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목사인 아버지가 자신의 딸을 5시간 폭행한 후, 시신을 그대로 방치한 패륜 사건이 발생하였다.

아이들도 부모 따라 이 사건 뉴스를 봤던지 대부분 알고 있었다.

" 얘들아, 너희들은 얼마나 다행이니? 그런 부모 밑에 태어나지 않아서 말이야."

내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거린다.

근래 들어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사건이 연속 일어났다.

아가페적 사랑의 대표가 바로 부모인데 그것도 옛말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너무 끔찍한 사건 때문에 이와는 정반대인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패륜을 저지르는 괴물 같은 사람도 있지만

아무런 피가 섞이지 않고 이해 관계가 없는  타인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아름다운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 아이들은 괴물이 아니라 후자 같은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희망이니까 말이다.


이 책이 언뜻 떠올랐다.

오래 전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정말 뭉클했던 기억이 났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나와 있어 그걸 도서실에서 빌려 왔다.

우리 반 아이 중에 실감 나게 잘 읽어주는 아이가 있어 그 아이한테 부탁을 해서 절반 정도를 읽게 했다.

아이는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낭랑하게 잘 읽어줬다.

둘째가 쓴 글짓기 "우동 한 그릇" 부분은 자원자를 받아 읽어주게 하였다.

나머지 부분은 내가 읽어줬다.

이렇게 3명이 협력하여 읽어줬다.

동화책은 세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나머지 두 이야기도 감동을 전해준다.

두 번째 이야기는 많이 슬프므로 손수건은 필수.

그 중에 표제가 된 "우동 한 그릇"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북해도에 북해정이라는 우동가게가 있었다.

12월 31일 그믐날, 영업을 정리하고 문을 닫으려는 찰나.

남루한 옷차림의 부인과 두 아들이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와 

" 우동 한 그릇 먹을 수 있나요?" 묻는다.

주인 부부는 이미 영업이 다 끝나고 정리까지 마쳤지만 

이 세 모자를 위해

기꺼이

" 네 그럼요" 반갑게 맞이한다.

그렇게 북해정 주인 부부와 세 모자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셋이서 우동 한 그릇이라!

그들이 얼마나 가난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방에서 일하는 남편은 우동 1인분하고 반 덩이를 더 넣어 우동 1인분을 만들어준다.

세 모자는 1인분을 나눠서 맛있게 먹는다.

떠나는 그들을 향해 주인 내외는

" 고맙습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인사한다.

그 다음해 그믐날에도 세 모자가 영업이 끝난 시각에 살며서 나타나 

다시 우동 한 그릇을 주문한다.

엄마의 옷 차림은 여전하다.

둘째는 첫째의 옷을 대물림하여 입은 상태이다.

그 다음 해에도 세 모자는 비슷한 시각에 나타나 이번에는 우동 2인분을 시킨다.

주방에서 주인 내외는 세 사람의 사연을 듣게 된다.


아버지가 남기고 간 빚을 이제 다 갚게 되었다는 엄마의 말,

둘째가 " 우동 한 그릇"이라는 작문으로 대상을 받았다는 형의 말,

부모님 참관 수업을 오라고 하였는데 엄마가 회사를 빠지면 안 되니 자신이 대신 갔다는 형의 말,

세 모자는 우동 2인분을 맛있게 먹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도란도란 나누며

둘째가 쓴 "우동 한 그릇"을 읽는다.

우동 한 그릇이 전해준 사랑 덕분에 이 세 모자는 힘든 세상을 버틸 힘을 얻었던 것이다.

그 후로 세 모자는 북해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주인 내외는 그믐날이 되면 세 모작 앉았던 그 자리를 예약석으로 비워 두었다.

리모델링을 할 때도 그 2번 탁자만큼은 예전 그대로 보존하였다.


세상에는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등 패륜도 존재하지만

" 우동 한 그릇"의 북해정 주인 내외처럼

자신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한테 먼저 손 내밀고, 사랑과 친절, 배려를 베푸는 아름다운 사람도 있다.


둘째가 작문에서 썻던 것처럼 

세 모자가 가장 힘들 때, 

그들을 가게에서 내치지 않고

따뜻하게 맞아들여

넉넉한 우동 한 그릇을 만들어 주었던 주인 내외 덕분에

세 모자는 힘든 시기를 잘 버틸 수 있었다.

더불어 세 모자가 서로를 배려하고 의지하였기 때문에 힘든 고비를 잘 넘겼다고 생각한다. 


연속으로 터지는 패륜 사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경제 사정, 어지러운 정치 상황 등이 마음을 힘들게 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우동 한 그릇" 같은 미담도 존재하므로 꿋꿋이 버틸 것을 다짐해 본다.

새해에는 모쪼록 이런 미담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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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2 09: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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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2 14: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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