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를 만난 고구려 왕자 푸른숲 역사 동화 10
백승남 지음, 홍정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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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구려 시대, 불교가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추천사를 보면
" 이 책은 이련과 마로를 통해 불교를 받아들일 때 토착 신앙을 배척하기보다는 
끝어안음으로써 큰 마찰이 없었던 당시 고구려 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라고 되어 있다.
이 추천사를 쓴 사람은 지난 학교에서 함께 근무한 후배 교사여서 더 반가웠다.
사회과에 워낙 조예가 깊어서 이 후배가 추천하는 책은 믿고 보는 편이다. 

이련은 왕자이다.

불교를 받아들인 소수림왕의 동생이자, 광개토대왕의 아버지로서 나중에 고국양왕이 된다.
고국원왕은 들어봤어도 고국양왕은 금시초문이었다.
소수림왕과 광개토대왕 사이에 고국양왕이 존재했고,
이 이야기는 바로 고국양왕이 왕자일 당시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또 한 명 마로라는 아이가 나온다.

마로는 사무의 후계자로 토착 신앙의 수호자이다.

사무는 고구려 시대, 국가적인 제사를 관할하던 직분을 말한다.

마로는 이련 왕자처럼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그 당시 상황을 봤을 때 충분히 개연성 있어 보이는 인물이다.

이 책은 이렇게 신분도 다르고 종교도 다른 두 인물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두 사람 모두

진정한 지도자란 무엇인지 깨달아 가는 역사 동화이자 성장 동화이다.

작가는 이련과 마로가 서로를 만나 성장하는 과정을

"판타지"라는 형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역사 동화인데 판타지라니?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나 또한 역사 동화 속에 판타지가 등장하여 약간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읽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마로가 믿는 토착 신앙을 설명하려면 말이다.


생각해 보니 
불교가 삼국에 전해질 때, 토착 신앙과 마찰 없이 잘 받아들여졌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불교 전래 순서와 불교를 국교화 시킨 왕의 이름을 암기하는데 급급했었으니깐.
조선시대만 봐도 천주교가 들어올 때  유교와의 마찰이 굉장히 심하지 않았던가!
물론 조선은 유교가 국교인 상태에서 일부가 천주교를 들여왔고, 이질적인 문화 때문에 충돌이 많았던 반면

불교는 들어온 경로가 다르긴 하다.

토착 신앙이 오랜 시간 동안 정착된 상태에서 오히려 왕권이 개입하여 불교를 받아들인 상황이니 말이다.

왕권이 개입하여 불교를 선포한 셈이니 어쩌면 굉장히 강력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치더라도 오랜 기간 뿌리 내린 토착 신앙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불교가 백성들 마음 속에 신앙으로 자리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라 짐작된다.


어찌 되었건 두 이질적인 종교 문화가 부딪히는 면에서는 고구려나 조선이나 상황이 비슷하지 않는가!
고구려 백성들은 이질적인 종교 문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을까?
이런 궁금증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조선 시대처럼 심한 박해와 문화적 충돌이 있었을까?

초반에서도 말했듯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구려에 심한 가뭄이 들자 소수림왕은

동생 이련 왕자한테 사무를  찾아 궁으로 데려오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이 시기는 이미 불교를 받아들인 후였다.

아마 가뭄이 너무 심하니

사무의 기우제를 통해 가뭄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을 거라 짐작된다.

불도가 된 이후, 활을 잡지도 살생을 저지르지도 고기도 먹지 않던 이련은 

사무를 찾으러 가는 중에 위험에 빠지고 마로 덕분에 목숨을 구하게 된다.

마로와 지내면서 이련은 다시 고기도 먹고, 활도 잡게 된다.
마로를 쫓아 간 곳에서 이련은 또 다른 세상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자기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고 자기가 아는 것만이 옳은 게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궁궐을 떠나기 전에는 철부지였던 왕자였지만

마로와의 만남, 사무가 하는 일, 마로의 마을을 직접 경험하면서

이련은 변하기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동화는 성장 동화이기도 하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종교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종교가 달라 야기되는 나라 사이의 전쟁은 수많은 사람을 다치거나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서로 다른 것인데 틀리다는 생각 때문에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고구려인들이 토착 신앙과 불교를 조화롭게 영위한 모습은

현재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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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4 14: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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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6 14: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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