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는 격주마다 동아리 활동을 한다.
우리 학교 다닐 때는 클럽 활동이라 한 것을 이제는 동아리라고 한다.
나는 이번에 "글쓰기부"를 하기로 하였다.
6학년 아이들이라 적어도 생활 글쓰기만큼은 작심 삼아 시키고 싶어서였다.
유시민& 서민 저자의 영향이 크다.
조금만 노력하면 생활 글쓰기는 웬만큼 쓸 수 있다고 이 분들이 말씀하셨다. ㅎㅎㅎ
어제가 세 째번 시간이었다.
독후감 쓰기를 하려고 하였는데 책을 안 읽어온 아이들이 많아서
(10명 중 3명만 읽어왔다.)
차선책으로 내가 그림책을 읽어줄 테니 독후감을 쓰라고 하였다.
고른 책은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었다.
" 꽃 할머니"와 "끝나지 않은 겨울" 두 책을 소개하고 어떤 책을 읽어줄까 고르라 하니 후자를 선택하여 읽어줬다.
"혹시 위안부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물어보니
평소에 글을 아주 잘 쓰는 1반 어린이가
" 일제 강점기 때 강제로 일본군에게 끌려가 성노리개로 고통을 받은 사람입니다" 라고
정확하게 말해 주었다.
" 맞아요. 우리 사회 교과서에도 일제 강점기가 나오는데 위안부에 대해 어떻게 실려 있나 읽어 줄게요.
여러분도 나중에 사회 교과서에서 이 부분 찾아 읽어보세요."
사회 교과서 99쪽
일제는 한국인 학생들과 청년들을 전쟁터로 끌고 갔으며, 많은 한국인을 광산이나 공장으로 보내 혹독하게 일을 시켰다.
끌려간 사람들 중에는 여성들도 많았는데, 그중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간 젊은 여성들은 일본군에게 많은 고통을 당하였다.
아시다시피 이번 개정 교과서에는 "위안부"라는 말이 삭제되어 있다.
조선처녀 20만명이 끌려가 위안부로 살았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배우는 역사 교과서에는 이 정도로밖에 나와 있지 않다.
이게 바로 내가 이 그림책을 선택한 이유이다.
부모나 교사가 찾아서 읽어주지 않으면 교과서에조차 제대로 다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스스로 찾아 읽을 아이가 몇이나 될까!
위안부 할머니의 끝나지 않은 고통을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읽어줬다.
"지난 겨울에 귀향 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는데 혹시 본 사람 있어요?" 하자 겨우 1명이 손을 든다.
우리 반 20명한테 물어봐도 이 영화를 본 아이가 한 명도 없었다.
"꼭 보세요" 라고 해도 안 본 듯하다.
내가 사는 동네가 그래도 진보 성향의 부모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귀향"은 많이 안 본 게 참 의아했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불편하다 싶어 그러나!
하기사 나도 예전엔 마음이 너무 참담할 것 같아 일부러 진실을 외면하려고 한 적이 있었으니...
영화보다는 그래도 그림책이 좀 덜 불편할 수 있겠다 싶다.
그림책부터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경 설명을 쭈욱 해 주고
찬찬히 그림책을 읽어줬다.
그 중 한 명은 오늘에서야 "위안부" 라는 말을 들어봤다고 하니...
어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글쓰기부에서 가장 잘 쓴 독후감을 한 편 올려본다.
아직도 오지 않는 봄
6학년 @반 ###
강제숙 작가님의 위안부 할머니들의 참혹했던 기억을 풀어낸 글과 이담 작가님의 독보적인 스타일의 그림이 어우러져 더 그 때 참혹했던 일을 우리에게 더 가깝게 다가온 책인 " 끝나지 않은 겨울". 교과서와 다른 역사책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기 위해,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김학순 할머니께서 실제로 겪은 일을 쓴 책으로,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와 할머니들이 당한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보여주고 있다. 어린 나이에 끌려가서 원하지도 않은 일을 강제로 당해야 했던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대신 따가운 눈초리를 보낸 사람들도 묘사되고 있다.
아직도 이러한 끔직한 일을 저지르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을 상대로 할머니들은 싸우고 있다. 우리는 할머니들이 당한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하며 또다시 그러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 그런 피해자가 생기더라도 우리는 그들을 경멸해서는 안 되고 다친 상처를 치료해주며 위로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을 적대하며 욕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일본이 하는 사죄하지 않고 오히려 합리화시키려는 행동은 가히 뻔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일본이 하는 끔찍한 행동들을 싫어하며 할머니들 편에 선 사람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양심을 지키며 할머니들을 도와준 사람도 있다. 영화 "귀향" 에서처럼 주인공과 친구를 도와준 일본군처럼.
미움은 또 다른 미움을 낳는다. 일본을 계속 미워하기만 한다면 우리에게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일방적으로 일본을 미워하는 것보다는 양심적인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