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큰 아이 시험 공부 감독(?) 하면서 책을 읽었다.

먼저 지난 번에 구매해 놓았던

이오덕 선생님의 일기

" 나는 땅이 될 것이다." 와

김중미 작가가 강정 마을 이야기를 쓴

" 너영 나영 구럼비에서 놀자"

이다.

 

교육자로서 하루도 빠짐없이 적어 놓은 교육 일기는

똑같은 교육자로서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었다.

선생님이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분노하고, 실천하였는지 면면히 보여주고 있었다.

오래 전에 전교조에서 발행한 "우리 교육" 이라는 잡지에서 선생님의 글을

여러 편 읽었던 기억이 아스라히 난다.

그렇지만 그 분이 교육계의 거목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였다.

우리 말 바로쓰기에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것도 말이다.

또한 내가 존경하는 권정생 작가와 막역한 사이였다는 것도 근래 들어 안 사실이다.

돌아가시기 바로 직전까지 일기를 쓰셨다니 정말 대단하다.

내가 읽은 책은 이오덕의 교육일기 5권을 한 권으로 요약한 책인데

이 책을 읽고나니 5권짜리 책을 제대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 중간중간 함께 근무했던 송재찬, 주순중 선생님 이름이 나오는 것도 반가웠다.

하나같이 아이를 사랑하고, 교육을 사랑하고, 교단을 사랑하고, 책을 사랑한 분들이고

본받고 싶은 선배 교육자이다.

난 20여 년 동안 교단 일기 제대로 안 쓰고 뭐하고 지냈나 싶어 참 부끄러웠다.

기억은 오래 가지 않는데 말이다.

선생님이 매일 쓰신 일기 덕분에

그 당시 교육 , 정치, 사회 실정 등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세월호 기록단이 416참사가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일일이 세세히 기록하려고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기록의 중요성은 " 너영 나영 구럼비에서 놀자" 에서도 드러난다.

제주도 강정 마을.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벌써 잊어버린 사람도 있을 게다.

400여 년 동안 강정 마을을 지키고 있던 구럼비가 폭파되었다.

해군 기지를 세우기 위해서란다.

김중미 작가의 이 책 또한 강정 마을에 대한 세세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해군 기지 설치를 5년 간 반대하였고,

막바지에 이르러 주민들끼리 찬성과 반대파로 나뉘어 갈등이 증폭되고

어른들 갈등은 아이들에게까지 전파되어

찬성파와 반대파는 서로 놀지도 않게 되는 등...

강정 마을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그 모든 것이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심지어 4. 3 사건까지 말이다.

구럼비를 폭파할 그 시기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지대하였지만

몇 년이 지나자  점점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나도 그랬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말이다.

이런 기록이 없었더라면 마음 편하게 주욱 잊고 살았을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 책으로 나와 있어서 다시 떠올려 보고, 기억해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듯하다.

나처럼 구럼비와 강정 마을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꼭 이 책을 읽고 기억했음 좋겠다.

 

우리의 기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기록으로 남겨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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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5 15: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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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5 17: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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