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 평화그림책 10
권정생 시,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난 강냉이를 참 좋아한다.

우리 가족 모두 좋아한다.

부모님 모두 이북 출신이라서 그런가 보다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

반면 울산 출신인 옆지기는 강냉이를 아주 싫어한다.

 

여름이 되면 즐겨 먹는 음식이 세 가지 있는데 수박과 강냉이, 냉면이다.

수박과 강냉이를 소재로 한 멋진 그림책이 나와 있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 강냉이" 란 그림책은 권정생 작가의 시에 김환영 작가의 그림이다.

권정생 작가는 말할 것도 없고

김환영 작가도 그림 분야에서 내로라 하는 대가인데...

이 얼마나 환상적인 조합인가!

게다가 사계절에서 나온 한, 중, 일 합작 평화그림책 시리즈 중의 하나이고 작품성은 검증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 책을 안 사고 있었다.

시라서 내용이 너무 짧아 소장하기에는 좀 아까웠다.

그러다 지난 달 교사독서모임에서 그림책 실물을 보게 되었다.

'음~ 내 생각이 틀렸군. 소장해야겠구나' 결심했다.

역시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

그렇게

" 강냉이" 와 "춘희는 아기란다" 평화그림책 시리즈를 구매했다.

 

오늘 6학년 아이들 데리고 처음으로 러그미팅 식으로 앉아 이 그림책을 읽어줬다.

저학년 아이들 그림책 읽어줄 때는 당연히 러그미팅 식으로 앉아 읽어줬는데

6학년은 어쩐지 함께 따닥따닥 앉으면 서로 툭툭 치며 치근덕 거릴 것 같아서

이렇게 한자리에 모아 앉아 읽어본 적이 없다.

교실에 실물화상기도 없어

그림책을 읽어줄 때

일일이 휴대폰 카메라로 그림책 장면장면을 찍어

편집을 해서

다시 PPT로 만들어 읽어줬더랬다.

그러니 힘이 들어 자주 읽어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해보니 의외로 잘한다.

장난 안 하고 집중해서 잘 본다.

앞으로 그림책 읽어줄 때는 6학년도 저학년처럼 앞으로 불러내어

한자리에 모아 러그미팅 하듯이 읽어줘야겠다.

20명이라서 러그미팅 하면 딱 좋다.

(저학년 할 때는 " 책자리" 라고 불렀다.  얘들아, 책자리 나오세요 하면 알아서 내 앞으로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그때가 그립다. )

6학년은 친구와 장난칠 거라는 선입견이 뿌지직 깨진 순간이었다.

 

아이고 서론이 길었다.

왜 이 그림책을 읽어줬나면

국어 마지막 단원 (무려 12단원이다. 진짜 거친 말이 나올려고 한다. )에

시, 동화, 희곡의 특징을 비교해 보는 내용이 나온다.

교과서에는 박목월 시인의 "산새알 물새알" 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건 애들한테 읽어보라고 했고

이 좀더 감동적인 이 그림책을 선택했다.

 

이 시는 권정생 작가가 15세 때 지은 시이다.

그 시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김환영 그림작가는 무려 7년을 고민하셨다고 한다.

내가 이 책을 사야겠다 싶었던 결정적인 것도 그림 때문이었다.

그림이 정말 생동감이 느껴지고 전쟁의 비극과 어린아이의 절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집 모퉁이 토담 밑에

한 페기 두 페기 세 페기

 

생야는 구덩이 파고

난 강낭알 뗏구고

어맨 흙 덮고

 

한 치 크면 거름 주고

두 치 크면 오줌 주고

인진 내 키만춤 컸다

 

"요건 내 강낭"

손가락으로 꼭

점찍어 놓고

열하고 한 밤 자고 나서

 

우린 봇따리 싸둘업고

창창 길 떠나 피난 갔다

모퉁이 강낭은 저거찜 두고

 

" 어여-"

어매캉 아배캉

난데 밤별 쳐다보며

고향 생각 하실 때만

 

내 혼차

모퉁이 저꺼짐 두고 왔빈

강낭 생각 했다

 

'인지쯤

샘지 나고

알이 밸 낀데...'

 

사투리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해석해주며 읽었다.

6학년 큰 덩치들도 이렇게 집중하며 듣다니....

 

강낭알 심고 잘 자라는 것을 보고 있던 터에

6.25 전쟁이 터진 것이다.

이에 온식구가 피난 가야하니

강낭알을 내버려 두고 갈 수밖에...

애지중지 키웠던 강낭알

곧 있으면 맛있게 삶아먹어야지 했던 그 강낭알.

전쟁은 집도, 함께 놀던 강아지도, 오줌 주며 키우던 강냉이도 모두 빼앗아 버렸다.

전쟁은 남녀노소 할 것없이 소중한 것들을 가차없이 빼앗아간다.

 

15살 소년의 눈을 통해

전쟁은 정말 비극이란 것을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파릇파릇하던 강냉이가 전쟁으로 인해 처참하게 짓밟힌 모습은

전쟁의 비극을 보여주고 있다.

 

6학년 아이의 마음 속에도

권 작가처럼

한 켠에 두고온 강아지와 강냉이에 대한 걱정이 감정이입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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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5 1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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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5 16: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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