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부지~

아버지께서 요양원에 들어가는 날이다.
이젠 도저히 어머니 혼자 감당이 안 돼
가족이 합의를 봤다.

지난 주말 여기저기 요양원을 알아보러 다녔다.

그  중 가깝고 해가 잘 드는 곳을 선택했다.

애들 피아노선생님 할머니가 2년 동안 계셨던 곳이라 믿을만해서이다.

처음 요양원 들어가셔야 한다고 결정났을 땐 많이 울었다.

법 없이도 사는 울 아버지가 어쩌다 이리 아기가 되어 가족과 헤어져야 하나! 너무 속상했다.

엄마도 자신이 살아있는한 아버질 돌봐야하는데 하며 별로 안 내켜하시다

근래 계속 밤에 안 주무시고 자꾸 나가려고 하니 결정에 동의하게 됐다.

괜히 말리고 시비하다 지난 번처럼 엄마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요양원에 자리가 있는 것도 다행이었다.

다른 어르신들 뵈니 아버지가 제일 양호한 것 같다.

아버지는 겉보기에는 아주 건강하시다. 인지능력이 떨어져서 그게 문제지...

지난 일요일 아버지 목욕해 드리러 갔다 .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안 하신다고 하시더니 한숨 주무시고나서는 순순히 목욕하셨다.

아버지는 치매인데도 원래 성품이 온화하셔 다루기 쉬운데

가끔 잠 안 자는 주기가 오면 신생아처럼 낮밤이 바뀐다.

엄마도 노인이라 감당하기 힘들다.가장 문제는 대소변이었다.

원래 이번 토요일에 입소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자꾸 실수를 해서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하셔 앞당겨 오늘 큰언니가 모시고 가기로 했다.

아버지 혼자 요양원에 놔두고 나설 때 너무 슬플 것 같다.

난 주말에 애들 데리고 가보려고 한다. 가까우니 자주 들여다볼 수 있어 다행이다.

엄마도 걱정이다. 혼자 계시면 엄청 적적할텐데... 아파트 노인당이라도 가서 수다를 떠시라 해도 고집 부리고 안 나가신다.

아버지 보며 인생이 참 허무하다 싶다.

몸은 멀쩡한데 뇌세포가 점점 망가져 가족도 못알아보고 일상생활도 스스로 못하고 말이다.

모든 병의 주범이 스트레스라고 한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화도 담아주지 말고, 완벽하려 애쓰지 말고 ...

이 새벽에 깬 이유는 아버지 때문인 듯하다. 하필 꽃샘추위가 와 마음이 더 안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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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1 0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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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1 1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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