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은 너무 이해 안 되는 행동을 보면 어이가 없어진다.
우선 우리 딸래미 이야기이다.
어제 저녁 클래식 공연을 보고온 후,
" 엄마, 나 내일 자유복 입고 간다. 졸업 사진 찍는대"
" 그래? 그럼 미리 옷 챙겨 놔라"
" 알았어, 나중에 "
하더니 그냥 그렇게 자버리고 아침이 되었다.
졸업 사진 찍는다는 녀석이 머리를 선머슴처럼 자르고 왔을 때부터 이해 불가였다.
정말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딸은 중3 들어서부터 커트 머리이다. )
그런데 졸업 사진 찍는다는 녀석이
오늘 아침에 아주 후줄근한 하얀 티를 떠억 입는 거다.
아뿔사!
머리도 안 감고 그냥 간다는 걸
옆머리 다 눌려서 안 된다고
감아라고 거의 협박하다시피 해서 감았다.
이 무슨 후줄근 패션?
" 야, 하얀 색이 사진 제일 안 받거든. 다른 옷 없어?
그러길래 엄마가 어젯밤에 옷 미리 챙겨 놓으라고 했지?"
서서히 스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얀 티는 아니지만 다림질도 안 된 면 티셔츠를 입고
머리는 단장도 못하고 그 상태로 졸업 사진 찍으러 갔다.
게다가 또 하나의 사건이 있는데
그건 차마 말 못하겠다.
사춘기에 들어서면 엄청 외모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사춘기 맞나 싶기도 하고...
어떤 때는 친척들 만나는데도 엄청 꾸미고 화장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하필 졸업 사진 찍는 날은
헤어 스타일 엉망, 옷도 후줄근
이해 불가다.
다음은 우리 반 아이이야기이다.
한 아이는 여자 아이인데 정말 머리가 거의 허리 정도까지 길다.
오늘처럼 더운 날씨에도 머리를 산발하고 다닌다.
6학년 중에는 그런 아이가 꽤 된다.
" 안 더워?" 해도
꿋꿋하게 버틴다.
나도 머리가 길어서 잘 아는데
오늘같이 더운 날씨는 머리가 목에 달라붙고 난리도 아니다.
" 머리끈 빌려줄까?"
" 여름에는 머리 묶어요. " 한다.
" 오늘이 바로 여름 같은 날씨거든" 해도 하루종일 산발이다.
체육 시간에도 그렇게 활동을 많이 해도 몇 명 여자 아이들은 절대로 산발을 고집한다.
목에 땀띠 안 날까!
진짜 안 더운건지
더워도 그게 멋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이해 불가다.
나도 겨울에 미니스커트 입어 봤고,
여름에도 머리 길게 늘어뜨리고 다녀본 여자다.
겨울에 미니스커트 입으면 바지보다 확실히 춥고,
여름에 머리 풀고 다니면 묶는 것보다 확실히 덥다.
나머지 한 아이가 있다.
남자아이다.
이 녀석도 요즘 한창 사춘기이다.
오늘 같이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기모로 된 잠바를 꿋꿋이 입고 버틴다.
" 안 더워?" 물어봐도
절대 잠바를 벗지 않고 버틴다.
" 계절에 맞는 옷차림을 하셔야죠" 해도 소용 없다.
진짜 안 더울까!
다른 아이들은 덥다고 난리 치는데
이 아이는 기모로 된 잠바를 절대 벗지 않았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덥다는데 여전히 기모 잠바를 입고 있을까!
세 아이를 보면서
사춘기는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싶다.
아님 내가 점점 꼰대가 되어 가는 걸까?
나의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 안 되는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어이 없으면서도 웃음이 나기도 하다.
사춘기 아이와 산다는 건
이해력과 커다란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