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달인 낮은산 너른들 15
김남중 지음, 조승연 그림 / 낮은산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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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사각지대와 소외된 사람의 이야기를 심층 있게 다루는 김남중 작가의 신작이다.

 

5학년 이소령이 주인공이다.

이름이 "이소룡"을 닮았지만 싸움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반대의 캐릭터이다.

전학 온 지 2주 밖에 안 된 소령이를 김진기 라는 학교 일짱이 계속 못살게 한판 붙자고 한다.

싸우기 싫은데..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지만 그럴 단계가 아니었다.

소령이는 인터넷에다 어떻게 싸움을 잘할 수 있을지 질문을 올린다.

여러 사람이 자기 경험에 비추어 대답을 해주지만 김진기와 싸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이 정도쯤 되면 학교 가는 게 너무 싫을 것 같다.

김진기가 계속적으로 소령이를 괴롭히는데 어른들은 뭐하고 있었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온다.

소령이는 순대를 파는 삼촌과 단둘이 살고 있다.

키는 작지만 생각은 어른 같아서 장사하느라 바쁘고 힘든 삼촌한테 자신의 짐까지 지우기 싫었을 테다.

그렇담 선생님은?

선생님 앞에서는 사과하는 척하고, 뒤돌아서면 괴롭히는 게 김진기 일당이다.

 

인터넷에 물어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교길에 기다리고 있던 김진기한테 흠씬 두들겨 맞고 온 날, 

삼촌과 친한 찐빵 삼촌이 부어터진 소령이의 얼굴을 보고 전후사정을 알게 된다. 

찐빵 삼촌은 그날부터 소령이에게 싸움의 기술을 개인지도해 준다.

어디가 급소인지, 어떻게 상대를 노려봐야 하는지, 어떻게 가래침을 모아야 하는지, 어떻게 선방을 날려야 하는지...

찐빵 삼촌한데 배운 기술로 김진기한테 대적할 수 있을까?

 

결전의 날, 과연 결과는?

믿을 수 없겠지만 소령이가 김진기를 때려 눕혔다.

역시 찐빵 삼촌 말대로 적당한 때에 선방을 날려야 하는가보다.

이제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겠지 싶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첩첩산중이었다.

 

아이들만 싸우는 게 아니었다.

어른들은 더 큰 싸움을 하고 있었다.

재개발 때문에 삼촌과 미래를 약속한 진이 이모 식당이 헐리게 생겼다.

오래된 상가들이 모두 헐린다는 것이다.

가게 주인들은 이 가게를 인수할 때 어마어마한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는데

나갈 때는 단 한 푼도 못 받는단다. 그게 법이란다.

가게 주인한테 그 돈을 준 게 아니니까 권리금은 받지 못한단다.

가게를 부수려는 사람과 가게를 지키려는 사람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어른들의 전쟁을 지켜보면서 소령이의 마음이 얼마나 착잡했을까!

 

책에는 소령이와 진기의 싸움, 재개발자와 가게 주인의 싸움이 나온다.

소령이는 소령이대로 싸움에서 벗어날 수 없고,

삼촌과 진이 이모 또한 이대로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용산참사가 떠오른다.

얼마 전 봤던 영화 " 소수의견"과 "내부자들"도 떠오른다.

이런 일들을 보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이 허망하게 들린다.

 

소령이가 보고 듣고 겪은 사회는 과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사회일까!

정직하게 죄 짓지 않고 성실하게 살면 잘 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일까!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깡패와 잡어 출신 검사가 협력하여 통쾌하게 거대 권력에 펀치를 날렸지만

현실에서도 그게 가능할까?

우리 아이들한테 이 세상은 정의가 승리하는 사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사회라고 가르치고 싶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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