에 모범적이다.

 

두 아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개인적 기질이나 성향도 있겠지만

두 아이가 가족을 잃는 큰 슬픔을 경험했을때

그걸 극복한 과정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다른 가족의 관심과 사랑에서 큰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전자의 아이는

아이의 엄마가 남편이 사망했을 때 본인의 나이도 어려 본인의 슬픔 조차 감당하지 못했던 것 같다.

엄마가 우울증이 와서 그 어린 아이를 마음을 다독거려 주지 못했다.

한마디로 자신의 슬픔에 갇혀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고 한다.

아이를 많이 윽박지르고

아버지 없는 아이라 손가락질 받을까봐 감싸주기보다 매섭게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야 할 시기를 놓쳐 버렸고

산만하고 거칠며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되어 있었다.

반 아이들과 트러블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절차였을 것이다.

게다가 엄마가 재혼을 하여 동생이 생기면서 또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동생에게 옮겨가며

아이는 또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아이의 감정이 회복되기도 전에 아이는 계속 엄마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더 문제행동을 하게 되었고 그게 지금 4학년까지 지속되고 있었다.

학부모 상담을 통해 난 어머니께 더 늦기 전에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조심스레 건네봤다.

엄마가 보기에도 아이가 많이 집중력이 약하고 친구들과 빈번하게 갈등이 벌어지기 때문에

2학기부터 상담을 받기 시작하였다.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좋아지기를 기대하진 않는다.

그동안 가족과 선생님, 반 친구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그 아이가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없다.

다만 상담을 통해 자신의 속 이야기를 꺼내 놓고 아이가 받았던 상처가 조금씩 아물기를 바란다.

그 아인 여전히 교실 내에서 친구들과 물과 기름처럼 지내지만 조금씩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끝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과잉행동을 하곤 한다.

하지만 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느끼고 있다.

아빠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엄마와 아이가 같이 심리상담을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자신의 껍질을 깨고 스스로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

울 반 아이들은 그 아이의 그런 상처와 아픔을 모르고

그 아이가 보여주는 행동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여전히 그 아이를 싫어하고 그 아이가 하는 행동마다 뭐라고 훈수질을 하곤 한다.

그러지 말라고 매번 타이르지만

저학년 때 굳어진 그 아이에 대한 이미지가 쉽게 바뀌어지지 않는가 보다.

친구들도 여전히 어리고 미성숙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담임으로서 매번 강조한다.

너희가 그 아이를 먼저 감싸주라고 말이다.

그러면 그 아이도 감동하여 달라질 거라고.

 

작년에 아빠를 잃은 아이는 너무 티가 안나  전혀 몰랐다.

그런데

한 학기를 함께 지내면서 아이가 전혀 아빠 이야기를 하지 않아

긴가민가 하고 있다 학부모 상담을 통해 사정을 듣게 되었다.

아빠가 아파서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아이는 정말 씩씩하게 잘 자랐다.

엄마와 할머니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던 탓일 거라 짐작한다.

무엇보다 긍정적이고 씩씩하고 자존감도 높고 집중력도 좋아 모범생이다.

배려심도 많아 친구들과도 전혀 트러블이 없다.

전자의 아이와 너무 대조적이다.

 

두 아이의 예를 보면서 이 책이 정말 가슴 깊이 와 닿았다.

특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 아이가 이 책의 주인공과 매우 닮아 있다.

옆반에도 주인공과 똑같은 생활을 하는 아이가 있어 그 아이도 떠올랐다.

아버지가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아들을 돌보지 않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살아가니

아들은 어느새 학교의 문제아가 되어 있었다.

좀더 성숙한 아빠였다면 아이를 그리 방치하지 않았을텐데...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니

자녀라 할지라도 짐처럼 느끼고 삶 자체가 고통이었던 것 같다.

 

그런 두 부자에게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

교통사고로 죽은 엄마가 엄지 공주 같은 요정으로 나타나 72시간을 함께 살게 된 것이다.

아내와 엄마를 그렇게 별안간 떠나보내고

마지 못해 살았던 두 부자의 지난 1년은 정말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72시간.

과연 다시 뭉친 이 가족은 무슨 일을 하며 그 황금 같은 시간을 보낼까.

부자는 엄마가 떠나기 전처럼,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난 아직 가까운 가족을 잃어본 경험이 없다.

다만 내가 담임한 아이들이 가족을 떠나보낸 것을 간접적으로 보면서

가족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프고 슬픈 고통인지 짐작이나마 하고 있다.

내가 담임을 하는 동안에 엄마가 투신 자살하는 경우도 지켜봤고,

엄마가 지병으로 갑자기 돌아가시는 경우도 봤다.

겨우 1학년과 3학년 아이였다.

그 아이들이 엄마의 죽음과 부재를 어떻게 견뎌내는지 한 발 떨어져 볼 수 있었다.

씩씩하게 잘 버티는 아이와 가정이 있는 반면

이 책의 주인공 가정처럼 뿌리째 흔들리는 가정도 있었다.

아이를 가르치는 담임의 입장에서

그래도 어른이 아이보다는 좀더 성숙하니까(어른이니까)

아이를 봐서라도 힘을 내고 용기를 내어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그래야 아이도 엄마(아빠)를 의지하며 힘든 시기를 잘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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