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5.18민주화운동 36주년이다.

사회 교과서에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나와 있기도 해서

미리 이 부분을 당겨서 가르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동영상 자료도 찾고, "오늘은 5월 18일"이라는 그림책도 읽어주려고 PPT로 제작했다.

아이들에게 5.18민주화운동을 가르치는 것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피 흘려 돌아가신 분들을 잊지 않기 위한 나의 작은 실천이다.

 

1교시에 사회를 하였다.

" 내일이 5월 18일인데 혹시 5.18에 대해 아는 사람 있나요?"

겨우 1명이 손을 든다.

6학년인데도 이렇게 모르나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 부모님과 밥상 머리에서 혹시 5.18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 있는 사람?"

하자 3명 정도가 손을 든다.

이게 우리 가정 교육의 현주소인 듯하다.

이스라엘도 미국도 가족과 밥 먹으며 사회, 정치, 문화, 세계사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우리나라는 그게 없다.

 

아빠가 이런 이야기를 주도해야 하는데

온가족이 저녁밥을 함께 먹는 사회적 구조가 아니다.

하루빨리 우리나라의 밥상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결국 사회적 구조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아빠를 빨리 가정으로 돌려보내자!

온가족이 저녁 한 끼라도 함께 먹도록 하자!

저녁에 온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나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왜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났는지 스토리텔링을 해주었다.

그 다음 동영상 시청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 오늘은 5월 18일" 이라는 그림책을 읽어줬다.

 

어제 6교시 민방공 대피 훈련이 있었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지 우리 반은 교무실 복도로 대피하였다.

오밀조밀 모여 앉은 아이들,

남자 아이들은

대피 훈련임을 망각하고 큰 소리로 떠들고 장난치기 시작하였다.

몇 번의 주의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100데시벨이 넘을 정도로 (대피 훈련 방송이 안 들렸으니까)

소음을 연출해 냈다.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대피 훈련 상황이고, 교무실 앞이고, 유치원 동생도 뒤에 있는데

그렇게 떠들 수가!!!

 

설사 방송은 안 듣더라도 조용히 해야지

뒤에 유치원 아이들은 조용히 하고 있는데

최고학년인 아이들이 이렇게 무질서할 수가!

교실에 돌아와서 대폭발하였다.

 

 

아침에 어제 이 사건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였다.

"선생님은 여러분 맡은 후,  어제 정말 너무 실망하고 화가 났습니다.

여러분은 판단력과 절제력을 모두 상실하였습니다.

도덕 시간에 "절제"를 배우면 뭘합니까?

실천하지 않는데...

어제 여러분은

질서 후진국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

 

4.19와 5.18 때 초등학생도 대거 참여하였다고 한다.

그 때의 초등학생과 어제 우리 반의 모습을 비교해 보니 더 분노하였다.

5.18 민주화운동을 배우고 난 후, 어제 여러분의 모습과 비교해 보라고 하였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이렇게 희생한 사람도 있습니다.

폭도라 몰리며 빨갱이라 불리우며

목숨을 잃고, 수십 년간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직도 그림책에 나온 누나처럼 생사를 몰라 하염없이 기다리는 가족도 있습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위기에 빠질 때마다

나라를 위험에서 구해낸 것은 광주 시민 같은 "민초"들이었습니다.

평소에 무시 받고, 잘 먹고 잘 입지 못했던 그런 민초들이

나라가 힘들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습니다.

여러분이 의병 조사하다보면 또 알게 될 것입니다.

 

선생님은 선생님의 일을 할 것입니다.

1학년을 맡던 6학년을 맡던 이런 책을 읽어줄 것입니다.

그게 선생님의 양심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일을 하십시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지켜진 이 민주주의를 위해

여러분은 학생으로서 할 일이 무엇인지 심각히 고민하십시오.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야

이런 슬프고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 겁니다."

 

갈수록 아이들의 정신연령이 어려지는 듯하다.

머리에 지식은 전보다 더 축적되어 있을지 몰라도

깊이 있는 사고는 전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 같다.

 

아이들은 오늘 5.18민주화운동을 배우고나서 무엇을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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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6-05-17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쓰셨습니다~ 교대생 중에도 5.18을 왜 기념하냐고 했다는데...초등생이야 말해 뭐하겠어요!!

수퍼남매맘 2016-05-17 15:15   좋아요 0 | URL
에궁! 요즘 교대생들 의식이 예전과 많이 다르더라고요.
교대생 뿐만 아니라 대학 문화가 전과는 많이 다르죠.
옆도 돌아볼 줄 알면 좋을 텐데... 안타까워요.
저희 학교 젊은 교사들도 매한가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