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임원 선거가 있는 날이다.

선거에 들어가기 전, 리더십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절반은 대답을 못 하고, 나머지는 이런 대답을 하였다.

"배려하는 사람"

"우리 반을 잘 이끌어 가는 사람"

" 솔선수범하는 사람"

" 친구를 도와주는 사람"

"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 선생님은 회장부회장한테 힘든 일 많이 시킬 거예요. 각오해야 해요.

남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대표라서 난 잘못한 일 없어도 반을 대표해서 야단 맞을 때도 있어요.

임원은 낮은 자리에서 봉사하는 사람이랍니다. "

이렇게 못을 박아 놓고, 본격적으로 선거에 들어갔다.

 

저학년은 후보자가 넘치는데 역시 고학년이라서 그런지 후보자가 잘 안 나왔다.

자천한 사람은 남녀 각각 한 명 , 추천 받은 후보 3명 이렇게 해서

남자 후보 3명, 여자 후보 2명이 되어 겨우 임원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여자는 2명이라서 한 명은 회장, 나머지는 자연 부회장이 되는 거다.

 

아이들의 연설을 듣고

본격적인 투표에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1차 투표에서 다득표자가 각각 나와 남녀 회장이 뽑혔다.

남자 부회장을 뽑는 2차 투표를 실시하였다.

우리 반이 20명이라서  반반으로 갈리면 3차 투표를 해야 하는데

표차가 많이 나서  2차 투표까지로 임원단이 꾸려졌다.

 

며칠 겪어 보지 않았지만 여러 면에서 리더십이 돋보였던 친구들이 1학기 임원이 되어 안심이 된다.

친구들을 바른 길로 잘 안내할 듯하다. 

 

3교시, 

체육 선생님이 체육부장을 뽑아 달라고 해서

하고 싶어 하는 아이  2명을 뽑아 체육 수업을 보냈다.

그런데 체육부장 하기에는 좀 그랬던가 보다.

다시 뽑아 달라는 말에 어떤 아이가 기가 죽었다. 

그 아이는 회장 선거에 나왔다가 낙마하고

그나마 체육부장이라도 하고 싶어해서 시켜줬는데

다시 뽑아야한다는 말에 우울모드가 되었다. 

그 때부터 그 아이는 기분이 쫙 가라앉아

과학 시간에 줄곧 엎드려 학습활동을 안 했나 보다.

과학 시간 끝날 무렵에 인솔하러 갔더니

과학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있었다.

교실에 와서 " @@씨, 점심 시간에 담임과도 상담을 합시다" 했는데

이 아이가 이때부터 삐딱선을 타기 시작하였다.

 

말도 공손하게 안 나오고

" 과학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물어보자

"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예요?" 이렇게 말을 하는 거였다.

" 네가 오늘 임원 선거에도 떨어지고 체육부장도 안 돼 기분 나쁘고 슬픈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선생님한테 공손하지 못하게 말을 하면 안 되지"

분노를 꾹꾹 눌러 참으며 차분히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제 말 좀 들어보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계속 임원선거 나왔는데 줄곧 떨어졌다는 거다.

게다가 체육부장도 못하고...

아이는 나름대로 오늘이 저주의 날이었던 셈이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순간 담임한테 공손하지 못한 언행이 나온 듯하여 그 정도 이야기하고 상담을 끝냈다.

집에 갈 때 보니 아까보다 한결 마음이 가라앉아 웃으며 헤어졌다.


평소에는 기분이 업되어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였는데

임원 선거와 체육부장에서 낙마하자 급격히 기분이 다운되었던 것 같다.

감정 조절이 잘 안 되었던 듯...

 

교실에서는 이처럼 권력욕이나 명예욕이 있는 아이들이 간혹 있다.

자신이 원하는 임원이 되지 못하면 좌절해서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실패를 통해서도 성장하는 건데

아직 그걸 받아들이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나보다.

마음이 가라앉고 냉정해지면

무엇 때문에 실패했는지 원인을 분석해 보는 것도 좋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이 생각난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아까 답을 말하지 못한 아이들은 이 책들을 보고 답을 스스로 찾길 바란다.















아! 하나 더.

오늘 처음으로 아침독서 끝나고 한 명씩 나와서 1분 동안 친구들에게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읽어줬다.

(매일 4명씩 읽어준다.)

친구들한테 책을 읽어준 느낌이 어땠나 물어보니

" 즐거웠다." 

" 떨렸다" 

라고 한다.

친구들한테 읽어줘야 하니 책을 고를 때 심사숙고할 것이다. 

며칠 사이,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와 " 마사코의 질문"을 읽는 친구가 여럿 보인다. ㅎㅎㅎ

어떤 책을 읽히고 싶으면 읽어주면 된다.

그럼 발동이 걸린다.

내일 사회 수업이 있으니 "용선생"을 잠깐 읽어줘야겠다. 

사회 교과서는 솔직히 지루하고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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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7 22: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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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8 1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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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8 08: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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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8 1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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