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 시간에 성역할, 성차별 사례, 양성평등 등등에 대해 배우고 있다.

오늘은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그럼 먼저 우리 교실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양성평등 교실을 만들기 위해

지켜줬으면 하는 규칙을 하나씩 생각해서 말해보자 하였다.

 

어떤 남학생이 놀이를 할 때 남자 따로 여자 따로 논다는 말을 하였다.

이에 봇물 터지듯이 여기저기 그동안 서운했던 게 쏟아져 나온다.

다 들어보니

많은 아이들이 피구할 때나 자유 놀이 할 때 심지어 공부 시간에 뭔가를 시킬 때도(교과 시간)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한다는 것에 불평을 토로하였다.

 

그럼, 우리 교실에 양성평등 점수가 몇 점 정도일까? 물어봤다.

물어보자 대부분이 80점 이상이라고 말했다.

아까 불만을 토로한 그 남학생은 60점이라고 해서 왜 그렇게 점수가 낮냐 물어보니

여자 애들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다행스럽게도 나로 인한 민원은 하나도 없었다. ㅎㅎㅎ

순전히 저희들끼리 아옹다옹

결정적인 것은 피구 대회였다. (주로 남학생들끼리 북치고 장구 치고 했기 때문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60점 이하라고 말한 그 녀석이 피구할 때 공을 독차지한 녀석이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 그 아이는 원래 불평불만이 많은 아이이다. )

 

그래서 갑자기 학급회의 모드로 전환하게 된 거다.

 

으흠~~~

지난 번 피구 대회를 할 때 남자애들만 패스를 하는 문제와

점심 시간 자유 놀이를 할 때 동성끼리 노는 게 문제인 듯하였다.

 

잠깐,

여기서 구분지어야 할 필요가 있는게 반 대항 피구와 우리 반 끼리 하는 피구였다.

애들에게 물어봤다.

 

반 대항 피구대회에서

(다음 주부터는 발야구 대회를 할 터인데....)

친구를 배려해서 (양성평등에 입각하여) 공을 골고루 분배하는 게 맞을까?

 

아이들 고개가 갸우뚱.

 

예를 들어보자.

울 반이 남녀 혼성 발야구 팀이 되어 올림픽 대회에 나갔다.

일반적으로 남자가 기량이 뛰어나다. 이건 인정해야 한다. 남녀의 차이점이다.

그런데 양성평등을 하는 차원에서 올림픽 대회에 나가서

기량이 남자보다 떨어지는

여자에게도 공을 패스하는 식으로

공평하게 공을 분배한다면

과연 그 경기에서 상대국에게 이길 수 있을까?

 

아이들 조~ 용!!!

 

그렇다.

올림픽처럼 대회라는 상황은 다른 것이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잘하는 사람에게 패스를 해서 우리팀이 이기도록 서로 협력하는 게 맞는 거다.

이런 중요한 대회에서 양성평등이라고 해서 공을 일정하게 남녀가 주고받는 게 양성평등이 아니다.

다른 건 다르게, 같은 건 같게

그게 진정한 평등이다.

 

만약, 다음주에 발야구 대회를 시작하는데

우리 반 친구들이 양성평등에 입각하여 공을 잘 못 잡는 여학생에게도 공을 잡을 기회를 골고루 주다

공을 놓쳐(수비를 제대로 못해서)

다른 반에게 지게 되면 행복할까?

그 상황을 감내할 수 있을까?

원망 안 할 수 있을까?

후회 안 할까?

그 순간을 즐겼으니 괜찮을까?

 

아이들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왜? 이건 승부가 있는 반대항 대회이고, 그런 대회는 잘하는 친구에게 공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발야구가 서툰 친구들이 그걸 차별이다 서운하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그렇게 정정당당하게 경기해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기면 친구들 모두 기쁘고 성취감도 생기는 게 아닐까?

 

반면,

우리 반 끼리 피구나 발야구할 때는 남녀 차별 없이 골고루 공을 잡게 하는 게 좋겠다.

여자친구들이 불만이 많으니까 말이다.

잘하는 남자애들만 계속 공을 잡고 있으면 당연히 불만이 생긴다.

공을 좀 놓쳐도 어떤가.

좀 실수해도 어떤가.

자유 놀이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여자끼리 놀고 있는데 남자가 와서 " 같이 놀자" 했는데

" 안 돼, 넌 남자라서 말이야" 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 정도만 지켜주고 배려하면 훨씬 불평 불만이 줄어들 것 같다.

여자도 축구하고 싶을 때가 있고

남자도 공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같이 놀고 싶다고 왔는데 거절하는 것은 남녀를 떠나 예의가 아닌 것이다.

 

손 잡는 문제도 그렇다.

옆 사람 손잡을 때 옷 소매를 주욱 늘려서 손 잡는 상황은 당하는 입장에서 아주 기분 나쁜 것이다.

그런 모습 보여주면 상대방이 상처 받는다.

 

하지만

4학년 정도 되면 동성끼리 노는 걸 좋아하는 시기이다.

남자끼리 놀려고 하는 것, 여자끼리 놀고 싶어하는 그 마음 또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

제 1 사춘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관심사가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여전히 남녀 섞여 놀기를 원하는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는 점을 알아두자.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배려의 첫 걸음이다.

 

평등이란 무조건 똑같이가 아니라는 점.

그 점만 알고 있어도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문제가 그렇지만

나부터 시작해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 또한 명심하자.

 

우리 교실에서 양성평등을 실천하고 경험한다면

가정에서

나아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양성평등을 이룩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당장 출석번호부터 고쳐야 한다.

왜 남자는 1번부터 시작하고

여자는 51번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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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0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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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1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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