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풀꽃도 꽃이다 - 전2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한민국 교육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교육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드디어 우리 시대 최고 작가인 조정래 씨가 교육 부분을 건드렸다.

얼마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교육부 관계자의 국민을 향한 " 개, 돼지 " 발언에도

소신 있는 발언을 한 분이기에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현실을 직시하라고

더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개혁해야 한다고

그리하여 우리 아이를 구원해야 한다고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신 게 오롯이 느껴진다.


풀꽃도 꽃이다 1-2권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그래도 사립고등학교 국어 교사 강교민이다.

작가는 "강교민 "이라는 이름에 이 책의 주제가 들어있다며 서문에 퀴즈를 주셨다.

책을 다 읽고나서 한참을 생각해도 " 강 " 자의 뜻이 떠올려지지 않았다.

강력한? 강요하지 않은? 강제가 아닌? 도대체 뭘까?

그러다 어제 조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보며 알게 되었다.

"강교민"

강력한 교육 민주화의 줄임말이다.

강력한 교육 민주화의 방법은 무엇일까?


"한 해 동안 학교를 떠나는 아이는 모두 7만명,

1년에 40조가 꿈틀대는 교육 시장

일평균 학습 시간 10시간

일 평균 자살 하는 학생 1. 5명"


이런 수치를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교육은 아주 절망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헬 조선이 따로 없다.

이 속에서 무슨 희망의 끈을 붙잡을 수 있을까!

조 작가는 어떤 해법을 제시하고 있을까!


주인공은 아까도 말했듯이 국어 교사 강교민이다.

국어를 가르친다는 설정이 의미심장하다. (영어도 수학도 아니다.)

강교민은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을 연상시킨다.

키팅 선생도 문학을 가르쳤다.

강교민은 가장 이상적인 교육자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정의롭고, 실력 있고, 따뜻한 그런 교사이다.

조 작가의 특색 답게 정말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어떻게 그 많은 인물을 설정하는지...게다가 그 인물들이 서로 씨실과 날실처럼 교묘하게 엮여져 있다.

역시 대작가이구나 싶다. 

여러 인물을 매개로 하여 교육과 관련된 모든 암울한 일이 벌어진다.

그때마다 강교민은 수퍼 히어로처럼  등장하여

하나하나 슬기롭게 해결해 나간다.


가장 주축을 이루는 사건은 강교민의 고등학교 친구인 유현우의 아들 자살 미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천만다행으로 자살을 암시하는 유서를 미리 발견한 친구는 동창생 강교민을 찾아온다.

유지원 학생은 왜 자살을 결심했을까?

공부만 강조하는 엄마 때문이었다.

자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A  가 아닌 B  급인데 

 A  가 되길 무조건 강요하는 엄마 때문에

그런 엄마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했던 거였다.

유서에 엄마를 죽일 수는 없기에 자신이 죽는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강교민은 세 가족을 각각 따로 만나 면담을 하면서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결국 엄마가 욕심을 버리는 수밖에 없다.

아이가 엄마 때문에 죽겠다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나?

아빠는 그럼 잘못이 없냐고? 아니다.

돈만 벌어오는 기계였던 아빠부터 나무라는 강 선생, 보는 내가 속이 다 시원했다.

아이의 양육은 전적으로 아내에게 일임해 버리고 자신은 경제적인 부분만 책임지면 괜찮다는 생각, 

버려야 한다. 아빠들도 달라져야 한다.

면담 결과, 지원이는 그토록  바라는 대로 대안학교로 가게 된다.

마지막 부분에 대안 학교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지원이의 모습이 재등장하는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지원이가 행복해 보였다.

우리 아이들이 대안학교에 굳이 가지 않더라도

부디 지원이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즐겁게 공부하길 바란다. 

꼭 아이가 죽음의 문턱까지 가서야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부모의 어리석음과 과욕이 잘 드러난 이야기였다. 


조 작가는 우리 시대에 있었던 교육관련 사건을 인용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작금의 상황이 얼마나 뒤틀려 있는지 절감하게 한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였던 여러 사건이 책에 등장한다. 마치 뉴스를 보는 것처럼 세세하게 들려준다.

한 가지 예로 몇 년 전 있었던 사건으로 

고 3 남학생이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존속살해 사건은 정말 세상을 뜨겁게 달궜고 매스컴은 그 학생을 연일 패륜아로 보도하였다고 한다.

그 아이는몇 년 동안 공부 때문에 어머니로부터 지속적으로 학대, 감금. 구타를 당해왔다고 한다.


하나 더

작년인가 나왔던 잔혹(?) 동시 하나를 소개한다.

모두들 기억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스컴은 이 아이 또한 패륜으로 몰았다. 어떻게 초3이 그렇게 잔혹한 시를 쓸 수 있느냐 난리가 났었다. 

동시집은 전면 수거된 걸로 알고 있다. 


위 두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지면 항상 그 현상만을 크게 생각하지

그 이면에 감춰진 것을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왜 그 아이가 어머니를 살해하게 되었는지

왜 그 아이가 그런 동시를 썼는지

그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 볼 생각을 안 한다.

아이가 부모한테 한 것은 패륜이고

부모가 아이한테 한 일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초반 강교민 선생이

기말 고사 성적이 공개되고 우울해 하는 반 아이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칠판 가득 써주는 말들이 있다.

구구절절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서

나도 자녀와 우리 반 애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영국 교육가 닐의 말이 있다.

위 두 사건의 아이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 이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 문제 가정, 문제 학교, 문제 사회가 있을 뿐이다. ".


교육의 3주체를 보통 학생, 학부모, 교사라 한다.

책에는 지원이를 비롯한 다양한 학생이 나온다.

부모와의 갈등 문제

가정 문제

진로 문제

성적 문제

왕따,은따, 스따 등의 학교 폭력 문제 등.

각각의 고민을 안고 있는 학생이 등장한다. 

그렇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다 흔들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모두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화려한 장미가 아니더라도

풀꽃도 꽃이다. 


또 다양한 학부모의 모습이 나온다.

아이를 이해하고 격려하기 보단 지원이 엄마처럼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자신의 욕심대로 양육하려는 부모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책에서 나온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은 

글쎄~~ 대장장이 아저씨와 강교민 선생 정도?

몇 년 전 각광을 받았던 학부모  vs 부모  공익광고를 떠올려 보시길.

난 지금

학부모인지 부모인지...


책에는 다양한 교사도 등장한다. 

하지만 학부모와는 대조적이다. 

강교민처럼 아주 정의롭고 이상적인 교사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가르치는 교사도 나오지만)


교육의 3주체를 비교해볼 때 학생, 학부모에 비해

교사의 모습만  굉장히 이상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왜일까?


내가 내린 결론은  작가가 교육을 바로 잡을 가장 강력한 주체가 교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교육의 3주체가 각자의 역할을 잘 감당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학부모와 아이는 혈연으로 엮어져 있어

객관적 거리 두기가 잘 안 된다.

부모는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아이는 스스로 자립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부모한테 의지하고...

솔직히 나도 부모이지만 아이문제만큼은 객관적인 입장이 되기가 참 어렵다.

그게 되어야 아이도 나도 행복한데 말이다.

그래서 교육의 3주체 중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모든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아이를 지도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교사라는 거다.

그런 맥락에서 

뒤틀린 교육 현장을 바로잡을 핵심으로 교사를 내세운 게 아닌가 싶은 거다.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해석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은 달라진다.

최상류 사립고등학교에서 공부만을 강요당한 채 자신이 잘하는 게 무엇인지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생각하지 않고

부모 말씀에 오로지 순종하던 아이들이 

키팅 덕분에 반항(?)적으로 달라진다.

드디어 자아를 찾고자 노력한다. 

난 "풀꽃도 꽃이다" 에서 조 작가가 말한 " 강력한 교육 민주화"를 위한 대안은

바로 교사 한 명 한 명 이라고 읽었다. 

물론 정책, 제도, 사회적 분위기, 학부모, 학생 모두 달라져야 하겠지만

그 정점에 교사의 혁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 한 명 한 명이 강교민이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작금의 사태를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나처럼 해석하면

교사로서의 책임감이 지금보다 갑절 커져 어깨가 무거워진다. 

강교민 같은 교사가 많아지면 그래도 우리 교육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할 말은 너무 많지만 이제 끝맺고자 한다.

6학년 1학기 사회 시간 동안,  국사를 공부하였다.

우리나라는 위기의 순간마다 가장 강조한 것이 

바로 " 교육 " 이었다고 한다.

특히 우리 반 아이들과 이회영 일가족이 

전재산을 기부하여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인재를 양성한 부분을 공부할 땐

모두 숙연해졌다.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

헬조선이란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단다.

바로 잡아야 한다. 

잘못 되었다 비난만 하지 말고

지금 내가 처한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 나갔음 좋겠다.

학생으로서

부모로서

교육관계자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그것이야말로 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원해 줄 유일한 방법이란 걸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이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 문제 가정, 문제 학교, 문제 사회가 있을 뿐이다. - 교육가 닐-

학교에 다니는 것은 지식을 쌓는 것만이 아니라 한평생 신명 나게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해 내기 위해서다.

이 세상에 귀하고 천한 직업은 없다. 도둑질과 사기가 아닌한 그 어떤 직업이든 소중하고 존귀하다.

성공한 인생이란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고 그 일을 한평생 열심히 즐겁게 해나가고, 그리고 사는 보람과 행복을 느끼며 노년을 맞는 것이다.

인생은 연극이다. 그런데 그 연극은 극작가도, 연출가도, 주인공도 자기 자신이면서, 단 1회의 공연일 뿐이다.

1권 49쪽

민주주의는 교실에서부터( 문병란)

민주주의는
교실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교사는 진실을 말해야 하고
학생들은 그 진실을 배워야 한다
교단은 비록 좁지만 천하를 굽어 보는 곳
초롱한 눈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
자유로이 묻고
자유로이 대답하고
의문 속에서 창조되는 진리
아니오 속에서 만들어지는 민주주의
외우는 기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일등짜리만 소용되는 출세주의 교육
꼴찌를 버리는 교육이어서는 안 된다
일등하기 강박 관념에 시달리다 음독 자살하고
참고서 외우는 죽은 교육 싫어서 목을 매달고
점수에 납작 눌려 있는 초조한 가슴들
교실이 감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친구의 목을 누르는 경쟁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이면 오손도손 정이 익어 가고
눈과 눈들이 별이 되는 꽃밭
서로의 가슴에 사랑의 강물이 흐르는
교실은 너와 내가 하나 되는 공동체
각기 다른 빛깔로 피는 꽃밭이어야 한다

2권 377쪽


경쟁 아닌 협력
주입 아닌 토론
배제 아닌 배려

2권 336쪽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교도소에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출석부라는 죄수 명단에 올라
교복이라는 죄수복을 입고
공부라는 벌을 받고
졸업이라는 석방을 기다린다.

2권 44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8-08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9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