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오덕 선생님의 일기를 읽고 있는데

어쩜 4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교단 일기를 쓰셨나 놀랍고 감동 받고 반성하고 있다.

나도 이번 학년도부터는 교단 일기를 좀 써보자 싶은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갈 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아침독서 3일 째다.

저마다 자신이 읽을 책을 가져와서 조용히 잘 읽고 있다.

분위기가 빨리 안착되어 기쁘다.

역시 책읽을 시간과 좋은 책만 있으면 아이들은 책에 빠져든다.

 

고학년은 일기 쓰기를 가장 싫어하는 것 같다.

중학년 정도까지만 일기 쓰기를 하고 고학년은 다른 글쓰기 훈련을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첫 날, " 일기는 안 쓸 거예요" 하자 리액션 없던 애들이 그나마 환호를 했다.

수퍼남매를 봐도 일기 쓰기를 스스로 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든 일이었다.

그나마 딸은 그런대로 글을 잘 쓰는 편이라 일기 쓰기를 힘들어 하지 않았는데

아들은 도통 일기 쓰기가 향상되지 않는다.

 

그래도 글쓰기는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안 할 수는 없다.

아이들 모두가 작가가 될 것은 아니지만

" 삶을 가꾸는 글쓰기"는 분명 필요하고, 중요하다.

왜냐하면 내 생각과 느낌을 말로 표현하듯이

글로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말은 빠르고 쉽지만

글을 어렵고 오래 남는다.

말보다 몇 갑절의 노력을 해야 웬만한 글이 나온다.

 

아까도 말했지만 스스로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즐겨 하는 아이는 "작가" 가 꿈일 확률이 크다.

책읽기까지는 그냥저냥 해도 " 독서록 쓰자" 하면 벌써부터 인상이 찌그러지는 수퍼남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교사가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글쓰기 지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더 좋을 듯하다.

댓글도 달아주고, 첨삭도 해주고 말이다.

나도 부모지만 부모가 시키면 안 한다.

그래도 초딩은 담임이 숙제로 내주면 하니까 숙제로 내주던지

창체 시간이나 국어 시간에 하면 좋을 듯하다.

 

일기를 안 쓰니 다른 글쓰기 훈련을 해야 한다.

적당한 것은 독서감상문이다.

아이들 수준이 어느 정도 모르니 테스트를 해 보기로 했다.

 

아침독서를 끝내고 " 마사코의 질문" 첫 꼭지 "꽃잎으로 쓴 글자"를 읽어줬다.

2016학년도 들어 처음 읽어준 책이다.

" 여러분, 세상에 공짜는 없답니다. 선생님이 목 아프게 읽어준 댓가로 여러분을 독후감을 써야 합니다."

"으~~"

역시 예상 대로다.

그래도 일기보다는 낫다는 것을 알기에 저항이 덜하다. ㅎㅎㅎ

" 마사코의 질문"은 전부터 읽어보고 싶던 책이었는데

교실에 꽂혀 있어서 찾아 읽었다.

쭈욱 연결된 장편 동화인 줄 알았는데 단편을 모은 것이었다.

 

사회 시간에 국사 부분을 배우기 때문에 배경 지식을 넓히는 데도 도움 되고,

독서감상문 쓰기에도 적당해서 한 꼭지를 읽어줬다.

6학년인데 읽어니 엄청 집중을 잘했다. 일단 일제 강점기라는 배경 지식이 있어서인 듯하다.

중간 중간 어려운 낱말 "솟을대문" " 당꼬바지" "복사꽃"등은 설명을 해줬다.

어휘력이 짧은 아이는 혼자 읽기에 힘들 내용이다.

고등학생도 선생님이 읽어주면 집중 잘한다는 고등학교 교사의 체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어른도 남이 읽어주면 집중이 더 잘 된다. 

아이들한테 무조건 독후감 쓰라고 강요하지 말고

선생님이 이렇게 책 읽어주고 함께 줄거리 요약해 보고,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눈 후, 좀더 자세하게 써보라고 하면 훨씬 좋을 것 같다.

 

"꽃잎으로 쓴 글자"는 일제강점기 시대 때, 교실의 모습을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사회 교과서보다 어쩌면 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더 생생하게 다가올 듯하다.

아홉살 승우가 교실에서 겪어야 했던 나라 없는 조선 민족으로서의 설움이

구구절절 잘 나와 있다.

일제 강점기 시대,

우리 조선인은 인간이 아니었다. 영화 " 귀향 " 에서는 일본군이 위안부 소녀들을 향해 " 암캐" 라고 비하한다. 

지금 같아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위반" 놀이 부분을 읽어줄 때는

듣고 있는 아이들의 반응이 커졌다.

" 위반 " 놀이는 다나카 선생님이 조례 시간에 제시한 놀이이다.

일본어로 "위반" 이라고 써진 나무 팻말을 반장 준식이한테 주고,

쉬는 시간에 조선말을 하는 아이한테 이 팻말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선말을 하는 아이한테 서로서로 팻말을 넘겨주어

마지막 종례 시간에  팻말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다나카 선생님한테 손바닥 10대를 맞는 것이다.

승우가 바로 그 비운의 주인공이 되어 몽둥이로 손박닥 10대를 오롯이 맞는다.

영화 "동주"에서 일본 대학에서 영문학 강의를 듣고 있던

동주를 불러내어 삭발을 시키던 장면이 언뜻 떠오른다.

위반 놀이 때문에 단짝 친구고 뭐고 없다.

몽둥이 위협 앞에 아이들은 겁에 질려 서로를 감찰한다.

이게 교육인가 싶다.

 

6교시에 아이들과 다시 줄거리를 되짚어 보고 생각과 느낌을 나눠봤다.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그 이유를 공책에 적어 보는 간략한 독후감을 써봤다.

5줄 이내로 적어보라고 하니 엄~ 청 좋아한다.

아이들이 쓴 독서감상문을 몇 편 옮겨 적어본다.

 

나는 명서가 제득이의 귀를 꼬집어서 한국말을 하게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왜냐하면 억지로 한국말을 하게 한 것이 꼭 일본 사람들이 억지로 강제 징병, 징용이나 창씨개명을 시킨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고, 손바닥 10대를 맞는 것이 두려워 비겁한 행동을 하는 것이

꼭 우리들의 을사 5적 같았기 때문이다. (이완용 등등)

 

나는 일본인 다나카 선생이 나무패 놀이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아이들에게 그 놀이를 하게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이유는 조선말을 무시하고 쓰지 못하게 하는 놀이였고 반장 준식이가 단짝 윤칠이에게 나무패를 준 것처럼

서로를 배신하고 미워하는 것이 안타깝다.

일제강점기 시대는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나는 어머니께서 조선말을 처음으로 쓴 "시인" 이 되라고 하셨을 때가 가장 감동적이었다.

왜냐하면 시인은 돈을 잘 벌지도, 유명해지지도, 잘못하면 일본 군인이 잡아갈 수도 있지만

용기 내어 도전해 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과 행동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나는 어머니께서 피멍이 든 승우의 손을 저고리 속에 넣어 주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왜냐하면 승우의 피멍이 든 손을 자신의 저고리 속에 넣는 것이 감동적이었고

어머니가 승우의 손을 보고 마음 아파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5교시 체육은 담임 체육이라서 아이들과  체육관에 갔다. 고학년은 체육 빼먹는 샘을 가장 싫어한다.

웬만해선 체육은 꼬박꼬박 해줘야 한다. 

올해는 스포츠 강사가 배정되어 훨씬 수월하다.

2분의 선생님이 계셔도 아이들은 체육관에 오니 흥분해서 질서가 엉망이었다.

언제 그래보겠냐 싶어 별로 제지를 안 했다. 

계속 의자에 앉아 있는 게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하고.


반을 두 팀으로 나눠 이어달리기를 하고, 곧이어 모둠 이어달리기를 했더니 아이들이 참 즐거워하였다.

꾸러기들은 무대에 올라가 중계를 하겠다고 난리법석을 치고...

6학년이 맞나 싶을 때가 여러 번 있다.

심지어 쉬는 시간 종이 울렸는데 " 화장실 가도 돼요?" 물어본다.

예전 6학년에 비하면 정신 연령이 낮은 것도 같고....

마음 같아선 진도에  구애 받지 않고, 담임 체육 시간에는 아이들이 즐거워 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은데

오늘 처럼 무질서 하면 국물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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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7 14: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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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7 17: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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