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즈음, 내가 인기척을 내면 여지없이 온이가 저 자던 곳에서 침대로 뛰어 올라 이불 속으로 들어올까 망설인다.
애교 많고 외향적인 냥이었으면 냉큼 이불 속으로 들어와 잘 텐데
온이는 소심한 성격이라 그런 행동을 못 한다.
이내 눈치를 보다
이불을 위로 들춰 주며
" 온이야, 용기 내어 들어 와!" 이렇게 말하면
못 이기는 척 들어와 고롱고롱 소리 내며 행복해 한다.
까쓸까쓸한 혀로 내 팔을 핧아 주기도 한다.
내성적인 온이가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를 내었을까 싶다.
남편은 애교 많은 고양이 한 마리 더 기르자고 하지만
데려온 그 아이마저 온이처럼 애교 없으면 꽝이지 않나!
온이도 이렇게 서서히 한걸음씩 다가오니 시간이 쌓이다보면 언젠가는
배 위에서 잘 때도 오지 않을까!
어제는 저도 추운지 아님 컨디션이 안 좋은지
이불 속에서만 지내려 하고, 잠만 잤다.
오늘 아침, 학교 근무라서 슬쩍 깨어 거실로 나오니
저도 따라 나와
이뻐해 달라고 떼를 쓴다.
이뻐해 달라는 것은 엉덩이에서 꼬리부분으로 넘어가는 곳을
툭툭 때려달라는 것이다.
맞아야 행복한 온이~~
언젠가 웹서핑을 하다 고양이가 싫어하는 행동과 좋아하는 행동을 봤는데
이 엉치뼈 부분을 톡톡 때려주면 엄청 좋아한다는 말에 그렇게 해봤더니 정말 좋아했다.
요즘은 그 도가 좀 지나쳐서 딸은
"엄마가 괜히 그 페이퍼 읽고 따라하는 바람에 온이 버릇이 나빠졌어"라고 핀잔을 늘어놓는다.
아침에 식사 준비하려면 바쁜데 저 먼저 두드려 달라고 졸라대곤 해서 나도 몰래 소리를 버럭 지르곤 한다.
뭐든 적당한 게 좋은데
온이는 그게 안 되는 모양이다.
하여튼 새벽에 내 말소리만 들리면 얼른 뛰어올라
이불 속에 들어올까말까 망설이는 온이가 참 귀엽다.
온이가 옆에 누워 있으면 난로처럼 따뜻하다.
얼마 전 읽었던 그림책에서도 삼색이 고양이가 나왔더랬지.
진짜 반가웠다.
"오베라는 남자"에도 길고양이가 나온다.
착각인지 몰라도 요즘 들어 책 속에 고양이가 많이 등장하는 듯하다.
케이블에서 유승호 주연의 "상상 고양이"도 하는데 예고편 보니
고양이가 엄청 크다.
고양이가 나오면 일단 반갑고, 급관심이 간다.
고양이가 나오는 그림책이 꽤 많다.