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대 위에 웬 아이스박스가 나와서 보니

구슬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었다. 와~ 대박!!!

수요일은 애들이 정말 기다리는 요일이다.

왜냐하면 아이들 좋아하는 메뉴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애들이 웅성웅성 난리가 났다.


남자 아이 한 명이 덥석 드라이아이스를 잡았다.

깜짝 놀라

" 야, 그걸 잡으면 어떡해?" 소리를 꽥 질렀다.

알만한 녀석이(우리반 남자 중 똘똘한 베스트 3에 든다.)

드라이아이스를 맨손으로 잡으면 어떻게 되는 줄 몰랐던가!

저도 손이 뜨거워 금방 손을 뗐다. 안 다쳐서 다행이다.

큰 일 날 뻔했다.

하여튼 장난기 많은 녀석들은 항상 사고가 도사리고 있다.

급식 당번도 아니면서 지가 왜 만지냐고?

이 인물은 올 1학기 들어 몇 번을 다치는지 모르겠다.


급식 역사상, 구슬 아이스크림이 나온 것은 처음이니

애들이 얼마나 신기했겠나 싶다.

딸래미한테 저녁에 자랑했더니 엄청 부러워한다. ㅎㅎㅎ


급식 먹고나서는 아이들의 과학 실험이 시작되었다.

아까 친구가 드라이아이스 때문에 다칠 뻔한 걸 알면서도 말이다.

드라이아이스 들어있는 박스에 물을 부어

연기가 나게 하는 실험을 하는 거다.

그대로 놔뒀다간 누구 하나 다칠 것 같아 제지를 하였다.

점심 시간을 지나면서 서서히 정신과 체력을 회복하여

장난의 도를 넘어서는 아이가 꼭 있다.

목소리도 커지고, 행동도 커지고

오전과 오후가 참 다르다.


저학년은 점심 시간에 거의 운동장 나가 노는데

6학년은 나가 놀라고 해도 교실에 남아 꼭 사고를 친다.

어제도 블럭 가지고 바닥에 앉아 조용히 블럭 쌓기를 하면 되는데(저학년은 그렇다.)

야구처럼 던지고 받아 꼭 친구에게 맞아 시비가 붙거나

블럭이나 제기가 교실 밖으로 나가기까지 장난을 한다.

이 일로 인해 어제 교실에서 놀잇감 사용 금지 조치를 취했더니

오늘은 칠판 지우개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교실 칠판이 물칠판이라 분무기로 물 뿌리며 장난 치는 거다.

내가 써 놓은 학습 목표까지 한 글자씩 지워놔서

5교시에 대폭발하였다.

물칠을 하도 해서 칠판이 얼룩덜룩, 글씨도 안 써지고....


점심 시간에는 비가 그쳤는데도 안 나가고

교실에 남아

드라이아이스와 분무기로 장난하는 아이들.

애들의 행동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학교 끝나면 이런저런 스케줄 때문에 친구 만나 노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라기 보다 만남의 장소 내지는 놀이터가 되어버린다.

점심 시간도 그렇다.

운동장에 나가고 들어오면 시간 흐르고...

이래저래 교실에서 장난치는 게 편해서 그런건데....

도는 넘지 말아야지.

도를 넘어서면 누군가는 피해를 보기도 하고 사고가 생긴다.

위험하기도 하고 말이다.

여자 애들은 교실에서 그림 그리며 수다 떨어 문제가 안 되는데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 못 하는 남자 애들이 항상 문제다.

예전에 48명 가르칠 때도 이랬던가 싶을 때가 많다.


교사의 근무 시간이 다른 공무원보다 1시간 짧은 것은

점심 시간 또한 근무 시간으로 보기 때문이다.

점심을 여유롭게 먹을 수가 없다.

양치질 & 커피 마시기도 힘들 때가 많다.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 못하는 이 아이들을 주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발 점심 시간에는 나가서 놀면 좋겠다. 

교실에 있을 거면 도를 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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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6 15: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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