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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는 열두 살! ㅣ 라임 어린이 문학 12
톰 맥로힌 지음, 김선희 옮김 / 라임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총리가 열 두 살이라고? 이런 일이 가능해?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얼마 전 실시한 영국 국민 투표 결과로 인하여
영국은 결국 EU에서 탈퇴하였고 그 후,
세대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전해진다.
이 책은 영국이 배경이다.
책에서도 세대 간의 갈등이 다뤄지고 있다.
기성 세대와 청소년 세대의 갈등과 대립은 어느 시대건 존재하는 것 같다.
공원 관리지기인 엄마를 둔 조는
갑자기 엄마의 일터인 공원이 고층 빌딩으로 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공원을 살리고 엄마의 일자리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조 앞에
퍼시벌 총리가 나타난다.
바로 조가 다니는 학교를 방문한 것이다.
평소에 얌전하고 수줍음 많던 조는 총리한테 "공원을 내버려두세요" 라고 말하지만
총리가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자
총리를 향해 큰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참 나, 그 입 좀 다무시지.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멧돼지야!"
라고 말이다.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깜짝 놀란 사람들이 일제히 조를 쳐다보고 그제서야
말할 기회를 얻은 조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 제 말을 좀 귀담아들어 달라고요. 그래야 공원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오 분이면 돼요. 총리님은 저한테 소리만 질렀잖아요. 그건 옳지 않아요.
정치인은 우리한테 뭘 하라고 요구하면 안 돼요.
우리가 정치인한테 뭘 하라고 요구하는 거라고요!
정치인들은 우리를 위해 일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우리가 정치인들의 월급을 준다고요.
그런데 우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공원을 없앨 수가 있지요?"
와~ 우 대단한 초등학생이다.
총리한테 이런 말을 하는 용기가 참 대단하다.
이 대사를 읽을 때 뭔가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조가 총리를 향해 할 말 다하는 동영상이 유투브에 방영되고
조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여세를 몰아 여론은 조를 총리 자리에 앉히자고 하고
이게 현실이 되고 만다.
국민의 행복 따윈 관심 없었던 퍼시벌 총리는
머리 복잡한 총리직에서 벗어날 기회구나 싶어
얼씨구나 좋다 하고
조를 자기 대신 총리 자리에 앉히고 자신의 어릴 적 꿈인 기관사가 되기 위해 떠난다.
총리가 된 조는 행복할까!
공원도 지킬 수 있고, 자신이 만들고 싶어 하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면 되고...
권력과 부를 거머쥐면 행복한 걸까!
우린 살면서 가끔
아이는 시험이 없는 어른이 되고 싶어하고
어른은 아무 걱정 없는 아이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역할이 바뀌면 행복할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고민이 있고 걱정 거리가 있으며 책임질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총리가 된 조는 차라리 학교 다닐 때가 편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높은 자리라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르는 법이니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호시탐탐 조의 자리를 노리는 음흉한 부총리 때문에 모함을 받아 위기를 맞기도 한다.
부총리는 사사건건 조를 방해하며 어린이는 아무 것도 모른다 어리석다는 식으로
세대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캐릭터이다.
그렇게 일 년을 총리로 지내는 동안, 조는 한층 성장한다.
조의 연설이 그걸 말해준다.
" 시민 여러분, 제가 여러분에게 가장 필요할 때에 실망을 시켜 드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두려움에 맞서지 못하고 겁을 먹었습니다.
제가 자격이 없다는 걱정에 사로잡힌 나머지, 우울증에 빠져 젤리 방에 처박혀 있었어요.
그리고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못되게 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세상 사람들이 언제나 즐겁게 웃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럴 수 없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모든 걸 재미있게 만들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재미도 없고, 웃음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은 참으로 불행하다는 사실을요.
아이들은 아이답게 맘껏 뛰어놀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른들도 가끔씩은 아이처럼 굴어도 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에는 공원을 제대로 열게 되겠지요, 이건 시작일 뿐이에요.
여러분이 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신다면,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
조의 연설 첫머리는 사과로부터 시작된다.
말만 번지르한 사과가 아니라 진심이 묻어나오는 그런 사과이다.
우리 주변에 조보다 나이는 더 많지만 이렇게 진정한 사과부터 시작하는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물론 이 이야기는 실현이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조가 가진 마음의 자세야말로 정치인으로서 마땅히 배워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선거 무렵만 " 국민의 심부름꾼입니다" 하지말고
평소에 늘 한결같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
발로 뛰고 몸소 실천하는 그런 정치인이 많이 있음 좋겠다.
우리 반에 장래 희망에 "국회의원" 이라고 적은 아이가 있었다.
장래 희망에 국회의원이라고 적는 아이는 처음 봤다.
나 어릴 때야
남자 아이들 중에 "대통령" 이라고 적는 아이가 간혹 있었지만서도.
요즘 아이들은 너무 현실적이거나 너무 이상적이어서
" 공무원 " 쓰거나 " 연예인" 또는 "운동선수" 라고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성도 좋고, 공부도 잘하는 그 아이를 보면서
자라서 좋은 정치인이 되어라 속으로 응원하고 있다.
그 아이라면 조가 말한 그런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