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기관장은 식물을 참 좋아하신다.
덕분에 학교가 온통 꽃이다.
오며가며 꽃 때문에 환경은 화사하니 좋지만
이를 위하여 누군가는 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기관장이 부임하고 나서 역점을 두는 것 중 하나가 1인 1화분 가꾸기이다.
아이들에게 이맘 때쯤 화분을 나눠주고 모종을 심게 해서 가꾸게 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3학년이라서 내가 일일이 다 심어줬는데
최고의 학년이니 설명만 해주고 자기주도적으로 해 보라고 하였다.
비어 있는 교실에 돗자리 2개를 깔고
배양토를 펼쳐 놓고, 모종삽을 준비해 놨다.
한 반씩 비는 시간에 와서 식물을 심었다.
우리 반은 맨 꼴찌, 그러니까 6교시에 심기로 하였다.
아이들이 교과 수업 간 사이,
교실에 화분과 모종을 가져왔다.
작년과 똑같은 모종이라 좀 그렇다.
다르면 더 좋았을텐데....
청페페, 카랑코에, 싱고니움, 장미허브 이렇게 4종류이다.
인기 없는 식물은 서로 안 가져가려고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5교시 국어 시간에 학습 활동을 시키고
먼저 제출한 아이부터 식물과 화분 색깔(노랑, 빨강), 이름표를 고르게 하였다.
옆교실로 이동하여 본격적으로 식물 심기를 하였다.
역시 6학년이라서 내가 도와줄 필요가 없었다.
고학년 하면 이런 게 편하다. ㅎㅎㅎ
서툰 아이들은 친구가 옆에서 도와줬다.
식물 심을 때도 6학년답지 않게 질서정연하게 대기하고
다 심고나서도 친구들 기다리며 책을 읽는 모습 보고
참 착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반이 마지막 반이라서 뒷정리는 임원을 시켰다.
밖에 나가 돗자리 털어오는 사람은 초콜릿을 준다고 하니
평소 꾸러기 2이 신청하여 밖에서 잘 털어 오라고 했다.
엄청 좋아하며 임무를 수행하고 왔길래 초콜릿을 줬다.
앞반은 오버타임을 했는데
우리 반은 빨리 끝나서 교실에 와
4박자 게임을 했다.
모른다는 아이도 몇 명 있다.
엥? 진짜 모르는 거야? 5학년때까지 교실에서 이런 게임도 안 했단 말은 아니겠지?
" 얘들아, 원래 게임은 하면서 배우는 거니까 해 봅시다." 하고
모둠별로 식물 이름을 하나씩 지어 4박자 게임을 하였다.
잠깐이지만 즐겁고 화기애애하게 했다.
다음에도 또 자투리 시간 있으면 해봐야겠다.
식물을 좋아하는 기관장이면 해마다 화분이 하나씩 늘어나고
노래를 좋아하는 기관장이면 방송조회 때마다 기타 치며 동요를 배우고
체육을 좋아하는 기관장이면 매일 아침달리기를 한다.
책을 좋아하는 기관장은 과연 언제쯤 만나게 될까!
식물 심기를 하더라도
씨부터 심어서 차츰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게 더 교육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옮겨 심은 것에 대한 애착심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